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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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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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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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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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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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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3쪽

1. 이 나이에 이세계는 좀 아니지 않아?

DUMMY

한 남자가 대롱대롱 나무에 매달려 있다.

그것도, 나뭇가지를 붙잡고 간신히.


“아놔, 쓰벌! 김치 냉장고!! 김치 냉장고!!!”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면서도.

가슴 속에 맺힌 그 사물을 입 밖으로 꺼내는 남자, 현지인. 통칭 현과장.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그득했다.


그는 후회하고 후회했다. 김치 냉장고를 여는 게 아니었다고. 아니, 냉장고를 여는 게 아니었다고.



***



<일주일 전>


「긴급 뉴스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속칭 ‘화이트 룸’ 현상이 발견 되고 있습니다.」


김치찌개를 한술 뜨던 현과장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식당 TV를 바라보았다.


“저게 그거냐? 그 문만 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그 뭐시기.”

“알게 뭡니까. 저런 것도 다 여기 저기 들락날락 하는 것들에게나 나온다고요.”


부장의 질문에 현과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 때는 말이야. 저런 거 대한민국 근처에도 못 왔어! 내가 말이지 군대에 있을 때...”

“아휴, 꼰대 새끼. 밥이나 처먹어라. 애들 앞에서 헛소리나 지껄이지 말고.”


숟가락을 집어 들더니, 그대로 현과장의 머리를 힘차게 내려치려던 부장은, 핸드폰을 집어든 후배 직원들의 모습에, 고스란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 무진 코퍼레이션 지인 현 과장. 숟가락 따위에 굴복하는 남자는 아니지.”

“지인아, 과장은 영어로 못하냐?”

“오브 콜스. 후배들, 과장이 영어로 뭐야?”


현과장의 질문에 후배 직원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야야, 블러핑아니야, 블러핑. 과장(誇張), 그러니까 뻥. 으하하하하하!!!”


자기가 대답하고 웃어 재껴버리는 현과장. 후배들은 일제히 정색하며 현과장을 바라봤다.


“저런 건 매장을 해버려야 하는데. 사고는 내가 칠 테니까, 뒤에서 망 볼 사람?”


후배들이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그것도 전부다.


“실세는 나 현 지인 과장이라니까. 아직도 썩은 동아줄을 잡을 텐가? 아니면 나 지인의 줄을 잡을 텐가.”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겠다. 뭐가 그리 업 된 건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는 부장과 후배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현과장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다는 것.


“뭐야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Ho~”

“계산할 거 아니면 일어나자.”

“넵!”


미동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현과장. 그러나 계산이라는 말에 당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현지인! 대한민국 꼰대의 표본 같다.


계산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도, 여전히 현과장은 마이 페이스다. 시덥잖은 아재 개그로 후배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어떨 때는 정색을 하면서 훈장질이다. 회사로 돌아가는 내내.


“라떼는 말이야!”

“지인아, 라떼인지 아메리카노인지 사주면서 그런 말 좀 해라.”


듣고 있던 부장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음 달에요. 이번 달엔 좀 살게 많아서.”

“아휴, 진짜 저 인간 누가 안 잡아가나. 화이트 뭐시기는 저 놈 좀 어케 안 해주나?”

“그런 게 나한테 일어날 리가...”


회사 사무실 문을 열어 재낀 현과장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그럴 리가 있었다.

사무실이 새하얗다. 두 눈이 시릴 정도로.


***


“누구 없어요?!! 섬바디 헬프 미! 자오밍아!! 다스케테 쿠다사이!!!”


아는 언어들을 전부 구사해 소리를 질러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전무한 상황.

이젠 나뭇가지를 잡고 있을 힘도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던 팔은, 점점 더 격렬하게 흔들렸다. 나뭇가지를 잡은 손가락 마디와 마디에서 힘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 좀 할 걸. 현과장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잘 먹고 잘 잔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원망이 한참 우르 익을 바로 그때, 손에 힘이 풀려버린 현과장.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무 밑으로 수직 하강을 시작했다. 그런데,


[툭.]


0.001초도 안 돼서 지면에 당도한 현과장.

그가 매달려 있던 나뭇가지는 그의 쭉 뻗은 손 높이 보다 아주, 정말 아주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학교 운동장 철봉 정도의 높이, 딱 그 정도.

억울함이 다시금 밀려왔다. 사람들이 보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쪽팔렸을까.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 쉬바!!!!”


***


<6일 하고도 18시간 전>


“랜덤입니다. 현지인 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요.”


방호복을 입은 여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회사에는 그 어떤 직장 동료도 남아있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전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쁜. 이 곳에서 평상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현과장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지.”

“호들갑이 아닙니다! 근들갑이 아니라고요!”


여자의 목소리에 정체 모를 기대감과 흥분이 숨어있다.


“이세계와의 조우! 헌터물의 시작! 레벨 업! 상태 창! 그 문만 열면 가능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가능할지도?”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아직 모를 뿐이죠. 모두 렙업에 열중인 겁니다!”


이 여자, 웹소설과 애니를 너무 많이 본 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런 오덕스러운 말을 공공연하게 떠들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사실 솔깃했다. 왜냐면, 그 역시 오타쿠니까. 40살이 되도록 여자 한번 제대로 못 만난 진성 모태쏠로 오타쿠니까.


“이거 못 고쳐요?”

“보고 된 바로는 24시간만 지나면 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차이가 있지만.”

“그렇다면,”

“24시간 버티셔야죠.”


***


“뭐? 24시간? 24시간?!! 일주일이 지났다! 잡것들아!”


현과장은 입 밖으로 자신의 울분을 전부 토해가면서 숲길을 걸었다.

맨발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뽀송뽀송한 숲길 덕분에 발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가끔 등장하는 동물친구들의 향긋한 지뢰(?)를 제외하고는.

그는 숲길을 걷는 내내, 상태창과 레벨 업 등 헌터물스러운 전개를 확인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작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판타지가 가득한 이(異)세계가 아니었다.


“그 미친 여자! 이상한 생각만 심어주고! 젠장 공무원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시종일관 투덜대며 앞으로 나아가던 현과장.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말을 많이 내뱉어서일까, 갈증도 찾아왔다. 등 쪽에서 지독한 땀 냄새+@가 심하게 올라왔다.

@가 뭐냐고? 그건 차차 설명하기로 하자.


“물부터 찾아야겠네.”


입 밖으로 흘러나오던 육두문자 대신에, 이젠 물을 향한 집념이 튀어 나왔다.

느려지는 발걸음. 쩍쩍 갈라지는 입술. 그럼에도 물 같은 것은커녕 웅덩이 비슷한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 물을 달라고! 물!!!!”


터덕터덕 걸으며 물을 외치던 바로 그때, 그의 앞에 떡하니 나타난 작은 옹달샘. 현과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신기루는 아닐까. 환상은 아닐까. 자신의 볼을 꼬집고 뺨을 때리고 다시금 쳐다봤다. 하지만 옹달샘은 존재했다.


“설마, 이거...”


자신이 물을 외치자 옹달샘이 나왔다? 설마 현과장의 이능력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 현과장의 두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옹달샘을 발견해서가 아니다. 그에겐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예쁜 여자! 예쁜 여자! 나이 20 업 28언더로!!!”


아니나 다를까. 가슴 속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발설하는 현과장.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이 이야기는 변태 꼰대의 행복을 적어나가는 일기장이 아니니까.


“아놔! 여자도 좀 줘! 집도 주고! 차도 주고! 나이 40에 모태 쏠로란 말이야!!!”


***


<1시간 전>


그는 혼자다. 여전히 혼자다.

사건이 터진지 일주일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자유롭게 움직이지를 못한다. 이상하리만큼 길게 이어지는 화이트 룸 현상 때문에.

가끔 와서 음식을 주고 안부를 묻는 공무원이 있지만, 그녀의 관심은 그가 이세계로 떠나는 것. 그것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질린다, 질려.”


매일 같은 도시락에 신물이 올라온다. 냉장고 안의 음식을 꺼내서 먹고 싶지만, 냉장고 문 역시 문으로 인식하나보다.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허연 세상만이 그를 맞이했다.


“왜 나만 햄보깔 쑤 업떠?”


냉장고 문을 잡고 울부짖어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상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 더 초라해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하필 자신일까. 그는 분노에 점차 이성을 잃어갔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큰일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였다.

그래, 큰일. 그는 냉장고 문을 연 채로 바지를 벗고 엉덩이를 하얀 방 안쪽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어, 아 아니야! 현지인 그건 아니야!!!”


다급한 그의 외침 안에서 작은 쾌락이 느껴졌다. 어느새 그의 엉덩이에서 살며시 튀어 나온 크고 개성이 강한 냄새를 풍기는 덩어리 하나. 그 덩어리는 관성의 법칙 대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거사를 치르고 나니,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현과장. 당혹스러움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우선은 뒷정리가 먼저였다. 그는 주변에 잡히는 물티슈와 티슈로 깔끔하게 뒤처리를 한 다음에, 쓰레기 들을 냉장고 안으로 던져 넣었다.

찝찝함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냉장고에 큰일을 보다니. 아마도 당분간 냉장고 문을 열지 말아야 할 거 같았다. 그래, 당분간. 자신에게 벌어진 이 현상이 사라질 때까지.

사람의 몸은 참 이상하다. 비웠으니까 채워달라고 난리다. 현과장에게 허기가 몰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이 준 도시락을 먹고 싶지 않았던 현과장. 그 순간 그에게 묘책이 떠올랐다. 바로,


“김치 냉장고가 있었지!!”


구형 김치 냉장고. 그가 가진 김치 냉장고는 양문형이 아닌 리사이클 샵에서 산 뚜껑형 냉장고였다.

단번에 김치 냉장고로 달려간 현과장. 그는 이런 생각을 해낸 자신이 대견스러운 모양인지, 뿌듯한 표정으로, 앞도 보지 않고,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왜 ‘큰일‘이야기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풀어놨을까.

왜 김치 냉장고가 양문형이 아닌 뚜껑형일까.

왜 현과장은 부주의하게 냉장고로 달려간 것일까.

감이 오는가?

그는 떨어졌다. 냉장고 안으로. 그리고는 그 위로 관성의 법칙을 받아서 당연하게도 포개어졌다. 그 ‘큰일’ 위로.


“으아아아아악!!”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닥에서 그리고 그의 등허리에서.

자신의 향긋한 배설물의 향기가

다시 한 번 이성을 잃은 현과장은 다짜고짜 일어나 하얀 방을 빙빙 돌았다. 그런 그에게 포착된 하얀 문.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고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그렇게 그는 문 밖의 세계로 떨어지고야 말았다.


***


샘물에서 목을 축이려던 그때, 맞은편에 나타난 새까만 토끼와 눈이 마주치고 만 현과장. 토끼는 신기하게도 붉은 눈이 아닌 황금빛 눈동자를 소유하고 있었다. 귀여움 속 황금빛 카리스마가 넘실거리는 토끼의 외모.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취해 넋을 놓고 토끼를 바라보고야 말았다.

그런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그만 물을 마시다가 사라져버린 토끼. 토끼가 사라지자, 그제야 현과장은 정신을 차리고 샘물에 목을 축였다.

이상하리만큼 달큰하다. 입 안으로 청량감과 함께 상쾌함까지 함께 찾아왔다.

그 상쾌함이 문제였다. 걷던 내내 그와 함게 한 찝찝함. 현과장은 내친김에 등허리에 묻은 오물까지 제거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남은 건 실천 뿐. 현과장은 옷을 벗고 옹달샘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어서 그는 작은 욕조만한 옹달샘 안에서 몸과 옷에 묻은 +@를 열심히 지워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과장의 행복을 향한 스팩타클 뽠타스틱 코미디 일기장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분비물을 지우는 데 여념이 없는 현과장.

그는 너무 집중한 탓일까. 이 순간까지만 해도 아무 것도 못 느끼고 있었다.

이런 그의 파렴치한 행동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어흥.


작가의말

어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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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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