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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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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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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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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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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93. 신

DUMMY

이윽고 통화 벨이 울렸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세 번이 네 번이 되고 네 번은 어느새 열 번을 훌쩍 넘겼다.

아니, 왜 안 받는 거야?


“왜 안 받지?”

“우리 아빠 특, 모르는 전화는 안 받음.”


은아의 말에 난 어이가 없었다.

모르는 전화라고? 내 전화가 모르는 전화라고?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 전화가 모르는 전화라고?! 난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이야! 분명 전달했잖아! 내가 돌아왔다고!”

“오빠가 누군데?”


초롱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 은하. 내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또 내 입으로 해야 할 줄이야. 난 잠시 잊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오는 것이 그다지 좋고 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네 아버지를 만든 사람.”


나는 조금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두 자매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웃는다, 이 녀석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쪽이 아빠를 어떻게 만들어. 제정신이야?”

“아빠를 만들었다는 건 오빠가 할아버지라는 말인데.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도무지 믿질 않는다. 전부 사실인데.


“사실이라니까!”

“신이야? 신? 돈 많은 멍청이로 알았는데, 그냥 미친 병X놈이네.”


은아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왔다. 그것도 자기의 동생 은하가 듣는 앞에서. 청소년기의 꼬맹이들이 입에 험한 말을 담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넌 입 좀 조심해야 할 거 같다.”


난 그녀의 못된 입버릇을 고치기 위해, 그녀의 입 위로 거대한 반창고를 만들어 붙여버렸다.


“읍! 읍! 읍!”


은아는 안간힘을 쓰며 입에 붙은 반창고를 떼어내려 노력했지만, 당연히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쉽게 떨어지게 만들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언니는 생각 좀 하고 말을 하라니까.”

“읍! 읍! 읍!!”


은하의 비아냥에, 대답 대신 억울한 눈빛을 보내는 은아.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모습으로 보아하니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정말 그럴까. 난 다시금 단말기를 꺼내 그녀의 생각을 엿보았다.


실소가 절로 나왔다. 눈빛 안에는 억울함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지만, 이 녀석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오히려 쓴소리를 했단 이유로 은하를 잔뜩 미워하고 있었다. 이거 그냥 넘기면 안 되겠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네. 너 진짜 혼 좀 나야겠구나.”


난 지난번 은아를 훈육했던 것처럼, 다시금 진정한 교육을 준비했다. 그녀가 더는 삐뚤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사실, 뭔가를 준비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냥 정신을 차릴 만큼 큰 고통만 주면 되는 거였으니까.


“딱 한 대만 때릴 거니까. 잘 참아봐. 죽지 말고.”


그녀를 참교육하는데 다른 것도 필요없다. 새끼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딱!]


경쾌한 소리가 호텔 방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와 동시에 하늘로 부웅 떠버린 은아. 새끼손가락 딱밤이 그녀의 이마에 적중한 직후였다.

그녀는 비명조차 토해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입에는 거대한 반창고가 단단히 붙어있었으니까.


“어, 언니 괜찮아?”

“죽진 않았어. 힘 조절은 했으니까.”


난 쓰러진 그녀의 머릿속을 또 한 번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번 딱밤의 위력이 대단했긴 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간이 없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니까, 너희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난 차원문을 만들어, 강제로 그녀들을 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강압적이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재앙까지 5일도 채 안 남은 상황. 시간이 없다.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되도록 많은 것들을 알아야 둬야만 했다. 다시 시간을 돌려야만 했으니까.




“은아와 은하가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전화를 받던 도중, 현과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갑자기 사라지다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것일까.


“호텔 방 안에 들어간 거 확인은 제대로 한 거 맞습니까?”


긴장감이 맴도는 현과장의 표정. 두 귀를 종긋 세우며 핸드폰 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현과장이었지만, 그가 원하는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을 피해 호텔 밖으로 나갔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호텔 전체를 샅샅이 뒤지세요!”


은아와 은하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현과장.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될 만큼 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다른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바로 그녀들이 스스로 오리지널의 뒤를 따랐을 거란 사실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재앙이 오리지널의 작품일지도 모른 상황. 현과장은 자신의 딸들이 무지막지한 학살자의 곁에 있다는 것을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젠장!”


현과장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집무실 안에 앉아, 손가락만 만지면서 상황을 지켜만 볼 순 없었다.


우주 전함이 완성되는 건 앞으로 닷새가 남았다. 그 전에 상황을 바꿔 놓아야만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방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

파리가 꼬이기 시작한 살덩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핏물.

난 은아와 은하 자매를 데리고 그곳으로 왔다. 참담한 비극이 일어났던 술집 「중성시대」로.

물론 지금의 모습은 내가 괴한들을 속이기 위해 연출해놓았던 상황. 하지만 여기서 살아있던 두 사람과 죽음을 이용당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여,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왜?”


은하는 처참한 모습을 보자마자 오금을 절었다.


“이거 다 내가 만들어낸 살덩이야. 질 좋은 소고기에다가, 밑에 흐르는 건 선지가 되다만 핏물이고.”

“읍! 읍! 읍!!”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인지, 은아가 팔짝팔짝 뛰며 날 노려보았다. 반창고 때문인가? 하긴 이제 슬슬 반창고를 떼어줘도 될 거 같긴 한데.

난 곧바로 그녀의 입에 붙은 고대한 반창고를 떼어내 버렸다. 그러자,


“아니, 이런 곳에 우릴 데리고 온 거야? 미쳤어? 이런 살인현장 같은 곳에 어떻게 미성년자를 데리고 올 수 있어? 제정신이 아닌 거야?!”


입을 막고 있던 반창고가 떨어지자마자 마치 속사포처럼 불만을 뿜어내는 은아. 아차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미안. 다 치울게.”

[딱!]


공중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바닥으로 사라지는 고깃덩어리와 핏물.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아와 은하는 약간 겁을 집어먹은 듯했다.


“오, 오빠.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막 땅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거야?”

“아니지? 아닐 거야. 죽은 것만 가능한 거지?”


난 대답 대신 그냥 웃어줬다. 이게 더 멋있는 거 같았으니까. 그런데,


“미친놈 같네요. 두 사람이 원하는 대답은 안 하고, 그냥 씨익 웃는 게.”


시스는 나와 생각이 영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 이게 안 멋있어? 내가 보기엔 세상 어떤 포즈보다 이게 더 멋있는데!


“맞아. 그냥 정신병자 같아.”


은아도 그녀의 말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 정도야?


“은하야, 아니지? 멋있었지? 그치?”

“웅! 멋있어!”


그래도 은하는 내 편이다. 저런 매정한 두 여자와 완전 다르게.

나에게 관대한 그녀를 위해, 난 여러 가구를 만들었다. 딱 그녀의 사이즈에만 딱 맞는 크기의 가구들을.


“우와! 이런 걸 그냥 막 만들어내는 거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말했잖아. 너희 아빠를 만든 사람이라고.”


내 말에 그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전에는 농담으로 들렸었겠지만, 지금은 아닌 모양이었다.


“노, 농담이지?”


은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빠, 장난치는 거지? 오빠가 아빠 만들었다는 거, 그거 그냥 장난이지? 그렇지?”


툭 치면 당장이라도 눈물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은아의 눈망울. 그 모습을 본 순간,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목소리를 목 뒤로 삼켜버렸다. 정말 이 아이들에게 사실을 말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번 상황과 너무나 다르다.


“두 사람은 착각하는 거예요. 만들었다는 의미는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


날 대신해 대답해 준 시스. 두 자매의 시선에서 느껴졌던 떨림이 다행히 잦아들었다.


“여기 이분은 그냥 부자 도련님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모르겠지만, 이분은 세상을 창조하는 신과 같은, 아니 신 그 자체입니다.”


잠깐,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뭐? 신? 지금 신이라고 그랬어?


“시스, 잠깐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조용히 하세요! 제가 수습하는 거 안 보여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나를 향해 소리까지 치는 시스. 아니, 분명 본인의 입으로 내가 신이라고 말해놓고, 이런 대우는 도대체 뭐야? 내가 신인 거야, 아니면 신발인 거야?


“오빠가 정말 신이에요?”


더 큰 문제는 은하가 믿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은하야, 천천히 생각을 해봐. 신이라는 존재가 사람들 사이에 나타날 리 없잖아. 그것도 이렇게 돈 많은 부자 모습으로.”


나는 천천히 은하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니야. 은하야. 속지 마. 저 사람, 아니 저 신한테.”


은아가 갑자기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진중함. 아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애가 이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는 거야?


“설마 믿는 건 아니지? 그치?”

“당연히 믿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까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요!”


그녀의 말꼬리에 ‘요’가 붙었다. 지난번, 시간을 되돌리기 전과 마찬가지로.


“신은 아니야. 그냥 능력이 그런 거일 뿐이라고.”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요!”

“당연하지! 무공이 아니니까! 내가 언제 초식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 봤어? 이건 그냥 능력이야, 능력. 너도 능력이 있잖아, 『소생』”


난 그녀의 능력을 언급하며, 내 능력을 이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 그녀의 눈빛. 은하도 그리고 은아도 시스가 꺼낸 그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완전히 믿는 눈치였다.


“소생이 아빠한테 받은 능력이긴 한데...”

“그래, 그냥 능력이라니까, 능. 력.”


점점 내 쪽으로 돌아서는 듯한 은아. 그래도 방심할 순 없었다. 시스가 또 어떤 헛소리를 지껄일지 모르니까.


“그렇게 나올 건가요?”

“뭐가 그렇게 나와? 난 어디까지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라고.”


난 시스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진실은 진실이다. 비록 반쪽짜리 진실이긴 하지만.


“지금 당신이 신의 길에,”

“그런 걸 얘들에게 말하면 뭐 달라져? 그냥 좀 넘어가자.”


난 그녀를 나무라듯 타일렀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설명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그럴 리 없다. 내가 신의 길에 들어선 건, 오로지 나만의 문제. 그녀가 두 아이를 향해 발설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난 믿을 거야! 오빠는 신이야! 우리를 구해줄 신! 나 꿈에서 봤다고!”


이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신이라고 믿어버린 은하. 그녀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나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그 모습에서, 그녀가 무척이나 진심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난 마음을 굳혔다. 그녀가 믿든 안 믿든, 무조건 그녀들의 세계를 지키리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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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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