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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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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04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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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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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94. 대면

DUMMY

“사제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행방이 묘연합니다. 대사제님.”


어두운 방 안.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진자가, 지긋이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 바들바들 떨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디서부터 흔적이 끊겼나?”

“황녀의 술집이옵니다. 저희 사제들이 직접 들어가서 확인했지만, 곤죽이 된 시체들 이외에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좀비들도 곤죽이 되어 있었다고?”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진자는,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 사제들뿐만 아니라 좀비들까지 전부 처리할 수 있었을까.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만이 떠올랐다. 그 이외의 인물은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현과장의 짓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첩보에 의하면 그는 집무실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번지는 주름. 일그러져 있던 그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 현과장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단 말인가.


“강령술이 완료된 좀비는 얼마나 되나.”

“이제 5% 완료입니다, 대사제님.”


5%라는 수치는 그의 얼굴에 핀 주름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었다. 중경을 공략하기에는 너무나 턱도 없는 수치였다. 공성전을 벌일 수 있는 최소 수치는 20%. 적어도 30%는 넘어야 안전했다. 완벽하게 중경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40%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한 이 상황에서 40%, 아니, 20%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중경에 좀비들을 풀어야만 했다. 자신의 복수가 얼굴처럼 무너져 내리기 전에.


“일정을 앞당긴다.”

“그, 그렇지만 아직 충분한 병력이...”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들어버린 남자 사제. 고개를 들자, 그는 무시무시한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생각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사제, 진자의 생각과 판단뿐.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숨을 잃고 좀비가 되기 싫으면 대사제의 말을 따라야만 한다고.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남자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지금 좀비를 모두 풀고, 사원에 남은 사제들을 전부 동원해 좀비를 만들어라. 오늘 안에 10%를 채워 놔라.”

“분부대로 하겠사옵나이다!”


고개를 조아리더니, 남자는 그대로 진자의 앞에서 줄행랑을 쳤다. 마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사냥감 마냥,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자. 남자의 얼굴에는 공포만이 가득했다.

남자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진자는 탁자 위에 놓인 책을 움켜쥐었다. 그가 책을 손에 쥐자, 그 책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아니 누군가의 심장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 단 한 발자국만 남았다.”


딱딱히 굳은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 딱 한 발자국만 남은 상황이었다. 중경이, 현과장의 도시가 함락되는 데까지 단 한 발자국만이.




할 일이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까진 좋았는데, 할 일이 없다. 이 아이들을 창고 같은 이 지하 술집에 내버려 두고 밖에 나간다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정보를 모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이리 데리고 온 것일까.


“오빠, 심심한데 TV라도 만들어 주면 안 돼?”


할 일이 없는 건 은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TV를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걸 보니. 하긴, 이런 지하 술집에 은아의 관심을 끌만 한 게 뭐가 있겠어. TV라도 있어야 시간을 버티지.

난 그녀의 바람대로 TV를 만들어 그녀의 앞에 대령했다.


“어... 어...”


TV를 틀자마자, 갑자기 굳어버린 은하. 도대체 뭘 봤기에 은하가 그 자리에 얼어버린 걸까.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도 나온 것일까.


“이럴 리 없는데...”


그녀의 음성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은하의 목소리를 들은 나와 은아는 곧장 그녀의 곁으로 달려왔다. 심상치 않은 일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긴급 소식입니다! 중경 침사저에 대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활개를 칩니다!]


아직 재앙이 시작되기까지 며칠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시작한다고?


“뭐야. 아직 닷새나 남았는데...”


머리를 굴려봐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시간이야 돌리면 그만이지만, 이런 식으로 예상외의 사건이 발생한다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야, 설마 오늘 일어날 일이라서 꿈을 안 꾸었던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겠어, 언니. 하지만 확실해! 내가 본 꿈과는 조금 달라! 이렇게... 이렇게 허접하지 않았어!”


잠깐, 잠깐, 잠깐. 놀란 이유가, 지금 상황이 너무 허접해서야? 재앙이 꿈보다 강렬하지 않아서냐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습격을 당하고 있잖아!”

“저 정도는 군대가 알아서 할 정도잖아! 내가 본 건 훨씬 더 긴박하고 위험하고, 암튼 그랬다고!”


은하의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죽은 자들의 재앙이 이 정도로 끝나게 되다니. 어쩌면 의외로 좋은 엔딩일지도 모른다. 비록 유연과 충식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어느 정도 희생은 감내해야 하는 법. 시간을 돌릴 이유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돌리는 건 온 우주의 시간이 아닌, 이 별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의 시간. 내가 과거로 계속 움직이면 별의 공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다른 재앙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나가서 확인해볼까?”


난 차원문을 열었다. 중경의 중심지, 침사저를 연결하는 차원문을 말이다.


“시스는 어떻게 할 거야?”

“위험할지 모르니 같이 가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금지된 술법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지난번과 다르게, 시스도 나와 함께 행동을 같이했다. 그렇게 차원문을 넘어가는 우리 네 사람. 미래 시점의 재앙을 겪었었던 난, 긴장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멀쩡하다. 분명 죽은 자들의 습격이 있다는 뉴스를 봤지만, 분명 내 눈으로 확인을 했지만, 여긴 너무나... 평화로웠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 습격이 있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 잘못 온 거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 분명 침사저라고, 내가 이 근방에서 행패를 부려서 잘 아는데.”


내 시야에, 예전 군인들과 한판 벌였던 장소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 여긴 침사저다. 중경의 중심지. 뉴스에서 난리가 났다고 발표한 그 장소 말이다.


“금지된 술법이 전혀 감지되지 않습니다. 자체 소멸한 거 같아요.”


자체 소멸이라. 난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겪었던 상황과 너무 다르다. 내가 겪은 미래에는 죽은 자가 산 자를 습격한 것은 기본이고, 산 자도 죽음을 경험하게 된 후, 곧바로 다른 자들을 공격했다. 마치 아포칼립스에 나오는 좀비처럼.


“내가 경험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술법이 완벽하지 않았던 거 아닐까요?”


술법이 완벽하지 않았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거로 돌아오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꼭 나에게 불리한 상황만 일어나지 건 아니다. 불리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유리한 상황도 일어난다. 마치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 일어나는 것처럼.


“난 저쪽으로 가서 다친 사람들이 있는 지 확인 할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바로 자리를 떠나는 은아. 은하도 손에서 「은화」를 꺼내며 알으로 달려갔다.


“오빠! 나도 가서 사람들을 구할게!”


은아의 실력은 잘 알아서 걱정이 없었지만, 은하는 달랐다. 미래를 보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실력은 영 믿음직스럽지 한 것이 사실. 난 그대로 그녀 혼자만 보낼 수는 없었다.


“시스, 은하를 부탁해.”

“베이비시터 역은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그녀는 곧장 은하의 뒤를 쫓았다. 이제 남은 건 나 혼자. 나도 혹시나 남은 워킹데드들을 정리하려고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머리 위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 18년 만에 들은 목소리였다.

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 눈앞에는 그가 있었다. 늙었지만 확실히 그였다. 나와 이곳을 탐험했었던 남자, 바로 현과장.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니, 역시 당신이 이 일의 주동자입니까?”

“오래간만에 만나서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럴 놈으로 보여?”


난 실없는 농담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심이었다.


“...장난이 아닌 거 같은데.”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이 모든 일 당신이 꾸민 짓입니까?”


난 살짝 망설였다. 내가 꾸민 일이 아니라고 하기엔, 살짝 양심이 찔린 것도 사실. 지금의 중경 습격은 내가 과거로 돌아왔기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내가 꾸민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관련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저렇게 대화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진해온 현과장. 이내 그는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강하게 가격했다.


[쾅!]


엄청난 굉음이 내 얼굴 주변에서 퍼져나갔다. 내가 없었던 18년 동안 운동 좀 한 모양인데.


“운동 좀 한 모양인데.”

“원더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으니까요.”


원더랜드를 위해 몸을 단련했다는 건가. 인생의 우선 순위를 원더랜드로 정해 놓았다는 건가. 살짝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네가 왜 원더랜드를 걱정하지?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난 현과장입니다. 원더랜드의 붉은색! 현과장!”


현과장은 연거푸 날 공격했다. 주먹을 지르고, 발로 걷어찼다.

나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들어오지 않는데.


“현과장이 제일 신경 써야 할 건 원더랜드가 아니라, 가족이잖아. 내가 그 몸을 현과장에게 넘긴 건 다 그 때문이었다고.”

“18년 동안 연락 하나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주제에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겁니까!”


그의 주먹질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단단히 열이 뻗친 모양인데. 그렇다면, 좀 열을 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난 그를 바라보며 손을 튕겼다.


[딱!]

[솨아아아아아!]


현과장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차갑고 차가운 얼음물. 난 그가 흠뻑 젖는 것을 기대했지만, 『창조주의 권능』 때문인지 그렇게 많이 젖지는 않았다.


“별로 안 젖었네. 난 머리 좀 식혔으면 했는데.”

“난 충분히 냉정합니다.”


냉정하기는 개뿔. 그냥 무턱대고 달려와서 주먹만 휘두르는 주제에.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녀석에게도 참교육을 한번 실행해 줘야지.

예전, 신들의 개입으로 끝내 다 하지 못했던 진정한 참교육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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