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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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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10.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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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2쪽

49화: 두번째 나비효과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49화: 두번째 나비효과 (4)


[하늘에서 싸우는 군대라···]


한세걸이 말했다.


[휴··· 어쩌면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사람의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쟁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이내 일그러진 미간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고민 안 하는 게 더 이상했다. 적어도 대성만큼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접한 전쟁은 1930년대의 전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넓디넓은 하늘을 제집 삼아 누비며 적에게 마음껏 불벼락을 내릴 수 있는 군대’··· 후손들이 사는 세계에서 제공권 장악은 곧 전쟁 승리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장 보탤 것도 없이 최신예 전투기 몇 대만 동원해도 백만 대군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만큼 공군은 중요한 전력이었다. 아니, 당장 몇 년 뒤에 벌어질 전쟁을 기점으로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애당초 인류가 하늘에 한번 발을 들인 이상, ‘항공 전력’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위치로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관동군 항공대는 매나 독수리라고 할 수 있겠지. 마점산 장군이나 나는 그들의 먹잇감일 테고.]


그리고 한세걸은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것 같았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만큼 ‘공군’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는 어쨌든 대성과 마찬가지로 제공권을 빼앗긴 자들이 어떤 처지가 될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명확한 전력 차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떡할 건데?]


[뭐?]


[항공대를 막을 대책이 있느냐고?]


대성이 물었다.


[어쨌든 항일 투쟁을 하기로 했잖아? 겨우 관동군 조종사 하나 전공 세워주려고 나서진 않았을 거 아니야. 굳이 한세걸 당신이 아니어도 당신 참모 중 한 명은 대책을 생각해뒀겠지. 안 그래?]


대성은 한세걸을 따라온 천리군 참모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관동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지금, 먹잇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먹히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혈기를 잠시 잠재우고 때를 기다리든, 하늘에 모든 걸 맡기고 정면 돌파를 하든, 반드시 찾아내야만 했다.


그 외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은 곧 대재앙을 의미했다. 만주에 사는 무고한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은 연해주와 간도에 살던 주민들처럼 잔혹하게 학살당할 것이다.


잠재적인 위협 요소 제거라는 미명 하에 말이다.


[왜 갑자기 조용해진 거야? 당신들은 계획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누구든 좋으니까 말해봐. 적 항공대를 무슨 수로 막아낼 건지.]


대성이 재차 물었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천리군 참모진은 고개를 숙인 채 한숨만 내쉴 뿐,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자 대성의 표정도 같이 어두워졌다. 일단 그에게는 관동군 항공대를 무력화시킬 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제아무리 사격을 잘하고 불굴의 의지로 전투를 치른다 한들, 전투기 눈에 대성은 한낱 보병에 불과했다. 군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을 만큼의 탄약과 장비, 인력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보병만으로는 항공대를 상대하기 힘들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


물론 가능성이 아예 0에 수렴하는 건 아니었다. 지상 전력을 동원해서 항공대를 상대할 방법이 한 가지 남아 있었다.


성공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하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을 뿐··· 그래서 대성은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더 나은 대책을 내놓기를 바라며 침묵을 지켰다.


그때였다.


[사실···]


한동안 조용했던 한세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대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우리라고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 바라겠나? 전황에 변화를 줄 작전이 하나 있긴 있어. 다만···]


[무모할 수 있다고? 왜, 놈들 비행장이라도 박살 낼 셈이야?]


[그, 그걸 어떻게···?]


한세걸은 적잖이 당황한 듯, 정곡을 찔린 사람마냥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휴··· 어떻게 알기는.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인제 와서 항공 전력 구축할 거야? 내일부터 공장 돌려서 항공기 찍어내고 조종사 양성할 거냐고.]


[······]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 당장 태평양 건너가서 항공기랑 조종사를 사올 것도 아닌데. 결국, 두 가지 방법만 남을 수밖에 없잖아.]


[······]


[적 항공대가 얼씬도 못 하게끔 강력한 대공 무기와 체계를 만들던가. 아니면 적이 항공기 자체를 쓸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던가.]


대성이 말했다.


[물론 전자가 힘들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시간이 없을 테니까.]


한세걸은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내 자신이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대체 그런 생각은 언제 했던 건지··· 여러모로 특이한 친구구먼.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현 상황에서 항공기 도입이나 대공 무기 개발은 힘들어.]


[······]


[물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방안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시작할 수 없는 일이야. 항공기 부품 하나가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해주진 않으니까··· 그래서 자네를 찾아온 거야.]


[그래서 나를 찾아왔다고?]


[내가 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자네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겠나? 잘 생각해봐. 불가침 협정을 맺는데 굳이 자네가 치른 전투까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필요까진 없었겠지. 시간 낭비였을 테니까. 당신한테는 시간이 금이었을 테고.]


[정확하게 봤군.]


한세걸이 말했다.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아. 오직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만 시간을 들이지. 그리고 정태준이란 사람에 관한 조사는 충분히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었어.]


[왜 그렇다고 생각한 거지?]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모두가 자네를 이렇게 부르더군. ‘귀신’이라고 말이야.]


[귀신?]


[그래. 귀신. 분명 사람은 총에 맞고 죽어 나가는데 정작 쏜 놈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하다못해 총성이 들린 것도 아니고. 그게 귀신이 잡아간 거지 뭐겠나?]


한세걸은 대성에게 귀신을 부리는 힘이 있는 게 아니냐며 농을 던졌다. 그러더니 대성이 차고 있던 권총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성은 그가 소음기에 관해 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동군 항공대는 지금도 내 동지들의 머리 위에 폭탄과 총알을 퍼붓고 있어. 내 동지들이 어디로 숨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다 꿰뚫고 있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겠군.]


[불리하다는 말을 쓸 시기도 이미 지났어.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 게다가 조금 있으면 겨울이야.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분명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한세걸이 물었다.


[왜 몰라. 관동군에 저항하는 자들이 없어진다는 뜻이겠지.]


대성이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만주국과 관동군은 1945년까지 버틸 테니 말이다. 1945년 이전, 두 집단이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큰 위기를 맞이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세걸은 달랐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는 대성과 달리 미래를 알지 못했다. 그는 대성의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없어진다고? 아니야. 단순히 병사 몇 명 없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내 동지들이 관동군에게 쓰러지는 순간, 앞으로 일본에 맞설 기회까지 영영 사라져버리는 거야.]


한세걸은 저항 세력의 소멸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역사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대성은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바꿀 수 있을까? 겉으로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대성의 마음은 폭풍을 만난 갈대처럼 수없이 흔들렸다. 그는 한세걸이 종국에 어떤 거래를 제안할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리게 될 거라는 사실도, 분명 희생자들이 발생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1945년까지 살아남아서 광복을 맞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대성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한세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항공대를 격파하면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어. 비록 큰 피해를 보았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고 하니까.]


[마점산··· 마점산 장군의 군대 말이지?]


[그래. 물론 관동군을 무너뜨릴 수준은 아니야. 하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을 일깨울 수준은 돼. 항공대만 어떻게 처리할 수만 있다면···]


[······]


[그러기 위해선 정태준, 자네 힘이 필요해. 설령 자네가 정말로 귀신을 부린다고 해도 상관없어. 우린 이미 귀신보다 악한 놈들에게 목숨을 바치고 있으니까.]


[어쨌든 대책은 하나밖에 없다는 거네. 관동군 비행장을 박살 내시겠다?]


한세걸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 어떤 걸 요구해도 좋아. 뭐든지 들어주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네 힘을 보태줘. 내 작전의 열쇠는 바로 자네야.]


한세걸이 말했다. 그는 이내 대성이 보유한 비밀 기술도 물어보지 않겠다고, 영원히 대성의 소유로 인정하겠다고도 했다.


그 외에 향후 보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다른 거주지를 마련해주겠다는 조건까지 덧붙이며 자신의 말에 싣고 온 각종 금은보화까지 보여주었다.


[도저히 보관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까지 뒤져가며 긁어모았어. 어차피 난 재산 모으는 일에 관심 없으니까. 이 정도면 자네 마을 사람들 모두 새로운 터전으로 갈 수 있을 거야.]


[가뜩이나 쫓겨온 마당에 새로운 터전은 무슨···]


[이 근방만 생각하면 그럴 만하지. 그런데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일본이 손도 뻗치지 못할 곳으로 알아봐 줄게. 아까 자네가 말한··· 그 태평양 너머에 있는 나라말이야. 그 이름이 뭐였더라···]


[미국?]


[그래, 미국! 그 나라에 있는 도시 중에 금산(金山)이라는 곳이 있어. 내 동포들이 많이 사는 터전이기도 하지.]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미국 도시라면 샌프란시스코를 말하는 건가···?’


[들어보니까 나름대로 살기 괜찮다고 하더군. 뭐, 서양인들이 우습게 보는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일본인에게 괴롭힘당할 일은 없을 거야. 그 점은 확실히 보장하지.]


한세걸이 말했다.


단 한 번의 용병 활동, 그 대가로 얻게 될 막대한 금은보화와 평생 일본인 걱정 안 하며 살 수 있는 이민 제공까지··· 어떻게 보면 참으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게다가 한세걸의 태도로 보건대 거짓말 같진 않았다. 요구만 한다면 당장 선지급을 해줄 기세였으니 말이다. 그는 그만큼 절박해 보였고 대성이 아는 역사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성은 한세걸이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에겐 다른 생각이 있었다.


대성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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