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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9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17 23:57
조회
1,591
추천
41
글자
12쪽

199화: 최후통첩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9화: 최후통첩 (2)


지하 방공호 속에 틀어박힌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은 헌병들을 시켜 경성 주민들을 주기적으로 불러 모으게끔 했다.


헌병대는 거진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주민들을 위협하여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는 총독부가 배부한 지침에 따라 선전활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모두 새겨듣도록.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반란군은 살육에 미친 폭도 집단이다.]


헌병대는 조선 해방군을 살인귀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 괴담까지 들먹이며 주민들의 머리에 좋지 않은 이미지란 이미지는 모조리 심으려고 했다. 근거 없는 망상을 사실인 양 떠드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폭도들이 경성에 들어오게 되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대학살극이 펼쳐질 것이란 뜻이다.]

[······]

[그들은 눈에 보이는 사람은 모두 죽일 것이다.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간에 말이다. 그게 놈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짓이고 앞으로 할 짓이다.]


헌병대의 선전활동은 언제나 같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헌병대의 언급에 따르면 조선 해방군은 살인에 미친 집단이었고, 멀쩡한 세상을 무너뜨리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폭도들은 안정적인 현 체제를 뒤엎고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자 한다. 이들이 경성에 입성하는 순간, 경성은 지옥보다 못한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그것뿐만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놈들은 동포도 거리낌 없이 학살하는 광인들이다. 단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인과 인사를 나눴다는 이유로 목구멍에 총알을 먹일 것이란 말이다. 알겠나?]


선전활동은 항상 결사항전을 외치는 것으로 끝났다. 헌병대는 주장에 대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단 천황 만세부터 외쳤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전선에 설 것을 강요했다.


[모두 잘 들어라! 황국신민이라면, 천황 폐하의 은덕을 입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어서라! 국가의 안녕과 천황 폐하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어라! 이 도시를,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고자 하는 폭도들과 맞서 싸우자! 천황 폐하 만세!]


헌병대의 전선 참여 강요는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헌병대는 선전활동을 끝냄과 동시에 주민들에게 징집 영장을 돌렸다.


국가의 부름에 예외 따윈 없었다. 헌병대의 협박으로 선전활동 장소에 강제로 나와야 했던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군적에 이름이 올라갔다.


헌병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민들을 곧장 전선으로 끌고 갔다. 주민들은 하루의 최소 반 이상을 포성과 총성이 빗발치는 지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것도 죽창 하나만 든 채로. 직접 전투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친 포화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전시(戰時)의 일상화는 주민들을 피폐함으로 가득 찬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언제 어디서 총알과 포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인생을 즐기기는커녕 비참하게 죽는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좌절감.


주민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비단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괴로움을 호소했다.


일상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안전한 방공호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일부 고위층뿐이었다. 이들은 제외한 나머지는 불안감 속에서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


그런 면에서 조선 해방군이 내세운 전략은 총독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된다고 볼 수 있었다.


조선 해방군은 기본적으로 총독부의 의도에 따라주지 않았다.


해방군은 총독부가 선전했던 것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대화 따윈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총독부의 호언장담과 다르게 해방군은 주민들과 최대한 소통하고, 그들의 안전에 신경 쓰고자 했다. 이는 해방군이 경성 전역에 뿌린 전단에 잘 드러났다.


‘조선 해방군은 출신과 관계없이 민간인 피해를 지양합니다. 아래 지역은 다음번 포격 대상 지역으로 지명된 곳입니다. 주민들께서는 해당 지역 출입을 최대한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다면 신속하게 대피하여주십시오. 후보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방군은 전단을 통해 주민들에게 포격 예상 지점을 몇 곳 알려주고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잿더미부터 만들고 보는 일본군과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주민들이 해방군의 말을 믿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뇌에 가까운 선전활동에 장시간 노출되었던 주민들은 해방군의 전략을 한동안 속임수로 받아들였다.


주민들이 해방군을 믿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 어떤 군대가 공격 지점을 미리 알려주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선 해방군은 전단으로 장담했던 말을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그대로 지켰다. 해방군은 전단에서 예고한 날짜와 시간대에, 그리고 언급한 후보지에 정확히 포격을 가했다.


혹시나 싶어서 포격 지점을 벗어났던 사람들은 그렇게 폭발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해방군은 일본군을 공격할 때처럼 무차별 포격을 하지도 않았다. 해방군은 최대한 신중하게 포격을 함으로써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전쟁을 빠르게 끝낼 의향이 있음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살인에 미친 집단이라는 총독부의 선전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행보였다.


‘조선 해방군은 전쟁을 오랫동안 치를 생각이 없습니다. 전쟁은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낳는 행위입니다. 특히 민간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우리 조선 해방군은 이러한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총독부는 총독부대로 해방군의 온건한 행보를 속임수로 규정하며 대응을 펼쳤다.


그러나 총독부의 조치는 주민들의 공감을 그리 많이 얻지 못했다. 주민들은 점점 더 강해지는 총독부의 감시와 통제를 힘들어했다.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총독부의 행보에도 딱히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늘부터 전단 줍는 거 걸리면 바로 감옥에 가둔다고 하던데?]

[감옥에 갇히기만 하면 다행이지. 아예 최전선에 내세운다고 하더라. 정신이 글러 먹은 사람은 전투를 직접 치르면서 정신을 차린다나 뭐라나.]

[그게 대체 뭔 소리야?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나? 정신력만 있으면 뭐할 건데? 이미 다 진 전쟁인걸.]

[그러게 말이다. 차라리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걸. 그럼 적어도 전후 걱정은 안 할 텐데 말이야.]


총독부는 헌병대를 시켜 주민들이 전단을 줍고 읽는지 읽지 않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게끔 했다.


전단을 읽다가 걸린 주민은 출신을 불문하고 헌병대의 심문을 받았다.


전단을 어쩌다가 손에 쥐게 되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헌병대는 그물에 걸린 먹잇감을 밑도 끝도 없이 반역자로 규정하고 교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최전선으로 보냈다.


물론 최전선이라고 보급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전쟁과 전혀 인연이 없던 민간인들은 아무런 관련 지식도 배우지 못한 채 죽창 하나만 쥔 채로 위장용 구덩이로 내몰렸다.


그리고 희생을 강요당했다.


[너희는 국가를 뒤엎으려는 무리에 동조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량이 넓으신 천황 폐하께서는 너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하사하셨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희는 그냥 땅에 뭔가 많이 떨어져 있길래 주워들었을 뿐입니다.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끄럽고 이거나 받아. 폭도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도록 해라. 너희가 먼저 달려나가지 않으면 폭도들이 너희를 통구이로 만들 것이다.]


***


총독부는 해방군의 선전활동을 막기 위해 별짓을 다 했다.


헌병대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시간만 어영부영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한 곳에 불러모았다. 그리고 국가에 봉사하는 정신을 길러준다는 명목 아래 전단을 거둬들이게끔 했다.


[모름지기 모범적인 황국신민은 떡잎부터 다른 법이야. 할당량을 채워오면 보상을 약속하마. 지금 빨리 가서 다 주워오렴. 오늘 저녁까지 끝내야 한다.]

[네~]


부모들이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자식이 아니었다. 국가의 소유물이었다. 헌병대는 강하게 항의하는 부모들을 반역자로 몰았다. 동시에 아이가 전단을 열심히 모으게 하는 동기부여의 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결국, 주민들의 하루는 이전보다 훨씬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은 어차피 그전에도 충분히 비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일본인들이었다. 기득권과 거리가 멀었던 대다수의 일본인은 노예에 가까운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이는 곧 지도층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으로 이어졌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이냐고. 이런 꼴이나 당하려고 조선에 이주한 줄 아나.]

[목소리 낮춰···! 헌병대에 끌려가고 싶어? 요즘 일본인을 더 잡는다는 이야기 못 들었어?]

[참··· 국가에 열심히 헌신하는 놈들이다. 개 같은 자식들. 그럴 거면 전쟁이라도 똑바로 치르던가.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건데? 그냥 항복하면 안 돼?]

[그게 여기서 이야기한다고 될 문제냐? 위에서 결단을 내려야 항복을 하든 말든 하지.]

[하··· 정말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빨리 고향이나 돌아가고 싶다.]

[몸 성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으면 목소리부터 낮춰. 내가 아는 사람은 저번에 너처럼 크게 떠들다가 최전방으로 끌려갔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총독부는 이러한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총독부는 주민들의 불만을 달랠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승부가 이미 정해진 것 같은데도 그랬다.


주민들은 당최 지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깨질 대로 깨진 마당에 대체 뭐가 아쉬워서 전쟁을 계속한단 말인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 대한 의구심은 철옹성 같았던 충성심의 붕괴로 이어졌다. 총독부에 대한 일본인의 신뢰는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변화의 물결을 잡아낸 이들은 총독부가 아닌 조선 해방군이었다. 해방군은 경성 곳곳에 퍼진 특전대원의 정보망을 통해 국가와 천황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알아차렸다.


주민들은 너무 익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과일과도 같았다. 그들은 몇 번 흔드는 것만으로도 땅에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


해방군의 항공기는 이에 맞춰 다시금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불만이 가득 쌓인,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는 주민들의 머리 위로 제안이 담긴 전단을 뿌렸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방송까지 내보냈다. 육성으로 전해지는 해방군의 제안은 쉽게 무시하기 힘든 것이었다.


[조선 해방군의 목표는 전쟁에 괴로워하는 민간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지, 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해방군은 여러분을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 없습니다.]

[비극을 피하고자 하는 자는 용기 있게 건너오십시오. 우리는 그대들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최대한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갈대처럼 변한 주민들의 마음은 해방군 인사가 일본어로 또박또박 원고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꺾어질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비단 민간인만 마음이 흘렸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징집 대상이라는 이유로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전선에 끌려온 젊은 장병들도 알 수 없는 감정에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조선 해방군은 이들을 상대로도 수차례 방송을 했다. 최후통첩이라 명명된 이 방송은 이전에 행해진 어떤 전단, 방송보다도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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