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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99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25 23:15
조회
1,559
추천
41
글자
12쪽

203화: 결전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3화: 결전 (2)


해방군이 최후통첩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총독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총독부는 조선 주둔군에게 사대문을 걸어 잠그고 무기한 농성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뒤로 물러나지 마라! 폭도들의 손에 경성이 넘어가게 해선 안 된다!]


일본군은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사방에서 긁어모은 병력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사실상 경성 시내 전역을 전장으로 삼은 셈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눈에 보이는 물자와 자원을 닥치는 대로 끌어모았다. 해방군의 공세에 맞설 무기를 단기간 대량생산하겠다는 명분으로 벌인 짓이었다.


하지만 말이 무기였지, 일본군이 제작한 물건은 무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들이 새로 제작한 무기 중에 총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무기랍시고 제작한 폐품은 옛 성곽을 지탱하던 석재와 기와집을 떠받치던 대들보를 잘게 쪼개서 만든 몽둥이였다.


일본군은 그렇게 만든 돌덩이와 나무 몽둥이를 총기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세상 어떤 정신 나간 군인이 전차를 상대로 돌과 몽둥이를 꺼내 들까? 병사들은 당황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장교들은 병사들과 생각이 다른 듯했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무기를 건네며 아무렇지 않게 헛소리를 내뱉었다.


[표정이 다들 왜 그러나? 총 들고 열심히 설친다고 한들 결국에는 백병전으로 승부를 지어야 하기 마련이야. 누가 됐든 총알이 떨어지면 돌도 던지고 몽둥이도 휘두르는 거라고.]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어. 우리는 군도까지 갖고 있으니까.]


머릿속에 상식이라는 개념이 눈곱만큼이라도 박혀 있었다면 무기를 받아 드는 대신 곧장 항복부터 해야 한다고 나섰을 것이다.


상대방이 갑자기 천재지변을 당하지 않는 이상 석기를 든 병사들이 전차를 부실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병사 중 자기 소신껏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일본군 지휘부는 단순히 세뇌만으로 병사들의 정신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었다.


24시간 경계 근무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자칭 피로 퇴치제에 절여진 병사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개중에도 이성을 잃지 않은 자들은 있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났음을 잘 알고 있었고, 조건을 따져서 협상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파는 경성 어느 곳에서도 세를 얻지 못했다.


천황과 국가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치는 광신도들로부터 총알만 선물 받았을 뿐이었다. 국가와 민중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살길만 찾으려 하는 천인공노할 반역자라는 주홍글씨는 덤이었다.


탕!

털썩!


[협상의 ‘협’이라도 입에 담았다간 바로 즉결처분당할 줄 알아라. 모두 잘 들어. 적과 맞서지 않고 도망치려는 자는 내 손에 죽는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죽을 각오로 싸우면 불가능한 승리도 얼마든지 이루어낼 수 있다. 대일본제국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외세의 침략을 허용한 적이 없었던 위대한 나라다. 그 쿠빌라이의 군대도 막은 게 우리란 말이다! 알았나?]


군부가 오랫동안 퍼뜨린 광기에 완전히 잠식당한 일본군 장교들은 별 근거도 없는 낭설을 사실인 양 포장하며 결사항전을 부르짖었다.


그들 사전에 후퇴란 없었다. 무조건이든 조건부든, 항복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죗값을 깔끔하게 치르고 전쟁을 끝내려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악에 받친 광신도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 일부 병사들의 발등에 권총을 쏘고 그들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적군의 총알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지옥문 앞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다.


[대일본제국은 신의 자손이 다스리는 나라다! 천황 폐하께서 건재하신 이상,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마라! 저들은 노예다! 노예에게 굴복하는 주인은 어디에도 없다! 수십 년간 짓밟히기만 했던 놈들이다! 밀어 붙어라! 누가 주인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주자!]


***


해방군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광신도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적어도 자기 눈앞으로 폭탄이 배달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탕!


[꽁무니부터 뺄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불령선인들은 네놈들 뒤꽁무니에 없어! 앞에 있단 말이야! 어? 내가 혼자 저승길 갈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앞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걸 어떡하란 말입니까? 제발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적군의 포격은 이미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강변에 있는 부대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못 보셨습니까?]

[뭐? 야 인마. 너도 죽고 싶어? 자식새끼한테 반역자의 핏줄이라는 멍에를 지울 셈이냐?]

[이게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야 이 또라이 새끼야. 네놈들 잎에서 지금 반역자라는 소리가 나오냐? 이길 가망도 없는 전쟁을 일으켜서 사람들을 지옥에 빠뜨린 게 누군데? 그만큼 당했으면 정신 차려야지. 언제까지-]


쾅!


결과적으로 결사항전은 허울만 좋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다.


성곽을 받치던 석재로 투척용 돌덩이를 만들든, 반달돌칼을 갈든 전차와 야포를 격파할 순 없었다. 격파하기는커녕 포격도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진지 곳곳에 쌓아놓은 돌덩이들은 해방군의 포탄에 맞음과 동시에 수십, 수백 조각으로 쪼개져 사방팔방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돌 던질 준비를 하던 일본군 장병들의 몸과 얼굴로 거칠게 돌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제아무리 약발로 단단히 무장했다고 한들 연약한 몸이 수많은 파편 조각을 견딜 순 없는 법이었다. 일본군 장병들은 뼈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대책 없이 폭발에 휩쓸려 나갔다.


조선 해방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일본군 진지로 진격했다. 전차 위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일본군 진지가 가시권에 들어옴과 동시에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다음 전차를 방패로 삼아 전방에 쉼 없이 총알을 퍼부어대며 전진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가지만 말고 주변도 잘 둘러보도록! 놈들이 진지만 구축했을 리가 없어. 분명 참호나 방공호 같은 것도 건설했을 거야. 여차하면 뛰쳐나와서 자폭하려고. 그러니까 잘 둘러봐.]

[예!]


병사들은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을 튼 채 난장판이 된 일본군 진지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백기를 든 이들은 높은 확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그다음 문제였지만, 적어도 시신 하나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을 일은 없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해방군이 예상한 대로 비밀 참호에 틀어박혀 동귀어진할 기회만 노렸던 이들은 시신을 남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해방군은 폭탄 장대를 들고 뛰쳐나올 기회만 노리는 참호 속 일본군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겨누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사대문 밖에 진을 친 일본군은 최후의 발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해방군은 막강했다. 그렇다고 교만에 빠져서 무리수를 남발하기라도 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해방군은 철저했다. 해방군은 일본군이 건설한 각종 군사시설을 토대까지 남김없이 파괴하고 저항 의지를 내보인 자들을 확실하게 제거했다.


일본군은 사대문 안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리를 끝까지 사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운 일본군이었지만, 정작 그 말을 지킨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곽으로 물러나! 해방군의 진격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지점에서 항전을 이어가야 한다! 어서 뒤로 물러나!]


일본군 지휘관의 총알은 뒤로 물러나는 자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의 몫으로 바뀌었다.


군인이라는 신분은 고사하고 폭도의 동포라는 멸시만 받으며 총알받이로만 쓰인 조선인.

천황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그간 살아왔던 인생을 모두 빼앗기고 끌려온 일본인 주민.

일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군인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무능한 지휘관의 총탄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폭도들로부터 도시를 수호하고 민중을 보호하겠답시고 나선 일본군이었지만, 정작 민중을 보호하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그러나 이런 일본군의 파렴치한 만행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사항전, 귀축영미를 부르짖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던 일본군 지휘관들은 해방군 저격수의 총알을 맞고 바닥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해방군은 누구처럼 적을 죽이고 적이 건설한 시설을 깡그리 부수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지 않았다. 해방군은 철저하게 일본군을 압박하는 만큼 일본군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구하는 데도 철저하게 힘을 기울였다.


[소대장님! 일본군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려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쏴 죽이고 있습니다!]

[개자식들. 죽을 거면 자기 혼자 조용히 죽을 것이지. 모두 정신 나간 광신도 머리부터 노리도록 해라. 항복 의사를 표명한 사람들한테는 총구를 겨누지 마.]


개중에는 항복한 자한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해방군의 전투 교리를 이용, 동귀어진을 벌이려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해방군은 이런 얄팍한 속임수에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동귀어진을 벌이려는 자들은 그다지 치밀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그들은 한눈에 봐도 자폭을 하겠다는 티가 너무 많이 났다.


[저기 수류탄 주렁주렁 매달고 내려오는 놈은 뭐야? 당장 쏴버려!]

[예!]


전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해방군은 미 해군이 야간 탐색 및 통신용으로 쓰던 헤드라이트를 성곽 곳곳에 비추며 계속 공세를 벌였다.


[일본군이 재정비할 시간을 줘선 안 된다. 놈들이 성곽을 버리고 도망갈 때까지 사격을 멈추지 마!]


수세에 몰린 일본군은 앞뒤 분간도 어렵게 하는 헤드라이트를 방패 삼아 날아오는 총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게다가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투가 계속 이어질수록 물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법이었다.


바닥을 드러낸 탄약 상자는 안 그래도 절망적이었던 일본군을 더 큰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일본군은 정말로 성곽에 있는 돌조각을 떼어가며 해방군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해방군은 당연하게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해방군 전차 부대는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만세 구호를 부르며 돌팔매질을 하는 일본군을 향해 가차 없이 포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성곽과 함께 통째로 날려버렸다.


[진입 통로 확보했습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기회를 노리려 할 테니 헤드라이트를 잘 쓰도록. 파괴당하지 않게 주의 잘하고.]


해방군은 진입로를 확보한 성곽 구역 주변까지 전부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에야 처음으로 쉴 수 있었다.


남대문이나 옛 서대문 자리에서 한바탕 공방전이 벌어지리라 예상했던 일본군 지휘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군 지휘부는 허겁지겁 해당 거점을 지키고 있던 병력에 해방군이 밀고 들어온 곳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명령은 제때 전달되지 못했고, 일본군은 해방군이 진입로를 새로운 공격 거점으로 건설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해방군은 단순히 경성 근교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해방군은 일본군이 별 거 아니라고 여겼던 경성 주민들 사이에도 틈틈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일본군이 가장 두려워했던 해방군 특전대원들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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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3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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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 203화: 결전 (2) +1 20.12.25 1,560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2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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