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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03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31 19:00
조회
1,543
추천
50
글자
12쪽

206화: 해방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6화: 해방 (1)


조선 총독부는 남산에 배치한 포병 부대에 나름대로 큰 기대를 걸었다. 총독부는 해방군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인명을 제물로 바치고자 했다.


[우리가 장난으로 남산에 포병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줘라. 옛 궁궐과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거리에 마지막 남은 포탄을 쏟아부어 보자고.]


하지만 총독부의 인신공양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선 해방군은 주민들과 병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남산 포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대성은 즉각 공군을 소집하고 명령을 내렸다.


[대공포 전력 하나 변변치 않은 것들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시겠단다. 조선신궁에서 머리통 박고 백기를 흔들어도 모자랄 마당에 말이지.]

[곱게 죽을 생각이 없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원대로 해주겠습니다.]

[놈들이 입도 뻥끗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다 없애버려. 어차피 신궁 짓는다, 포대 건설한다 하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 텐데, 아예 다 밀고 새로 개발하든가 하자고.]

[민족 해방이 걸린 문제인데 그깟 산등성이 하나 없어지는 게 중요하겠습니까? 일본군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조차 인지할 일이 없게끔 해놓겠습니다.]


경성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던 이들은 일본군이었지만, 정작 불바다로 변한 곳은 일본군 포병 부대가 주둔한 남산 일대였다.


애당초 항공 전력도 전부 상실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포탄을 퍼붓고 지옥에 떨어트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일본군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포병들은 남산 상공에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해방군 공군 앞에서 자포자기한 듯, 총구와 칼날을 자기 목으로 돌렸다.


그렇게 총독부가 비장의 카드라고 자랑했던 포병 부대는 조선신궁과 함께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총독부는 경성 주민들의 목숨으로 더 이상 장난을 칠 수 없었다. 경각에 달린 자기 목숨도 마찬가지였다.


남산 포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해방군은 여세를 몰아 총독부 청사와 조선 주둔군 사령부 공략에 나섰다. 해방군 보병 전투차는 맹렬한 기세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후의 발악을 벌이는 광신도들에게 총알을 몇 다발씩 안겨주었다.


어떻게 보면 결전이라고 일컬을만한 요소도 별로 없었다. 일본군은 일생일대의 결전에 임한다며 지겹게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본군은 해방군의 공세를 전혀 막지 못했다. 해방군 보병 전투차의 기관총이 불을 뿜을 때도, 전차가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낼 때도 일본군은 그저 무력하게 꽁무니만 내뺐을 뿐이었다.


제 딴에는 어떻게든 자존심을 지켜보겠다고 전략적 위치 재선정이라고 열심히 선전을 벌여댔지만,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선 병사들마저 해탈한 듯 쓴웃음만 지었을 뿐이었다.


[기발한 전략 같은 소리 하고 있다. 그렇게 기발하신 분들이 길목 하나 못 지키고 후퇴 명령만 내리고 앉아있냐?]

[더 따져서 뭐하냐?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이대로 가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어.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만 해.]


***


개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기 저하는 지속적인 병력 이탈로 이어졌다. 무능한 지도층을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이 없었던 병사들은 전장을 빠져나갈 기회만 호시탐탐 노렸다.


그러나 기회는 좀처럼 쉽게 찾아올 생각을 안 했다. 최후통첩에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로 마음먹은 해방군은 남은 일본군이 백기를 들 틈도 없이 거칠게 공세를 벌였다. 까딱 잘못 머리를 내밀었다가는 그대로 이마에 구멍이 나거나 머리가 달아나기에 십상이었다.


게다가 광신도나 다름없는 작자들은 어찌나 천황 수호에 집착하는지. 그들은 부족한 수면 시간까지 쪼개며 불온한 움직임을 보일 조짐이 있는 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어떨 때는 해방군을 감시할 때보다 더 엄격하게 행동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린 이 길목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여기가 무너지면 천황 폐하의 안위에도 큰 이상이 생긴다. 우리 몸을 불살라서 이 길목 일대를 불바다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적의 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알겠나?]

[······]

[그러니 각자 위치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도록. 용변이고 뭐고 간에 절대로 벗어나지 마.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란 말이야.]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병사들은 대놓고 반기를 들기에 이르렀다. 광신도들이 몸에 폭탄이란 폭탄은 죄다 두르고 거점 전역에 불을 지르려고 했을 때, 병사들은 광신도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총검을 내리꽂았다.


그렇게 내전 아닌 내전이 벌어진 곳만 해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지도층이 조건부 협상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지하에서 빌빌거리고 있을 때, 일본군은 목숨을 걸고 서로에게 총질했다.


결과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천황은 지키지 못하고 애꿎은 방어 거점만 적에게 갖다 바친 셈이었다. 덕분에 해방군은 별다른 희생을 치르지 않고 거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군은 해방군으로부터 어떤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또 밀렸다.


한쪽에서는 개죽음당하기 싫다면서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한쪽에서는 연락도 끊겨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전차 부대와 단독 면담까지 벌이고.


시작은 창대했을지도 모르나 끝은 그토록 비참할 수가 없었다.


조선 총독부 청사는 방어전을 벌이기 너무나도 불리한 곳이었다. 그 광신도들마저도 경성에서 가장 탁 트인 장소에 떡하니 놓인 총독부 청사를 보며 한숨을 내쉴 지경이었다.


인생 최후의 무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어졌다. 해방군은 전차와 보병 전투차를 앞세워 총독부 청사 주변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용산에 있던 조선 주둔군 사령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차이점을 하나 뽑자면 용산에 더 많은 일본군이 달려갔다는 점이었다.


병사들이 더 많이 몰려든 이유는 간단했다. 본토가 공습으로 폐허가 된 이후, 고위층을 위한 방공호 건설 부지로 선정된 곳이 바로 용산이었다.


***


지도부는 이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끝까지 버티다가 강제로 끌려나갈 것인지, 아니면 제 발로 기어 나와서 적의 요구에 응할 건지.


시간은 그다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지도부가 당연한 선택을 두고 또다시 뜸을 들일 동안, 해방군은 일제 식민 통치의 상징이었던 총독부 청사에 기관총 세례를 퍼부었다.


해방군의 공격에는 자비가 없었다. 정신이 이상해지다 못해 조선의 정기를 눌러서 해방군의 기를 꺾겠다고 헛소리를 내뱉던 광신도들은 남은 총알 하나 제대로 못 써보고 벌집이 되었다.


사방에서 포성과 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총독부 고위층들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회의실에 모였다. 소모전은 고사하고 하루 이틀 있다가 포승줄이 묶일 신세가 된다는 생각에 고위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총독 각하. 총독부 청사에 있던 부대마저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위에 있는 병력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망할···]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적의 요구를 수용하심이···]

[하···]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한숨뿐이요, 고민이 깊어질수록 죽는 병사 숫자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뿐이었다.


조선 총독부 청사는 원래 역사보다 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그때는 그래도 수십 년간 정부 청사다, 중앙 박물관이다, 하며 나름대로 대접을 받은 시절이라도 있었지, 해방군과 마주한 총독부 청사는 그럴 기회도 얻지 못했다.


[총독부는 끝내 항복 요구를 거부했다. 심지어 지금도 철저히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남은 방법은 놈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것뿐이다. 한 발도 남기지 않고 전부 갈겨라.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느끼게 해주자!]


해방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광신도들은 유례없이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을 방패 삼아 끝까지 저항을 벌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이어진 공세에 총독부 청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해방군 전차의 포탄이 청사의 돔을 완전히 박살 내버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사령관님. 적의 총격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안에서 버티던 인원 대부분 벌집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떻게, 청소 시작할까요?]

[그렇게 해. 저 상태로 그냥 다 무너져 내리면 인수인계 같은 게 전혀 안 될 테니까.]

[그럼 바로 병력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산 쪽은 어때?]


***


용산이라고 멀쩡할 리 없었다. 오히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


지도층이라고 뻗대고 있는 자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을 동안, 남은 광신도들은 만세 구호를 목이 터지라 외치며 해방군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몰골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본래대로였다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신체가 훼손될 일 없이 나름대로 위세를 부리며 조선인을 통제했겠지만, 광신도들이 새롭게 맞이한 현실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선 주둔군 사령부는 총독부 청사보다 조금 더 오래 버텼다. 하지만 먼저 함락당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였을 뿐, 본질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총독부 청사 내에서 벌어진 마지막 총격전은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싱겁게 끝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해방군에 맞서 정상적인 상태로 전투를 치를 인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해방군이 총독부 청사 정문을 박차고 들어왔을 때 저항한 이들은 약에 취해 고통을 인지하지 못했던 부상자가 대부분이었다.


약 기운만 아니었으면 십중팔구 부상을 버티지 못하고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비명횡사했을 터, 해방군은 총독부가 입장 표명을 할 새도 없이 청사를 완전히 장악했다.


총독부 청사 앞에 걸려있던 일장기는 거칠게 끌어내려 진 다음 기름에 절여진 채로 화형대에 올랐다.


경성 주민들은 더 이상 일장기를 볼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성이라는 명칭을 들을 일도 없었다.


대성은 해방군 지휘부와 함께 벌집이 된 총독부 청사 연단에 올라 조선이 일본 제국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조선 총독과 그 하수인들의 의중 따윈 필요 없었다. 그들은 대등한 관계로 협상을 논의할 수준도 아니었다.


해방군이 조선 주둔군 사령부를 잿더미로 만들고 총독부의 지하 방공호를 찾아냈을 때, 그들은 진짜배기 광신도와 생존 우선주의자로 나뉘어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 조선 총독은 남들 몰래 품고 다니던 수류탄을 터트려 자의 반 타의 반 단체 할복을 감행하려 했다.


죄 없는 해방군 젊은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던 조선 총독의 마지막 발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관이 저지함으로써 무위로 돌아갔다.


[좀 적당히 하십시오! 적당히! 그렇게까지 추잡하게 하고 싶습니까?]


조선 총독을 비롯한 지도층은 이후에도 역사의 피해자로 남아보고자 별의별 짓을 다 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옛 지도층은 한 명도 빠짐없이 포승줄에 묶인 상태로 총독부 청사까지 끌려갔다.


옛 지도층은 다 쓰러져가는 총독부 청사를 대신해 마련된 경성부청 항복 조인식 장소에서 힘없이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서명하는 데 조건은 따로 붙지 않았다. 무조건 항복이었다. 옛 지도층은 원래 역사와 달리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어떤 안전 보장도, 대접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은 뼛속까지 전범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던 일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복할 때까지 그동안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낱낱이 진술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일제의 통치는 종말을 고했다.


식민지 조선 따윈 없었다. 한반도의 적법한 정부요, 통치기관은 일본이 세운 조선 총독부가 아닌 조선인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정부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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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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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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