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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7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01 11:32
조회
1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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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글자
10쪽

프롤로그: 한강에서 지옥불반도 탈출을 외치다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프롤로그: 한강에서 지옥불반도 탈출을 외치다


술기운이 슬슬 물러나고 정신이 들 때쯤, 입안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입안을 도는 특유의 짭짤한 맛.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내 고향은 연탄재와 소주 냄새로 가득한 서울 달동네였지 바닷가에 자리한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왜 고향이라는 키워드가 자꾸 생각나는 걸까?


‘전투 수영···’


나는 곧 혀를 감도는 짭짤한 맛이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놈의 전투 수영···’


본능적으로 기억하게 되는 짭짤함··· 그것은 바로 내가 한창 물속에서 노닥거리던 시절,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던 군 복무 시절에 자주 맛보던 물맛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바다와 연을 끊은 지가 몇 년인데, 왜 그런 물맛이 느껴지는 거지? 그것도 강밖에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잠깐만 강이라면···!’


“커억! 꼬르르르···!”


나는 그제야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난 물속에 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더러운 강바닥으로 몸을 처박고 있던 것이다.


“크흡! 커어억!”


나는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있는 힘껏 움직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강물이 폐에 가득 들어찬 뒤였다.


“꼬르르르···”


붕어처럼 물거품만 열심히 만들던 나의 의식은 점차 흐려졌다. 하늘도 포기한 것일까, 깊은 어둠이 드리우던 나의 눈앞으로 지난 삼십여 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아··· 정말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었구나···’


솔직히 술 먹고 홧김에 자살한다는 생각은 여태껏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지나가는 세월을 보고 있자니··· 굳이 버틸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김대성(金大成)’, 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태어난 이 남자의 인생은 그야말로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 탄생의 축복도 받지 못한 그에게 세상은 온정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엄마도 없는 놈이 까불어!”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날 놀렸고.


“저놈 애미가 사고치고는 그냥 도망갔다지? 으이구, 몹쓸 년··· 책임질 자신 없으면 낳질 말든가... 쯧쯧.”

“애미만 문제야, 애비도 문제지. 나타난 적도 없다며.”


어른들은 내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욕했으며.


“아니, 대성이 할머니. 독립운동가 자손이라면서요."


"죄송합니다. 바로 내도록 할게요."


"독립운동가 집안이면 잘난 지원금이나 받아와 봐요. 월세 좀 제때 받아보게. 응? 남들 알아주지도 않은 독립운동한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월세방 주인은 외할머니께 모욕을 주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지만, 외할머니는 상처받은 티 한 번 내지 않고 꿋꿋이 견디셨다. 그러면서 나만큼은 위대한 독립운동가 집안에 걸맞은 자손으로 길러내고 싶다고, 그렇게 자랄 것으로 믿는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이 할미는 대성이 네가 독립운동가셨던 외증조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는 독립운동가 후손에 걸맞게 자라지도 못했고, 그에 맞는 혜택도 받지 못했다. 우리 집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분류는 이북에서 넘어온 실향민, 사회에서의 취급은 흙수저였다.


실향민 출신 흙수저.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타이틀이었다.


[대성이는 좋겠다. 학교 끝난 다음에 학원 갈 필요 없어서.]

[정말 학원 다닐 생각 없는 거야? 국영수라도 다니지. 그러다 대학 못 간다.]


나는 그렇게 흙수저 인생을 살았다. 남 놀리는 일을 재미로 알던 녀석들이 일류 대학을 다닐 동안, 나는 조건에 맞는 대학에 갔다.


그들이 온갖 수를 쓰며 병역을 회피하는 동안, 나는 외할머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파병을 갈 수 있다고 하던 해군에 지원했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내가 해외로 나가 있는 동안 돌아가셨다. 손자만 바라보고 살면서 정작 본인의 건강은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좀 풀리나 싶었던 나의 삶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책임질 가족도 가정도 없어진 나는 작은 유혹에도 쉽게 빠져들었다.


“대성아, 너 언제까지 우리 꼰대 밑에서 학습지 팔이나 하면서 살래?"


"준식아 말이 심하다..."


"그게 아니고. 이번 기회에 나랑 같이 크게 한몫 건져보는 거야."


"돈도 많은 놈이 한몫은 무슨."


"그게 내 돈이냐. 할부지 돈이지. 들어봐. 아주 죽이는 정보가 하나 있어."


친구는 주식 시장에 좋은 매물이 하나 있다고 알려주었다. 물론 나는 주식할 돈도 없었다.


“야 인마, 주식도 돈이 있어야 하지.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주식은 무슨.”


“거참, 강북 돌주먹일 때 깡은 다 어디로 사라지셨을까?"


"누가 들으면 애들 패고 다닌 줄 알겠다. 몇 번이나 싸웠다고."


"야, 옛날에 우리 ‘태산 이충의’ 할부지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아니?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다.’ 캬~"


"돈 없다니까 그러네."


"대성아! 이건 빚을 내서라도 잡아야 할 기회야. 우리 할아버지가 빨갱이 잡으러 목숨 걸고 만주에 가셨을 때처럼. 그 뒤로 이렇게 성공하신 거 아니냐."


“준식아. 정보 알려주는 건 고마운데···”


“대성아, 월세 보증금을 빌딩 한 채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정말 나 한 번 딱 믿고 투자해봐라."


"아니..."


"절대, 절대로 손해 볼 일 없을 거야. 지금까지 고생만 바가지로 했는데. 인제 그만 고생해야지. 안 그러냐?”


학창시절 친구는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어진 나를 감언이설로 꼬드겼다. 인제 그만 고생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한 마디...


그 한 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나는 결국 꼬드김에 넘어가고 말았다.


[또다시 조직적 주가조작. 제2의 XX 사태 일어나나··· 개미들은 어떡하라고.]


물론 친구는 자기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친구가 속한 작전 세력의 훌륭한 자금줄이 되었다.


주동자들이 웃으면서 살며시 빠져나갈 동안,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빚더미에 올랐고 친구놈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나에게 남은 거라곤 팔다 남은 학습지 재고와 내일부터 줄기차게 날아올 빚 독촉장뿐이었다.


'흙수저면 흙수저답게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미련한 놈.'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던 조상들이 그랬듯이 당하고만 살았던 나는 당신들처럼 젊은 나이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당신들은 하소연할 가족이라도 있었겠지. 난 어디 가서 한풀이도 못 하고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만 마셨다.


“꼬르르르··· 커··· 커헉···”


그다음에는 뭐··· 어두운 강바닥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술 먹고 홧김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진 않는다.


수없이 짓밟히면서도 꿋꿋이 살아갔던 당신들처럼, 외할머니처럼, 나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 걸 어떡하랴.


어쩌면 지금 빨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태로 버텨봐야 인생만 더 고달프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가정을 꾸려봐야 나와 같은 불행한 인생을 대물림하게 될 것이다.


“······”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이제 정말 끝이다. 불행과 불운으로 가득했던 인생, 마지막까지 한심했던 내 인생의 불빛은 서서히 꺼져갔다.


‘그나마 외할머니가 알지 못하셔서 다행이네··· 이제 어떻게 되려나··· 지옥으로 가려나?'


'아니야, 인제 와서 그게 뭔 상관이야. 지옥으로 가든 동물로 태어나든 상관없어···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이다음에는······’


적어도 이다음에는 헬조선 같은 곳에 있지 않기를 바랐다. 지옥, 내세, 환생··· 뭐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 그냥 대한민국만 아니기를 바랐다···


“······”


곧 의식이 없어지고 몸이 축 늘어졌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의 어느 날, 대한민국 국민 김대성은 그렇게 한강 속에서 최후를 맞았다.


***


“흐흐흑···”


‘······’


“흐흐흑, 흐흑···”


‘으··· 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흐흑··· 흐흐흐흑···”


‘우, 울음소리? 잠깐만, 나 설마 살아있는 거야?’


언제부터였을까?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흐흑··· 어떡해···”


그와 함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대성의 의식도 서서히 돌아왔다. 아직 눈을 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대충 어떤 소리가 나는지 분간할 순 있었다.


그때였다.


“야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네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거 조용히 좀 해라. 시끄러워 죽겠네."


"하늘이 무섭지도 않더냐? 우습게 보이더냐? 이 버러지만도 못한 오랑캐 놈들아!!!”


“허허. 거 노인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이가? 요즘 누가 오랑캐라는 말을 쓰노? 내 동상들 듣기 섭섭하게. 야들 기분 나빠하니까, 이쯤에서 그만하입시다. 에?”


“이 후레자식 같은 놈이! 사람을 죽여놓고 뭐라고? 이 천벌을 받을 것들아. 너희 마적놈들하고 왜놈하고 다를 게 대체 뭐란 말이냐!”


“참나, 노인네가 노망이 들었나."


"말짱하다 이놈아!"


"내 저번에도 분명히 말했을낀데, 마적이라 하지 말라고. 대단(大團)이라 부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명색이 같은 조선 사람인데 어떻게 왜놈하고 비교할 생각을 하시나? 어!”


-우당탕!-


한바탕 물건이 엎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대성에게 중요한 것은 바깥에서 벌어진 난리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마적? 오랑캐? 조선···?’


자신이 어디서 깨어났느냐는 것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상상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4월 8일 공지> 

문장을 좀 수정하였습니다. 내용은 수정하지 않았어요. 


<연재 공지>

연재 시간은 오전 8시 또는 오후 12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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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3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50 0 -
210 후기 +24 21.01.04 1,560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3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8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9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2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8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60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1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2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0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7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8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70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6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0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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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3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6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4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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