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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1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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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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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
추천
45
글자
13쪽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조선 해방군은 낙동강 전선에서 일본군과 크고 작은 전투를 계속 벌였다.


전투는 치열했다. 적어도 일본군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들에게는 출구가 없었다. 부산까지 넘어간 이상 고국에 무사히 돌아갈 확률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 마디로 패배하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했다. 민간인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죄로 재판에 넘겨져 교수대로 끌려가든, 늙어 죽을 때까지 반노예 생활을 하든 말이다.


그래서 일본군은 전투를 더 치열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 최전선에 선 이등병, 총독부 지하 벙커에 틀어박힌 고위층 가릴 거 없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조선 해방군과의 전쟁은 단순히 국가의 위신이나 안위만 걸린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나 천황 같은 거창한 명분이 달리기 이전에 그들 자신의 생존의 걸린 문제였다.


그러나 장병 개개인의 절박한 심정과 관계없이 전선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더 안 좋아졌다. 해방군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일본군을 쉼 없이 몰아세우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해방군은 낙동강 전선에 오래 머물 생각도, 전쟁을 오래 끌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해방군은 당장에라도 일본군을 짓밟고 경성으로 올라갈 것처럼 맹렬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은 잦은 포격과 폭격의 여파로 인원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일본군과 달리 병력 규모도 특별히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듯했다.


총독부는 조선 해방군이 부산 지역을 경성 공략의 새로운 교두보로 삼았다고 짐작했다. 동시에 결호선 돌파를 포기하고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고 결론 내렸다.


적이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온 마당에 도움도 안 되는 옛날 전략만 계속 고수할 순 없는 법.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은 해방군의 행보에 맞춰 다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라 각 거점에 배치된 야전 부대 역시 새로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있으면 총독부에서 주둔지를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올 거다. 어디로 갈진 굳이 말 안 해도 알 거야. 괜히 시간 낭비할 생각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놓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부대장님.]


총독부는 결호선에 집중된 야전 병력을 낙동강 전선에 재배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부하 장병이 총독부의 판단과 명령에 따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야전 부대장과 참모 장교들은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구태여 지금 당장 병력을 낙동강으로 내려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적의 움직임을 더 지켜본 다음에 명령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명령을 재고해주십시오. 섣불리 결단을 내려선 안 됩니다.]


반대파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 조선 해방군이 속임수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결호선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놈들이 결호선에 땅굴을 파서 내려온다고 굳게 믿고 있을 때, 놈들은 바다를 타고 내려와 부산부터 공략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몇몇은 아예 해안 방어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해상관문이 방어의 부재로 순식간에 넘어간 것을 언급하며 주요 도시와 인접한 항구의 방어 병력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애당초 주력 부대가 버티고 있기만 했어도 부산이 그리 쉽게 넘어가진 않았을 겁니다. 조선은 삼면이 바다입니다. 웬만한 주요 도시들은 그 자체로 항구이거나 항구를 관문으로 끼고 있어요. 놈들은 어쩌면 또 다른 상륙 작전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비해야만 해요.]


일부는 그 일본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선견지명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주장하는 주체의 지위, 다시 말해, 계급과 직책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런 주장을 한 장교 대부분은 실무진, 그것도 한창 현장에서 구르고 구를 젊은 나이의 실무진이었다.


같은 계급의 사병조차 입대일 며칠 차이 나는 것으로 서열을 따지는 경직된 체계 아래서 계급도 안 되고, 임관 일자도 한참 밀리는 실무진의 의견은 특별히 힘을 얻을 수 없었다.


실무진의 의견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휘부, 다시 말해 총독부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은 해방군이 상륙작전을 다시금 벌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총독부가 생각한 해방군의 상륙작전은 공세를 위한 새로운 교두보 확보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위 관계자들은 이를 반영한 야전 부대 지휘관들의 의견을 한 귀로 흘려버렸다.


[놈들은 이미 경성 진격에 필요한 거점을 마련했어.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상륙 작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놈들이 위험을 무릅쓸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과 같은 해안 방어 체계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할 겁니다. 제 부하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 게 아닙니다.]

[허무맹랑하기보다는 그냥 사태 파악 자체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일 테지. 불령선인들은 지금도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어. 병력도 늘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고.]


결국, 총독부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낙동강 전선을 어떻게든 사수하는 것이었다.


‘낙동강 전선이 뚫리면 경성도 뚫린다. 그 말인즉슨 낙동강을 최종저지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방 부대는 지금 즉시 주둔지를 낙동강 전선으로 옮기기 바란다.’


총독부의 지침은 위와 같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총독부가 가정한 변수 역시 결호선이라는 일정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젊은 장교들의 의견은 일본군 특유의 서열 체계 아래 현명하지 못한 판단으로 치부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린 사람들은 서열이 낮은 실무 장교들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의 위장 전술에 보기 좋게 말려들어 조직 전체의 명줄을 앞당기고만 고위층 자신이었다.


조선 해방군은 땅굴을 통해 기습적으로 남침할 생각도, 경부선을 타고 북진할 계획도 없었다. 수많은 일본군 포로를 동원한 대규모 토목 공사와 신병을 앞세운 낙동강 전선 형성은 마지막 결전을 위한 전야제에 지나지 않았다.


남포항에 집결한 해방군 정예 병력은 철저한 보안 아래 최종점검을 마쳤다.


거창한 출정식이나 비장미 넘치는 연설 따윈 없었다. 대성은 굵고 짧게 끝내자는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조용히 출정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는 낙동강 전선에서 한창 일본군을 몰아붙이던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각 부대는 민간인 소개를 마침과 동시에 신속하게 철수하기 바란다. 놈들이 부산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게끔 최대한 배려할 수 있도록. 그럼 서울에서 보자. 이상.]


***


낙동강 전선에 배치된 해방군 부대는 대성의 명령을 받기 무섭게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해방군은 일본군 병력이 증원될 시기에 맞춰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불령선인들이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째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같더니. 그래, 급하게 먹으면 반드시 체를 하는 법이지. 놈들에게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어선 안 된다. 계속 몰아붙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절망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 한 줄기를 접한 일본군은 기회를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했다. 일본군은 사병, 장교 가릴 거 없이 한마음이 되어 공세 속도를 높였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쳐선 안 돼! 나중에 평생 조선놈들 뒤처리나 하는 신세가 되고 싶나?]

[아닙니다!]

[그래. 주인이 노예가 될 순 없는 법이지.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자. 누가 노예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자!]

[와~!]

[모두 돌격! 천황 폐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해방군의 패퇴 소식은 총독부 지하 벙커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공세 명령을 내렸다. 더불어 낙동강 전선에 파견되는 병력의 규모를 배로 늘렸다.


[결국, 놈들도 한계를 맞이한 거야.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재배치 병력을 더 늘리도록 해라. 이 기회에 무조건 항복 따윈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야전 부대에 공문을 발송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일본군은 압박을 이어 나갔고, 자취를 감췄던 부산 탈환론도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일부 강경파 장교들은 한반도 남부에 한정해 식민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술 더 뜬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군이 부산 탈환 계획까지 세운다는 것은 곧 그만큼 많은 병력을 낙동강 이남에 투입했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유사시 경성에 신속하게 파견할 지원 병력,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에 대응할 인원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했다.


***


조선 해방군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애당초 놓칠 수가 없었다. 일본군의 병력이 분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성은 일본군의 병력 이동 정황을 포착하기 무섭게 해군에 출항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사전에 합류한 미 해군과 함께 곧장 인천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남포와 인천의 거리는 나진, 부산 간 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상륙함과 상륙정에 몸을 실은 해방군 정예 장병들은 항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앞바다와 그 앞에 자리 잡은 여러 크고 작은 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령관님.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최전방 비행장에 연락해서 정찰기 바로 띄우라고 해.]


대성은 바로 상륙 명령을 내리지 않고 정찰기가 보고를 전할 때까지 기다렸다.


인천 지역에 갑작스레 나타난 조선 해방군 항공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인천 지역에 발도 붙이지 않았던 해방군 공군은 밀린 숙제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학생이라도 된 것인 양, 인천부와 주변 섬 상공을 바쁘게 날아다녔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장병이라면 이를 당연히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전선에 나간 이들과 다르게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해안 진지의 일본군은 간만에 일거리를 얻은 사람처럼 상부에 해방군 공군의 출현을 보고했다.


[해안 진지에서 보고 드립니다. 적 항공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현재 상공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정찰 목적으로 온 것 같은데··· 솔직히 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아, 들리십니까? 인천항에서 보고 드립니다. 적 정찰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인천항 상공에 출현했습니다. 공습하려는 기미는 없어 따로 경보를 발령하진 않았습니다.]

[해안 포대에서 보고 드립니다. 적 항공기가 나타났습니다. 폭격기는 아닌 듯합니다. 특이 상황 발생 시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어느 부대에서도 이들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항공기의 정찰이야 사실상 늘 있는 일이었고, 주요 전선에 나타난 정찰기라면 모를까, 별것도 아닌 지역에 나타난 정찰기 몇 대 잡겠답시고 대공포탄을 낭비하는 일은 거의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해방군 정찰기에 대한 보고를 올린 병사 중 특이 상황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정찰기가 자기 할 일만 마치고 바로 돌아가리라 생각했고, 한참 뒤에 다시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병사들이 정찰기를 다시 볼 일은 없었다. 정찰기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은 또 다른 조선 해방군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며 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폭탄과 함께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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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9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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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6 45 12쪽
»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2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2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4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6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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