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98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16 23:56
조회
1,672
추천
43
글자
12쪽

198화: 최후통첩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8화: 최후통첩 (1)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제2차 세계 대전도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이는 곧 어느 한쪽의 패색이 짙어졌음을 의미했다.


승기를 잡은 진영은 원래 역사와 같았다. 연합국은 전역(戰域)과 관계없이 추축국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반도 전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선 해방군 역시 경성 근교에 거점을 마련하고 일본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갔다.


일본군은 규모가 작은 포격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병사들은 포성이 들릴 때마다 몸을 숨기기 바빴으며, 장교와 부사관들은 그런 병사들과 매번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간부라고 해서 딱히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무능하게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분과 관계없이 일선 장병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일본군은 모든 면에서 해방군보다 열세였다. 무기, 물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었다.


승부는 이미 정해진 듯했다. 아무리 봐도 일본군이 전세를 뒤집을 것 같진 않았다. 조선 총독부는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면 역전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총독부의 선전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한 전망은 일본군이 병력을 증원한 다음에도, 경선 근교까지 진출한 조선 해방군의 공세가 이전보다 조금 줄어든 다음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역전의 기회가 왔다고 떠들어대는 집단은 총독부가 유일했다.


그리고 현실은 주민 대다수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총독부는 해방군의 공세가 약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해방군이 한계를 맞이했다고 박수를 쳤지만, 이는 편협한 시각이 빚어낸 착각에 불과했다.


고점에 오른 해방군에게 한계 따윈 없었다. 해방군이 공세 수위를 낮춘 것은 보급이나 병력 동원에서 한계를 맞이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처럼 광기에 물든 집단이 아니었다. 해방군은 민간인을 소모성 전시 물자로 여기지 않았다. 적에게 붙잡힌 동포를 무능한 인간, 아군에 폐만 끼치는 만고의 역적으로 몰아세우지 않았다.


총독부가 다른 고장의 주민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고 각 전역에서 경성으로 병력을 불러들이고 있을 때, 해방군은 일본군이 인간방패로 쓰려고 강제 동원한 동포를 구출하고자 했다.


해방군은 총독부가 경성 방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공세를 늦춰주었다. 그리고는 총독부가 미끼를 물고 늘어진 사이 결호선 지뢰밭 한가운데 갇혀 있던 동포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모두 준비됐나? 우리 임무는 지뢰 지대에 갇힌 동포를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다. 적 진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감시 인력부터 제거하도록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 경로 확보해.]


결호선의 범위가 작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동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해방군은 최대한 많은 동포를 구출하고자 했다.


덕분에 총독부는 나름대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결호선까지 넘어간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지만, 어쨌든 경성 방어선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된 것은 큰 호재였다.


그리고 크게 보자면 인질 몇 명 잃는다고 해서 특별히 타격받을 것도 없었다. 인질이야 얼마든지 새로 만들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경성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언제나 한반도의 중심지였다. 총독부는 조선 해방군이 수많은 인질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세를 벌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전세가 기울어졌다고 해서 한쪽의 승리가 무조건 확정되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총독부는 선전 활동을 이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벌였다. 총독부는 거의 매일같이 내선일체, 황국신민을 부르짖으며 조선인을 일본인과 동등하게 여긴다고 떠들었다. 더불어 동등한 권리를 가진 만큼 동등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말도 노골적으로 갖다 붙였다.


[일찍이 제국 정부는 1억 총옥쇄를 천명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1억이란 단순히 일본인으로 태어난 사람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인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 식민지인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경성에 거주하는 모든 조선인은 들어라! 조선 총독부는 단순히 일본인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 일본인과 같은 지위를 지닌 조선인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 조선인을 위한 기관이다!]


[명심해라! 총독부가 무너지면 조선도 무너진다. 그리고 조선이 폭도들의 손에 무너지는 날, 조선인, 일본인 할 거 없이 모두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모두 무기를 들고나와라! 무기를 들고 전선에 서라! 총이 없어도 상관없다! 의지만 있으면, 겁먹지만 않으면 맨손으로도 오합지졸 폭도를 제압할 수 있다! 선두에 서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 황국신민으로서 천황 폐하의 은덕에 보답하자!]


조선 총독부는 경성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징집 영장을 돌렸다.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상관없었다. 군 경력이 없는, 앞으로 쌓을 일도 없을 사람에게도 평등하게 영장을 돌렸다.


천황, 황족, 고귀한 지도층부터 섬겨야 한다는 사상을 숭배하는 집단답지 않게 총독부는 유독 평등을 강조했다. 총독부는 마음에도 없는 평등을 내세우며 경성에 거주하는 모든 민간인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최전선에 내세우고자 했다.


총독부가 노리던 목표는 오직 하나, 연합국을 조건부 합의가 존재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었다.


연합국이 일본 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조건 없는 항복이었다. 연합국은 일본 정부와 여러 조건을 따지고 협상문에 적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조선 해방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연합국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든 조건부 합의를 할 작정이었다.


조선 총독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당초 일본 정부와 한몸인데 다른 노선을 탈 이유가 어디 있었겠는가? 활동 영역이 달라도 사실상 같은 몸이나 다름없으니 하는 행동도 당연히 같을 수밖에 없었다. 1억 총옥쇄는 이러한 명분 아래 나온 버티기 작전이었다.


그뿐이랴, 조선 총독부는 해방군을 연합국의 일원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해방군을 여전히 미군의 사주를 받은 폭도 집단으로 보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해방군 관계자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섞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총독부 관계자들은 총알이나 포탄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지하 방공호 안에서 끊임없이 선전을 내보내고 경성 주민들을 전장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조선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끌면 본토 공략도 쉽지 않아질 터, 총독부는 나름대로 일이 잘 풀려간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착각에 불과했다. 아니, 착각이라는 표현도 부족했다. 사실상 망상이나 다름없었다.


조선 총독부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총독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민심이었다.


경성에 사는 주민들은 오랜 전쟁에 지쳐 있었다. 해방군과 직접 마주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생활이 피폐해진 것은 훨씬 오래전 일이었다.


일본인 주민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선전과 선동에 속는 것도 한두 번이었다. 주민 중 전쟁에서 이기리라고 생각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주민들은 도리어 총독부의 뒤가 없는 전략을 불길하게 여기기만 했다. 그래, 조선인을 인간방패로 삼아서 조금 더 오래 버틴다고 치자.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전혀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전세를 뒤집는 건 고사하고 더 안 좋은 결과만 초래할 것 같았다. 만에 하나 조선 해방군이 동포의 희생을 감수하고 그대로 밀고 들어온다면? 그리고 그 책임을 일본인 주민에게까지 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했다. 협상한다고? 협상에 참여할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민간인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날이 갈수록 종잡을 수 없이 몸집을 불렸다. 해방군의 포격이 있을 때는 더했다.


주민들은 전쟁이 최대한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그들은 뭔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예전과 다른 삶을 위해 조선으로 이주해온 것이었지, 군인들의 방패로 삶을 마치려고 조선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총독부는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읽는 건 고사하고 기류의 움직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주민들 속에서 총독부는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같은 소리만 반복해서 외쳤다.


주민들의 마음을 파악한 것은 오히려 조선 해방군이었다. 주민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 있던 특전대원들은 주민들의 동향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세세하게 기록했다. 그다음 해방군 지휘부에 가감 없이 전달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고조에 다다르고 있음. 국적과는 관계없는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음. 일본인이나 조선인 동포나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음. 총독부가 내린 총동원령에 대해서는 몹시 부정적임.’


‘총독부에 대한 불만 역시 많이 커짐. 주민들은 군인과 경찰의 눈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총독부 비판으로 시간을 보내기 바쁨. 이 역시 국적을 가리지 않음.’


‘비단 주민들만 총독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 군인과 경찰도 전쟁에 많이 지친 게 보임. 자기 목부터 먼저 날아갈까 봐 두려워 딱히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을 뿐.’


해방군은 단순히 물리적 공세에만 힘을 쏟은 것이 아니었다. 경성 내의 상황과 민심을 파악하는 데도 집중했다.


총독부는 최후의 발악으로 휘하의 모든 군인과 민간인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자 했다. 그만큼 많은 희생을 강요해서 해방군의 공세를 끊고 전후 안위를 보장받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해방군은 총독부의 농간에 놀아갈 마음이 없었다. 민심을 잃은 정권,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은 무슨 짓을 벌이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법. 해방군은 일본군에 대한 물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면서 동시에 심리적인 압박까지 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압박이라기보다는 회유나 권유에 가까운, 아니, 일종의 충고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다.


해방군은 정해진 시간마다 경성을 향해 항공기를 띄웠다. 그리고는 대공 수단이 마땅히 없는 경성 상공을 따라 날아다니며 경성 구석구석에 전단을 뿌리도록 했다.


전단은 기본적으로 총독부의 항복을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전단에 적힌 문구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총독부 고위 관계자들은 어차피 지하 방공호 구석에 처박혀 있으므로 전단을 접할 일도 거의 없을 터, 설사 그럴 기회가 있더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가져갈 게 분명했다.


해방군이 뿌린 전단은 겉으로는 총독부의 항복을 종용하는 여느 평범한 선전물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해방군이 원했던 진짜 독자는 총독부 관계자가 아닌 경성에 거주하는 모든 일반 주민이었다.


공습인 줄 알고 숨기에 바빴던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한겨울 눈발처럼 셀 수 없이 많이 떨어진 해방군 전단을 하나둘씩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각자의 언어로 조심스럽게 읽었다.


[우리 조선 해방군은 민간인의 희생을 원치 않습니다. 국적과 출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현재 신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항하십시오. 총독부의 희생양이 되지 마십시오. 그들이 당신을 옥죄려 한다면 빠져나오십시오.]


[조선 해방군은 당신들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를 믿고 총독부의 손아귀를 빠져나오십시오.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3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4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200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8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3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50 0 -
210 후기 +24 21.01.04 1,560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3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8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9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2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8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60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2 41 12쪽
»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3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0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7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8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70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6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0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2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3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6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4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4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