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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26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1.19 14:00
조회
1,984
추천
47
글자
12쪽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조선 해방군은 단숨에 해변을 장악하고 일본군을 뒤쫓았다.


일본군의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함포사격은 일본군이 맞이한 시련 중 일부에 불과했다. 조선 해방군은 전투를 길게 끌 마음이 없었다. 대성은 아예 일본군과 대치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고자 했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부산에 왔다. 놈들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마라. 방어선을 구축할 기회든, 인질극을 벌일 기회든 뭐든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놈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확실히 박살 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해방군 공군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기동성을 바탕으로 일본군을 압박했다. 요란하게 돌아가는 프로펠러 소리는 일본군의 두려움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급하게 진지 공사를 벌이던 일본군은 상공에 뜬 항공기를 발견하기 무섭게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비상! 비상! 하늘에 적 항공기가 나타났다!]

[빨리 도망쳐!]


조선 해방군 공군은 일본군을 밑도 끝도 없이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조선 해방군 공군은 조금씩 모습을 갖춰나가던 진지와 포대 위로 폭탄을 퍼부었다.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일본군에게 작별 선물로 총알을 몇 다발씩 안겼다.


[정찰 결과 동포로 추정되는 적군 병사는 없다고 판명되었다. 그 말인즉슨 놈들을 처단하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사살해라.]

[적 병력 상당수가 현재 공격 지점 인근 숲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그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 그 자식들도 다 손 봐줘야지. 그대로 도망치게 놔두면 분명 우리 동포를 인질로 삼으려 할 거야.]

[높은 확률로 그러겠죠.]

[사령관님은 놈들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말라고 지시하셨다. 모조리 처리하자고. 한반도 어느 곳에도 머물 공간이 없게 느끼도록.]

[알겠습니다.]


조선 해방군 공군은 일본군이 숨어든 숲에도 폭탄을 떨어트렸다. 숲은 나름대로 몸을 숨기기 괜찮은 장소였지만, 안타깝게도 폭격을 피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쾅!


[으악!]

[모두 나무에서 떨어져! 가까이 붙어 있다간 파편에 맞는다! 고슴도치 되기 싫으면 최대한 멀리 떨어지도록 해!]


쾅!


[크헉!]


폭탄을 머금은 나무는 흉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군을 에워싼 나무들은 폭탄을 맞음과 동시에 천지가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파편을 뿌렸고, 파편은 크기와 관계없이 일본군의 살점을 깊게 파고들었다.


일본군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폭탄은 물리적인 충격은 물론, 고온의 열기도 내뿜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무만큼 열기에 잘 반응하는 물질도 없었다. 폭격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냈고, 불길은 파도와 같은 기세로 먹잇감을 빠르게 집어삼켰다.


***


일본군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살아남고자 하는 자는 기를 쓰고 숲을 벗어나야 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요, 상황에 맞는 판단이었다.


일본군은 비처럼 쏟아지는 나무 파편과 불길을 피해 쉴 새 없이 달렸다. 그들에게는 멀쩡한 기관총을 챙길 시간도, 소중한 탄약을 챙길 여유도 없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총과 총알은 아무런 존재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


사지에 갇힌 일본군의 목적은 오직 하나, 죽음이 드리운 숲을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조선 해방군 공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일본군은 장교, 사병 가릴 거 없이, 선임, 후임 가릴 거 없이 각자도생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목숨을 건 항전이나 명예로운 죽음 따윈 없었다. 오직 생존, 생존만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본군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조선 해방군 공군은 위기에 처한 일본군을 노린 유일한 세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뛰어난 기동성을 지닌 유일한 세력도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 기갑 부대는 해운대에 발을 디디기 무섭게 공군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본군의 경로를 추적했다. 숯덩이 신세를 간신히 면한 일본군은 어렵사리 탈출극을 찍은 게 무색하게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적 전차와 마주해야 했다.


결국, 일본군은 절망적인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한 눈빛으로 숲에 포신을 고정한 전차를 힐끗힐끗 보았다. 연사력도 형편없는 총으로 대항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병사들은 절망이 한껏 묻어나는 목소리로 상관에게 말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망한 것 같은데··· 어떡할 생각이십니까?]

[혹시 계획 같은 거 세우셨습니까? 저희가 가진 무기로는 뚫기 힘들 것 같은데요···]


상관의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하나는 현실을 직시한 답변이었고,


[여기서 더 발버둥 쳐봐야 우리 명줄만 재촉할 뿐이다. 이 전쟁은 이미 끝났어. 우린 패배했다. 항복하자. 총 버려라.]


나머지 하나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대일본제국의 군인은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다. 모두 수류탄 꺼내. 수류탄 한 개는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지만, 수류탄 여러 개가 모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안 그런가?]

[······]

[가자. 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천황 폐하의 자랑스러운 황군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자! 모두 날 따라오도록!]


무의미하게 삶을 마감하기로 한 일본군은 고함을 지르며 전차에 달려들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동귀어진을 택한 일본군은 무쇠도 씹어먹을 것 같았던 결의가 무색하게 허망한 최후를 맞이했다. 자살 돌격을 지겹게 보았던 전차 베테랑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


대세를 거스른 결단과 어설픈 전술, 안 하느니만 한 행동은 비참한 결말을 초래했다.


자살 돌격을 벌인 일본군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천황 만세를 외치며 전차에 달려들었던 일본군은 전차 근처에 접근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벌집이 되었다.


조선 해방군은 그런 일본군을 보며 질린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일부는 처참한 광경을 수십, 수백 번 봐야 하는 현실에 화가 치밀었는지 바다 쪽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놈의 천황이 대체 뭐길래. 진짜 동경으로 쳐들어가서 천황을 잡아 족치든가 해야지.]

[지도자 한 명 잘못 만나서 참··· 비참하구먼. 어떻게 보면 불쌍한 놈들이야. 그렇다고 봐줄 필요까진 없지만.]


항복을 택한 일본군은 양손에 포승줄이 묶인 채 해변으로 끌려 나왔다. 포로가 된 일본군은 명부 작성을 마치기 무섭게 공구를 들고 자기들이 한때 노예처럼 부렸던 조선인의 인부 노릇을 해야 했다.


[모두 잘 들어라. 너희는 종전 선언이나 협정이 있을 때까지 포로 신분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고향에 무사히 돌아가고 싶으면 우리 지시에 잘 따르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다만 모든 일본군이 포로나 불귀의 객이 된 것은 아니었다. 폭격을 피해 숲으로 도망쳤던 일본군 중에는 조선 해방군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본진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사지를 탈출한 병사들은 몸 이곳저곳에 묻은 숯검정도 지우지 않은 채 지휘소로 달려들어 갔다. 그리고 지휘부 누구도 듣기를 바라지 않았던 절망적인 소식을 몸소 전해주었다.


[속···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폭격에 휘말려 죽었을 겁니다. 나머지는 붙잡혔을 테고요.]

[빌어먹을! 불령선인들은? 그놈들은 지금 계속 진격하고 있는가?]

[도로로 다니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철수하는 내내 계속 엔진음을 듣긴 했습니다.]

[그것들이 우리 전차일 리는 없잖아. 결국, 계속 진격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야.]

[그··· 그럴 겁니다···]


상륙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최소한의 대비 시간을 확보하는 것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문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더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부산을 덮은 마른하늘에서는 벼락이 여러 번 쳤다. 게다가 그중 하나는 실제 벼락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소속 불명의 항공기가 부산 시내로 접근 중! 다수 접근 중임!]

[이 멍청아! 지금 같은 상황에 소속 불명이 어디 있어! 우리 소속 아니면 전부 적이지!]

[죄송합니다!]

[시끄럽고. 어서 경보 울려! 비상! 적 항공기가 나타났다! 적 항공기가 나타났다!]


조선 해방군은 부산 주둔군과 오랫동안 전투를 치를 생각이 없었다. 조선 해방군 기갑 부대는 도로를 따라 곧장 부산 시내로 향했고, 공군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 병력 집결지를 찾았다. 그리고는 연병장에 모인 일본군의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트렸다.


[폭격이다! 피해!]


쾅!


조선 해방군 공군의 폭격은 부산에 자리 잡은 모든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한때 일본군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여겨졌던 욱일기는 죽음을 청하는 신호가 되어 얼마 남지 않은 부산 주둔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


해운대에 조선 해방군이 상륙한 날, 부산에 주둔한 일본군에게는 지옥이 펼쳐졌다.


일장기와 욱일기가 게양된 군부대, 상급기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다. 폭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일본군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인 강제 징집 영장을 받아 든 일본군은 조선인 민가는커녕 부대 밖으로도 나가지 못했다.


부산 주둔군 사령부도 무사하지 못했다. 건물 곳곳을 휘감은 불길과 폭탄 파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지휘부는 크게 다친 동료들을 구할 새도 없이 부리나케 방공호로 줄행랑쳐야만 했다.


하지만 방공호에 몸을 숨겼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얼마 남지 않았던 수명을 아주 조금 더 연장했을 뿐이었다. 휘하 병력을 통제할 힘을 잃은 지휘부는 무능한 간부들의 모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장기전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지휘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폭격에 휘말려 죽은 사령관 대신 지휘권을 받은 참모는 연락이 끊기지 않은 모든 부대에 다음과 같은 명령을 전했다.


[각 부대는 부산 주둔군 사령관님의 명령 겸 전언을 곧바로 수행하기 바랍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결호선에 주둔한 부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부산에서 벗어나십시오. 이상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상 부산을 포기하라는 뜻 아니야. 사령관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확실해?]

[그렇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결호선에 있는 부대와 연락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안 그러면 정말 큰일 날 겁니다.]

[아니, 부산에 들어온 불령선인만 막으면 끝날 일인데 뭐하러 철수해? 안 되겠어. 사령관님한테 직접 여쭤봐야겠다. 어서 바꿔.]

[전사하셨습니다. 부탁입니다. 여기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그러니 빨리-]


일본군 통신선은 변경 부대에 명령이 전해진 뒤 파괴되었다. 어떻게 보면 운이 따라줬다고 할 수 있었다. 남은 지휘부 인원은 전기마저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방공호 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기 머리에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다.


전범 재판을 받기 싫었던 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부산 주둔군은 완전히 무너졌다. 방어군의 붕괴는 곧 조선 해방군의 부산 수복을 의미했다. 조선 해방군 기갑 부대는 압도적인 위용으로 남은 일본군을 무릎 꿇리며 부산에 입성했다.


하지만 작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작전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부산 수복은 대성이 계획한 작전의 일부에 불과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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