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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0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10 23:01
조회
1,687
추천
43
글자
12쪽

196화: 서울 진격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6화: 서울 진격 (3)


조선 총독부는 조선 해방군의 공세에 어떻게든 맞서 보려고 했다.


총독부 수뇌부는 해방군의 기세에 밀려 인천에서 경성까지 흘러들어온 장병들을 긁어모았다. 그리고는 인천을 적에게 넘겨준 책임을 묻는 대신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너희가 목숨 걸고 싸우지 않은 결과 제국과 천황 폐하는 크나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전시인 만큼 원칙에 따라 즉결처분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우리는 너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고양군에 있는 옛 산성으로 가라. 그곳을 사수하면서 조선 해방군이 보이는 족족 포격을 가하도록 해. 한 명이라도 더 죽게끔 말이야.]


인천 출신 패잔병들은 행주산성에 진을 치고 조선 해방군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장병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산성 곳곳에 구덩이를 파고 주변에 지뢰를 매설했다. 그리고 여차하면 본인도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도록 군복 여기저기에 안전핀을 실로 연결한 수류탄 다발을 달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구(舊) 인천 방어군은 온전히 보존한 야포를 전부 행주산성 정상부에 배치했다. 고지에 자리 잡은 점을 이용, 경성으로 진입하는 조선 해방군의 머리 위에 자신들이 가진 포탄을 아낌없이 날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전략은 없었다. 행주산성에 배치된 일본군은 퇴로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퇴로로 쓸만한 길목에 지뢰와 지뢰로 개조한 폭탄만 잔뜩 매설해놓았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살아서 내려갈 생각은 진작에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행주산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진지를 구축한 일본군 장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총독부 수뇌부는 조선 해방군의 경성 진격을 방해한다는 무의미한 명분 아래 수많은 젊은 병사의 희생을 강요했다. 아니, 강제했다. 수뇌부는 젊은 병사들이 살아남아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목숨 바쳐 지켜 주는 것을 더 바랐다.


일본군은 그렇게 산과 논, 밭, 민가 곳곳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며 조선 해방군과 기약 없는 대치, 아무 소득 없는 소모전에 돌입하고자 했다.


***


하지만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과 함께 진흙탕에 빠질 마음이 없었다. 해방군 수뇌부는 총독부처럼 부하들을 사지에 몰아넣을 줄만 아는 파렴치한 집단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 특수작전부서 통신병들은 경성에서 흘러나오는 비밀스러운 전파를 잡아냈다. 그다음 뜸을 들일 새도 없이 대성과 해방군 수뇌부 일원에게 전달했다.


[사령관님. 서울에 잠입했던 특전대원들이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며칠 사이 총독부와 헌병대의 감시 체계가 상당히 느슨해진 모양입니다.]

[그 며칠 사이 신나게 얻어터지기만 했으니 제정신일 리가 없지. 그나저나 단순히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만 전하진 않았을 테고. 자세한 내용은?]

[예. 적 병력 배치와 관련하여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동원관리과에 있는 관료를 아예 작정하고 잡아서 족친 것 같은데. 서울 근교 곳곳에 신병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고 합니다.]


갖은 공을 들여 쌓은 화려한 탑도 무너질 때가 다가오면 볼품없게 변하기 마련이다.


멸망의 갈림길에 선 총독부는 행정, 보안, 어떤 분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군대는 말할 것도 없었고, 서슬 퍼런 눈길로 조선인을 낱낱이 감시하던 헌병대와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해방군 특전대원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정보를 빼냈다. 전우와 동포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던 바, 특전대원들은 정보를 빼내는 데 거친 방법을 쓰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 결과, 해방군은 일본군이 어떤 계략을 꾸몄는지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계략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었다. 해방군 지휘부는 일본군이 전술이랍시고 내세운 인신 공양 행위를 보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 전차가 다가오면 폭탄을 매단 장대를 들고 달려와서 내리꽂는다? 그러면 본인은 고기조각 신세가 될 텐데? 그게 놈들이 맡은 임무라고?]

[한두 번 그런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뭘 놀라고 그러십니까? 관동군도 안 된다 싶으면 냅다 달려왔잖아요. 가끔 꿈에 나오기도 합니다. 막 천황 만세 이러면서 달려오는 거 말이에요.]

[휴, 그놈의 천황이 대체 뭐길래. 그 인간은 자기 백성이 자기 이름 대면서 개죽음당하는 걸 알고 있으려나?]

[알고 있으면 정말 봐줘선 안 되는 놈이고 모르고 있으면 무능한 놈 아니겠습니까?]


일부는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적국의 젊은이에게 안쓰러운 감정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 법. 적군의 인신 공양을 막겠답시고 전쟁을 중단할 순 없었다. 그래 봐야 동포만 더 많이 죽게 될 뿐이었다.


특전대원이 전한 소식 중에는 인천에 주둔했던 일본군이 행주산성에 진을 쳤다는 정보도 있었다. 해방군 지휘부는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일본군이 배수진을 쳤으리라 짐작했다.


[철수했던 인원 중에는 포병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고지에 자리를 잡은 만큼 분명 포격을 가하려고 할 겁니다. 우리가 서울에 진입하기 전에 최대한 큰 피해를 보게끔 말이지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놈들은 분명 산성을 방공호와 함정 천국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항공대가 전멸한 만큼 대공방어에도 특별히 공을 들였을 테고요.]

[문제는 그 지점을 무시하고 지나가기 힘들다는 겁니다. 한강 이남 지역을 통해 진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강을 건너야 하는지라.]


얼핏 보면 난공불락이 될 가능성도 조금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해방군 지휘부는 공략하기 조금 어렵다고만 생각했을 뿐, 공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지휘부는 산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적에게 요지인 곳은 곧 자신들에게도 요지일 터, 대성 역시 지휘부와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행주산성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순간, 놈들은 제집에서 안심하고 잘 수 없게 되겠지. 각 기갑 부대에 화염 방사 장갑차를 투입하라고 전해. 놈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의 무기한 농성을 이미 여러 번 겪은 바 있었다. 항복 대신 전장에서의 죽음을 선택한 일본군은 출구가 없는 공간 속에 틀어박혀 자기 몸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저항을 벌이곤 했다.


화염 방사 장갑차는 일본군의 너 죽고 나 죽자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기갑 차량이었다. 화염 방사 장갑차는 작은 숲 하나 정도는 가볍게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군용 연료를 차량 내에 한가득 싣고 있었다.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이 바라던 대로 행주산성에 지상군을 보냈다. 그러나 일본군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준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저기 불령선인들이 온다. 바로 사격-]

[쉿! 기갑 차량도 같이 오잖아. 근처에 올 때까지 기다려. 놈들이 오는 순간에 맞춰 폭탄을 터트리는 거야.]

[근데 폭탄 한두 개 터트린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좀 많이 오는 것 같은데···]

[뒤에 있는 물건들은 장식이냐? 여기서 터트리면 저것들까지 다 터지는 거야. 그럼 놈들도 한 번에 다 가버리는 거지. 우리는 국가의 안전에 공헌하는 거야.]


광기에 물든 사상을 거의 주입 당하다시피 한 병사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해방군 기갑 차량이 가까이 접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해방군은 좀처럼 방공호가 있는 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방에 대고 화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거 갑자기 왜 저래?]

[이러면 폭탄 터트리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타죽는 거 아닙니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화악-!


[악-!]


쾅!


결국, 일본군의 방어 전략은 의도만 좋았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불줄기 앞에서 일본군은 폭탄을 터트리고 해방군 기갑차량에 달려들고 그럴 재간이 없었다.


화염 방사 장갑차는 수상해 보이든, 그렇지 않아 보이든, 행주산성 포대 사정권에 닿는 모든 구역에 자비 없이 불을 뿜었고 병균을 박멸하듯 일본군을 쓸어버렸다.


일본군은 조선 해방군에게 생각했던 것만큼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물론 피해를 아예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 일본군이 당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불령선인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계속 포격해. 한 명이라도 더, 아니, 최대한 많이 저승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있는 탄약 다 쏟아 부어. 근처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지만 이미 근처에 접근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전투에 목숨을 건 이들은 비단 일본군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도 목숨을 걸었으면 걸었지, 대충 싸울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해방군의 무기와 장비는 일본군이 운용하는 것과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무기와 장비의 질이 떨어지는 군대는 도리어 일본군이었다.


일본군이 사용하는 소총은 단단한 장갑을 두른 화염 방사 장갑차를 뚫지 못했다. 그나마 구경이 큰 총알을 쓰던 기관총도 마찬가지였다.


해방군은 장갑차를 뒤따라 적진 점령에 나설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장갑차에 증가 장갑까지 달아놓았다. 결과적으로 일본군은 동행 한 명 없이 외롭게 저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일본군이 마련한 배수진은 의미 그대로 무덤이 되어 장병들을 하나하나 집어삼켰다. 방어 거점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간이 방공호가 통구이가 되는 가운데, 일본군 포대는 무질서한 혼돈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관총 진지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불령선인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애당초 살아서 내려갈 수 없는 운명이었어. 계속 사격해.]

[그런다고 놈들이 총을 거두겠습니까? 이러지 말고 차라리 항복합시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항복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혼돈은 갈등을 낳았고 갈등은 장병 개개인과 국가를 위태롭게 이어주던 끈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국가가 심어준 광기보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더 컸던 장병들은 상급자의 명령을 무시하고 전장에서 이탈하려 했다.


[어차피 여기 있어 봐야 다 죽는다. 그냥 빠져나가자. 나가서 항복하든 숨어 지내든 어쨌든 일단 살고 보자고.]

[그래. 나가자. 이렇게 싸워봐야 무슨 소용 있어.]


방어군은 그렇게 삽시간에 무너졌다.


본능에 충실했던 병사들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밑으로 내려가 일단 두 손부터 들고 보았다. 그들은 지휘관의 행방을 묻는 해방군 장교에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변을 남겼다.


[자살했습니다. 적어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그럴 것으로 보였어요.]

[그럴 것으로 보인 게 아니고 그냥 자살했습니다. 군도로 배를 찌르는 걸 봤어요.]


해방군은 신속하게 현장을 정리한 뒤, 요지가 지닌 지리적 이점을 이용, 일본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해방군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점에 폭탄을 몇 발씩 떨어트리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경성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이제 잠도 편히 이룰 수 없었다. 그전에도 잠을 편하게 잔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그랬다.


일본군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결호선에 배치되었던 병력이 경성부 권역으로 들어왔지만, 그다지 큰 위안거리는 되지 못했다.


항복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었다. 해방군의 압박에 지친 일본인 주민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바랐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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