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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1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30 19:00
조회
1,468
추천
42
글자
12쪽

205화: 결전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5화: 결전 (4)


총독부가 각 부대에 맡긴 최우선 임무는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총독부가 바라던 것만큼 오래 버티지 못했다.


총독부의 요구는 애당초 과한 것을 넘어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일에 가까웠다.


그 잘난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한들 결국에는 한계가 오기 마련이었다.


허름한 건물 안에 처박힌 일본군은 장기전이나 소모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총알도 모자라서 죽창이나 깎고 앉아있는 군대가, 제대로 된 식단 하나 제공 못 해서 풀뿌리나 캐라고 하는 군대가 무슨 수로 장기전을 수행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주민들도 비협조로 돌아선 지 오래였다. 일본군의 유일한 희망이자 최고의 봉이었던 경성 주민, 특히 조선인들은 집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전쟁에 엮이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그나마 문만 걸어 잠갔으면 어떻게든 부시고 들어가서 강제로 뺏어왔겠지만, 집안으로 통하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아놓은 지라 제대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물론 일본군이라고 쉽게 포기할 작자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철저한 봉쇄조치를 거친 집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문제는 문 따는 일에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고성을 지르며 문을 쾅쾅 두들기고 온갖 폭언과 협박을 일삼으며 행패를 부리다가 해방군 전차와 마주친 병사들이 태반이었다.


그때는 천황 만세고 총옥쇄고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그 자리에서 석고대죄와 도게자 쇼를 동시에 벌이고 천황 사형을 주장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저승행 확정이었다. 해방군은 조센징, 조센징 거리며 살해 협박을 서슴지 않는 일본군을 절대로 봐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건물 안에서 농성만 벌이면 답이 나오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건물 안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으면 당장 벌집 꼴을 면할 순 있었지만, 때깔 좋은 귀신으로 인생을 마감할 순 없었다.


아사(餓死)에 대한 두려움은 포탄에 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 뜨는 것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도 이런 진퇴양난이 없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물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갔다가 까딱 잘못하면 죽을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항복을 하자니 왠지 등에 상급자나 지휘관의 총알이 박힐 것 같고.


그냥 몸에 마음을 맡기고 광신도가 하는 대로 따라 하자니 후환이 두렵고.


이도 저도 못하게 된 일본군은 무력감에 빠진 채 허송세월하였다.


무력감은 해방군의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변했다. 사형 선고에 가까운 고립을 버티지 못한 병사들은 스스로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기 이르렀다.


[너 인마, 지금 뭐하는 거야? 총 안 내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오면 쏠 겁니다. 그냥 가만히 계세요.]

[야, 생각 잘해. 조금만 버티면 돼.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언제까지 버티라는 겁니까? 적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그래서 머리 한 번 못 내밀고 굶어 죽게 생겼는데. 머리를 내밀어도 죽을 것이고.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모르긴 뭘 몰라. 뻔한데.]


탕!


그나마 혼자 죽는 경우는 양반이었다. 구석으로 몰릴 때까지 몰린 병사 중에는 턱밑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수류탄 안전핀부터 냅다 뽑는 자도 있었다.


***


그렇게 시내 곳곳에 고립된 일본군은 자의로 혹은 타의로 무너져가며 해방군에게 거점을 내주었다.


결국, 조선 총독부는 기존 전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총독부는 각지에 흩어진 일본군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본거지로 불러들였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총독부가 최종 방어거점이라고 지정한 지점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장병들이 태반이었다. 갈기갈기 찢긴 유선 통신망은 일본군의 재집결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통신망 붕괴로 명령을 전달받지 못한 장병들은 을씨년스러운 방구석에 갇힌 채 서서히 말라죽어 갔다. 일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해방군 전차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들은 경성 시내 어느 곳에도 자기들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총독부의 세력권은 처음에 호언장담했던 것이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총독부 관계자들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격전지가 되리라 의심치 않았던 숭례문은 싱겁게 해방군 손으로 넘어갔다.


[일본군이 숭례문 주변 지역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지뢰나 폭탄 같은 걸 설치했는지 주의해서 확인하도록 해. 개 같은 자식들, 전부 불사른다고 큰소리칠 땐 언제고. 꽁무니 빼느라 바쁘기만 하네.]

[원래 입만 산 맛에 사는 놈들 아닙니까? 후발 부대가 괜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총독부의 계획상 최종저지선은 사대문을 중심으로 한 옛 성곽 구역이었다. 그러나 총독부의 계획은 시작과 동시에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무위로 돌아갔다. 일본군 장병들은 성곽 구역 곳곳에서 보기 좋게 각개 격파당하며 순식간에 거점을 내주었다.


총독부가 여전히 힘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은 청사가 있는 종로 일대와 조선 신궁의 소재지이자 산성 내지 포대와 비슷한 용도로 써먹으려고 했던 남산, 그리고 조선 주둔군 사령부가 있는 용산 정도에 불과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경성 대부분을 잃은 셈이었다.


수복이 끝난 지역에서 살던 조선인 주민들은 일제히 집 밖으로 나와 만세를 외쳤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던 일본인 주민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해방군과 조선인 눈치만 보기 바빴다.


[대한 독립 만세!]

[조선 해방군 만세!]

[이제 자유다! 우리 손으로 우리나라를 이끌 시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만세!]


평소 일본인 보기를 금같이 보던 친일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일본인과 가깝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자랑삼아 으스대던 친일파들은 변화하는 물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서 오십시오! 해방군 나리!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 저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악명을 한순간의 호의로 씻어낼 순 없었다. 원래 역사와 달리 해방을 맞이한 지역에는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으름장을 놓던 일본 경찰과 헌병도, 현지사정을 잘 모르던 미 군정 인사도 없었다.


헌병과 경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던 악행에 이를 갈던 조선인들만 잔뜩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부로 동아줄을 잡아보려는 친일파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저 자식 저거 아주 파렴치한 놈입니다! 저 집에 쌓인 수많은 쌀가마와 돈, 전부 자기 동포 팔아서 챙겨 먹은 것들입니다.]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지금 민족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재산을 내놓은 것인데. 그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가는 거야?]

[민족의 미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네놈이 일본 순사 뒷주머니에 용돈 꽂아주고 술병 꽂아주는 걸 본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사람이 말이야 양심이 있어야지. 어딜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어?]

[지금 말 다 했어?]

[그래 다 했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맞아야지.]


해방군은 삼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주민들의 분노를 통제하느라 부단히 많은 애를 써야 했다.


그렇다고 해방군이 과거사 청산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방군은 대성의 특별 지시 아래 철저한 조사와 색출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는 혐의가 있는 자들에게 예외 없이 통보했다.


[당장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재판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만, 전쟁이 끝나는 대로 바로 진행할 것입니다. 귀하는 과거 일제에 부역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소명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방군은 현지사정에 밝은 실무자, 보조원을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라 팔아먹는 일을 밥 먹듯이 했던 자들은 법정에 서는 일을 피하기 위해 총독부의 힘이 미치는 구역으로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총독부의 품으로 대충 들어간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거나 나아졌던 것은 아니었다.


총독부는 마지막 남은 병력과 물자를 샅샅이 긁어모아 남은 세력권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지방에서 분투를 벌이던 부대에도 일제히 연락을 보냈다.


[각 부대는 지금 즉시 경성으로 집결하도록. 현재 불령선인들은 경성에서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들이 핵심 전력인바, 각 부대가 와서 마무리하면 승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총독부의 마지막 발악은 가히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총독부는 여차하면 경성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생각으로 수중에 남아있던 모든 포병 전력을 남산에 몰아넣었다.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방송 장비를 통해 해방군 측에 수시로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조선 총독부는 대본영이 공언한 바에 따라 항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성 전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귀축영미와 그 하수인에게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뜻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소설에 가까운 부풀리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선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너희의 오만과 야만적인 행위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총독부의 위협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총독부가 결전병기처럼 내세우던 포병 부대가 허상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총독부의 포병 부대는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지 오래였다. 한강 이북에서 해방군의 도하를 막으려고 했던 일본군 포병 부대는 일방적으로 포탄에 얻어맞았고,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야포를 버려둔 채 그대로 용산까지 줄행랑쳤다.


이후 총독부는 두 번 다시 포병 전력을 복구하지 못했다. 경성을 불바다로 만들 대규모 병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남산에 촘촘히 배치했다던 야포의 절반 이상은 조잡한 모형을 나뭇잎으로 열심히 가린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총독부는 보안을 유지하는 데도 실패했다. 해방군 특전대원들은 한강 포격전의 결과를 입수하기 무섭게 일본군의 병력 이동 경로 파악에 전력을 기울였고, 그들이 가짜 포를 날랐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결과적으로 총독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짓부렁을 기만전술이라고 쓴 셈이었다. 해방군과 조선인 주민들은 일본군의 동귀어진 형 포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두려움을 느껴야 할 쪽은 도리어 조선 총독부였다. 말로만 다 이긴 것처럼 행동하는 총독부와 달리 해방군은 정말로 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해방군 지휘부는 은근슬쩍 협상 제의가 오기를 바라는 총독부를 무시하고 각 부대에 공세 명령을 내렸다.


지휘부가 지목한 목표 지점은 일제 식민 통치의 양대 거두, 총독부 청사와 조선 주둔군 사령부였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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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3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4 50 12쪽
» 205화: 결전 (4) +3 20.12.30 1,468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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