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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0,819
추천수 :
13,729
글자수 :
1,133,243

작성
19.10.21 08:00
조회
4,618
추천
79
글자
12쪽

50화: 두번째 나비효과 (5)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0화: 두번째 나비효과 (5)


‘관동군 비행장을 파괴하면 두둑한 사례금과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보내주겠다.’


대성이 받은 제안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한세걸이 요구한 조건은 단 하나, 그가 계획한 ‘관동군 비행장 파괴작전’에 대성이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딱 한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이었다.


이 한 번의 작전 참여로 대성이, 아니, 대성과 마을 주민들이 받게 될 대가는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태평양 너머 ‘새로운 터전’과 그 기반이 될 ‘충분한 정착금’이었다.


대성은 예상치 못한 제안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고민에 빠졌다.


물론 이역만리에서의 삶이 모두에게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마땅히 의지할 데도 없는 이국땅에서 현지인들의 유서 깊은 텃세와 인종차별을 겪어야 할 테니 말이다.


당장 21세기에도 인종 차별로 문제가 발생하는 마당에 주민들이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떤 방식으로 겪든지 간에 이 또한 상당한 고통이자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


대성은 고개를 저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그림자는 태평양 너머가 아닌 바로 이곳, 만주와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었다. 전쟁, 대학살, 인체실험, 세계대전, 강제징용, 마지막으로 동족상잔까지···


모두 이십 년 안에, 그것도 나라를 잃은 이들이 새롭게 터전 삼은 척박한 땅과 그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고향에서 일어날 재앙들이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아니, 마지막 기회였다. 두 번이나 지옥을 겪게 된 불쌍한 자를 보다 못해 하늘이 특별히 내린 마지막 동아줄이 분명했다.


그깟 황색 짐승 취급받는 것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당장은 서럽고 기분 나쁠지라도 어쨌든 죽진 않을 테니까. 최소한 다음 세대, 자식이나 손자에게는 불행하지 않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었다···


‘나, 다음 세대, 아니, 나, 아니···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계산기를 두들길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성은 곧장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세대··· 유독 다음 세대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하필 지금일까? 동아줄을 앞에 두고 대성은 불현듯 잠시 잊고 지냈던 존재를 떠올렸다.


대성이 태어나기 훨씬 전, 지옥이나 다름없는 시절 어딘가에서 ‘다음 세대’로 불렸을 한 아이. 동시에 ‘자신의 다음 세대’에게만은 불행한 미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지옥 같은 고난을 견뎌내며 피눈물을 흘렸을 한 여인···


잠시 후, 대성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정태준이···? 결정한 건가?]


[······]


[역시··· 하기야··· 갑작스럽지 않을 리가 없지. 나였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야. 시간이 더 필요하면 말해. 기다려 줄 테니··· 더 필요한가?]


한세걸의 물음에 대성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비밀 회동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이 긴장된 표정으로 대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대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제안은 잘 들었어. 잘 들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잘 전달되었다니 다행이군. 하도 말이 없길래 다시 설명해야 싶었는데. 당황스럽지 않던가?]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히 예상 못 했어. 그렇게 많이 내걸 줄은.]


[원한다면 더 많이 줄 수도 있어. 자금이야 어떻게든 다시 모을 수 있으니까.]


한세걸이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와 같은 능력을 지닌 인재가 근시일 내로 다시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거든. 이번 작전도 마찬가지고.]


[겨울이 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군.]


[내가 몇 번 말했잖아. 못 버텨. 뭐 내 제안만 보면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아니야. 더 안 줘도 돼. 결정했어.]


[결정했다고? 정말인가?]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얘기하기 전에···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아까 어떤 요구를 하든 들어주겠다고 했지? 내가 작전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터무니없지만 않다면 무엇이든지.]


[좋아. 참여하지.]


[뭐··· 잠깐만 다시··· 뭐라고?]


[참여하겠다고. 대신 조건이 있어.]


[말만 해.]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던 천리군 참모들은 다시 한 번 숨을 죽이고 대성을 주목했다.


잠시 후, 대성이 말했다.


[작전 참여와 관련해서 새로운 제안을 해볼까 하는데···]


***


“이번에도 상인들이 방문할 때 맞춰서 올 거냐?”


“그래야죠. 성길이 형이야 머리가 좋아서 금방 배우겠지만, 원래 하던 일은 아니잖아요. 괜히 이상한 오해 살지도 모르고. 보안유지도 해야죠.”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안 그래도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더구나. 요즘 집을 너무 오래 비우는 거 아니냐고.”


“집에서 쫓겨난 지가 언젠데··· 어쨌든 다녀오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대성은 만식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한세걸이 낙민 마을 희생자들에게 큰절을 올린 뒤, 조선인 공동체 주민들은 더 이상 천리군을 볼 수 없었다. 한두 번 나타날 법한 정찰병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천리군 구역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이 교역하기 위해 방문할 때도 동행하지 않았다. 공동체 지도부가 마적단의 습격을 막기 위한 군사적 활동은 제지하지 않겠다고 알렸음에도 그들은 호위병력 하나 보내지 않았다.


교역활동에 종사하던 공동체 주민 몇몇은 눈에 띄게 줄어든 천리군의 활동을 보며 종종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관동군의 이동에 따라 병력 재배치가 이루어졌다고만 할 뿐, 상인의 본분만 충실히 지킬 뿐이었다.


마적단 연합과 함께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군벌은 그렇게 영광스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밥상 위 대화의 장에서도 밀려나 버렸다.


그러나 지는 태양이 있으면 떠오르는 태양도 있는 법.


주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단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소식 들었어? 이번에도 나타났대.”


“어디?”


“그 어디냐. 양놈들 사는 나라. 이름이 쏘··· 뭐였더라. 아무튼. 그놈들 사는 데로 넘어가는 곳 근처 말이여. 거기 나타났대.”


“아~ 중국 애들하고 우리 애들하고 같이 사는 마을? 근데 또 나타났다고?”


“그려그려. 그래서 태준이가 애들 데리고 부리나케 간 거 아니여.”


“걔도 참 안됐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리 불려 갔다가 저리 불려 갔다가··· 그나저나 그 자식들은 뭐하는 놈들이래? 어디서 온 거야?”


“으이구. 그걸 알았으면 태준이랑 젊은이들이 지금까지 고생했겠는가? 진작에 찾아가서 요절냈지. 상인들한테 들어보니까 군벌 애들하고도 몇 번 마주쳤다 하더라고.”


“그거 혹시 일본놈들이 보낸 밀정 아니야?”


“에이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릴! 끔찍한 소리 하지 말어. 상상도 하기 싫으니께. 젊은이들 괜찮을까 몰라.”


‘정체불명의 단체’는 주민들 밥상의 새로운 화두였다.


사실 단체인지 개인인지 알 수도 없었다. 사람들의 목격담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었다.


소년 한 명이 장총을 들고 숲 근처를 배회하다 사라졌다는 옛 민위군 구역 거주민의 증언도 있었고, 장정 여럿이 단도를 들고 마을 근처까지 내려왔다는 국경 지대 거주민의 증언도 있었다.


심지어 열 명 남짓한 인원이 교역로 근처를 어슬렁거렸다고 말하는 천리군 구역 상인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만주-소련 국경 지대에서 목격되는 편이었다. 덕분에 대성은 철인, 자신이 훈련한 청년들을 데리고 매번 국경 쪽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괴인의 출현횟수가 늘어나면서 대성이 백산 마을을 비우는 날도 늘어났다. 더불어 괴인을 잡기 위해 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도 늘어났다.


그럴수록 대성과 청년들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넓어져 가는 괴인의 활동범위만큼 커졌다. 주민들은 철로 만든 작은 통을 식량이랍시고 들고 나가는 대성 일행을 안쓰럽게 여겼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휴··· 그럼 출발하기 전에, 저번 주 목격담 횟수가 얼마나 됐지? 지난번보다 줄었나?”


“뭐··· 딱히···? 눈에 띌 만큼 준 것 같진 않고···”


철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대신에 사람들 목격담이 조금 바뀐 것 같긴 혀··· 태준아 여기 한 번 봐봐.”


대성은 철인이 건넨 작은 공책을 유심히 보았다. 곧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가 옅게 번졌다.


“그래도 한세걸이 말로만 훈련 시키진 않은 모양이네. 네 말이 맞다 철인아. 네 말마따나 주민들 증언이 바뀌었어.”


“그럼 너는 야들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여?”


철인의 물음에 대성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 번을 들키나 한 번을 들키나 죽는 건 마찬가지야. 중요한 건 몇 번 보였느냐가 아니야. 어떻게 보였느냐, 무엇으로 보였느냐가 중요하지.”


“한 번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단 열 번 산짐승으로 보이는 게 낫다는 말이지? 맞재?”


“당연하지. 전시에 산짐승 한 마리 잡겠다고 총알 낭비하는 군인은 없을 테니까. 어쨌든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게 중요한 거야. 다음부터는 더 작은 짐승으로 보이도록 연습해야지.”


“그렇구먼···”


“그럼 출발하자. 빨리 가서 준비 상태 점검하고 전국 순회 들어가야지. 이제 범으로 보이기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멧돼지나 늑대 정도로 크기를 줄여보자고.”


대성은 철인과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분대를 이끌고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풀과 하늘을 뒤덮는 나무로 가득한, ‘정체불명의 괴인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산속으로 향했다.


그 뒤 괴인들의 ‘근거지’ 중 하나로 의심되는 ‘훈련용 야영지’를 넘어 국경 지대 마을 이상으로 괴인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천리군 구역에 진입했다.


거친 지형 외에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는 괴인들의 침입을 대비해 ‘비밀리에 건설했다’는 천리군의 감시초소 겸 전진 기지가 있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홋줄!]


[쥐꼬리.]


[누구냐!]


[백산의 정태준이다.]


[용무는?]


[이곳 책임자를 만나러 왔다. 책임자 이름은 서류상 묵일영 실책임자는-]


[아, 됐어. 요상한 암구호만 하면 됐지. 빨리 들어오기나 해.]


초소에 있던 병사가 대성을 향해 겨누었던 총구를 거두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대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참나··· 명색이 총사령이라는 사람이 저리 대충 해서야. 그렇게 하나씩 빼먹다가 명줄 날리는 거야. 흘려듣지 말라고.]


[돌다리도 일일이 두들기면서 건널 셈인가? 그럼 평생 못 건너가. 때로는 달릴 줄도 알아야지. 안 그런가?]


[뭐 전시에는 안 그러겠지. 여하간, 교육생들은 어떻게 됐어. 모두 도착했어?]


[지금 지하에서 쉬고 있어. 중간에 어떤 초병이 그랬다더군. 요즘 들어 산짐승이 많아진 것 같다고.]


[다행이네. 물건은? 얼마나 준비됐지?]


대성이 물었다. 그의 시선은 풀과 흙으로 뒤덮인 공터를 향하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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