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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13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1.20 14:01
조회
1,934
추천
44
글자
12쪽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조선 해방군은 순식간에 일본군을 격파하고 부산에 입성했다.


일본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들에게 반격할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꽁무니를 뺄 시간만 조금 주어졌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본군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내에 집결했던 일본군은 도망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인질극에 이골이 난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 집결 지점을 발견하는 족족 폭격으로 박살 냈다. 애당초 항복을 할 참이었으면 상륙을 저지하지 못한 순간부터 협상을 제안했을 터, 하늘을 적에게 내준 일본군은 총기 점검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비단 일본군 병사들만 이런 꼴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애지중지 모셔두었던 군사 장비도 마찬가지였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엿가락처럼 늘어진 대공포와 대전차포, 야포 잔해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끊어진 국수 면발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통신선은 덤이었다. 맨몸만 남은 일본군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무기는 엿장수도 안 가져갈 고철이 되어버리고 그 무기를 사용할 인원마저 대부분 증발한 마당에 어떻게 전투를 치르란 말인가?


부산 주둔군 지휘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마저도 사령관이 폭격에 휘말려 죽는 바람에 참모진이 단독으로 내려야 했다.


참모진은 어두컴컴한 방공호 속에 틀어박힌 채 머리를 굴려보았다. 공군의 폭격은 분명 공세의 시작에 불과할 터, 조금 있으면 기갑 부대가 들이닥칠 것이다. 그것도 일본군은 가뿐히 압살할 수 있는 전차로 편성된 부대 말이다.


뾰족한 수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참모진은 남은 부대에 철군하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 인근에 남은 병력은 애당초 정예 부대도 아니었고, 조선 해방군처럼 전차가 주축인 기갑 부대도 아니었다.


순수 인력만으로는 기갑 부대를 꺾기 힘들었다. 힘든 건 고사하고 당장 전멸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이미 승기가 정해진 전장에서 추가 병력 투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게 분명했다. 무의미한 항전을 할 바에는 차라리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나을 수 있었다.


아니, 도모해야만 했다. 철군 명령을 받은 부대는 챙길 수 있는 모든 물자를 챙긴 채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받은 마지막 임무는 어떻게든 결호선에 있는 부대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다.


이는 부산에 입성한 조선 해방군과 싸우는 것과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쉬운 임무였다. 조선 해방군 공군은 구태여 부산 시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부대까지 찾아가서 폭탄을 퍼붓진 않았다. 부산 주둔군 잔당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꽁무니를 뺐다.


***


그리고 일본군의 영향력이 남아있던 다른 도시, 마을로 향했다. 부산이 무너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인 주민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군인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저거 군인들 아니야? 남쪽에서 올라온 모양인데···?]

[남쪽이면 부산이잖아. 대부분이 그 인근에서 머물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설마 부산까지 무너졌다는 거야? 그럴 리가··· 조선인 군대는 분명 북쪽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에서 우리 군대와 대치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러게 말이야. 잠깐, 만약에 부산마저 넘어간 게 사실이라면··· 우리 이제 어떡해? 본토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의미잖아.]


퇴로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둘의 차이는 단순히 단어가 다른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퇴로가 없다는 것은 향후 어떤 시련이 닥치든 뾰족한 수없이 당해야 함을 뜻했다. 지금까지 조선인한테 저지른 것만큼 말이다. 적어도 일본인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주민들은 이내 혼란에 빠졌다. 부산을 지켜야 할 부대가 부산을 버리고 넘어왔다. 세상 물정 모르는 일자무식도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일본군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한평생 왜곡과 은폐의 달인으로 살아온 이들답게 일본군은 아무런 상황 설명 없이 지역 시설을 차지하고 원래부터 주인이었던 것처럼 갖은 위세를 부렸다.


일본군은 조선 해방군 앞에서나 종이호랑이였지, 자국민이나 조선인 주민 앞에서는 빈껍데기에 불과한 실체를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부산의 치안 상태가 완벽해서 병력 조정이 있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진실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드넓은 하늘을 조그만 손바닥으로 가릴 순 없는 법이었다. 제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한들, 하루 24시간 진실을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본군은 결호선에 주둔한 동료들과 연락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굳게 닫힌 방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일본군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었다.


[정말입니다. 지금 바로 부산에 연락해보십시오. 아무도 안 받을 겁니다. 왜 안 받느냐고요? 전부 폭탄에 맞아 죽었을 테니까요.]

[그럼 불령선인들이 병력을 전부 부산으로 돌렸단 말이야?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데?]

[규모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사령부에서도 확인하지 못했고요. 저희가 받은 명령은 부산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란 것뿐이었습니다.]

[망할···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비단 주민들만 혼란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결호선에 주둔한 일본군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결호선 방어 사령부는 급히 정찰 부대를 편성했다. 그리고는 결호선 인근으로 보내 적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


조선 제3의 도시가 한 줌도 채 안 되는 적은 병력에 무너지진 않았을 터, 부산 함락소식이 사실이라면 분명 결호선 인근에도 무언가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결호선 방어 사령부는 나름대로 잠정 결론을 내린 채 정찰 부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정찰 부대는 그들이 원했던 답을 들고 오지 못했다. 도리어 충격적인 소식만 전해주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됐나? 병력 규모가 좀 줄어들었나?]

[아닙니다. 오히려 더 늘었습니다.]

[뭐? 더 늘었다고?]

[예. 순찰 병력도 저번보다 더 늘었고, 저항도 더 거세졌습니다. 병력 규모가 줄어들었다면 오히려 줄어드는 게 정상일 텐데 말입니다.]


땅굴 공사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보고는 덤이었다. 일본군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전보다 더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혼란은 확인되지 않은 가설들을 우후죽순 낳았고 참모진과 지휘부를 분열로 몰아넣었다.


[놈들은 지금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2선급 전력을 기습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우리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지요. 땅굴에 신경 쓰지 못하게끔 말입니다.]

[그럼 시선 하나 돌리겠다고 상륙함까지 동원했단 말입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놈들이 미군입니까? 놈들은 그만큼 사람이 남아돌지도 않고 물량도 남아돌지 않아요. 일개 반란군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이미 미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뭐가 반란군입니까?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그까짓 상륙함이야 빚 좀 지고 빌리면 그만이지요. 그리고 생각해보십시오. 부산 주둔군 주력 부대는 여기로 넘어오지 않았습니까? 장비도 부족한 이들이 무슨 수로 전차와 맞섰겠습니까? 항공기는 또 어쩌고요.]

[말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2선급 전력도 대일본제국 육군입니다. 속수무책으로 반란군에 당할 수준은 아니에요.]


일본군의 대책 논의 현장은 마치 머리 여럿 달린 뱀이 먹이 하나를 두고 다투는 모습 같았다.


일본군은 별의별 의견을 다 내놓으며 기 싸움을 하기 바빴다. 일부는 조선 해방군의 주력 부대가 여전히 결호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이미 부산으로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상륙 작전 자체가 거짓 보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부산 상황을 전한 부대들이 실전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며 조선 해방군이 공수 부대를 동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함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는 것들이 무슨 놈의 상륙 작전을 벌인답니까? 놈들은 분명 공수부대를 동원했을 겁니다. 부산을 한바탕 불바다로 만든 다음에 말이지요. 그게 놈들이 자주 하는 짓 아닙니까?]

[그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네요. 놈들이 작정하고 시내 한가운데 병력을 내려보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어쩌면 통신 시설만 점령하고 거짓 명령을 내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개자식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딴 식으로 뒷공작 하는 것밖에 없지. 비겁한 새끼들 같으니라고.]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정보 수집 능력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었던 일본군은 조선 해방군이 나진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전진 기지를 확보한 미 해군이 조선 해방군에 어떤 지원을 해주었는지 알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본군은 신탁이나 점괘에 의지하던 상고시대 군대만도 못한 집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


나름대로 일리 있어 보이는 음모론의 향연 속에서 일본군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기만 했다. 음모론에 가까운 추측에 빠져들수록 일본군의 대책 마련 시간은 길어졌고, 이는 곧 조선 해방군의 원활한 작전 수행으로 이어졌다.


어떤 추측이 오가건 간에 진실은 하나였다. 부산을 손에 넣은 세력은 조선 해방군이었다. 한반도의 주요 해상 관문 중 하나를 장악한 조선 해방군은 예전보다 더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더 과감한 방식으로 일본군을 압박할 수 있었다.


조선 해방군이 부산을 수복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비행장 건설이었다. 조선 해방군은 미군이 공여해준 중장비와 일본군 포로를 동원하여 순식간에 터를 닦고 비행장 시설을 지어 올렸다. 그리고 한반도 북부를 거점으로 삼고 있던 공군 부대 일부를 부산으로 옮겼다.


부산에 터를 잡은 공군 부대가 맡은 임무는 결호선에 몰린 일본군의 시선을 끄는 것이었다. 대성은 공군 부대 지휘부를 불러서 일본군의 뇌리에 깊게 박힐 행적을 남기라고 지시했다.


[자네들이 해야 할 일은 일본군의 현실감각을 깨우는 거야. 우리가 부산을 점령했다고 확실하게 깨닫게끔 말이야. 항상 두 번 깨닫게 하도록 해. 놈들에게 접근할 때, 기지로 귀환할 때 이렇게.]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조선 해방군 공군은 대성이 내린 지시사항을 철저하게 이행했다. 공군은 노골적으로 남쪽에서, 부산에서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항로를 설정하고 일본군이 통제하고 있는 도시로 날아갔다.


한바탕 난장판을 만들고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군은 단 한 번도 결호선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군의 귀환 경로는 언제나 남쪽이었고, 귀환지점은 언제나 부산이었다.


정말 작정하고 현실을 부정하려 드는 게 아닌 이상, 일본군은 자신들을 공격한 적 항공기가 남쪽에서 넘어왔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정황은 모두 보고서에 반영되었고, 한 치의 과장이나 축소 없이 결호선 방어 사령부, 조선 주둔군 사령부, 조선 총독부에 전달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대성은 막 실전배치를 마친 전차를 계속해서 부산에 배치했다. 그리고 베테랑의 지도를 받는 신병들과 함께 묶어서 북쪽으로 올려보냈다.


베테랑과 신병이 골고루 편성된 전투 부대는 경부선을 따라 빠른 속도로 북상하며 힘을 과시했다. 핵심 전력, 장비가 없던 일본군과 헌병, 제국 경찰은 조선 해방군과 만나는 족족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었다. 저항하는 일본군 앞에는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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