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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2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29 23:54
조회
1,400
추천
38
글자
12쪽

204화: 결전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4화: 결전 (3)


일본군은 눈앞의 적을 막는 일에만 급급했다. 총독부를 비롯한 일본군 지휘부의 시선은 열에 아홉 옛 성곽을 넘어오려는 해방군에게만 쏠려 있었다.


[불령선인들이 성곽을 장악했다고?]

[예··· 아직 전 구간은 아닙니다만··· 일부 구간은 불령선인들이 장악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곳을 거점 삼아 경성 진입을 시도할 듯합니다.]

[그럼 못 들어오게 막아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얼마나 끌 수 있느냐야.]

[맞습니다.]

[어떻게든 전력을 모조리 소진하게 해서 협상 이야기를 꺼내게끔 해야 해. 아니면 그 잘난 동포들 죽어 나가는 꼴 보고 알아서 기어들어 오게 하거나. 명심하라고.]


총독부는 성벽을 넘어오는 병력만 잘 막으면 협상을 벌일 만큼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제아무리 강한 군대라 할지라도 무한정 희생만 치를 순 없는 법이었다.


조건이 붙은 종전 협상, 그것이 총독부의 노림수였다. 이는 일본 제국 지도층 대부분이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연합국과의 합의가 반영된 종전 협정은 전후 지도층한테 쏟아질 오만가지 화살과 돌팔매질을 막아줄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도층 일부는 새로운 기회 창출의 가능성을 넌지시 언급하기도 했다.


[공산당 놈들만 어떻게 잘 끌어들이면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낼 법하기도 한데. 불령선인들이 하필이면 미국놈들과 붙어먹는 바람에.]

[그것도 모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협상이 진행되고 저희 안전이 확보될 때쯤이면 뭔가 상황이 바뀔지? 애당초 놈들 활동 무대가 만주 아니었겠습니까?]

[뭐, 우리가 내세운 꼭두각시만 잘 처리할 수 있다면···]


어쨌든 결론은 하나였다. 총독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협상, 협정 이야기가 해방군 회의실 탁자에 오를 상황을 만들어내야 했다. 발언권이 없으면 선동과 날조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총독부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총독부가 가정한 최상의 결말은 말이 가정이었지 사실상 망상이나 다름없었다.


조선 해방군은 총독부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어떤 대화를 나눌 마음도, 이를 통해 어떤 합의를 맺을 생각도 없었다. 조선 해방군이 수차례 항복 권유 방송을 했던 이유는 희생자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했던 것이지, 총독부한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성을 비롯한 해방군 지휘부가 내세운 총독부 처리 방침은 철저하게 죗값을 묻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었다.


총독부가 지레 겁먹어서 공세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대문을 열든, 지하 방공호에서 끝까지 버티다가 강제로 끌려 나오든, 그들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는 건 오직 하나, 총독부의 선택에 따라 발생할 사상자의 규모였다. 전자는 사상자가 얼마 나오지 않을 것이요, 후자는 사상자가 많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총독부의 선택은 후자였다.


***


총독부가 무의미한 저항을 선택한 이상, 해방군은 이를 강제로 짓밟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방군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총독부는 언제나 해방군을 전쟁과 살인에 미친 폭도 집단이라고, 전쟁하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고 매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매우 달랐다.


해방군은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고자 했다. 압도적인 전력을 내세워 단번에 밀어붙이고자 한 것도 총독부를 빨리 끝장내서 사상자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특전대원 투입 역시 이를 위한 일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경성에서 활동하는 모든 특전대원에게 전한다. 조선 총독부는 우리의 무조건 항복 요구를 거절하고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일본군을 무너뜨리도록. 이상.]


경성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던 대원들은 단순한 정보 수집 요원도, 길 안내인도 아니었다.


그들은 해방군 내에서도 최고로 일컬어지는 정예 중의 정예 병력이었다. 애당초 최고가 아니었다면 서슬 퍼런 헌병대와 경찰의 감시망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터, 대원들은 일본군이 기존에 알던 군인 개념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였다.


[잘 알다시피 일본군은 유선 통신에 모든 걸 의존하고 있다. 통신선이 없는 놈들은 눈먼 장님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뭐부터 해야 할지 잘 아리라 믿는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제 통신선 새로 깐다고 정신없어질 겁니다.]


오랜 공작원 생활을 마치고 전장에 복귀한 해방군 특전대원들은 물 만난 물고기와 같았다.


일본군이 앞에서 다가오는 해방군 전차에 부서진 성곽 잔해를 집어 던지며 의미 없는 분투를 벌이는 사이, 특전대원들은 일본군의 뒤로 은밀하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던 통신 시설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쾅!


[뭐야? 무슨 소리야? 포격인가? 구태여 뒤편에 뭘 날릴 이유가 없을 텐데.]

[확인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큰일 났습니다···! 다른 부대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뭐라고?]

[아무래도 통신 시설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통신 기기가 아예 먹통입니다.]


경성 전역을 저항기지로 만들고자 했던 일본군에게 각 부대를 긴밀하게 이어주는 통신망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가뜩이나 인력도 전력도 모자라는 마당에 고립은 문자 그대로 최악의 악재라고 할 수 있었다. 각 부대의 고립은 곧 각개격파를 의미했다.


[빌어먹을 빨리 통신선 구해와! 현 상태에서 고립되었다간 꿈틀대지도 못하고 죽는다! 통신선 복구 인원 편성하고 현장으로 파견하도록 해. 호위 인력도 최대한 많이 붙이고.]

[그래도 전 전력을 다 보낼 순 없-]

[이 멍청아! 다 보내라고 했어? 최대한, 최대한 많이 붙여보라고! 말귀를 한 번에 알아 들어먹는 게 그렇게 어렵나?]


예상대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으로 모자라 도끼까지 얻어맞은 일본군은 부리나케 통신선 복구 병력을 편성했다.


통신 시설이 먹통이 되었다는 말은 곧 적군이 후방 어딘가로 들어왔다는 뜻일 터, 통신선 복구 병력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통신선을 다시 이으러 가는 이들에게 탄약도 나름대로 넉넉하게 챙겨주려고 했다. 인원 한 명이 황족이고, 총기 하나가 삼종 신기 같은 일본군에게 이는 상당한 사치라고 할 수 있었다.


***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통신선을 복구하러 간 병력은 하나같이 함흥차사가 되어 본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중간에 허무하게 개죽음당하지 말라고 장비도 최대한 챙겨주고, 인원도 최대한 순수 군인만 뽑아서 편성해주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해방군 특전대원들이 받은 훈련은 일본군이 받은 어설픈 정신교육과는 비교를 불허했다. 특전대원들은 항상 일본군보다 먼저 생각했고,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특전대원 사전에 실수나 착오 같은 단어 따윈 없었다. 대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표적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그와 함께 원래 그 자리에 없던 존재라도 된 것인 양 연기처럼 모습을 감췄다.


전문 인력을 잃은 통신선 복구 병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채 애꿎은 시간만 날렸다. 약으로 가득 찬 통에 스스로를 던진 병사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병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는지도 모른 상태로 삶을 마감해야 했다.


일본군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방군은 무대가 그리웠던 배우에게 끊임없이 무대를 선사하고 배역을 배정해주었다.


[현재 전선에 있는 병사들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이들은 바로 간부들이다. 놈들은 전선에 나가지 않으려는 무고한 사병과 민간인들의 등에 사정없이 총알을 박으며 목숨을 내다 버리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 자식들만큼 식별하기 쉬운 놈들이 없지요. 표적 확인하는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일장연설은 앞으로 귀신 앞에서나 하게 될 겁니다.]


지하 방공호에 틀어박힌 지도층은 전면에 나서길 거부했지만, 중간 관리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광신도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최전선의 장교들은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공산당 정치장교처럼 최전선에서 군도를 휘두르고 권총을 지휘봉처럼 썼다.


일본군 장교들은 유리할 거 하나 없는 절망적인 전장에서 한 개인으로 소화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적을 속이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통신선 복구 병력의 연락이 끊어졌어도, 조만간 적 전차와 일대일 면담을 해야 할 상황에서도 장교들은 위기를 감출 의무가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적이 자신감을 얻고 전면전에 돌입하지 않게끔 해야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장교들은 현실을 깨달은 자들을 현실에서 쫓아내는 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장교들은 전선에서 몰래 빠져나가려는 자와 이성적인 주장을 펼치는 자의 등과 입가에 총알과 칼날을 가차 없이 박아넣었다.


그리고는 해방군 보고 대놓고 들으라는 듯,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 소리쳤다.


[우리 대일본제국 육군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적의 공세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 무슨 얼어 죽을 항복이란 말인가! 놈들은 우리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착각이다! 성곽을 넘어 한 발짝이라도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놈들은 재앙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일본군 장교는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몇몇 병사와 민간인 면전에 총구를 들이대며 연설을 멈추지 않았다. 흡사 전장에 나선 군인이 아니라 선거에 나온 정치인을 보는 듯했다.


***


하지만 장교의 발악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장교의 발악은 구석에 몰린 병사들을 통제하는 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지만, 해방군 특전대원을 상대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도리어 자기 명만 재촉했다고 볼 수 있었다.


탕!


특전대원의 사격 실력은 총과 총알도 제대로 없어서 빌빌거리는 일본군과 격을 달리했다.


특전대원의 총알은 일본군 장교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장교가 신처럼 떠받들던 천황은 총알을 막아주지 못했다.


지휘관을 잃은 부대는 얼마 안 가 혼란에 빠졌다. 총독부는 경성 내 모든 병사와 주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항전하리라 장담했지만, 근거 없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자들에게 지휘관의 전사는 악재가 아닌 호재였다. 그들은 혼란을 틈타 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누렇게 변색한 흰 속옷을 들고 냅다 적진으로 달렸다.


그중 천황 만세를 외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천황을 버리고 갈 거냐는 광신도의 살기 어린 물음에 고여 모셔두었던 총알로 답변을 대신한 병사들은 한결같이 같은 말만 외쳤다.


[항복! 항복합니다! 쏘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저항할 의사가 없습니다! 이상한 짓을 할 생각도 없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항복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경성 전역을 요새로 삼아 항전을 벌이겠다던 총독부의 호언장담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헛소리로 판명이 났다.


총독부가 그나마 통제할 수 있던 지역은 총독부 청사 주변과 조선 주둔군 사령부가 있는 용산, 산성처럼 쓰고자 했던 남산 일대뿐이었다.


그 외 경성 시내 곳곳에 있는 건물도 나름 거점으로 불렸지만, 그 정도로 소모전을 유도하고 협상 테이블에 해방군을 앉힐 수는 없었다.


총독부의 발악은 총독부의 안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방군의 공세종말점 따윈 없었다. 총독부가 종말을 맞이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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