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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0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24 18:00
조회
1,522
추천
33
글자
12쪽

202화: 결전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2화: 결전 (1)


조선 해방군은 경성 주민들은 대상으로 했던 탈출 권유 방송의 송출을 중단했다.


방송이 유의미한 효과를 계속 거두었다면 중간에 끝내지도 않았을 터, 송출 중단은 해방군이 다른 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뜻했다.


탈출을 권유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이후, 해방군은 다른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방송 담당 장교는 해방군 지휘부로부터 새로운 원고를 받아 들었다.


새 원고는 경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최대한 전투에 휘말리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방송 담당 장교는 무거운 목소리로 원고에 적힌 글을 읊었다.


[조선 해방군에서 경성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오늘부터 가급적 바깥출입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마십시오. 누가 두드리든 나오지 말고 상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원고의 제목은 주민 대피령이었지만, 총독부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이동 자체를 금지했으므로 대피는 불가능했다.


해방군은 건물 안에 있으라는 이야기를 몇 번씩 반복하고 강조했다. 더 좋은 대피 방안이 있으면 주저 없이 실행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집안에 계시는 것보다 더 좋은 대피 방법이 있다면 반드시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집안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집안을 완전히 봉쇄하고 며칠간 버틸 수 있으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이웃과 같이 버틸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봉쇄는 해방군이 방송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였다. 해방군은 주민들에게 방송을 듣는 즉시 모든 생업을 중단하고 어떤 외부인도 들이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말씀드립니다. 외부인은 가능하면 들이지 마십시오. 여기서 외부인이란 여러분의 이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는 이제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주민 대피령을 읽는 방송 담당 장교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원고를 받아 든 방송 담당 장교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마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둔 듯한, 수많은 희생자를 치를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방송 담당 장교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가 다음으로 전한 내용은 경성 주민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경성부에 남아있는 일본군과 지하 방공호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조선 총독부를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조선 해방군에서 조선 총독부와 조선 주둔군에게 알린다. 전쟁은 이미 끝났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며 무의미한 희생만 나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저항을 멈추고 항복하라. 조건을 따질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조건을 따지기에는 너희가 저지른 전쟁 범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기한은 오늘까지다. 생각할 시간은 이미 충분히 줬던바,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다. 오늘 자정까지 항복 의사를 전달하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오늘 자정까지다.]


[만약 자정이 지난 다음에도 저항을 지속한다면 항복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 강제 무장 해제 및 행정 기관 접수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경성에 진입한 이후에도 저항을 이어간다면 이유 불문하고 가장 강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조선 총독부와 조선 주둔군 사령부는 심사숙고하여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기 바란다. 이상.]


***


조선 해방군은 몇 시간 뒤 같은 내용의 방송을 다시금 송출했다.


최후통첩을 연이어 방송한 이유는 간단했다. 조선 총독부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선 총독부와 조선 주둔군 사령부는 자정이 다가올 무렵까지 침묵을 지켰다. 이는 결국 조선 해방군의 세 번째 방송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 방송은 자정을 얼마 앞두지 않은 늦은 밤 시간대에 이루어졌다. 일찍이 자정이 지나면 즉각 경성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던바, 세 번째 방송은 정말로 최후통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원고를 읽는 사람을 통해 잘 드러났다. 세 번째 최후통첩이 담긴 원고를 읽기 위해 나선 사람은 실무를 담당하던 장교가 아니었다.


마지막 공세 작전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대성이었다. 대성은 방송 첫머리부터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며 최후통첩이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조선 해방군 사령관이 전한다. 조선 총독과 조선 주둔군 사령관은 똑똑히 들어라.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네 번째 최후통첩은 없을 것이다.]


[자정까지 항복 의사를 밝히지 않을 시 계속 저항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 우리가 저항하는 일본군에게 어떤 식으로 대응해왔는지는 익히 잘 들었으리라 본다.]


[저항하는 자는 조건 없이 사살할 것이다. 포로로 어설프게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 조선 해방군은 저항하는 자에게 관용 따윈 베풀지 않는다. 마지막 경고다. 잘 새겨듣기 바란다. 이상.]


며칠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이라고 못 기다릴까? 대성의 최후통첩이 경성 전역에 울려 퍼진 다음에도 해방군은 자정이 될 때까지 총독부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조선 총독부는 끝까지 응답하기를 거부했다. 경성 시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죽창을 들고 항전하라는 의미 없는 선전 방송만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살아남은 해방군 특전대원들도 특별한 변동 사항을 전하지 않았다. 도리어 헌병대가 가정 곳곳을 돌아다니며 굳게 닫힌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기 위해 고함을 지른다고 말해주었다.


[주민들은 사전에 건설한 비밀 대피 공간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설사 헌병대가 문을 뜯고 들어온다고 해도 쉽게 찾지는 못할 겁니다. 마룻바닥을 총검으로 마구 찌르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장담하는데 문 앞에 쌓아 놓은 잡동사니 치우는 게 더 힘들 겁니다. 아무튼, 항복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휘체계가 붕괴한 건지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저항을 계속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인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동포들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들고 일어날 생각도 하고 있고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오십시오.]


그렇게 자정이 지나고 조선 해방군이 정한 기한은 시간의 흐름 저 너머로 사라졌다.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 총독을 무릎 꿇리기 위해서는 직접 총독부 청사를 박살 내야 했다. 그다음 그가 숨어 있는 지하 방공호를 찾아내서 한바탕 헤집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써는 그것만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방군 지휘부는 자정이 지나기 무섭게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 상석에는 가장 먼저 도착한 대성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대성은 지휘부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부대원 전원 전투 준비하라고 해. 서울로 들어간다.]


***


해방군 지휘관들은 대성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휘하 부대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참모들을 불러 군장을 챙기라고 말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모두 준비하라고 전하도록. 정신도 바짝 차리고.]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하겠습니다.]


해방군 진영에는 즉각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장병들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창설이래 가장 중요한 전투인 만큼 장병들은 꼼꼼하게 군장 상태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탄창에 탄약 제대로 집어넣었나 다시 한 번 확인하도록. 괜히 전투 중에 문제 생겨서 황천길 건너지 말고.]

[알겠습니다.]

[총기 상태도 확실하게 확인해. 출발하기 전까지 두 번, 세 번, 아니, 계속해서 확인해.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담당자한테 바로 말하고.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무기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주의를 기울였다.


주의 사항 전달 역시 지속해서 이루어졌다. 시가전 훈련은 수도 없이 치렀지만, 훈련은 어디까지나 훈련이었다. 훈련을 얼마나 받았든 간에 실전은 훈련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잘 알겠지만, 일본군의 무장 상태는 굉장히 열악하다. 총알도 모자라고 화력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몸까지 버리면서 저항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물귀신 노릇을 할 게 분명하다는 뜻이다.]

[주의하겠습니다.]

[단순히 주의만 해선 안 돼. 뭐, 이미 경험을 많이 쌓아서 알고 있겠지만. 애당초 항복할 거였으면 진작에 항복했을 놈들이야. 그러니 되도록 머리부터 쏘도록. 괜히 여러 사람 잡지 않게.]

[예.]


선두에 선 병사들은 각자 배정된 보병전투차에 몸을 실었다.


물론 보병전투차만으로 수많은 병사를 다 실어나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보병전투차에 탑승하지 못한 병사들은 전차에 몸을 맡긴 채 철모 끈을 동여매고 군복을 여몄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병사들은 말없이 전장으로 나섰다.


서울 공방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일본군이라고 가만히 손가락만 빨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총독부가 해방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한 이상, 그들 역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각오를 단단히 한다고 없는 무기가 생기거나 연료창고의 말라붙은 기름이 다시 샘솟는 것은 아니었다.


고물상에 갖다 버린 고철 더미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구식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군의 전력 상태는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았다. 군량미는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었고, 망가진 총기를 대신할 물건 역시 함흥차사 신세가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탄약이 넉넉하게 남아있었느냐, 심각하면 더 심각했지 덜하진 않았다. 탄약을 가득 담고 있어야 할 탄약 창고 또한 쥐와 각종 야생 짐승의 모임 장소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그야말로 죽창 하나와 이 빠진 군도 하나 들고 일생일대의 결전을 치러야 할 형국이었다.


***


하지만 해방군은 달랐다. 해방군은 모든 면에서 일본군을 뛰어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해방군은 옛날 관동군이 그랬던 것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사방팔방에 교만함을 과시하려고 들지 않았다.


해방군은 관동군과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해방군은 오지 취급이나 받던 한강 이남 지역에 포병 부대를 배치하고 강 건너에 자리 잡은 일본군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물론 일본군도 아무 생각 없이 한강 이북에 진을 친 것은 아니었다. 일본군도 나름대로 한강만 사수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군이 한강 이북에도 세력을 잡은 시점에서 일본군의 선택은 의미를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도리어 진영을 옮길 시기를 놓침으로써 해방군 포병 부대에 발목만 잡혔을 뿐이었다.


해방군의 공세는 대성이 직접 예고한 대로 자비가 없었다. 해방군은 일장기와 욱일기가 함께 휘날리는 강 건너 지점을 향해 아낌없이 포탄을 뿌렸다.


일본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강 건너에 주둔한 일본군은 상급 기관에 연락할 틈도 없이 한 줌 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하라는 말을 남길 여유도 없었다.


해방군은 저항하는 자는 남김없이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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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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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8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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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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