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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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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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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09.29 17:00
조회
4,736
추천
73
글자
12쪽

48화: 두번째 나비효과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48화: 두번째 나비효과 (3)


사절단 방문 당일.


-마! 다 옮겼나?-


-좀 남았슈. 근데 금방 끝날 것 같진 않은디···-


-뭐라카노? 그 자슥들 당장 오늘 온다카더만. 시간 없데이. 빨리 끝내야 한다고.-


-그걸 누가 모른데유? 에휴··· 이것들이 어지간히 무거워야지. 그렇게 급하면 와서 좀 도와주기라도 하던가···! 가만히 보고 있지만 말고···-


-크흠···! 옮길 게 몇 개 있었는데··· 어, 어디에 놨었더라···?


마을 주민들은 손님맞이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정들은 외부에 나와 있던 탄약과 총기를 지하창고로 옮겼고 여인들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


대성 역시 일손을 보탰다. 그는 지도부와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아직 지하화가 완료되지 않은 방어 시설들을 손수 제작한 위장막으로 가리고 다녔다.


다만 다른 주민들처럼 묵묵히 일만 하지는 않았다. 대성은 위장막을 설치하는 내내 마을 지도부, 특히 상기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언쟁을 벌였다.


“그래, 녀석들과 영원히 안 보고 살 순 없겠지. 하지만 꼭 그놈들이어야겠느냐?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냔 말이다.”


“촌장님.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말 남의 땅에서 영원히 사실 생각이세요? 아니잖아요.”


“휴··· 태준아. 네가 어떤 심정인지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너도 들은 만큼 들었으니 알 거 아니냐? 저항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압니다. 어떤 일이든 다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지, 어렵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이건 기회입니다. 우리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른다고요.”


대성이 주민들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성은 내심 후회했다. 스스로 연을 끊은 이를 제외한 주민 대부분이 한참 전부터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소수에 불과한 반대파를 설득하겠답시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상기를 위시한 몇몇 인사는 장장 며칠에 걸친 설득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들은 판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들은 모처럼 찾아온 작은 평화가 깨지지 않길 바랐다.


물론 대성도 그들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보게 태준이. 여기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촌장님 말씀을 잘 새겨듣도록 하게.”


“······”


“놈들은 이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아. 승리를 넘어 패자의 고통을 보고 싶어한다고.”


반대 의견을 내비친 이들은 대부분 일본군과 전투를 치러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주인공으로서 후손들이 알지 못한 역사의 뒷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보복을 두려워했다. 작은 승리를 대가로 들어야 했던 이웃의 비명과 참혹한 패배의 대가로 봐야만 했던 가족의 죽음은 이들의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용사들은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을 보며 불안에 떨게 되었다. 젊은이들의 혈기를 좇아온 악마가 마지막으로 남은 터전마저 파괴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후손이라면 뻔히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대성은 망설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대신, 우선 판부터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습니다, 촌장님.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대충 다 가린 것 같은데, 이제 슬슬 내려가봐야겠네요.”


“그래, 태준아. 내려가자. 누누이 말하지만,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네.”


“뭐, 교역 정도는 조금 해도 상관없겠지만. 군사적 관계 수립은 여러모로 곤란한 결과만 가져올 거다. 유념하거라.”


대성은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어쨌든 상기는 일방적으로 연을 끊어버린 아버지처럼 아주 꽉 막힌 인물은 아니었다.


분명 확실한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그도 다시 한 번 일어서리라. 대성은 지평선 근처 서늘한 가을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흙먼지를 주시하며 마을 입구로 향했다.


***


-저것들 사과하러 온 것이여, 아예 여기 살러 온 것이여? 뭘 저렇게 싸들고 왔다냐?-


-글쎄··· 얼굴 보니까 저번에 봤던 놈들인 것 같은디···? 그 뭐냐, 저 맨 앞에, 총사령인지 뭐시기인지 하고 옆에서 시중들던 놈이네.-


-그려? 어디 보자··· 맞네? 어떻게 된 거지? 그새 쫓겨났나?-


마을 주민들은 경계하는 눈빛 반, 아리송한 눈빛 반으로 천리군 사절단을 살폈다.


사절단 인원은 첫 번째 대면 때 방문했던 대표단과 얼추 비슷했다. 비단 인원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도 저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첫 방문 때와 다르게 뭔가를 많이 갖고 왔다는 점이었다.


[어이 젊은 친구. 이렇게 다시 보게 되었구먼. 뒤에 있는 짐은 당연히 검사받아야겠지?]


[부를 거면 그냥 이름으로 불러, 한 씨. 그나저나 뭘 챙겨 온 거지?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기라도 한 건가?]


[뭐? 하하하. 큰일 날 소릴. 자네가 직접 확인해봐. 내가 손대려고 하면 괜히 분위기만 험악해질 테니.]


한세걸이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마을 주민들이 짐수레 주위를 에워쌌다. 그들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놓은 채 짐들을 덮고 있던 천을 걷었다.


-휙!-


-뭣이여? 쌀가마니?-


-여기 등하고 기름도 있는데? 양놈들이 쓰는 물건도 여러 개 있고.-


어딘가 수상쩍어 보였던 짐수레 안에는 쌀을 포함하여 각종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이내 주민들이 총을 등에 메고 물건을 만지기 시작하자, 한세걸이 입을 열었다.


[내 전임자의 개인 창고에 있던 것들이야. 제대로 쓰지도 않을 거면서 쓸데없이 쌓아 놓기만 했더군. 일선의 병사들은 굶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 놈들이 어디 한둘인가. 근데 왜 우리한테 주는 거지? 개인이 남긴 물품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일종의 배상금이라 생각해. 뭐 이런 거로 사람 목숨값을 치를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청산할 건 청산해야지. 그게 경우 아니겠어?]


대성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도록 하지. 혹시 따로 준비한 게 있나?]


[마을 광장에 제사상을 차려놨어. 배상물품은 우리 주민에게 맡기도록 하고. 따라와.]


그렇게 주민 대부분이 모인 가운데, 죽은 낙민 마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제가 열렸다.


한세걸을 비롯한 천리군 사절단은 정식으로 예를 갖추어 희생자에게 절을 올리고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조용히 듣는 편이었다. 물론 가볍게 넘길 과거가 아닌 만큼 경멸 어린 시선과 험한 욕설로 답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사절단은 옛날의 안하무인 군벌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 앞으로 과거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평화를 약속했다.


[나는 천리군의 대표자로서 다음과 같이 약속하오. 다시 말하지만 천리군의 적은 여기 있는 조선인이 아니오. 같은 터전에 사는 당신들에게 총부리를 돌릴 일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이오.]


나름대로 진심이 전해졌던 것일까? 주민들은 마침내 사과를 받아들였다. 험담과 저주를 퍼붓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이왕 새롭게 출발하는 거, 하늘의 이치에 맞게 힘을 쓰는 사람들이 되어주시오! 죄 없는 사람들 피눈물 흐르게 하지 말고!-


그들은 마음속 응어리를 모두 풀어내듯 마을을 떠나는 사절단을 보며 소리쳤다.


그렇게 사절단은 ‘다음 행선지’로 말머리를 돌렸다. 안내자는 ‘대성’과 ‘만식’, 그리고 두 남자를 따르는 젊은이들이었다.


***


[여기인가?]


[그래. 여기서 학살이 벌어졌었지. 학살자들이 죗값을 치르고 묻힌 곳이기도 해. 생존자 한 명이 여전히 살고 있기도 하고.]


[기분이 괜히 이상해지는군. 이런 장소에서 대담을 나누게 될 줄이야.]


[어떻게 보면 여기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니까. 굳이 따지자면 다른 장소가 시작점이긴 하지만.]


대성이 말했다. 그러자 한세걸이 쓴웃음을 지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네. 그놈들이 제때 금괴를 찾았다면··· 나는 지금도 창고 한구석에 처박혀서 장부나 작성하고 있었겠지.]


한세걸은 폐허로 변한 옛 낙민 마을을 말없이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대성 일행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럼 정태준이.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지?]


[질질 끌 필요 있나? 시간도 없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이제야 말이 통하는-]


[현재 전황이 어떻게 되지? 듣자 하니 마점산, 아니, 마점산 장군이 상당한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하던데? 관동군이 쉽게 무시 못 할 정도로 말이야.]


대성이 물었다. 민위군 구역을 돌며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마점산은 흑룡강성에서 가장 많은 수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세걸은 대성이 알아낸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저 어둡기만 했다.


[그래··· 정태준이 자네 말이 맞아.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있지. 중원에서 헛짓거리하는 군벌만큼은 아니지만. 문제는···]


[관동군이 더 많은 병력을 운용하겠지.]


[나름대로 열심히 발품 팔고 다녔던 모양이군. 맞아. 그리고 놈들은 지금도 병력을 계속 늘리고 있어. 과거에는 남의 땅 맘대로 넘어온다고 욕이라도 얻어먹었지만 이젠 그럴 일도 없지.]


[그렇군.]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머릿수만 많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니니까.]


한세걸이 말했다. 워낙 당연한 소리였기에 대성도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일본제국은 당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대국 중 하나였다. 병사 개개인의 숙련도든, 화력이든, 관동군은 분명 마점산의 군대를 압도하는 요소를 최소 하나는 갖고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물었다.


[머릿수가 전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아니라면, 뭐가 영향을 끼치는 거지? 전차라도 굴리나?]


[정태준이 자네 혹시 정보원 굴리는 건가? 여하간, 전차도 문제야. 그래도 항공기만큼은 아니지.]


[항공기라면···? 흠, 공군이 있단 말이지··· 그래, 공군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공군? 그건 또 뭐야? 그런 놈들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공군을 몰라? 하늘에서 싸우는 놈들이 공군이지 뭐- 아, 맞다··· 항공대. 하하··· 용어를 정확하게 모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맘대로 만들어냈군.]


대성은 멋쩍은 나머지 헛웃음을 보이며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변에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조선인 부관은 이미 포기한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대성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천리군 수뇌부의 반응을 보며 ‘관동군 항공대’가 전황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직감했다.


남은 일은 그저 확인받는 일뿐, 그는 굳은 얼굴로 한세걸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8.27 22:40
    No. 1
  • 작성자
    Lv.76 쉼이터
    작성일
    20.10.29 21:02
    No. 2

    왜 재미있고 괜찮는데 보는 사람이 없는지 알게네요 이전 3편정도 부터 공감이 안가네요 조폭한테 민간이 대든다 할가요 표현이 그런가요 공감이 안되니 안 보게 되겠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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