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23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11.25 23:05
조회
1,816
추천
47
글자
12쪽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조선 해방군은 부산을 수복하기 무섭게 2차 공세를 벌이기 시작했다. 해방군은 경부선을 따라 북쪽으로 기수를 돌렸고, 거침없는 기세로 진격했다.


일본군은 해방군의 공세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일본군은 작은 달걀에 불과했다. 반면 해방군은 거칠 게 없는 커다란 바위와 같았다. 거세게 굴러 내려오는 바위를 달걀로 막는다. 굳이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일본군은 그만큼 무력했고, 해방군과 만나는 족족 박살 났다.


일본군은 사실상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선 해방군과 맞선 일본군의 운명은 거진 둘 중 하나였다. 가망 없는 전투를 벌이다 전멸하거나, 아니면 일찌감치 항복하고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거나.


그 외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조금 싸우다가 도망쳐본다?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애매한 방법으로는 후일을 도모할 수도 없었고, 생존을 보장받을 수도 없었다.


조선 해방군은 저항을 시도하는 일본군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해방군 육군은 일본군이 퇴각을 시도할 때마다 공군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일본군이 어느 방향으로 도망쳤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일본군이 교전을 중단하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대구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확인 바란다.]

[확인했다. 정찰기 조종사가 말하길 상당한 인원이 걸음아 나 살려라, 내빼고 있다고 하더군. 항복 의사는 표명하였는가?]

[하지 않았다. 아무대로 다른 부대와 합류해서 저항을 이어갈 모양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남은 인원은 우리 공군이 처리하도록 하겠다. 육군은 그사이 전열을 정비하기 바란다. 이상.]

[알겠다. 무사 비행하길 기원한다.]


육중한 장갑과 포로 무장한 전차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전차를 무더기로 앞세운 조선 해방군 육군은 일본군의 목숨을 셀 수 없이 쓸어 담는 지상의 저승사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지상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하늘에도 있었다. 해방군 공군은 하늘의 저승사자로 군림하며 생존에 대한 일본군의 마지막 희망 한 줄기마저 꺾어버렸다.


해방군 공군은 경상도 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도주하는 일본군을 찾아내고, 그들의 머리 위로 폭탄을 퍼부었다. 제공권을 상실한 일본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은 일본군이 처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단어였다. 조선 해방군의 공세에는 거침이 없었다.


해방군은 우월한 기동성과 화력을 앞세우며 서서히 세를 넓혀 나갔다. 부산에서 시작된 해방군의 공세는 결호선과 경성에 틀어박혀 있던 일본군을 압박하기 충분했다.


일본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땅굴로 넘어올 줄 알고 모든 주력 부대를 결호선에 몰아넣었는데, 정작 해방군은 부산을 새 근거지로 삼고 북진하고 있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해방군이 땅굴을 통해 건너오리라 굳게 믿고 있었던 조선 총독부는 부리나케 공문을 써서 결호선 방어군 사령부로 보냈다. 조선 해방군의 북진을 막을 대책을 하루빨리 고안해내라는 공문이었다.


***


그러나 총독부의 바람과 달리 대책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지하 방공호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인 일본군 지휘부는 담배 연기만 뿜어 대기 바빴다. 누구도 총대를 메지 원치 않았던바, 지휘관들은 함부로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결호선 방어군 사령관이 닦달해도 마찬가지였다.


[불령선인들이 부산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확실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나,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거의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

[놈들이 위협이 눈앞으로 다가온바,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나고 말 거야. 계급, 직책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말해보도록.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

[왜 다들 말이 없나? 자네들은 불자가 아니야. 묵언 수행이나 하고 앉아있을 근본이 아니라고.]


회의실은 이내 뿌옇고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앞도 보기 힘들고 매스껍기만 한 것이 일본군의 막막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참모진과 야전 부대 지휘관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들은 병력을 쉽게 옮길 수 없었다. 결호선 너머는 여전히 분주했고 바쁘게 돌아갔다. 적은 특별히 몸집을 줄이지 않은 듯했다.


침묵만 지키던 군인들의 의견은 이내 몇 갈래로 갈라졌다. 야전 부대 지휘관들은 해방군의 북진을 막고 싶어하는 총독부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당장 병력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부산이 넘어갔다는 소식 못 들었어? 대구도 위험하다고 하던데. 놈들이 그냥 밀고 올라오게 두겠다는 거야?]

[제가 미쳤다고 그러겠습니까? 제 말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자는 겁니다. 놈들이 속임수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속임수?]

[예. 놈들은 지금도 땅굴을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결호선 전역에 걸쳐서 말입니다. 그걸 단순히 위장용으로 팠다고 생각하십니까? 장담컨대 위장용은 아닐 겁니다.]


야전 부대 지휘관들은 조선 해방군이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땅굴 공사 현장 상태를 들었다.


야전 부대 지휘관이 제출한 정찰 보고서에는 공사 현장 근처에 모인 조선 해방군의 사진이 여럿 들어 있었다. 정찰기에 포착된 해방군은 천으로 덮은 무언가를 계속 공사 현장으로 나르고 있었다. 보안 유지에는 별 관심도 없는 듯했다.


이러한 사진은 비단 한 곳에서만 찍힌 게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를 나르는 해방군의 모습은 다른 지역의 정찰 보고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야전 부대 지휘관들은 병력을 함부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공사를 중도에 포기했다면 이렇게 물자를 나르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조종사가 운 좋게 건진 사진도 그렇고. 증언도 그렇고. 놈들은 예전보다 더 열심히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산은 뭐하러···]

[시선 끌기 용으로 점령했겠지요. 우리 병력이 분산되도록 말입니다. 밀고 올라오면 어떻게든 막으려 들겠지, 이런 마음으로 공격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흠···]

[녀석들이 공사를 서두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우리가 주력 부대를 빼는 순간, 놈들은 옳거니 하고 남쪽으로 넘어올 거에요.]


야전 부대 지휘관들은 한술 더 떠 부산을 점령한 해방군의 규모가 얼마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정찰기를 먼저 띄워서 적의 병력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세웠다.


[우리는 이미 꾸준한 정찰을 통해 놈들의 계략을 알아차린 바 있습니다. 정보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총독부에 저희 의견을 잘 전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뜻이군. 놈들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

[바로 그것이지요. 여차하면 조선놈들 더 데려와서 방패로 세워놓으면 그만이고요.]


***


총대를 메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이상, 더 나설 필요는 없었다. 전공 세우기에 관심이 없어진 장교들은 될 대로 되라 싶은 심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다른 의견 없나? 당장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

[······]

[그럼 다들 찬성하는 거로 받아들이지. 제안서를 작성하는 즉시 총독부에 전달할 테니 그리 알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해산. 불령선인들 감시 철저히 하도록 해.]


회의는 나름대로 결과물을 도출한 상태로 끝나는 듯 보였다. 침묵을 유지했던 장교들은 총대를 멘 사람들의 제안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고, 사령관 역시 최종지휘관으로서 전략을 최종 검토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상급기관에 전달하는 전서구 역할에만 충실했다.


하지만 상황은 방어군 사령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조선 총독부와 조선 주둔군 사령부는 결호선 야전 부대 지휘관처럼 적의 의중부터 파악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정찰부터 하겠다는 결호선 방어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찰만 하고 말겠다고? 그럼 대구부까지 넘어가게 놔두겠다는 거야? 자네들 지금 제정신인가?]

[아직 놈들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터라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놈들이 땅굴 공사를 중단한 것도 아니라서···]

[그렇다고 놈들이 우리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게 놔둘 거야? 지휘관이라는 작자가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나? 부산이 넘어갔어. 자칫하면 귀국 문제로 놈들에게 구걸하게 생겼다고.]

[죄송합니다···! 놈들의 북진을 저지할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부산도 되찾도록 해봐. 빌어먹을 것들 싹 다 폭격으로 갈아버리든지 해서 말이야.]


총독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무슨 의견을 내놓든 간에 총독부의 뜻과 맞지 않으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총독부는 결호선 방어군이 병력을 동원해서 조선 해방군의 북진을 막기를 바랐다. 나아가 부산을 탈환하는 것까지 마음에 품고 있었다. 총독부는 특히 퇴로 확보를 중요시했다. 그들도 전쟁에서 이기리라는 생각은 접은 지 오래였다.


결호선 방어군은 즉각 병력 편성에 돌입했다. 야전 부대 지휘관들의 간언은 헌신짝처럼 내버려졌다. 그들이 내건 제안에서 실제로 반영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불령선인들은 지금도 땅굴 공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부산 지역에 상륙한 부대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항공대 부대장은 최대한 빨리 정찰 부대를 조직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날렵한 놈들만 뽑아서 부대를 편성하도록 해. 놈들 항공대도 만만치 않을 테니 말이야. 정찰이 끝나면 바로 귀환할 수 있게 하고. 보고가 생명이니.]

[제일 가는 인재만 선발하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


결호선 방어군은 북진하는 조선 해방군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정찰 부대부터 편성했다.


결호선 항공대 부대장은 사령관의 당부에 맞추어 나름대로 전과를 세운 조종사들만 골라 정찰기에 태웠다. 부대장은 정찰기가 출발하기 전까지 살아 돌아오라는 말을 입에서 떼질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돌아와야 한다. 놈들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향후 전략을 수립하고 전투를 치를 수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부대장님.]

[너희가 허무하게 죽는 순간, 우리는 장님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너희의 조종 실력에 우리 운명이 달렸어. 그러니 매 순간 깨어 있어라. 단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 돼. 알겠나?]

[알겠습니다.]


조종사들은 실제로도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었다. 일본군은 거의 고사를 지내다시피 하며 조종사들을 배웅했고, 자기가 아는 모든 신에게 조종사를 보호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조종사의 생살여탈권은 일본군이 믿는 신이 아닌 조선 해방군에게 있었다. 그리고 조선 해방군은 이 조종사들이 한반도 상공을 활개 치도록 놔두지 않았다.


[사령관님. 긴급 소식입니다. 일본군 항공대가 남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던 모양이군. 해답을 쉽게 넘겨줄 순 없지. 공군과 방공포 부대는 즉각 전투태세에 돌입하도록.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조종 능력과 화력 열세는 별개 문제였다. 일본군 항공대는 기를 쓰고 조선 해방군의 화망을 피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일본군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애꿎은 조종사만 돌아오지 못할 높은 하늘로 올려보냈을 뿐이었다.


조선 해방군은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계속 진군했다. 그들은 어느새 대구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4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4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200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8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3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50 0 -
210 후기 +24 21.01.04 1,561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3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4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9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60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3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9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61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2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3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1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8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9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71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6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2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2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4 49 13쪽
»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7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5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4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