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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50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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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12.11 23:17
조회
1,850
추천
44
글자
12쪽

197화: 서울 진격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7화: 서울 진격 (4)


일본군은 조상들이 전투를 벌였던 옛 산성으로 들어가 배수진을 쳤다. 배수진에 선 일본군은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지는 순간까지 해방군의 진격을 저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배수진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을 불사하고 전투에 임해야 한다. 퇴로 하나 없이 밀리면 강물에 모두 빠져 죽을 각오로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는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었다.


애당초 일본군의 상태가 좋았다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세계열강으로 대접받으며 위세를 떨치던 시절, 일본군은 전투를 치르면서 배수진 같은 전략을 꺼내 든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전성기 시절 일본군은 자신과 맞선 적을 산골짜기에 집어넣고 항공대를 동원해서 폭탄을 있는 대로 퍼부었던 군대였다.


다시 말해 배수진을 쳤다는 말은 일본군의 처지가 전성기와 비교해 완전히 반대로 뒤바뀌었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불리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운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자만심에 빠져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그런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조선 해방군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일본군의 가미카제 형 방호 시설은 조선 해방군의 공세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


조선 해방군은 일본군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앞만 보고 달려올 줄 알았던 적과 동귀어진할 기회만 노리던 일본군은 멀리서 날아오는 거센 불길과 먼저 마주해야 했다.


[빌어먹을! 화염방사기다!]

[놈들 장갑차가 사방에 화염방사기를 쏘고 있다! 모두 피- 아악!]


좁은 구덩이 속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든, 어떤 기발한 수제 무기로 무장했든, 기름을 잔뜩 머금은 불길을 피할 순 없었다.


구덩이에 숨어있던 일본군은 해방군 전차에 폭탄 장대를 꽂아 넣으러 뛰쳐나가 보기도 전에 그대로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목숨을 건 저항도 기본적인 전력 차가 웬만큼 나지 않아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법. 나락까지 굴러떨어진 일본군의 전력으로는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결국, 적을 막는 것은 고사하고 애꿎은 자기 목숨만 허무하게 날린 셈이었다.


자기 욕심만 차리려는 무능한 인간들의 명령을 듣고 파 내려간 구덩이는 국가와 이웃, 가족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작은 초석이 아니었다.


저승과 곧바로 이어진 수많은 불구덩이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산성 정상에 진을 친 일본군 포병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포병은 산성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 해방군에 포격을 가하며 나름대로 저항을 펼쳐보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방군을 막을 수 없었다. 정상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던 보병이 전멸한 다음에는 저항하는 것마저 불가능해졌다.


일본군은 그렇게 배수진마저 잃어버렸다. 그들이 조상을 뛰어넘는 일은 없었다.


***


행주산성을 손에 넣은 조선 해방군은 일사불란하게 전장을 정리한 뒤 포대를 다시 구축했다. 그리고는 정기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며 일본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더 높여 나갔다.


하지만 일본군은 막다른 골목에 매달린 상황과 관계없이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포격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도, 해방군이 파훼법을 이미 알아낸 와중에도, 일선에 선 장병들은 구덩이를 파고 장대에 폭탄을 매달았다.


물론 모든 장병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나가서 백기를 흔들고 싶은 장병들도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많았다.


일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본인 주민들은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을 비참한 삶으로 내몬 지도층에게는 나름대로 든든한 지하 방공호 시설이 있었지만, 주민들에게는 그런 시설이 없었다.


주민들이 배정받은 방공호 시설은 주민들의 수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다.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격 소리가 들려오는 현장 한가운데서 초연하게 제 할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민들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이 아니었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주민들은 지쳐 있었다. 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다는 걱정에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주민들은 총독부가 내심 항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 마디로 총독부 수뇌부만 열심히 고집부리는 것에 가까웠다.


그것도 아래 사람의 안위에는 아무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채. 총독부 수뇌부, 나아가 일본 제국 지도층이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어떻게든 소모전을 벌여서 상대방의 출혈을 유도하고 나름대로 유리한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협상을 벌이려는 것이었다. 지도층은 그렇게 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고 전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간단히 말해 지도층은 자기 안위에만 관심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사지에 내몰린 병사. 밤마다 잠도 못 이루고 비좁은 방공호로 달려 들어가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자국 주민.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폭정에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조선인까지.


이들은 모두 총독부 수뇌부, 일제 지도층의 안위를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지도층의 이런 파렴치한 태도는 총독부의 회의 현장에서 잘 드러났다. 회의에 참석한 수뇌부 일원 중 옛 산성에서 불타 죽은 장병을 언급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방공호 회의실 탁자에 오른 것은 결호선에 배치된 병력이, 자기들의 협상력을 더 키워줄 수단이 경성부 권역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총독 각하. 전방 부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어디에 있던 놈들? 결호선?]

[그렇습니다.]

[그나마 제시간에 도착해서 다행이군. 조선놈들이 바로 밀고 들어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낙동강에서 올라오던 부대는? 아직도 소식이 없나?]

[아닙니다. 일단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고는 했습니다. 다만 불령선인들의 공격이 극심해서 전력 손실이 심하고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턱밑까지 조선놈들이 들어와선 안 될 텐데. 조금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군.]


총독부 수뇌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러나 당장에라도 오늘내일할 것 같았던 때보단 어느 정도 나아진 편이었다.


***


총독부는 낙동강에서 올라오던 야전 부대에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새로 지정될 부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대는 진군을 즉각 중단하고 현 위치 사수에 전력을 다하라. 뭐가 됐든 불령선인들이 경성 근교에만 오지 못하게 하면 된다. 명심하도록.]


결국, 중요 전력으로 여겨졌던 야전 부대까지 일개 장기말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낙동강 전선을 넘어 험난한 상경길을 올라오던 야전 부대들은 행주산성에서 전멸한 부대가 그랬던 것처럼 배수진을 쳤다. 야전 부대원들은 산성에 머물던 전우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듣지 못한 채 구덩이를 파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총독부 수뇌부는 해방군 공군의 공격 대상이 아니었던 결호선 병력을 다시금 경성으로 불러들였다.


해방군의 땅굴 침입을 걱정하던 일부 야전 부대 지휘관들이 반대 의사를 드러냈지만, 별 소용없었다.


총독부 수뇌부는 식민지와 식민지 거주민에 대한 전반적인 방위의 필요성을 잊은 지 오래였다. 경성만 지킬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수뇌부는 이러한 속마음을 특별히 감추지도 않았다.


[이렇게 계속 병력을 차출하면 결호선 방위에 큰 공백이 생깁니다. 불령선인들이 한꺼번에 밀고 내려올 수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이미 경성 코앞까지 들어온 놈들이 굳이 결호선을 뚫으려고 하겠나?]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경성에서의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 다른 수를 쓸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본토도 천황 폐하가 계신 도쿄만 안전하면 그만이듯이 조선도 경성만 안전하면 그만이다. 놈들이 넘어올 것 같으면 재주껏 막아. 나머진 경성에서 알아서 할 테니.]


현실 파악이 덜 된 몇몇 인사는 조선 해방군이 병력 동원 능력에서 한계를 맞이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들은 해방군이 생각보다 큰 피해를 보았으며 이를 감당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일부 지도층의 심적 안정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어쩌면 불령선인들도 우리만큼 피해를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바꿔 말해 진실을 감추는 데 성공한 것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 하긴 놈들도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으니 분명 손해도 컸겠지.]

[그래서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겁니다. 혹여나 자기 전력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그게 아니면 저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

[혹시 압니까? 놈들이 먼저 휴전 협상을 제의할지도 모를지. 미군도 보십시오. 처음에는 기세 좋게 날뛰던 놈들도 아직 본토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일리 있는 이야기로군.]


***


하지만 지도층의 장밋빛 전망은 진지하게 들을 필요도 없는 불쏘시개 망상에 불과했다.


조선 해방군은 단순히 전력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 진격을 늦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력 손실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전쟁 수행이 갑자기 불가능할 정도로 손해 본 것은 없었다.


도리어 전쟁 수행이 불가능한 쪽은 일본군이었다. 그들이야말로 당연히 해야 할 항복을 하지 않고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조선 해방군은 사실 결호선에 배치된 병력이 줄어들기를 기다린 것에 가까웠다. 해방군에게는 서울을 수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바로 결호선에 남겨진 조선인 인질 문제였다.


총독부는 결호선 지뢰 지대에 약간의 관리 병력과 조선인 인질을 남겨둠으로써 해방군의 침공에 대비하고자 했다. 여차하면 지뢰를 전부 격발해서 해방군의 전투 수행 의지를 꺾어버리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만 통하는 이야기였을 뿐, 적은 인원으로 땅굴도 감시하고 인질도 감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인질 구출 작전을 벌였다. 해방군은 일본군 포로를 일절 동원하지 않고 비밀리에 건설한 진짜 땅굴을 통해 결호선 부대의 후방으로 잠입하고 관리 병력을 모조리 제거했다.


땅굴 건설이 힘든 지역일 경우에는 일본군이 운용하는 고지대 감시 기지를 통해 결호선을 넘었다. 들어가는 경로가 어디든 간에 이들이 맡은 임무는 오직 하나였다. 해방군은 총독부가 경성 방어에만 정신이 팔린 인질들을 구출하고 안전지대로 호송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물론 일본군이라고 이 사실을 평생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대로 대처할 순 없었다. 경성 근교까지 진출한 해방군 주력 부대 때문이었다.


해방군 주력 부대는 총독부가 결호선 병력 재파견을 검토할 때마다 무력시위를 벌이고 조금씩 거점을 점령했다. 그 결과, 총독부는 아무것도 못 하고 인질 카드만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해방군은 총독부가 경성 방어에만 모든 걸 걸도록 다른 전선을 압박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낙동강 전선이 대표적이었다.


진군 도중 큰 피해를 본 일본군은 해방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방군의 세력 확대와 또 다른 경성 진격으로 이어졌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일본군이었다. 그리고 해방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전쟁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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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3 43 12쪽
»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1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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