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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80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9.12 22:00
조회
4,879
추천
81
글자
12쪽

47화: 두번째 나비효과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47화: 두번째 나비효과 (2)


“우리가 하는 말을 가볍게 여기지 말게.”


[가볍게 여긴 적 없습니다. 저 또한 가볍게 결정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란 말일세···!”


[저라고 모르겠습니까? 저도 상대방이 어떤 놈들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국의 국모까지 잔혹하게 살해했던 놈들이야.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재앙이 벌어질 것이야···!”


[압니다. 분명 한두 명 죽는 것으로 끝나진 않겠죠.]


“······ 게다가 굳이 자네가 아니어도-“


[그렇다고 물러서진 않을 겁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 머리가 장춘 거리에 내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과 맞설 겁니다. 반드시 몰아낼 겁니다.]


“뭐라-”


[왜냐구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하아··· 진짜 소귀에 경 읽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겠구먼··· 이제야 알겠어···”


[휴우···]


백상기와 한세걸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합의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화였다. 투쟁의 선봉에 섰던 옛 독립군은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려는 젊은 군벌 지도자를 필사적으로 말렸으나, 젊은 군벌 지도자는 한사코 뜻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양보 없는 대화는 곧 끝이 보이지 않는 설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밤새도록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대립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흠···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군요.]


회담을 먼저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한세걸이었다.


[좋습니다. 슬슬 마무리나 지어보도록 하죠. 질질 끌어봐야 서로에게 손해만 끼칠 터이니.]


그는 탁자 위에 늘어놓았던 종이 꾸러미들을 치우며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열변을 토하다 못해 투쟁을 부르짖던 조금 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태도였다.


[그냥 지금까지 오갔던 말들은 모두 논외로 치고. 이것 하나만 약속해주십시오. 앞으로 어떤 군사적인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자네를 상대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약속만 지켜 주신다면··· 더 이상 내 병사들과 마주칠 일은 없을 겁니다.]


“흠···”


[자, 이제 당신들 결정만 남았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한세걸이 가죽 덮개 안에 담겨있던 무언가를 꺼내며 물었다. 그가 꺼낸 것은 ‘천리군 – 조선인 간 상호 불가침 협정’이라 쓰여진 문서였다.


[오늘을 기점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겠다는 합의안에 동의하십니까?]


한세걸은 상대방 일원들을 한명 한명씩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신한 마을과 낙민 마을 촌장, 그리고 이들을 도와주는 젊은이들을 거친 뒤 대성에게로 옮겨졌다.


그때였다.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지?]


[뭐?]


[관동군을 꺾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고? 당신이 마점산을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야.]


대성이 물었다. 명칭만 거창한 합의안에 서명하는 일은 그에게 있어 실속 없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대성은 이대로 대화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거래를 해볼 참이었다.


바로 자신이 가진 힘, 일제를 무너뜨리는 데 유용하게 쓰일 군사적 지식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된 거래였다.


하지만 한세걸은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걸 자네가 알아서 뭐하려고?]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니까 지원하기로 한 거 아니야? 당신이 무작정 일을 벌일 인물로 보이진 않는-]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여태까지 했던 말들은 모두 없던 걸로 하자고.]


한세걸은 싸늘한 태도로 답변을 피했다.


[애당초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하는 게 목적이었잖아? 얼추 합의했으니 이제 각자 하던 일에만 집중하잔 말이지. 알아들었나?]


[······]


[그럼 일어나도록 하지.]


그는 대성이 합의안에 서명하기 무섭게 참모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의례적인 인사말도 없이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한세걸은 회담에 더 이상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대성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회담 결과를 가장 아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대성도, 마을 주민들도 아니었다.


바로 한세걸 그 자신이었다.


‘아주 얼굴에 다 드러났네. 다 드러났어.’


애당초 뭔가 얻었다고 생각했다면 저런 표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성은 한세걸이 회담 결과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한세걸은 어렵사리 얻어낸 합의안을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았고, 자신이 이뤄낸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지도 않았다.


단지 말로만 끝났다고 했을 뿐, 굉장히 미련이 많이 남은 듯한 눈치였다. 아니, 단순히 미련이 남은 것을 넘어 크게 실망한 것 같은 눈치였다. 그 역시 일제와 싸우려 하지 않는 조선인들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놈은 아직 원하는 걸 얻지 못했어.’


대성은 한세걸을 따라나섰다.


[아직도 못 믿는 건가? 다시 말하지만, 이제 앞으로 마주칠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괜히 따라오면서 헛수고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도록 해.]


[거참,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까칠해지셨을까? 나름대로 큰일 치렀는데 그냥 보내줄 수가 있나. 그래도 배웅은 해줘야지.]


[배웅은 무슨··· 안 해줘도 되니까 얼른 돌아가서 주민들한테 상황 설명이나 똑바로 해. 여기서 시간 낭비할 생각하지 말고.]


한세걸은 대성이 바래다주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자원과 시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주었던 참모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대성을 감시하는 데만 집중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간격으로 대성을 에워쌈으로써 그가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끔 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성에게는 대화를 이어갈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었다. 한세걸이 말에 박차를 가하려는 찰나, 대성은 그가 잘 들을 수 있게끔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 한세걸이! 그거 아나? 합의안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던데?]


[······]


[그게 없으면 곤란해! 우리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뭐라고?]


대성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한세걸이 말머리를 돌렸다. 예상대로였다. 당장 열강의 정규군을 상대해야 하는 판에, 대성의 발언은 말 그대로 폭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한세걸의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대성은 처음으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젊은 군벌 지도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서명까지 다 해놓고, 인제 와서 뭐? 뭐가 어째? 그나마 생각 있는 줄 알았건만, 회담이 장난으로 보여?]


[워워, 왜 또 흥분부터 하고 그러시나. 방금 얘기했잖아. 이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언제 아예 못 한다고 했던가?]


[하··· 이봐, 젊은 친구. 아니, 정태준이. 허튼 소리할 생각이면 당장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야.]


[허튼소리 아니야.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지.]


[뭔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 당신이 처음에 언급했던 사절단 말이야. 그 사과하러 온다던 사람들. 아까 전혀 언급이 없길래. 확인 좀 해보려고 했어. 혹시 잊어버렸나 해서.]


대성의 대답에 한세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참나··· 설마 그거 하나 확인하려고 여기까지 왔던 건가? 대단한 정성이군.]


[관계 개선을 하는 데 있어서 과거사 청산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 제대로 처리해야지. 그런 의미로 당신이 직접 왔으면 하는데?]


[나까지 오라고?]


[어쨌든 당신이 현 책임자잖아. 큰 권한을 받았으면 그만큼 책임도 질 줄 알아야지. 그날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허, 참나······]


[기왕 새롭게 출발하는 거, 깔끔하게 시작하자고. 오늘 못다 한 이야기도 마저 하는 겸해서.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아직 얻지 못한 게 있잖아? 아닌가?]


대성이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각자 소속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


그렇게 회담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과연 한세걸이 공언한 대로 천리군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선인 공동체 관할이 아닌 마을에 나타났다거나, 정찰대가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들은 이야기는 그저 천리군 총사령이 마을에 다시 한 번 찾아온다는 소식뿐이었다.


-글쎄 조만간 천리군 총사령이 다시 찾아온다고 하던데?-


-왜요? 그때 다시는 안 보기로 하지 않았어라? 설마 싸우겠다고···-


-아니여. 그 뭐야, 낙민 마을 사람들 죽은 거 말이여. 고거 사과하러 온다고 하더라-


-참말로? 그냥 시건방지기만 한 놈인 줄 알았건만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녀석이었나 보네. 아니지. 촌장님들하고 태준이가 잘한 덕분이지-


-그걸 말이라고. 어쨌든 다행이네. 그때 죽은 사람들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구먼-


한세걸이 직접 사과하러 온다는 소식은 주민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더불어 회담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주었다.


주민들은 가장 강한 적이 없어졌다고 여겼고, 덕분에 큰 전투를 치를 가능성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마을은 전보다 더 바쁘게 돌아갔다.


바로 그 회담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저들에게 얼마나 노출되었었는지, 우리의 정보가 얼마나 많이 세어나갔는지 말이죠.”


“······”


“하지만 우리는 저들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대성은 회담이 끝나자마자 내부 정비를 시작했다. 그간 벌였던 일이 전력 강화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번 일은 주로 전력을 숨기고 적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한 결정에 따라 시행된 첫 번째 조치는 바로 대대적인 공사였다. 상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마을 방어시설들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중요 지점에 있던 시설들은 모두 지하 시설 비슷하게 바뀌게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수고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거 뭐 죄송할 것까지야. 오히려 무작정 믿는 게 바보 아니오? 어쨌든 군벌은 군벌이요. 아무 생각 없이 믿다가 뒤통수 맞을 바엔 고생 몇 번 더 하는 게 낫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대성은 한세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정보원들을 이끌고 마을 밖을 나섰다. 천리군 사절단이 오기 전까지 끝내야 하는 작전이었던 만큼 상당히 고된 여정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바와 달리, 작전은 별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이는 곧 한세걸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의미했다. 민위군에게 시달렸던 주민들은 한세걸의 정예부대를 저승사자로 불렀고, 마적들에게 천벌을 내린 영험한 존재로 여겼다.


덕분에 대성은 불필요한 시간 낭비나 희생 대신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게 된 옛 민위군 구역을 뒤로하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짜 협상을 준비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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