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8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22 08:00
조회
6,228
추천
98
글자
12쪽

33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3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2)


중국인 병사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대성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총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그들은 드럼통을 살살 치는 듯한, 난생처음 들어봤을 특이한 총성과 함께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다행히 제대로 작동하는군.’


“상황 정리됐습니다. 모두 나오세요.”


대성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풀숲에 납작 엎드려있던 저격수 분대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분대원들은 자그마한 대롱처럼 생긴 쇳덩이가 부리는 기교에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참 신기한 물건일세. 천둥소리 같던 것을 작은 울림으로 바꿨구먼. 소리를 사라진 게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네.”


“괜히 소음기라 부르는 게 아니죠. 그래도 총성 자체를 없애주진 않습니다.”


대성이 말했다.


“몇 번 강조했지만, 총을 어디서 쐈는지 모르게 할 뿐, 방금 들으신 바와 같이 같이 총성은 여전히 울립니다.”


“그러게. 아예 안 들리는 줄 알았더니만.”


“정말 위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처럼 너무 가까이서 쏘려고 하지 마세요.”


모두가 이상한 쇳덩이의 위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성은 저격수 분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럼 잘 이해하셨으리라 믿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시다. 일단 이 사람들 탄약하고 총기부터 챙기세요.”


“예.”


분대원들이 주인 잃은 말에 탄약과 총기를 싣는 가운데, 대성은 차갑게 식은 중국인 병사들의 몸을 수색했다.


“여기 있네.”


그는 곧 ‘여씨 형님’이라고 불렸던 마적단원의 품에서 지도를 한 장 찾을 수 있었다.


마적단의 근거지를 알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친절하게 깃발까지 그려 놓으셨네. 멀리서 왔을 것 같진 않았는데. 예상이 맞았군요.”


“저기 칠곡이라면··· 내분을 가장 먼저 일으킨 작자들 아니요?”


“그렇죠.”


한 분대원의 물음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백색 깃발 그림이 그려진 마을 두 곳을 짚었다.


“동시에 조선인 탄압의 시발점이기도 하고요.”


생전 ‘돌격대장’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여씨 형님’의 지도에는 꽤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여씨’와 함께 며칠동안 백산 마을 주변을 맴돌던 마적단은 ‘칠곡’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자들이었다.


동시에 대성이 예측했던 나비효과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 민위군 내분의 서막을 연 장본인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선인 총대장의 수족을 먼저 잘라냄으로써 조직을 장악해보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상당히 다르게 흘러간 것 같았다.


대성은 지도에 표기된 상황 정보들을 정리해서 분대원들에게 전해주었다.


“지도에 따르면 본래 근거지였던 칠곡에는 소수의 경비병력만이 머물고 있어요. 주력 부대는 새로 점령한 마을에 자리를 잡은 듯하고요.”


“그럼 칠곡부터 갑시다. 지키는 놈들도 몇 명 없겠다, 그쪽을 치는 게 수월하지 않겠소?”


또 다른 분대원이 말했다.


천리군에 맞서 항상 수적 우위를 자랑했던 민위군은 이름에만 군(軍)이 들어갈 뿐, 사실 여러 마적단의 연합으로 탄생한 무장 단체였다.


그만큼 단체를 이루는 각 조직의 구성원이나 목적도 다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곧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개별 조직이나 파벌로 찢어질 수 있음을 뜻했다.


특히 이권이나 권력이 걸린 경우, 이런 사달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그리고 민위군은 그런 상황을 맞이한 지 오래였다.


조선인 총대장에게 반기를 든 세력과 총대장을 끌어내린 세력의 불일치. 민위군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나로 뭉치는 건 고사하고, 천리군과의 전투 때처럼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능력도 없었다.


민위군이란 이름 아래 존재하는 병력은 많을지언정, 개별 조직의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말이었다.


분대원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자 했다.


“······”


하지만 분대장의 생각은 이들과 약간 달랐다.


“우리가 칠 곳은 여기입니다.”


대성은 마적단의 새 근거지에 연필로 X자를 그렸다.


그러자 분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나이가 많은 분대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거긴 조금··· 위험하지 않겠소···?”


“왜요. 마적들이 많이 몰려 있을 것 같아서요?”


“방금 분대장이 말하지 않았소? 마적단의 주력 부대가 주둔해있다고.”


“그랬죠. 하지만 주력 부대가 많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성은 풀숲에 엎드려 있을 동안 들었던 마적들의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다.


“지도를 가지고 있던 자는 이 마적단의 간부였습니다. 그것도 두령에게 정찰 결과를 직접 보고해야 하는 지위였죠.”


“마적단 내 서열과 놈들 숫자가 무슨 상관이오?”


“무장 단체의 주요 간부가 고작 졸개 네 명만 끌고 다닐 리는 없죠. 가용 병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보십시오.”


대성은 지도에 쓰여 있는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제가 처치한 간부는 ‘여씨’라고 불렸는데, 정작 이 지도의 소유자 명에는 ‘조씨’가 쓰여있습니다. 다들 보이시죠?”


“나라 조인 것 같은데··· 조씨 맞네. 이름이 왜 다른 거지?”


“아무래도 전임자인 모양입니다. 마적들의 대화에 따르면 여씨 전임자가 두령 뒤통수를 치려다 죽었다고 하더군요.”


“대장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는 말은 곧···”


“민위군 산하 개별 조직에 불과한 마을 마적단도 내분을 벌인다는 뜻이지요.”


대성이 말했다.


“민위군은 완전히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지도에도 자기네 점령구역 빼고 전부 빨간 글씨로 적(敵)이라 써놓지 않았습니까?”


‘여씨’의 지도에는 현 주둔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조차 ‘적’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자고로 간행물이란 발행 단체의 의중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법, 민위군의 내분은 규모만 작을 뿐, 중원에 있는 군벌들의 행태와 별다를 바 없어 보였다.


“분대원 여러분. 강력한 국가도 분열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집니다. 두 쪽으로만 갈라져도 힘을 못 써요. 지금이 적기입니다.”


“지금 바로 쳐들어가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분대장. 아무리 적 세력이 약해졌다 해도 이 인원으로 치는 게 가능하겠소?”


“특수전에서 숫자는 중요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저격 소총과 여러분의 참을성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그래도 사방이 적인데, 차라리 마을 방어에 더 집중하는 게···”


이번 작전이 마을 주변을 배회하는 마적을 처치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분대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 소식에 약간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이들을 이끄는 분대장인 동시에 조선인 공동체의 안보 책임자이기도 했던 대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때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 전략이기도 합니다. 마적들에 둘러싸인 채로 계속 방어만 하다가는 말라죽고 말 거에요.”


“······”


“모두 아시잖아요. 이 지역의 모든 피난민을 받을 수는 없어요. 애당초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도록 해야죠.”


대성이 말했다.


“우리들의 손에 이 지역 조선 사람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비극을 여기까지 와서 반복하지는 말자고요.”


분대원들도 다 직접 보고 들은 만큼, 이웃 마을 동포들의 처참한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들 역시 가혹한 핍박을 피해 만주로 피난 왔고, 힘든 생활을 견뎌온 나라 잃은 조선인이었다.


분대장의 호소에 저격수 분대원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방어전을 고수하자거나,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인원은 없었다.


곧 모든 분대원이 대성과 함께하겠노라고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출발해봅시다.”


대성은 분대원들과 함께 ‘칠곡 마적단’이 주둔한 마을로 말고삐를 돌렸다.


마적에게 저항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방어나 구출이 아닌 적의 토벌을 전제로 한 선제공격이었다.


***


“우리는 정보 수집 요원이 마적단의 습격을 피해 도망쳤던 길로 이동할 겁니다.”


대성이 분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민위군의 내분을 처음으로 목격했던 정보 수집 요원은 생채기투성이가 된 상태로 백산 마을에 돌아왔었다.


마적에게 붙잡혀 험한 꼴이라도 당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정보 수집 요원은 말을 타고 달리는 마적들을 피하는 과정에서 그리된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의 설명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찌익!-


“아이씨··· 또 긁혔네. 가는 길에 옷 다 찢어지겠구먼.”


“아니, 삼식이 형은 여길 어떻게 맨몸으로 지났다는 거여.”


저격수 분대원들은 저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가지에 걸려 찢어진 바지 조각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정보 수집 요원이 마적을 피해 도망쳤다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이 따로 없었다.


사방을 빽빽하게 메운 나무들과 식물은 억센 가지를 아무 데나 뻗은 채 분대원과 말을 마구잡이로 위협했다.


게다가 날카로운 돌부터 통로를 통째로 틀어막은 큼지막한 바위, 그리고 반쯤 숯덩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나무줄기까지, 통행에 방해되는 걸림돌이란 걸림돌은 전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야말로 기동전을 추구하는 무장 단체한테는 접근조차 하기 싫은 구간이었다.


누군가 목에 칼을 들이댄 상황이 아닌 이상, 마적들은 절대로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는 곧 특수전이 주특기인 사람에게 최적의 장소임을 의미했다.


‘마을하고도 가깝겠다. 소음기도 있겠다, 굳이 숨을 장소를 찾을 필요가 없겠어.’


분대원 모두 오만상을 찌푸린 가운데, 대성 혼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험준한 길을 이용한 정보 수집 요원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듯, 마을에 다다르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상 첫 마적 원정에 나선 대성과 저격수 분대는 이글거리는 햇볕이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목적지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성과 분대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말들을 단단히 묶어 놓은 뒤, 탄약과 총기를 챙겨 들고 거친 덤불 사이를 기었다.


“크윽···! 망할 놈의 덤불 같으-“


“쉿! 지금부터 본인이 소음기라 생각하고 소리 최대한 작게 내세요···!”


“죄, 죄송합니다··· 분대장님.”


대성보다 한 살 터울 아래인 젊은 분대원이 고개를 숙였다. 대성은 전보다 부쩍 예민해진 얼굴로 분대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여러분. 이제부터 작전 시작입니다.”


“예···”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음은 내지 않습니다. 모두 그동안 배웠던 수신호 기억하시죠?”


“그 나이 먹고 새파랗게 젊은 분대장에게 시달린 게 얼만데··· 기억 못 할 리가 있겠소?”


동년배 중에서 가장 우수한 참을성을 자랑하던 30대 분대원이 말했다.


“좋습니다. 적이 가까이 접근하거나, 올 경우에는 수신호만 쓸 겁니다.”


“알겠소. 근데 데시··· 그건 또 무슨 용어요?”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에요. 앞으로 많이 쓰일 겁니다. 자, 그럼. 슬슬 작업을 시작해보죠.”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너무 늦었네요. 


다른 의미의 일주일 연재를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분대장을 맡은 대성(태준)이 갓 성년이 된 나이인 관계로 분대원 간에 상호존대를 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3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200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8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3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50 0 -
210 후기 +24 21.01.04 1,560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3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8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0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9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2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8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60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1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2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0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7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8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70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6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0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2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3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6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4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3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