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10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16 22:51
조회
6,511
추천
97
글자
12쪽

32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2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1)


백산 마을로 피난 온 조선인 중에는 상인도 몇몇 있었다.


상인들은 출신 지역도, 취급하는 품목도 달랐다. 심지어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조차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자본가로 각성한 사람도, 현재 하는 일을 부정하며 사서삼경을 외우는 사람도 입을 모아 인정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남의 나라 땅에서 먹고 사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는 점이었다.


상인들은 마적단의 서슬 퍼런 폭정과 거주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의 텃세에 매일같이 시달리면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이러한 고난과 시련이 줄어든 시기가 민위군 총대장이 바뀐 이후부터였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정말 조금 줄어든 것이었다.


“총대장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린 적이 없었소. 하지만 마적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적도 없었지."


조선인이 마적단의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해서 조선인 상인들이 대단한 혜택을 받게 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뺏어갈 건 착실하게 뺏어갔다오.”


조공 바치는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산을 다 빼앗아가던 때보다 약간 나아졌을 뿐, 수탈은 여전히 이어졌다.


조선인 총대장은 조선인을 터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거나, 조선인을 특권 계층으로 만들 수 없었다.


총대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그가 소수집단 출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쟁취한 대장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 ‘한족 출신 마적’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줘야만 했다.


물론 한 지역을 주름잡는 마적단의 총대장까지 오른 인물인 만큼, 그도 영원히 눈치만 보고 살 생각은 없었다.


조선인 총대장은 선배들이 이루지 못했던 대업을 이룸으로써 절대권력을 얻고자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놈들은 본부를 둘러싸고 있는 목책 너머로 조선인 병사들을 내던졌소.”


“죽인 다음에 말입니까?”


“차라리 숨이 끊긴 다음에 떨어졌으면 다행이지. 사람이 칼에 베인다고 해서 바로 죽는 건 아니잖소.”


민위군 본부 구역에서 피난 온 곡물 상인이 대성에게 말했다.


“본부 밖에서도 비명이 들렸소. 살려달라는 비명이. 그 목책 앞에 뭐가 있는 줄 아시오?”


“뭐가 있는데요?”


“날카로운 물건들. 날붙이란 날붙이는 다 꽂혀 있소. 중국인 병사들은 조선 사람들을 그곳에 내던졌다고.”


곡물 상인이 몸서리를 쳤다.


그는 목숨을 잃지 않고 민위군 본부의 함락을 목격한 얼마 안 되는 조선인 상인 중 하나였다.


민위군 본부를 장악한 자들은 본부를 지키던 중국인 병사들이었다.


곧 대성이 물었다.


“총대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르겠소. 하지만 어차피 둘 중 하나 아니겠소? 죽었거나 빈털터리로 도망쳤거나.”


“하긴, 진압하는 데 성공했으면 조선인 병사들이 꼬챙이 신세가 되진 않았겠죠. 조선인 상인들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테고.”


“내 말이 그 말이오. 솔직히 안에서 못 빠져나왔을 거요. 잠자리 지키는 놈들이 공격했는데, 살아남았겠소? 그대로 효수당했겠지.”


곡물 상인이 말했다.


그렇게 조선인 총대장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마적단을 이끌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총대장을 끌어내린 마적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으르렁거리며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앞뒤 안 가리고 서로 물고 뜯기만 하는 혼란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마적과 아무 관계 없는 민간인들이었다.


삼삼오오 쪼개진 마적들은 세력 확보를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수탈을 일삼았다.


백산 마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인 공동체를 이끄는 마을 주요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방공호처럼 만든 회의실에 모였다.


곧 만식이 회의실 탁자에 비치된 마을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도 마적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마을 근처를 배회했다고 하더군.”


그는 지도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저들도 눈이 달렸으니, 우리 마을 상태가 어떠한지는 알겠지. 놈들은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곳을 찾으려는 것 같아.”


대성 역시 굳은 표정으로 지도를 보았다.


크고 작은 마을에 흩어져 살던 조선인과 만주족이 한족 출신 마적의 탄압을 피해 이주해오면서 백산 마을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적들이 노리는 곳은 이주민들이 자리 잡은 새로운 거주구역이었다.


잠시 후, 대성이 말했다.


“아저씨 말이 맞습니다. 아직 방어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곳을 공격할 생각이에요.”


“당장 주민들 먹여 살릴 식량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에 마적까지 쳐들어오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지겠지요.”


“흠··· 태준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바로 진지공사 시작할 게냐?”


만식이 물었다.


하지만 딱히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이는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진지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세력이 급격하게 불어날수록 기반을 철저히 다져야 하는 법.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조선인 공동체에 필요한 조치는 진지 증설이 아닌, 식량 증대였다.


외지에 나가 식량을 마련해오는 방법도 있었으나, 교역로를 마적들이 장악하는 바람에 상인들을 쉽게 파견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금으로썬 토지를 한 평이라도 더 개간해서 더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래야 만주 벌판의 혹독한 겨울을 버틸 수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지공사는 식량 마련을 위한 황금 같은 시간과 노동력을 잡아먹는 행위였다.


마적을 막는 일도 일단 굶어 죽지 않아야 할 수 있는 법. 이런 사정 때문에 주민들은 진지 증설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시행하자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요 며칠 사이에 계속 나타났으면 오늘도 나타나겠죠?”


“오늘 당장 습격할지도 모르지.”


“어느 시간대에 나타났는지도 기록했죠?”


“네가 그렇게 하라고 지침을 내리지 않았느냐. 확인해 보아라.”


대성은 마을 근처에 출몰했던 거수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거수자들이 출몰한 지역, 시간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비슷한 지역, 비슷한 시간··· 전부터 느꼈지만, 참 한결같네요.”


“우리가 빈틈을 보이기만을 기다리는 거야.”


“흠. 오늘은 약간 다르게 가보죠.”


“다르게 가다니?”


“일단 마적이 나타났다는 지역 근처에 경계 요원들을 좀 배치해주세요. 무장한 상태로.”


“그게 무슨 말이냐? 혹시 다른 생각이라도 있는 게냐?”


만식이 물었다. 그러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오는 놈들은 아마 집에 못 돌아갈 겁니다.”


***


뜨거운 여름 태양이 대지를 갈구는 가운데, 대성은 길리 슈트를 입고 풀숲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일단 정찰병들은 제가 처리할 테니 그전까진 가만히 있어요. 도망가는 병사가 나올 때만 발포하도록 해요.”


대성이 지시하기 무섭게, 주민들은 저격 소총을 꺼내 들었다.


저격수로 선발된 주민들은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참을성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땀이 몸 구석구석을 불쾌하게 적셔도, 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녀도 상관없었다.


그들은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대성과 저격수 분대는 숨을 죽이고 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불만이 잔뜩 쌓인 듯한 중국어 대화도 조금씩 들려왔다.


[아니, 여씨 형님. 그냥 화끈하게 쳐들어가면 안 됩니까? 이게 정찰만 몇 번을 하는 거요?]


[이 자식은 오늘 처음 나온 주제에 말이 많네.]


‘여씨’라 불리는 중국인 마적이 말했다.


‘이번에도 정찰이군.’


대성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가는 마적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성이 이끄는 저격수 분대의 시야에 들어온 마적은 총 네 명. 보고서에 기록된 정찰 인원의 수는 언제나 네 명이었다.


그리고 마을 주민이 제대로 감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마적들은 마을에 가까이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망원경으로 백산 마을을 살피며 불평불만을 토로하기에만 바빴다.


[광종아. 나는 4일째야. 나흘 연속으로 나왔다고.]


[그건 형님이 두령님에게 보고를 올려야 할 중요한 위치에 있으니까 그런 거죠.]


[중요한 위치는 얼어 죽을···]


‘여씨’가 코웃음 쳤다.


[빌어먹을 돌격대장 놈이 두령님 뒤통수 치려다 뒈져서 내가 오게 된 거 아니냐.]


[그게 더 좋은 일 아니요? 돌격대장이 할 일을 형님이 한다. 그 말은 여씨 형님이 돌격대장 자리에 올랐다는 뜻 아닙니까?]


[좋긴 개뿔. 그 의심 많은 놈 밑에서 파리 목숨 된 거지 뭐.]


[어쨌든 형님도 대장 소리 듣게 된 거 아니요?]


[참··· 퍽이나 대장이다. 고작 네 명 끌고 다니면서 뭐하라고.]


[아니, 우리가 뭐 어때서? 우리 정도면 조선인 마을 하나는 식은 죽 먹기 아니요?]


광종이 말했다. 그러자 여씨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광종을 흘겨보았다.


[에휴··· 얘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일단 저 마을부터 보고 말해.]


여씨는 망원경을 광종에게 건네주었다.


[광종아. 내 생각에는 백준홍이 그놈 아직 안 죽었을 것 같아.]


[왜 안 죽었다고 생각하시는데?]


[야, 보면 모르겠냐? 저 마을을 봐. 군대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니까?]


[그냥 밭 갈고 있는 멍청이들만 보이는데? 그냥 백준홍이를 두려워하는 거 아니요?]


-따악!-


목탁을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광종이 머리를 부여잡고 작은 신음을 냈다.


곧 여씨가 언성을 높였다.


[장난칠 생각만 하지 말고. 똑바로 봐 인마! 너는 저게 평범한 조선인 정착촌으로 보여? 어?]


[아야··· 그렇다고 때릴 것까지야··· 알았어요. 제대로 보면 되잖아요.]


[어때? 보이냐?]


[어디 보자··· 어? 형님! 저기, 저기 좀 봐봐요···!]


망원경으로 백산 마을을 살피던 광종이 소리쳤다. 그는 곧바로 조선인들이 밭을 갈고 있는 쪽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 저 자식들 총 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광종이 가리킨 곳에는 소총을 든 마을 주민들이 있었다. 모두 저격수 분대의 수기 신호에 맞추어 나온 자들이었다.


[역시 우리 여씨 형님이 예리하시네.]


[거봐. 내 말 맞지? 수상한 구조물이 몇 개 보이더니만··· 내 저럴 줄 알았어. 간악한 조선놈들 같으니라고.]


[저놈들 지금 우리 보고 있는 거요?]


[몰라 인마. 일단 돌아가자. 가서 이 정도 인원 가지고는 턱도 없다고 말해줘야지.]


[역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었어요. 하긴 백준홍이 그렇게 쉽게 저세상 갈 리가 없지.]


광종과 여씨는 대단한 특종을 잡아낸 기자마냥 뿌듯한 표정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대성과 마주쳤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69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5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5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7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29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2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7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9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8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1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7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9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0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1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9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6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7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9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5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9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1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2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5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3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2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