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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14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24 23:59
조회
6,032
추천
106
글자
11쪽

34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4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3)


한강에서 만주로 넘어온 지 어느덧 두세 달 남짓···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 만주의 풍경과 영화로 접한 만주의 풍경은 상당히 달랐다.


조그만 풀 한 포기, 생명체 하나 없이, 흙과 모래뿐이었던 영화 속 황량한 만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서부 개척 시대를 연상케 하는 기존 이미지가 무색하게, 현실 속 만주의 모습은 초목과 강줄기가 풍요롭게 어우러진, 젖과 꿀이 흐르는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1930년대 만주에서는 어디를 가든 풀로 뒤덮인 평원을 볼 수 있었고, 울창한 숲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다.


만약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산림을 연구하는 학자나 자연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작가였다면, 가는 곳마다 쉴 새 없이 나타나는 귀중한 연구자료와 피사체의 모습에 넋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방문한 사람들, 특히 대성에게는 이 모든 자연의 산물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몸에 수많은 생채기를 남긴 끝에 도착한 작전 지역은 사람의 방문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완벽한 원시림이었다.


생기를 가득 머금은 푸른 덤불이 사방에 풍성하게 퍼져있는 것은 물론이요, 나무들도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만큼,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이는 곧 몸을 숨길 곳이 많다는 것을 뜻했다.


특수전을 치르는 군인에게, 특히나 적을 들키지 않고 사살해야 하는 저격수에게는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


대성과 저격수 분대원들은 자연이 만들어준 은밀한 개인 진지 안에서 적들을 관찰했다.


분대원들은 억센 가지가 몸을 콕콕 찌르고 벌레가 목덜미를 기어 다니는 와중에도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적군을 한 방에,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참아야만 했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동요하지 않고 적을 처치할 완벽한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분대원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방아쇠에서 손 떼세요. 지금 당기면 안 됩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분대원들은 하지 말라는 분대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손가락을 수차례 방아쇠에 올려놓으려 했다.


사실상 몸만 움직이지 않았을 뿐, 분대원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니, 거진 폭발 직전이었다.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손 떼세요···!”


다행히 분대원들이 감정에 치우친 실수를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들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고,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마적단 주둔지에 있는 조선인들을 바라보았다.


“저런 썩을 것들···! 우리가 무슨 노비여?”


“젊은 놈들이 차고 넘치는구먼, 저 무거운 목책을 왜 혼자 끌게 하는 거래?”


“기가 차서 정말··· 다 쓰러져 가는 집은 뺏어서 뭐하겠다고···”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저러는 거야.”


분대원들은 저마다 통한이 서린 목소리로 탄압받는 동포들에 대해 처연한 감정을 드러냈다.


방아쇠를 당길 때는 감정에 휘둘려서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던 대성도 사실 마음 한구석에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항상 안쓰러워 보였던 피난민들이 사실 가장 운이 좋았던 사람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피난길에 오르지 못했던 조선인들은 마적이 키우는 개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집을 빼앗긴 조선인들은 자기 소유였던 초가집 부근에 움막처럼 생긴 임시거처를 마련해놓고 무단 점거자들의 시중을 들었다.


남자들은 초가집 부근을 아우르는 방벽 건설에, 여자들은 마적들의 뒤치다꺼리에 동원되는 식이었다.


이때만큼은 영화로 접한 만주와 실제로 접한 만주 사이에 괴리감을 느낄 수 없었다.


마적들의 탄압행위는 대성이 간신히 진정시켜놓았던 분대원들의 분노를 다시금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가 많이 난 사람은 분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사람이었다.


“저, 저런···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치 않을 놈들 같으니···”


그는 마음속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한 나머지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육시를 할 놈들··· 분대장, 내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소?”


“저쪽에 칼 들고 있는 마적을 죽이시겠다는 말씀이시죠?”


“잘 알고 있구려. 역시 우리를 이끄는 사내답구먼.”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는 마적을 겨누고 있던 나이 많은 분대원의 총구를 잡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나이 많은 분대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따졌다.


“아니, 분대장. 오늘따라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요? 그동안은 망설임 없이 잘만 쏴 죽이지 않았소?”


“지금은 상황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방아쇠를 당길 때가 아니에요.”


“젠장, 뭐가 아니라는 거요? 저 마적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안 보이시오?”


“저도 다 보고 있습니다.”


“저대로 두었다간 마적이 여인을 찔러 죽이든, 여인이 못 볼 꼴을 당하든 반드시 사달이 날 것이요.”


비단 나이 많은 분대원만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게 아니었다. 다른 분대원들 역시 대성이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대성도 분대원들의 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나이 많은 분대원이 가리킨 마적은 실제로 큰일을 벌이기 직전이었다. 그는 한복을 입은 앳된 여인을 칼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 위협이 아닌, 살해 협박 내지 살인 미수에 가까운 행위였다.


마적은 여인이 자신의 음흉한 손길을 거부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칼끝을 들이밀고, 찌르는 시늉을 해댔다.


사람을 베어서 죽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이니만큼,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여인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었기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황은 여인에게 점점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분대원들의 요구도 거세졌다.


“분대장···! 계속 뜸만 들일 참이요?”


하지만 대성도 물러서지 않았다. 감정에 치우친 섣부른 판단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법이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분대원들을 다그쳤다.


“말씀드렸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요.”


“정말 답답해 미치겠군. 지금이 제일 급할 때 아니오? 어린아이가 험한 꼴 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작정이오?”


“만약 지금 저 마적을 죽이게 된다면 근처에 있는 모든 조선인이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모르시겠습니까? 모두 한번 잘 살펴보십시오. 조선인을 추행하고 있던 자가 죽으면 당장 누구한테 칼날이 돌아갈 것인지.”


대성이 말했다. 분대원들은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여인을 괴롭히던 마적에게서 그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는 마적 주변에는 남루한 옷만 걸친 조선 여인들과 아이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술에 흠뻑 취한 마적들이 칼과 총을 만지작거리며 웃고 있었다.


자고로 술이란 맑은 정신으로 무장한 바른 생활 사나이도 짐승으로 만드는 법, 이성을 상실한 술주정뱅이 마적들이 동료의 죽음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잠시 후, 대성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도 동포가 저런 꼴을 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저씨가 격하게 반응하시는 이유를 까먹은 것도 아니에요.”


“······”


“하지만 지금 방아쇠를 당긴다면 조선인 희생자만 늘어날 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라요. 당장 저를 생각해보세요.”


분대원들은 대성, 아니, 태준에게 벌어졌던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나이 많은 분대원을 시작으로 모든 이들이 총구를 내렸다.


“분대장이 늘 강조했던 말을 잊고 있었던 것 같구먼··· 우리가 너무 감정에만 치우쳤던 것 같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 녀석은 어떻게든 끝장을 볼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이성을 되찾은 분대원이 물었다.


“놈들의 주의를 조선인에게서 떼어놓아야죠. 자기 목숨 보전하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끔.”


대성이 말했다.


“아무래도 대장을 나오게 해야겠어요.”


“대장을 나오게 한다고? 그··· 뭐냐··· 지도에 쓰여있던···”


“네. 관동천자(關東天子)를 부를 셈입니다. 솔직히 정찰대도 돌아오지 않고, 대공사도 벌이고 있어서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없네요.”


“어차피 누구인지 모르는 게 정상 아니오?”


분대원들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대성을 쳐다보았다.


사실 무리도 아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대장을 어떤 사람인지 알 턱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굳이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대충 어떤 사람일지 알 만한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정황 증거를 모아서 어떤 성향이고,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해내는 것이었다.


대성은 곧 분대원 한 명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우리가 데려온 말 있죠.”


“지금 뒤에서 풀 잘 뜯어 먹고 있습니다.”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까지 데려간 다음에 적 주둔지 쪽으로 가도록 해주세요.”


분대원들은 약간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저기, 말 한 마리 내보낸다고 적 대장이 나올까요?”


“지금 마을에 보이는 무장 병력은 과거 원정군 주력부대라는 것치고는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지요.”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력이 적다는 말은 곧 병사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뜻이지요.”


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심점을 잃어버리고 여러 갈래로 분열된 민위군은 사실상 와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각 조직은 중앙의 지원 없이, 오직 본래 조직 인원만으로 모든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다.


이는 곧 조직원 내지 관할 지역의 인구, 즉, 머릿수가 세력의 힘과 운명을 결정함을 의미했다.


따라서 인원이 많지 않은 조직일 경우, 인력 손실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정찰대는 스프쿠니크 인공위성이 발사되기도 전인 당시 시대 특성상, 가장 중요한 전략 자원이었다.


더군다나 정찰대를 이끌던 자는 무려 돌격대장이라는 칭호를 받은 마적단의 간부였다.


정말 숙청할 생각이 아닌 이상, 그런 간부를 단순히 총알받이로 취급할 리 없었다.


"관동천자라는 놈은 분명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러고는 지도에 써있는 노란색 글씨들을 가리켰다.


"더불어 이런 식으로 천자나 황제에 집착하는 녀석들 특징이 있지요."


대성은 말이 평원에 나타날 때 맞추어 총구를 올렸다.


"바로 맞지도 않는 칭호에 걸맞도록 외양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노란색 옷을 입는다거나."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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