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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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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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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글자
11쪽

30화: 나비 효과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0화: 나비 효과 (4)


“민위군이 쳐들어왔다고요?”


대성은 못내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두 번째 요원을 바라보았다.


그는 정보 수집 요원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낙민 마을 출신이었다.


그리고 회색 빛깔 재로 뒤덮인 마을과 차갑게 식은 이웃들의 시신을 보며 무자비한 복수를 다짐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마적단 수괴의 목과 금괴 수백 톤을 갖다 놓아도 기꺼이 전자를 택할 터였다.


그런 사람이 거짓 정보를 발설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요원의 보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윽고 대성이 되물었다.


“그··· 형님이 가셨던 마을은 민위군이 지배하는 구역이잖아요? 그런데 민위군이 쳐들어왔다고요?”


“그렇소. 믿기 힘들겠지만.”


“자기네 영토를 공격하는 군대가 있을 리가 없죠.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분명 백색 깃발을 들고 있었소. 복장도 모두 제각각이었고.”


두 번째 요원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자기네 영토를 공격하는 정신 나간 군대는 후손들이 세울 나라를 포함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존재했다.


‘한 국가의 정규군도 그러는 판에 마적들은 오죽하겠나? 근데 무슨 이유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민위군 사이에 내분이 발생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파벌싸움이 극심한 집단이라도 공공의 적과 맞서게 되면 어떻게든 세력을 규합하고 총력전을 펼치기 마련이었다.


실제 의미로든 비유적 의미로든, 자신의 목이 걸린 경우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민위군은 원정군을 조직할 정도로 공공의 적과 싸우는 데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물었다.


“형님.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다치신 걸 보니 단순한 힘겨루기로 끝난 것 같지는 않은데.”


“휴··· 말도 마시오. 나는 순간 과거로 돌아간 줄 알았소.”


“기습했군요.”


“놈들이 말에 탄 사람은 무조건 쏴버리는 통에 걸어서 말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오.”


대성은 천리군이 위장해서 공격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해보았다.


그러나 추격대의 행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자들이 그 정도 수준의 기만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은 민위군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분이 일어난 게 사실이라면 당분간 전면전을 벌이긴 힘들 거야.’


그때였다.


“아! 그런데 말이오. 좀 이상한 점이 있었소.”


숨을 고르던 두 번째 요원이 뭔가 중요한 게 생각난 듯, 아파 보일 정도로 무릎을 세게 쳤다.


이윽고 마을 주요 인물들의 시선이 쏠리자,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가 있던 마을의 민위군 병사들 말이오. 많은 이들이 조선사람이었소.”


“저도 외지에 갔을 때 조선인 병사들을 봤었습니다. 조선인 포로도 보지 않았습니까?”


대성이 말했다.


만식과 상기도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는 듯, 주의를 딴 데로 돌렸다.


돌쇠부터 시작해서 마적 노릇을 하는 이들 중에 조선인을 보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홍식처럼 한창 배고플 나이의 소년들이 식량을 더 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대거 자원한 것일 수도 있었다.


대성은 두 번째 요원이 외지에 처음 나가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마적 중에 조선인 병사가 간혹 있긴 합니다. 시대 장소 불문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죠.”


“그건 나도 알고 있소. 조선인 병사가 이상했다는 게 아니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을을 기습한 민위군 병사들은 하나같이 중국말을 쓰고 있었소.”


“혹시 조선인 병사만 공격한 겁니까?”


“그렇소. 마적이 아닌 평범한 조선 사람들도 중국말을 하지 못하면 해를 당했소. 내가 그래서 급하게 도망친 것이오.”


두 번째 요원의 증언에 대성을 포함한 마을 주요인사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중국말을 하지 못한 조선인들은 전부 죽었습니까?”


“그것까진 확인하지 못했소.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까지만 봤을 뿐이오.”


특정 언어만 사용하는 마적들이 조선인만 골라서 해코지한다는 말은 많은 점을 시사했다.


마적단이 표적으로 삼은 조선인들은 앞으로 더 많은 괴롭힘과 수탈을 당하게 될 것이고, 이전보다 더 피폐한 삶을 살게 될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백산 마을이 그들의 표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우리가 그 사람들을 구하러 원정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방비를 전보다 더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한 가지 더 말해줄 게 있소.”


“특이 사항이 또 있습니까?”


“기습할 당시에 말이오. 조선인 병사들이 중국인 병사들을 이렇게 불렀소. ‘칠곡’에서 넘어온 역적놈들이라고.”


“잠깐, 칠곡이라면···”


대성은 조금 전 있었던 첫 번째 요원과의 면담을 떠올렸다.


그가 전해준 정보를 통해 대성은 칠곡에 있던 민위군 주력 부대가 주둔지를 비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부대는 앞으로의 정국에 영향을 끼칠 만한 변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변수는 예상과 다르게 작용했다.


천리군을 응징할 목적에서 결성된 원정군 주력 부대의 행선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민위군 주둔지였다.


정확히 어떤 연유로 마적단 내에 민족 간 갈등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주력 부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은 다행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가 어떤 놈들에 맞서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지 명확해졌네요.”


대성이 마을 주요 인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는 이로써 가슴 졸이게 했던 변수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마을에 파견되었던 나머지 정보 수집 요원들도 별 탈 없이 귀환했다.


민위군 역시 파벌 간 분쟁으로 추정되는 일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민위군의 지배 지역에 별다른 일이 없다는 말은 곧 천리군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정보의 부재로 말미암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문제는 많이 사라졌다.


주민들은 마적단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활기차게 마을 살림을 꾸려나갔다.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조선인 이주민들도 별문제 없이 적응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었던 낙민 마을로 들어가 새집을 짓고 새 밭을 일구었다.


어떻게 하면 굶어 죽지 않고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주민 아이들도,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미래의 인재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잘못된 선택을 할 뻔했던 홍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마을 주민 대부분에게는 변수 없는 안정과 평화의 시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대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총알에서 비롯된 나비효과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천리군은 어째서 가만히 있는 것일까?’


그는 회색 제복을 입고 군벌을 칭하는 자들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정말 그 늙은 병사가 일개 평범한 지휘관을 천리군 총사령의 후계자로 착각했던 것일까?’


‘설사 그자가 착각한 게 맞더라도, 중화기를 잃었는데··· 그 정도 손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그렇게 천리군에 대한 정보의 부재가 또 다른 불안을 나을 때쯤, 마을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야~ 별 볼 일 없는 촌구석인 줄 알았더니만 그야말로 요새가 따로 없구먼.”


문창성은 허허벌판에 초가집만 달랑 몇 개 있는 정착촌들과 다르게, 목책과 진지가 모두 갖춰진 마을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오셨군요. 저희 마을에서 당분간 머무신다고 하셨죠?”


“이 정도면 당분간이 아니라 아예 눌러앉아도 되겠는데? 이 지역 장사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뭔지 아나?”


“민족···이지 않을까요···?”


“민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안전이야 안전.”


“아···”


“우리 같은 장사치한테는 등에 칼 맞을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장소가 집이요, 나라란 말이지.”


문창성이 말했다.


물론 대성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신 후손들은 친구 등에 칼 꽂으면서 돈 법니다.’


“어디 그럼··· 물건 좀 풀어볼까나. 우리 공산당 간부님들이 보석값을 높게 쳐줬어.”


“그렇습니까?”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이 살 수 있었지. 그 자식들 순 엉터리야. 어찌나 환장하던지. 말로만 농민, 평등 타령이야.”


만주에서 연해주까지 실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창성은 장물아비라는 별명답게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내보였다.


“우와 저것이 뭐하는 물건이다냐?”

“양놈들은 참 특이한 걸 쓰는구먼.”


대부분 공구 같은 공공 물품이었지만, 주민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사들인 무기들이었다.


창성도 고객의 요구에 맞는 물건을 구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는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조준경 달린 소총이야. 힘들게 구했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난 솔직히 자네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있더라고.”


창성은 상자에 담긴 물건을 보여주었다.


천리군의 행적과 대처 방안을 생각하느라 밤낮을 고민하던 대성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제대로 찾으셨네요.”


“근데 정말 총성을 없애 주는 게 맞아? 그게 가능한가?”


“원천적인 소음 차단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어디서 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주죠.”


“미국놈들은 별 이상한 물건을 다 만드는구먼.”


“이제 이걸 바탕으로 해서 저희도 만들어봐야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성은 구형 소음기들이 담긴 상자를 소중히 챙겼다.


잠시 후, 대성이 물었다.


“그나저나 민복부에는 언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벌써 갔으면 좋겠어?”


“그게 아니라, 여기서 잠시 머물다 가신다고 들어서.”


“솔직히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민위군에서 서열 정리가 끝난 다음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여기를 새로운 거처로 삼거나.”


“하하, 여기 계속 계시면 저야 좋죠. 근데 민위군이 서열 정리한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자네 아무 소식도 못 들었나? 나는 길바닥에서 다 들었는데.”


창성이 말했다.


돈을 버는 사람에게도 정보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 중 하나였다.


창성은 길바닥에서 들리는 작은 소문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성은 창성에게 자신이 모르는 정보가 있기를 바랐다. 아니,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윽고 창성이 다시 말을 꺼냈다.


“뭐, 몰라서 나쁠 건 없지. 머리가 사라진 마적단만큼 위험한 존재도 없으니.”


“머리가 사라졌다고요?”


“정확히 말하면 머리들이 힘을 잃었다네. 민위군하고 천리군 둘 다.”


“내분이 일어난 것이군요.”


대성의 말에 창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리군은 확실하지 않아. 근데 민위군은 확실해. 중국놈들이 대장 자리를 차지하겠답시고 들고 일어났어.”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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