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912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10 12:00
조회
6,216
추천
118
글자
11쪽

29화: 나비 효과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9화: 나비 효과 (3)


마적단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공동체 주민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다.


“그··· 이긴 건 좋은데 말이야··· 놈들도 가만있지 않겠지···?”


“소식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아는 게 없으니까 괜히 불안하네. 낙민 마을처럼 새벽녘에 습격당할지 어떻게 알아···?”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마적단이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시달렸다.


이는 민위군과 천리군의 동향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정보의 부재’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2010년대나 1930년대나 정보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자산이자 무기였다.


‘이렇게 눈뜬장님으로 있다가 임기응변만 할 수는 없어.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적들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야만 해.’


대성은 적들의 동향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기 위해 정보 수집 요원들을 모집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는 타지로 나가 마적의 움직임을 알아내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있는 임무였다.


그래도 인원을 확보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큰 지장이 없었다.


“태준이 자네는 쥐도 새도 모르게 마적들 처치하는 게 장기잖아.”


“우리에게도 비결 좀 전수해주게. 두령인지 총사령인지 아주 요절을 내버리게.”


마적에게 누구보다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낙민 마을 주민들은 정보 수집 임무에 앞다퉈 지원했다.


이들은 정보 수집 임무를 일종의 특수공작으로서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대성은 UDU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첩보 활동에 필요한 실전 교육을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낙민 마을 주민들이 맡은 임무 역시 고도의 첩보 활동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보시는 지도는 저번 전투에서 전사한 민위군 지휘관이 갖고 있던 지도를 필사한 것입니다.”


대성이 요원들에게 밤을 새워 만든 지도 필사본을 나눠주며 말했다.


“지도에는 장터가 들어선 마을과 민위군의 주요 주둔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정보 수집 요원들이 맡은 임무는 주류판매상으로 위장, 시장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민위군과 천리군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물론 동향 파악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싶어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만약에 적의 고위 간부를 만나게 되면 어떡합니까? 그냥 보냅니까?”


“여러분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임무는 동향 파악이지, 요인 암살이나 주요 기관 폭파가 아닙니다.”


그래서 대성은 그들에게 총기를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 복수심 넘치는 요원들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서였다.


“위험하다 싶으면 곧바로 빠져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첩보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코드명으로 받은 요원들은 민위군이 관리하는 주요 마을들로 떠났다.


이후 요원들의 귀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대성이 마을 전방 진지에 머무는 시간 역시 많아졌다.


밭을 가는 중에도, 진지 공사를 하는 중에도, 대성은 망원경을 갖고 다니며 진지에 올라가고는 했다.


‘오늘부터 슬슬 돌아와야 하는데··· 어째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네.’


막중한 임무를 띠고 현장에 나간 당사자만 하겠느냐마는, 요원들을 기다리는 대성의 마음 역시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변을 당한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안 되는데.’


대성은 요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수시로 전방을 살폈다.


그때였다.


“태준아! 저쪽에 누구 온다!”


다른 진지에서 망을 보고 있던 고담이 소리쳤다.


“뭐라고? 어딘데?”


“저쪽!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봐!”


대성은 곧장 망원경을 들어 고담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과연 고담이 말한 대로, 누군가 말을 타고 마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일단 노란색이나 백색 깃발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마적단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무장도 딱히 한 것 같지 않은 걸 보니, 마적은 확실히 아닌데··· 왜 여럿이 몰려오는 거지?’


마을로 오는 이들은 한 명이 아닌 여럿이었다.


말을 탄 사내를 필두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말을 탄 사내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작은 깃발을 꺼내 익숙한 모양새로 흔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담이 대성에게 말을 건넸다.


“태준아. 저 사람 정보 수집하러 갔던 사람 아니야? 모스 부로 보내는 것 같은데?”


“맞아.”


대성은 망원경을 들어 사내가 보내는 신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천천히 읊조렸다.


“정보 수집 임무 중 조선인 이주민들과 합류··· 오는 길에 민위군의 움직임은 발견하지 못함···”


“잠깐만, 조선인 이주민이라고? 그게 뭔 소리야?”


“기다려봐. 신호 아직 안 끝났어. 장시간 도보 이동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 호소··· 호위 병력 및 짐마차 지원 요망···”


정보 수집 요원은 같은 내용의 신호를 반복해서 보냈다.


대성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내리고, 사람들을 모았다.


“아니, 어차피 다 온 것 같은데 그냥 들어오면 되지, 호위 병력은 또 뭐야.”


“어차피 들어오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거였어. 고담이 넌 여기 잘 지키고 있어.”


“알았어.”


“다른 마을에도 알리도록 하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성은 총을 미리 장전하고, 후발대까지 따라오도록 했다.


그렇게 만반의 태세를 갖춘 뒤, 대성은 움직임이 날렵한 선발대를 이끌고 정보 수집 요원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정작 따로 있었다.


대성은 조선인 이주민 일행 선두에 있는 사내를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깐만, 너는?”


“이렇게 다시 뵙게 되었네요···”


“허허···”


대성은 어이가 없었는지 앳된 얼굴의 사내를 보며 헛웃음만 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하더니만, 다 알고 있었구나.”


“죄송해요··· 버틸 자신이 없었어요···”


조건 없이 풀려났던 조선인 포로, ‘김홍식’이 말했다.


정보 수집 요원과 함께 백산 마을로 찾아온 조선인들 역시 ‘김홍식’이 살던 마을의 주민이었다.


곧 정보 수집 요원으로 나갔던 낙민 마을 주민이 간략한 사정을 전해주었다.


“이들이 살던 지역에 있던 민위군 산하 마적단이 아주 악질이었더군요."


“무슨 짓을 했는데요?”


“세간살이란 세간살이는 전부 수탈한 모양이에요.”


정보 수집 요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민 모두가 아사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다 뜯어갔대요.”


요원의 말마따나 조선인 이주민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영양실조에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야윈 사람들도 있었다.


“제가 갔을 때는 아이들이 칠곡에 있는 시장까지 나와서 구걸하고 있었어요.”


“구걸이요?”


“예. 우리가 잡았던 포로도 포함해서요.”


요원이 김홍식을 가리켰다.


그러자 김홍식이 고개를 숙이며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라지도 않은 농작물까지 전부 빼앗긴 바람에···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 봐 얼굴은 가리고 다녔어요···”


그 역시 메말라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흠··· 일단 마을로 갑시다. 우선 힘들어 보이는 사람부터 짐마차에 태우세요.”


대성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이들을 짐마차에 태우고 나머지 주민들을 말에 태운 뒤, 마을로 향했다.


***


난데없는 이주민의 등장에 백산 마을 주민들은 사뭇 당황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당황해하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먹을거리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당했길래 저런 꼴이 되었을꼬···”


그들은 삐쩍 골아버린 동포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대성은 그런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 성길에게 조선인들의 건강 검진을 부탁했다.


그리고 조선인들이 검진을 받는 동안, 요원에게서 민위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일단 작전이 어느 정도 먹힌 것 같긴 해요. 마을 곳곳에서 민위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어요. 원정군 선발대가 전멸했다고.”


“그게 원정군이었다고요?”


대성이 물었다.


신병을 모집하고 물자를 수탈하는 역할만 맡은 줄 알았던 민위군 부대는 천리군 정벌에 동원된 원정군 중 일부였다.


대성은 불현듯 민위군의 명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원정군 선발대였다면··· 주력 부대는 어디 갔답니까? 칠곡이 주요 근거지 중 하나인 것 같던데.”


“일단 제가 갔을 때는 ‘부대’라고 부를 만한 규모의 병력은 보이지 않았어요.”


“없었다고요?”


“마을을 지키는 병사만 몇몇 있었죠. 부대가 있었다고는 하는데··· 병사들이 주민들 입단속을 시키고 있어서 더는 알아낼 수 없었어요.”


요원이 말했다.


‘본대’라고 부를 만한 병력은 어쩌면 말을 타고 돌아온 동료의 시신을 보자마자 출병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출병소식을 비밀에 부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천리군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까? 가령 민위군 주둔지를 침공했다거나, 선전포고했다거나.”


“전혀 듣지 못했어요.”


“전혀 듣지 못했다고요?”


“네. 조금 무리해서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천리군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어요.”


결국, 둘 중 하나였다. 아예 모르거나,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거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민위군 부대 하나가 주둔지를 벗어나 만주 벌판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휴··· 어쨌든 계속 준전시 상태로 지내야겠군요. 그나저나 이주민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그 사람들이요?”


요원은 시장에서 구걸하던 아이들에게 적선을 해주려다가 탈출 계획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그 포로였던 애가 마을 사람들에게 말한 모양이에요. 마적단도 아무렇지 않게 막아내는 조선인들이 있다고.”


“하··· 내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건만···”


“시장에서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러길 바라야죠.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대성은 요원과의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칠곡에 주둔하고 있던 민위군 주력부대··· 그 주력 부대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다른 모든 걸 제쳐놓고, 대성의 머릿속에는 ‘민위군 주력부대’라는 키워드만이 가득 차 있었다.


군항으로 귀환하지 않은 적 잠수함이 작전상 최대 변수이듯이, 조선인 공동체 주민들에게는 행방을 알 수 없는 민위군 주력부대가 향후 미래를 좌우할 최대 변수였다.


적어도 또 다른 정보 수집 요원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태준아, ‘본드’ 돌아왔다.”


상기가 직접 데려다준 두 번째 요원은 웬일인지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혹시 민위군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대성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헉헉헉··· 그게···”


두 번째 요원은 죽다 살아난 사람마냥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헉헉··· 놀라지 마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4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4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200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9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3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50 0 -
210 후기 +24 21.01.04 1,562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4 44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4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5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70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402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61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4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80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62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3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4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52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9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10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72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8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83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4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5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8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6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6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