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26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14 23:52
조회
6,224
추천
105
글자
11쪽

31화: 나비 효과 (5)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1화: 나비 효과 (5)


나라 잃은 백성에 불과했던 창성이 만주국과 소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하나였다.


‘고객이 맡긴 물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분해준다’, 그것이 바로 그의 성공 요인이었다.


창성은 실로 장물아비라는 별명답게 거기를 떠도는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받아주었다.


거리에 도는 소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깐만요. 중국인들이 대장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고요?”


대성이 물었다.


“그래. 딱히 이상한 현상도 아니지 않으냐?”


“뭐가 이상하지 않은데요?”


“중국인들 말이다. 옛날부터 황제는 자기만 할 수 있다는 둥, 연호도 자기네 것만 쓰라는 둥, 대가리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자식들 아니더냐.”


“그건 그런데··· 무슨 이유로 반란을 일으킨 겁니까?”


“뭐긴 뭐야. 만만해 보였나 보지. 원래 권위와 능력이 없어 보이면 만만해 보이기 십상이야.”


창성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하지만 그가 전한 중국인 마적들의 반란 소식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저씨 말씀대로 중국인들이 대장 자리를 얻고자 내분을 일으킨 거라고 한다면··· 지금 대장은 어디 출신이라는 거죠?”


“뭔 소리야? 자네 설마 모르나?”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저 평범한 정착촌 주민일 뿐인걸요. 알 리가 없죠."


“아, 맞다. 저번에 만났을 때··· 자네한테는 그때가 첫 외지 경험이었지?”


“네.”


“그럼 모를 만하지. 자네 같은 시골 청년들에게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 민위군 대장은 ‘조선 사람’이라네.”


“그렇군요.”


대성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단순 앞잡이도 모자라 일본군 중장을 지낸 사람까지 있는 마당에, 조선인이 마적단 대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곧 대성이 다시 말을 건넸다.


“아저씨. 그 조선인 대장 말이에요.”


“중국인 반란 세력을 진압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은 거지?”


“예.”


“진압하지 못할 거야.”


“못한다고요?”


“그는 애당초 굴러들어온 돌이었어. 자기 수족이라 할 만한 인원이 얼마 없었다고. 그나마 부리려고 키우던 놈들은 이번에 다 죽어버렸지.”


창성은 마을 하나가 습격당해서 쑥대밭이 된 일을 말해주었다.


그 마을은 별다른 뒷배가 없는 민위군 총대장이 자신의 새로운 기반으로 한창 키우던 곳이었다.


동시에 두 번째 정보 수집 요원이 파견 나갔던 지역이기도 했다.


“물론 나름대로 적법한 승계 과정을 거친 인물이라서 모든 부하가 무작정 등을 돌리지는 않을 거야.”


“그렇습니까?”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존심 강한 한족들이 신하로 부리던 나라 사람을 언제까지 상전으로 모실지는 모르겠군.”


창성의 말에 대성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수족이 잘려버린 왕. 예나 지금이나 힘을 잃은 자가 옥좌에서 밀려나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정점에서 물러난 자가 맞이하는 운명은 둘 중 하나였다.


끝까지 자존심 지키다가 잡혀 죽던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거나.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킬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자는 분명히 도망칠 것이다.’


대성은 확신했다.


‘그리고 재기를 할 만한 지역을 찾아 나설 거야. 팔이 안으로 굽을 만한 곳을 찾아서.’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걱정이 현실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대규모 마적단의 총대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이 빈손으로 나올 리는 없었다.


지옥 끝까지 따라올 충직한 부하들과 함께 적의 추격을 웬만큼 뿌리칠 수 있는 화력 좋은 무기들을 챙기고 나올 터였다.


그렇게 걱정과 불안이 마음속을 조여올 때쯤, 창성이 말을 걸었다.


“자네 괜찮나? 안색이 많이 안 좋아졌구먼.”


“네? 아··· 그··· 마적들 사이의 내분이 우리 마을에 괜히 화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요.”


“마을 상태를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죠. 그나저나 천리군은 또 어떻게 된 겁니까?”


“응? 천리군이 왜?”


“그쪽에서도 내분이 일어났다면서요.”


대성이 물었다.


사실 내분이 일어날 만한 조직은 후계자가 사라져버린 천리군이었지, 민위군이 아니었다.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어째서 천리군까지 내분이 일어난 거죠?”


“아, 천리군 얘기는 너무 신경 쓰지 말게. 그쪽은 정말 소문일 뿐이야, 소문.”


“무슨 소문이요?”


“총사령의 늦둥이 외아들이 타지에 나갔다가 죽었고, 그로 인해 후계자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소문이야.”


“그렇군요···”


대성은 이번에도 놀라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민위군처럼 대장 자체를 끌어내리려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누가 후계자 자리를 받을 거냐, 이 정도래.”


“때로는 그게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뭐라고?”


“아니에요. 어쨌든 아저씨가 들은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면 당분간 전면전이 일어날 일은 없겠군요.”


“적어도 조직 대 조직 차원의 대규모 전쟁은 없겠지. 대신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난장판을 벌일 거야. 옛날 춘추전국시대처럼.”


“춘추전국시대라··· 그렇다면 대비를 전보다 더 철저히 해야겠네요. 시정잡배들이 설치지 못하게끔 말이죠.”


대성이 말했다.


***


대성이 쏘아 올린 작은 총알은 한 지역을 양분하던 거대 마적단의 분열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인 총대장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민위군 내 중국인 마적단 두목들은 쿠데타를 일으켰고, 군인 정신을 강조하던 천리군 간부들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자고로 내부 투쟁이 일어난 조직이 외부로 힘을 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두 마적단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새 근거 없는 헛소문 중 하나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마적들 사이에 벌어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금방 끝날 것 같지도 않았다.


내분을 일으킨 자 중 난세의 영웅으로 불릴 만한 인물은 없었다.


아쉬운 지분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고 싶어 안달 난 족속들만 있었다.


그들은 고만고만한 세를 조금이나마 불리기 위해 마적의 세력다툼과 아무 상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쥐어짰다.


가진 것도 얼마 없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어 아무것도 없는 벌판으로 쫓겨났다.


화를 피한 사람들은 벌판에서 굶어 죽는 꼴을 면하기 위해 본래 살던 터전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마적이 휘두르는 칼날을 피할 수 있고, 소중한 가족이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곳, 최소한의 안전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장소면 충분했다.


그들의 결정은 그렇게 두 번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남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접근 중이오.”


망루에서 보초를 서던 마을 주민이 말했다.


“무장한 인원은 몇 명이나 되죠?”


“나이 많은 남자 하나뿐입니다.”


대성은 망원경으로 보초가 가리킨 사람들을 자세히 살폈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총기를 들고 있군요.”


“방금 뭐라고 했소?”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리에 대기시켜주세요.”


대성은 무장한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이주민 일행에게 다가갔다.


“쏘, 쏘지 마시오···! 우, 우리는 전란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일 뿐이오.”


일행 중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사람이 총을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마을 주민 한 명이 땅에 떨어진 낡은 총을 검사하는 동안, 대성은 이주민 일행을 쓱 둘러보았다.


“······”


이주민들은 총을 들고 서 있는 대성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들은 생기를 잃은 퀭한 눈으로 메마른 땅만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먹구름이 짙게 내려앉은 이주민들의 야윈 얼굴은 이미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정말 여기까지 죽지 않고 걸어온 게 용하다 싶을 정도로 이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잠시 후, 대성이 말했다.


“저기, 성길이 형 좀 불러오세요.”


“그··· 검문은? 검문은 어떻게 할 셈이오?”


“그것도 그대로 해야죠.”


대성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주민들의 몸을 검사하고, 짐을 수색했다.


이러는 것만 벌써 몇 번째였다.


중국인 마적들의 칼날과 총구는 비단 민위군 총대장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들의 폭주는 민위군 총대장과 하등 관계없는 조선인들까지 거리로 내몰았다.


대성은 벼랑 끝에 몰렸던 동포들로부터 내분에 대한 여러 가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우리 아들놈이 민위군에 들어가 있었다오.”


“들어가서 무슨 일을 했습니까?”


대성이 물었다.


“민위군이 관할하는 마을의 경비를 섰소. 하지 말라고도 몇 번 다그쳤지만, 아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오. 어쨌든 굶어 죽을 일은 없었으니까.”


“그 아들은 지금 어디 갔습니까?”


“죽었소. 여느 날과 같이 낮에 자고 밤에 경비를 서러 나갔는데, 중국인 병사들에게 맞아 죽었다오.”


“그리고 살림살이까지 다 빼앗긴 건가요?”


“그렇소··· 놈들은 아들의 시신을 내 눈앞에 던지고 나와 가족들을 칼로 위협했소.”


“그다음은요?”


“그러고는 아들이 경비로 일하면서 받았던 식량을 포함한 모든 세간살이를 털어가 버렸소.”


굳이 자식이나 형제가 민위군 병사로 복무하지 않았더라도 털리는 건 변함이 없었다.


중국인과 한동네에서 같이 살던 조선인들은 모두 탄압대상이 되어 죽임을 당하거나 반송장이 된 채로 마을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길을 묻고 물어 백산 마을까지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이주민들을 검문하고 정보를 물어보는 일은 대성의 주요일과가 되었다.


“사, 살려주시오···! 가진 건 모두 내놓겠소···! 제발 쫓아내지만 말아 주시오···”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 혹시 민, 민위부(民爲部)라고 아시오···?”


“민위군 본부 말입니까? 거기서 여기까지 오셨다고요?”


“정확히는 민위부 근처에 있는 조선인 마을에서 왔다오··· 시장이 크게 들어선 곳이라 장사를 하며 지냈다오···”


“그래요? 어째 짐이 많다 했더니만··· 어떻게 운이 좋으셨던 모양이네요. 꽤 많이 챙겨온 걸 보니.”


대성이 짐마차를 보며 말했다.


곧이어 마을 주민들이 짐마차에 달라붙고, 복잡한 검문 과정이 이어졌다.


민위군 본부에서 피난 온 상인은 자신을 ‘곡물 담당 상인’이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무기를 취급하지 않았던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냥 곡물만 만지던 사람이라 살아남았다오. 본부에 무기를 조달하던 조선인들은 모두 총살당했소.”


“본부 근처에 있던 조선인들이 살해당한 것이라면··· 혹시 민위군 본부가 중국인에게 넘어간 겁니까?”


“그렇소.”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1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6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8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0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2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7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9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8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1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7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9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0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1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9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6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7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9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5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9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1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2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5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3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2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