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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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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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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892

작성
19.05.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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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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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2쪽

#53

DUMMY

-53-




오우거는 반사적으로 무릎 꿇고 양손을 번쩍 들었다.

팔도 귀에 딱 붙인 모범적인 ‘벌 받는’ 자세다.


“너 뭐하냐?”

“네?”

“이 자식이! 네가 그러면 내가 맨날 벌주는 사람 같잖아. 그래? 안 그래?”


퍽. 퍽. 퍽.


‘대체 어쩌라고!’


오우거는 칭찬은 못 듣더라도 최소한 맞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째 더 맞는 결과가 되었다.




국자를 한참 휘두르다 힐을 해주고 다시 휘두른 유이한은 오우거의 상태를 보고 국자를 아공간 창고에 집어넣었다.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는 오우거에게 다시 힐을 걸어주었다.


“야. 이제 멀쩡해진 거 아니까. 일어나라.”

“넵!”


쓰러져서 죽은 척하고 있었다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재빨리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은 오우거는 조금씩, 살짝살짝 몰래 유이한을 올려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너 내가 광산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 기억하냐?”

“···편히 안 죽인다고 하셨던 거요?”

“그래. 기억력은 아직 쓸만하네.”


오우거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마왕의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을 하는 유이한을 보며 온몸을 떨었다.

다리 밑에서 펴지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과 함께.


‘저기서 더 악마처럼 변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가능성-나쁜 쪽으로-을 본 오우거는 그 대가로 처절한 걸레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 @ @




“아오! 너 때문에 뭐가 진행이 안 되잖아!”

“죄송합니다.”


유이한은 바닥 청소가 끝나자마자 투덜거리며 오우거의 목덜미를 잡더니 창문을 열고 블링크를 남발했다.

원래라면 높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한 다음 최소한도로 마법을 썼겠지만,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우웨엑!”


광산 입구에 도착하고 오우거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며 유이한은 눈살을 찌푸린 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연이은 단거리 이동으로 멀미가 극에 달한 오우거는 머리가 어질거리는데도 불구하고, 비틀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유이한의 뒤를 따랐다.


정재찬과 만났던 장소로 향하던 유이한은 함정을 다시 만들고 있는 고블린과 만났다.


“키에엑!”

“여전히 뭐라 하는진 모르겠지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고블린을 향해 유이한은 손을 들어줬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든 고블린은 뒤에 따라오는 오우거를 보며 눈을 비벼댔다.


“키엑!!”


유이한이 있는 것도 잠시 잊고, 오우거의 주변으로 모인 고블린은 그 주변에서 흉측한 얼굴을 더 흉측하게 만들면서 덩실거리기 시작했다.


“오호. 너 그동안 이 고블린들을 얼마나 공포로 지배했던 거냐?”

“네? 아닙니다. 이건 그저 이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퍽!


“끄억!”

“야! 말이 돼? 네가 공포의 군주라고 세뇌한 나보다 너를 우선하는데?”

“그, 그건. 크억!”




대략 몇 번 이런 분풀이를 거치고 나서 유이한은 오우거를 죽였던 장소까지 도착했다.


“왜 이 돌아가는 길로 오신 건가요?”

“그거야 네가 싸웠던 사람들한테 따져라.”


그렇다.

처음부터 정재찬의 핏방울이 튀는 길로 갔던 일행은 당연하게 길을 잘못 들었다.

그 덕분에 길을 알고 있는 유이한과 만나지 못했다.

결과, 호위 모험가 한 명의 목숨이 다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이한은 이 자리로 오우거를 다시 데리고 왔다.

그 이유는 모험가의 넋을 달래주거나, 그들의 처절한 전투를 돌아보거나 하기 위함이 아니다.


“부서졌을 거로 생각했던 함정은 거의 복구가 끝났네. 고블린들이 일을 잘한다?”

“그럼요. 당연하죠.”


그렇다.

유이한은 자신이 전달한 계획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보러 왔을 뿐이다.


일의 진척상황은 마음에 든다.

단지 옆에서 갑자기 잘난체하는 오우거가 마음에 안 들 뿐이다.


“왜 네가 으쓱이냐?”

“아닙니다.”


째려보는 눈빛에 살짝 어깨가 올라갔던 오우거는 다시 비굴 모드로 돌아갔다.


“여기지. 네가 죽은 장소.”


대부분 핏자국은 지워졌지만, 터널 천장까지 튄 자국까진 고블린의 신체 구조상-평균신장 155cm의 한계- 어떻게 하지 못했는지 아직 남아있다.


“아, 네. 아마도. 그런가요?”


서걱.


“내가 쉽게 안 죽인다고 했지?”


돌아본 유이한의 손에는 어느새 꺼낸 +10 티탄합금 소드가 들려있고, 오우거의 신체는 힘없이 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이곳에 온 이유는 진척 상황확인도 있고, 덤으로 방안이 지저분해지니 제대로 벌을 주기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온 것이다.




@ @ @




광기에 물든 재교육을 마치고 유이한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엔 단순한 고통으로 길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죽음을 넘나드는 공포를 아주 깊숙이 새겨줬다.

혹시 강화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아 어중간하게 똑똑해진 폐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추가로 강화를 해주기도 했다.

다시는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확답을 듣고도 몇 번을 더 처형했다가 살려주고 나서야 이제 괜찮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돌아왔더니 도시에는 치안 유지를 위해 켜놓은 몇몇 불을 제외하곤 암흑만이 세상을 지배한 시간이 되어있었다.


‘저 인간들은 왜 아직 안 자는 거야?’


이미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정재찬과 차남인의 방엔 여전히 불빛이 창밖으로 비치고 있다.

혹시 불안한 마음에 유이한은 그 방의 창문 옆으로 블링크를 써서 이동해 안을 살폈다.


‘뭐야?’


야구공만 한 수정구에서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둘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고 처음 보는 엄숙한 분위기가 훔쳐보는 창문으로도 전해졌다.


[이거 위험하잖아. 워~ 대박. 몇 년이나 별다른 실적이라고 할 것도 없더니 너무 대박 치는 거 아냐?]

“황송합니다.”

[그래. 그래. 일단 대처를 하도록 할게. 근데 너흰 언제 올 거냐?]

“이쪽에서 신기술을 입수하는 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래. 일단 돌아오고 보자고. 수고~.]


그걸 끝으로 수정은 빛을 잃고 조용해졌다.

조용히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유이한은 블링크를 써서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창문 밑에서 자고 있던 하늘이가 고개를 들려고 하자 유이한은 한 손으로 주둥이를 잡아 소음 생산을 막아내고, 다른 손으론 머리를 쓰다듬어 화를 풀어줬다.


“조용. 자던 잠이나 계속 자라.”


살짝 머리를 바닥에 눕혀주고 잠이 든 걸 확인하고 자신의 침대에 펼쳐놓은 침낭으로 기어들어 갔다.

밤이 늦었기에 상당히 졸리지만, 조금 전 본 정재찬과 차남인의 모습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 수정구 너머에 있는 인물이 마족으로서 둘의 상사겠지. 설마, 마왕? 아냐. 그렇기엔 말투가 너무 애들 같았어. 그럼 인포스 후작가보다 위에 있는 귀족인가? 그 귀족이 어린 나이에 작위를 물려받았고?’


그럴싸한 생각을 해낸 유이한은 쓸데없는 망상을 하다가 저 멀리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수마에 빠졌다.

철야 작업을 마친 백수의 훌륭한 시간표 표본과도 같은 수면시간 돌입이다.




@ @ @




유이한과 두 마족이 바쁘게 움직인 밤에 이 스페신웨이를 다스리는 영주의 집무실에선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살아남은 둘은 어떻게 한다고 하지?”

“먼저 동료의 장례를 치르고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래. 아까운 목숨이 또 지다니. 뒤처리는 섭섭하지 않게 치르게 해. 돈은 내가 줄 테니.”

“아뇨. 제가 데리고 간 겁니다.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때 쓰라고 길드에서 평소에 돈을 받고 있으니까요.”


레빈 지부장은 자신의 사비를 쓴다고 이미 결심한 뒤다.

아무리 디커스가 영주라고 해도 이 인간의 이런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걸 여태 겪어온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둔 걸 꺼냈다.


“그럼 이걸 추가 의뢰비로 지급해줘.”


디커스는 서랍에서 꺼낸 돈주머니를 레빈 지부장에게 건넸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받아든 주머니를 품에 잘 챙겨 넣었다.


“그쪽은 그렇게 하고, 그 영웅은 어땠지? 진짜 영토를 가진 귀족 같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길드를 써서 다른 나라에 차원을 넘어온 자가 귀족이 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현재로는 없습니다.”

“응. 내 쪽에서도 찾고는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어. 그렇다고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

“네.”


이들은 정재찬이 먼 나라의 지방 귀족이라고 했을 때부터 의심하고 있다.


정재찬의 이름은 어딜 봐도 차원을 넘어온 모험가의 이름이다.

이쪽과 비슷한 이름의 모험가도 이따금 들려오긴 하지만, 이 이름은 명백히 아니다.


거기에 외모도 그렇다.

북쪽의 나라에는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인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애당초 동쪽에서 왔다고 했다.


알고 있던 상식과 전혀 다른 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을 귀족 사칭죄로 잡아넣을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당장은 이들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레빈 지부장을 일부러 정재찬이 광산을 조사하러 갈 때 따라 붙인 것이다.


“애초에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레빈 지부장의 말에 디커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세운 계획이 잘못됐다고 하면 누구라도 조금이나마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무슨 소리지?”

“우리가 손을 잡을 상대는 정재찬만이 아니었단 소리죠.”

“그럼?”

“철부지. 그 인간도 잡아야 합니다.”


이게 미쳤나.

순간 디커스는 레빈 지부장이 험한 꼴을 보고 와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레빈 지부장은 자신이 본 사실만을 영주에게 전했다.


“그럼 그 철부지가 진정한 영웅이라고? 정재찬은 얼굴마담이고?”

“아뇨. 정재찬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영웅이라고 불릴만한 행동을 한 건 확실합니다. 다만 그 옆에서 도움을 주는 자가 너무 강대했을 뿐입니다.”


디커스 영주는 한때 차원을 넘어온 모험가들이 했던 유명한 삽질을 기억해냈다.


“쩔이나 버스. 뭐 그런 거를 하고 있다는 거야?”

“아뇨. 그건 이미 그들의 망상이라는 게 증명되었으니 아닙니다.”

“그럼?”

“우리 스페신웨이에 상주하는 병력만큼의 고블린을 상대할 수 있는 정재찬은 귀족이든 아니든 우리가 같이 가야 하는 상대임에는 변함없습니다. 문제는 그 철부지 또한 내치는 게 아니라 같이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레빈 지부장의 강력한 주장에 디커스 영주는 이마를 움켜쥐었다.

자신의 믿을 수 있는 수하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인 레빈의 말이다.

절대 적으로 믿는다.

문제는 그 철부지를 무슨 수를 써서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레빈의 말대로라면, 역시 그때 봤던 그 패기는 잘못 본 게 아니었나? 그럼 해결책은···’


디커스는 유이한의 숙소에서 이뤄진 비밀회담에서 차남인이 테이블을 부쉈던 때를 떠올렸다.


“그래. 돈! 돈이야. 그 남자는 돈이면 충분히 이쪽이 원해는 대로 움직여 줄 거야.”




단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개소리를 꺼내는 영주를 보며 레빈 지부장은 잠시 굳어졌다.


‘그야 당연히 모험가는 돈을 주면 움직이지. 하지만, 상대도 사람이라고. 우리한테 이상한 앙금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어?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해달라고. 그 목 위에 있는 건 음식을 똥으로 만들려고 쳐넣는 입구가 아니잖아!’


신랄한 비판을 겉으로는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킨 레빈 지부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들어봐. 잘 될 거라니까.”


디커스 영주는 자신이 판단한 근거와 당시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며 레빈 지부장을 설득하며 돈이라는 최고의 먹이로 야수를 길들이자는 계획을 세웠다.


레빈 지부장은?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했지만, 웬만해선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주장을 밀어붙이지 않는 디커스가 영주의 신분을 내세우면서까지 주장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휘몰아친 밤이 지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었다.


‘이 자식들! 왜 안 오는 거야?’


스페신웨이 모험가 길드 지부장실에서 레빈 지부장만이 초조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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