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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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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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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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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나찰을 잡아라 2

DUMMY

4.


아장아장 걷던 인형들이 줄리의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어! 방금 대문도 열어 줬는데 왜 갑자기 멈춰 선 거죠?”


줄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늘어졌다.


“잡귀들의 사기(邪氣)가 느껴져서 문지방을 넘는 게 두려운 모양이오.”


전면 유리 밖을 응시하던 운천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곧 앞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후욱-!


운천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영력이 인형에 실렸다.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처럼 영기를 더해주자 인형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앙드레는 세단을 조금 더 전진시켜 집안이 잘 보이는 곳에서 멈췄다.


인형들이 일렬종대로 대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선두에 선 인형이 세 번째 정원 디딤돌을 밟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촤앙-!


이층에서 창문이 열리면서 부서진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끄흐으으으···.”


이어서 이상한 괴성도 흘러나왔다.


운천의 눈가가 떨리면서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잡귀들이요!”


깨진 유리창으로 사기가 빠져나오는 걸 본 운천은 조수석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하나, 둘, 셋···.”


가만히 숫자를 세던 운천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긴장된 얼굴로 이를 지켜보던 앙드레가 물었다.


“아니, 대체 저게 몇 놈인지···.”


운천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마저 숫자를 세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다섯, 여섯! 아니, 여섯 놈씩이나···.”


운천은 철산이 고전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은밀하게 덮쳤던 역신!


물론 방심한 것도 컸지만, 그놈 하나 제압하는데도 꽤 애를 먹었던 운천이었다.


그런데 철산에게 달려든 잡귀는 여섯이나 되었다.


저기다가 나찰까지 힘을 보탠다면···.


운천은 불길한 생각마저 스치자 입안이 바싹 말라버렸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자 온몸이 더욱 긴장되면서 뻣뻣해졌다.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소. 위험하니 여기서들 기다리시오.”


운천은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나가다 말고 잠시 멈춰 섰다.


다시 돌아보는데 그 시선이 건우를 향했다.


“넌 내가 부르면 와서 나를 도와다오!”


운천의 말은 무뚝뚝했지만, 예전에 느꼈던 거리감은 없었다.


건우의 가슴이 또 두근댔다.


내가 인정받은 건가, 하는 생각에 또 목에 힘이 들어가는 건우.


“네!”


힘찬 대답에 이어 입가에 미소가 확 번졌다.


운천이 단숨에 대문 앞까지 다가가자 요란한 괴성이 들렸다.


“캬아아아앜···.”


인형들과 잡귀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인형들은 짧은 팔다리임에도 제법 날렵했다.


훅은 날리진 못해도 잽과 박치기로 잡귀들을 계속 밀쳐냈다.


또 순간 점프하면서 발로 찍어 누르는 기술은 일품이었다.


운천이 문틈으로 잡귀들을 관찰했다.


“흐음··· 모두 영의 기운이 탁하고 붉은 게 나찰이 소혼한 게 틀림없구나!”


얼굴이 검은데 계속 곡을 하는 놈은 상갓집에서 잘 들러붙는 상문이었다.


놈은 절을 하는 척하며 자꾸만 인형의 다리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억울하게 죽은 영산이란 놈은 낯이 푸르스름한데 계속 식식대기만 한다.


그러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면 인형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왕신과 몽달귀신, 즉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은 쌍으로 다니다가 인형을 끌어안으면서 목을 뽑았다.


벌써 인형 하나가 머리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인형의 꽁무니를 노려보는, 얼굴이 노랗게 뜬 귀는 변소를 지킨다는 부출각시로 보였다.


놈은 인형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밀어 넘어뜨린 후 항문 부위를 박박 찢으려 했다.


그리고 객사한 영인 객귀는 자꾸 이놈 저놈에게 몸을 부대끼며 시비를 걸었다.


인형들은 처음에는 제법 잘 싸우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놈들이 갑자기 팀플레이로 나오자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운천이 들어선 건 바로 그때였다.



5.


“케게에에에엨···.”


운천의 영기를 느낀 잡귀들이 요란하게 반응했다.


객귀와 부출각시가 가장 먼저 운천에게 달려들었다.


운천은 재빨리 정원수에 철시문*을 걸었다.


(* 철시문(鐵矢文): 나무의 잎이나 가지를 뾰족하고 강하게 만들어 날리는 도술.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공격형 살수.)


침엽수의 잎이 화살과 창의 끝처럼 날카로워졌다.


운천의 한 손이 어깨 위까지 오르면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철시문에 걸린 잎들이 나무에서 떨어지더니 운천의 손 앞으로 모여들었다.


다연장 로켓포에 장전된 포탄처럼 잎들이 서슬 퍼런 살기를 띠고 정렬했다.


운천은 객귀와 부출각시의 흐물흐물한 형체와 텅 빈 눈을 응시했다.


“이놈들!”


손을 쭉 뻗자 철시문에 걸린 잎들이 순식간에 앞으로 쏟아지며 퍼졌다.


쉬쉬쉬쉬익-!

쉬쉬쉬쉬익-!

쉬익-!

쉬익-!


잎은 객귀와 부출각시의 몸뚱이에 사정없이 날아가 꽂히는 듯했다.


그러나···.


“아··· 아니···!”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잎은 놈들의 몸을 그대로 관통하며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당황한 운천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뭐야? 형체 없는 영기의 덩어리라 그냥 통과해 버린 건가?”


객귀와 부출각시가 지르는 날카로운 괴성이 거세졌다.


첫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신이라도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운천은 마음을 다잡고 담담하게 다음 공격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도지축*의 수인을 그렸다.


(* 도지축(掉地軸): 지진을 일으켜 땅을 가르고 또 솟아오르게 하는 도술.)


갑자기 객귀와 부출각시의 앞에서 땅이 솟아올랐다가 확 꺼졌다.


땅이 갈라지면서 균열 사이로 잡귀들의 발이 빠지자 운천의 눈이 번뜩였다.


기다렸다는 듯 다음 수인이 이어졌다.


파공진명*!


(* 파공진명(破空振鳴): 공기의 흐름을 깨뜨릴 때 생긴 파장을 증폭시키는 도술. 상대의 고막과 신경계통을 마비시킨다.)


두 손바닥이 마주치자 쾅, 하는 굉음이 울었다.


운천과 잡귀들 사이에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부르르 흔들렸다.


운천은 거친 기합과 함께 두 팔을 휘저었다.


“카하아압!”


순간 귀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바람이 너울 치며 퍼져나갔다.


객귀와 부출각시가 양귀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잡귀들은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다 균열 사이에 발이 빠져있던 다른 놈들과 엉켜 쓰러진다.


운천의 손이 다시 바빠졌다.


이번에는 봉인술이었다.


펑-!


작은 파열음과 함께 정원에 떨어져 있던 낙엽이 솟아올랐다.


엉켜있던 놈들이 하나하나 그 낙엽에 휩싸여 봉인되면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 싫어!”

“···이거 놔! 가만두지 않을 테다.”

“저 요망한 노인이··· 크흐으읍!”


운 좋게 살아남은 상문과 영산은 인형들에 순식간에 둘러싸인다.


전세가 역전된 상황!


초반에 밀리던 인형들이 힘을 내면서 잡귀들을 몰아붙였다.


주춤주춤 물러나는 잡귀들이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까지 밀렸을 때였다.


운천의 손이 다시 하늘을 향했다.


이번에는 전정술이었다.


콰직!


하늘에서 푸른 섬광이 일더니 두 줄기의 벼락이 떨어졌다.


정통으로 이마를 맞은 상문!


그 자리에서 연기를 피우면서 서서히 소멸한다.


용케 급살을 피한 영산은 한쪽 다리에 불이 붙은 채로 허우적댔다.


영산은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애쓰지만, 달려든 인형들에 남은 발을 물리고 쓰러진다.


겨우 뿌리쳐 내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운천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네 이놈! 어딜 도망가느냐?”


기운이 빠져 너덜너덜해진 영산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면서 사정한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이제부턴 맑은 영기로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귀가 되겠습니다. 흐흐···.”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소리였다.


악귀 나찰!


놈도 쇠통바위 밑에 봉인되기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운천은 양 옆구리에 손을 대고 웃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잡귀는 잡귀!


절대로 다시 태어나 맑은 영이 될 수 없다는걸.


추상같은 운천의 얼굴은 조금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손이 다시 허공을 향했다.


쿠릉!


도지축으로 갈렸던 땅의 틈이 더 벌어졌다.


공포에 질린 영산이 마지막 발악을 한다.


몸을 벌떡 일으킨 놈은 운천에게 남은 사기를 뿌린다.


콰아아앜-!


동시에 운천의 장풍이 놈의 몸뚱이 한가운데를 때렸다.


퍽-!


영산의 영기가 퍼져 흩어지다가 다시 벌어진 땅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절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영산을 삼킨 땅은 가벼운 진동과 함께 다시 원래대로 아물었다.



6.


“끄으응!”


운천은 마지막에 영산이 발악하며 분출한 사기를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


겨우 회복되나 싶던 몸의 영력이 다시떨어지자 숨이 차올랐다.


“후우우우···.”


흐릿해진 눈에 힘을 주고 나찰이 있을 이층을 올려보았다.


그런데 어떤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철산이 나찰과 대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영력을 끌어올려 주변의 영기를 훑어보았다.


흐릿한 하나의 영기만이 느껴졌다.


철산임이 틀림없었다.


나찰의 사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부적을 들고 달아나 버린 걸까?


“후우욱!”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은 운천이 경공으로 이 층 창문까지 뛰어올랐다.


깨진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난장판이 된 방안 한가운데 쓰러진 철산이 보였다.


“철산!”


운천이 달려들어 철산을 흔들었다.


철산은 정신을 잃은 듯 눈을 뜨지 못한다.


성치 않은 몸으로 잡귀들을 상대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철산.


애가 탄 운천은 어서 회복을 시켜주고 싶었으나, 지금은 운천 역시 정상이 아닌 몸이다.


운천은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대문 앞에 주차한 차 안에서 건우가 보였다.


운천은 창밖으로 상체를 내밀고는 손짓한다.


잠시 후 이층으로 건우와 줄리, 그리고 앙드레까지 올라왔다.


“어! 철산 법사님···.”


건우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철산의 모습이 이렇게 엉망인 게 당황스러웠다.


청운당에서 항상 인자하고 지적인 품위를 지키던 철산 법사.


법사들 중에서 유독 철산만큼은 도술을 부리는 도사가 아닌 공부하는 학자 같았다.


“건우야, 아까처럼 회복술을 써라!”


운천은 한 걸음 물러서며 건우에게 길을 내주었다.


건우가 철산 옆에 다가가 앉는데 뒤에서 앙드레의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윤 집사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문지방 위에 엎어져 기절해 있던 윤 집사는 앙드레의 호들갑에 겨우 눈을 떴다.


“으으으으···.”


머리에 손을 얹은 채 기억을 더듬던 윤 집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집안에 웬 미친놈들이··· 전화하고 나서··· 바로 정신을 잃었던 거 같아요.”


머리에 통증이 오는지 다시 신음을 내뱉는 윤 집사는 점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다가 방 안을 들여다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어! 저··· 저놈!”


가리키는 건 철산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았기에 앙드레는 윤 집사를 진정시킨다.


“아, 저 사람은 우리 편이에요. 다른 놈들은 다 잡았고요. 진정해요.”


윤 집사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앙드레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옆으로 흘러 운천과 눈이 마주친다.


“뭐··· 뭐야, 당신?”


이번에는 줄리가 달려들었다.


“놀라지 마세요! 이분도 우리 편이에요. 저기 저분하고 같이 건우가 있던 데서 온 분이세요.”


윤 집사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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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NEW 11시간 전 2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3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3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3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1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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