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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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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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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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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69. 나찰을 잡아라 1

DUMMY

1.


임대아파트 B동 709호.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떠는 운천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건우는 충격에 빠져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 정신 차리세요.”


앙드레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운천의 몸을 여기저기 주물렀다.


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가장 많이 놀란 건 줄리였다.


줄리는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한다.


하지만 놀라 자빠질 사람들이 일으킬 소동을 생각하니 선뜻 전화를 걸기가 꺼려졌다.


운천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기를 여러 번 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듯했다.


“으··· 으··· 건우···!”


운천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목소리로 건우를 불렀다.


놀란 건우가 허둥지둥 운천의 곁으로 다가왔다.


마치 임종을 지키는 자식처럼 건우는 운천의 얼굴 옆에 자기 귀를 댔다.


“잘··· 들어··· 라!”


가쁜 숨을 내쉬는 운천의 입에서 단어가 토막토막 불규칙하게 튀어나왔다.


“회복··· 회복술을··· 가르··· 쳐 줄 테니··· 그대로··· 따라 해라!”


뜻밖의 말에 건우가 당황한다.


“회복술··· 요?”


청운당에 있을 때 운천은 단 한 번도 건우에게 도술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알려주기는커녕 수련 중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못하게 했다.


그게 안쓰러웠던지 법사들은 건우가 어깨너머로 슬쩍 훔쳐볼 때마다 모른 척해줬었다.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하는 것 외에는 철저하게 담을 쌓았던 운천.


그랬던 운천이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다.


“내··· 저고리 안에서··· 부적을 ···꺼내라.”


건우는 운천의 옷 안을 더듬어 부적을 꺼냈다.


방사술에 맞아 몸의 절반이 마비되었을 때 빼앗겼던 부적이었다.


“가부좌를··· 하고··· 바로 ··· 앉아라. 두 손을 앞으로··· 심장 ··· 높이로.”


건우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가볍게 떨렸다.


“미혼술을··· 써본 적··· 있지?”


여전히 숨이 고르지 못한 운천이 겨우겨우 말을 뱉었다.


건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과··· 비슷하다. 자··· 양손··· 약지를 서로 걸고서···.”


본격적으로 수인을 설명하는 운천.


그 모습은 청운당에서 법사들에게 도술을 전수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이렇게 몸이 정상이 아니어서 누운 상태라는 것뿐.


건우는 운천의 지시에 따라 수인을 맺은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단전 밑까지 가는 숨을 끌어내렸다가 다시 일차적으로 배꼽 위까지 올리고.


잠시 정지.


또 단전 밑까지 내렸다가 이번에는 심장까지 올리고.


숨을 반절만 내쉰다.


다시 남은 숨은 두 손을 뻗으면서···.


영력이 부족한 건우는 부적의 영기에 기대어 회복술을 펼쳤다.


“후우우우웈···.”


건우의 손이 운천의 가슴에 닿았다.


운천의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감겼다가 다시 떠진다.


“다시··· 한번!”


한결 나아진 목소리인데 운천은 수인을 한 번 더 맺기를 지시한다.


건우의 손이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는··· 부적 없이 해보자.”


부적 없이란 말에 긴장이 되었지만, 운천은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준다.


건우의 손가락이 다시 걸렸다.


그리고 손이 운천의 가슴 위로 살포시 닿는다.


건우는 손끝에서 운천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컥!”


운천이 갑자기 거친 숨을 내뿜자 코와 입에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몸을 벌떡 일으킨 운천이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파밧!


방안에서 회오리가 일더니 검은 안개가 그 안으로 휩쓸렸다.


이어서 두 번째 수인!


운천의 손바닥이 덴 것처럼 빨개지다가 순식간에 불을 뿜는다.


화아악!


“끄아아아앜···.”


회오리에 묶여있던 검은 안개 속에서 별안간 비명이 들렸다.


“네 이놈! 나찰이 보냈느냐?”


이어지는 운천의 일갈.


하지만 기다리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운천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구나!”


이번에는 운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케에에에엑!”


검은 안개는 마치 술에 취한 취객이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힌 것처럼 맥없이 휘둘렸다.


다시 갑자기 자세를 바꾼 운천이 검은 안개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놈··· 어디 보자! 끄응차···.”


스펀지에 젖은 물을 짜는 것처럼 운천의 두 손이 비틀렸다.


그러자 손아귀에 잡힌 검은 안개는 발악을 한다.


“아흐으으으···.”


비명은 더욱 처절해졌다.


“미천한 잡귀 주제에 겁도 없이 도발해? 각오는 되어있겠지?”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육신도 없는 놈이 뭘 살려달라는 거냐? 지옥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지기 싫으면 어서 말해라. 나찰이 보냈느냐?”

“아흐으으으···읔!”


고통을 참던 검은 안개가 마침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마··· 맞습니다. 나찰에 의해 소환되었습니다.”

“허허··· 내 이럴 줄 알았다. 넌 대체 뭐 하는 잡귀냐?”

“전 병을 일으키는··· 역신입니다.”



2.


역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운천이 혀를 찼다.


“어쩐지 몸이 으스스하고 고뿔이 든 것처럼 아프더니만···.”


악귀 나찰은 아무리 봐도 요사스러운 놈이었다.


자기보다 열등한 잡귀들을 소환한 것이야 그렇다 쳐도, 그걸 구분하고 또 무리 지어 법사들에게 보낼 줄이야.


그런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는 보통 잡귀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여기 있는 건 대체 어찌 안 것이냐?”

“··· 몸에 거미줄이 묻어있기에.”


운천은 아차 싶었는지 황급히 자기 온몸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자 영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옷자락 한쪽 끝에 가늘고 투명한 줄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집을 정리하면서 거미줄과 악귀의 흔적을 다 지운 줄 알았건만.


사악한 악귀는 법사들의 방심까지 너무나 기가 막히게 이용하고 있었다.


“허허···.”


천장을 보고 웃은 운천이 거미줄을 확 끊어 버릴까 하다가 순간 멈췄다.


“아니다···.”


운천은 생각을 바꿔 놈의 거미줄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한다.


거미줄을 끊지 않으면 놈이 법사들을 찾은 것처럼 법사들도 놈을 찾을 수 있다.


운천은 자기 몸에 묻은 거미줄을 보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다시 봉인술의 수인이 지어졌다.


역신이 바닥으로 깔렸고, 이어 화장실로 빨려갔다.


순식간에 변기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운천은 따라 들어가 힘껏 레버를 눌렀다.


쏴아!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힘없는 흐느낌이 들렸다.


“아비지옥으로 안 보낸 걸 다행으로 알아라!”


이 모든 광경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던 건우, 줄리, 앙드레가 마침내 동시에 탄성을 내지른다.


“하아···!”


운천은 담담한 표정을 한 채 거실로 걸어 나왔다.


“어서 정철과 철산을 찾으러 가자.”


앙드레가 재빨리 운천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집으로 먼저 가시죠. 지금 집에 철산 법사가 있다고 하셨죠?”


운천의 생각도 같았다.


다급한 철산을 먼저 구하고 나서 정철은 천라지망으로 찾으면 되니까.


운천은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변신술을 쓰려는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걸 본 건우가 앞을 막아섰다.


“스승님, 잠깐만요···. 그냥 저희 차로 같이 가시죠. 거미줄도 붙어있는데 도술을 쓰시면 노출이···.”


듣고 보니 그랬다.


나찰은 거미줄로 법사들의 위치만 감지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운천은 그런 조언을 한 건우가 대견한지 빙그레 웃어 주었다.


뿌듯한 마음에 건우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앙드레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 왔다.


“자, 얼른 타시죠. 서두릅시다.”


줄리와 건우가 뒷좌석에, 운천이 조수석에 타자 차는 출발했다.


아주 오랜만에 차를 타는 건지 주행 내내 운천은 불편한 얼굴이었다.


커브 길을 돌 때 차가 한쪽으로 쏠리자 멀미가 난 운천은 눈을 감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 본 새 많이 변해버린 서울의 전경에 놀라는 기색은 역력했다.


주택가의 진입로에 들어설 때쯤이었다.


“아··· 잠깐! 여기 세웁시다.”


운천이 갑자기 앙드레의 팔을 잡았다.


놀란 앙드레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서 속력을 줄였다.


“왜 그러세요?”


눈을 찡그린 운천의 얼굴 위로 경계의 빛이 흘렀다.


“흘러나오는 놈들의 사기(邪氣)가 한둘이 아니오. 그 기세도 여전히 꺾이지 않았소.”


철산이 고전하는 게 분명했다.


운천은 급하게 들이닥치기보다 천천히 조여가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야 저 사기들을 철산의 몸에서 하나하나 안전하게 떼어낼 수 있을 테니까.


운천의 입 주위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갔다.


뭔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미동도 없던 운천이 갑자기 좌석 시트 여기저기를 들추기 시작한다.


“도사님, 왜요? 뭐 찾는 거 있으세요?”


앙드레의 말에 대꾸도 없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운천이 뭔가를 집어 들었다.


운전용 장갑과 양말 두 켤레였다.


“어! 그거 제가 신다가 벗어 놓은 건데요··· 그거 왜요?”


얼굴이 붉어진 앙드레가 돌려달라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운천은 몇 개를 더 내놓으라고 한다.


“예에?”



3.


앙드레는 글로브 박스와 트렁크 안을 뒤져 장갑 두 켤레와 양말 한 켤레를 더 찾아냈다.


“아니, 땟국물 낀 장갑하고 신던 양말 가지고 뭐 하시게요?


운천은 앙드레가 내민 걸 손에 쥐고는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꼼지락-! 꼼지락-!


장갑으로 그의 손이 쑥 들어간다.


뒤집히는가 싶더니 다시 바로 펴졌다.


약지와 엄지 자리가 꺾이더니 아래로 향한다.


양말은 둘둘 말리면서 공 모양이 되었다.


아니, 어찌 보면 모자 쓴 어린아이 같다고나 할까.


말린 양말은 그대로 장갑의 중지에 쏙 박혀 들어간다.


그렇게 합체된 장갑과 양말은 영락없는 사람의 형체가 되었다.


운천은 자신이 만든 인형에 주문을 불어 넣었다.


목장갑에서 손을 천천히 빼내었다.


인형은 살포시 운천의 무릎에 내려앉았다.


손이 빠졌음에도 인형은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마치 자리를 잡고 선 듯한 모습이었다.


“어머 세상에··· 저거 봐! 꼭 갓난아기가 일어선 것 같네. 귀여워라!”


줄리는 운천이 만든 인형을 보고 감탄한다.


“도사님! 바로 걷기라도 할 것 같네요.”


줄리의 말에 운천이 “어디, 걸어봐라!”하고 명령했다.


그러자 무릎 위에 서 있던 인형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다.


줄리와 앙드레는 박장대소까지 하며 즐거워했다.


“옳지, 옳지··· 잘한다 잘해!”


시범으로 하나 만들어 보았던 게 제법 마음에 쏙 들었나 보다.


운천은 남은 장갑과 양말로도 똑같은 인형을 만들어 영력을 불어넣었다.


여섯 개의 인형이 무릎 위에서 나란히 운천을 올려다보았다.


귀엽게 보이지만, 잔뜩 영기가 든 인형들!


운천은 인형을 보면서 명령을 내린다.


“자, 이제 잡귀들을 상대하러 가자. 너희가 앞장서라.”


조수석의 문이 슬쩍 열리면서 운천의 손이 빠져나갔다.


손에 들려있던 인형들은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걷기 시작했다.


푹신푹신하던 운천의 무릎 위가 아닌 축축한 바닥.


게다가 쏟아지는 빗줄기까지.


이런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당황스러웠을 테지만.


원망이나 불평 한마디 없이 인형들은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머 저거 봐 저거! 돌멩이를 뛰어넘었어. 그리고 옆에 놈은 쏟아져 내려오는 빗물 줄기도 피하네. 참 대단하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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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2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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