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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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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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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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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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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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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DUMMY

아트록스 한 마리가 마리우스의 빈틈을 발견했다. 그것은 강하게 옆구리를 할퀴었다. 갑옷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그 충격은 내부에까지 전해졌다.


“크으으윽!”


마리우스는 저 멀리 날아가 건물 하나에 처박혔다. 사방에 흙먼지와 유리 조각이 튀었다. 아트록스들은 그의 숨통을 끊기 위해 전속력으로 건물 안으로 날아왔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괴수 하나가 마리우스를 붙잡았다.


“탈출해야 해!”


마리우스는 팔에서 제트팩을 가동한 뒤, 자신을 계속 쫓아오는 적의 얼굴에 발사했다. 순간적으로 뜨거움을 느낀 그 괴수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잽싸개 건물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몇몇 계승자들이 힘겹게 괴수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엔 무리였다. 이미 적지 않은 인간들이 싸움에 휘말려 차가운 주검으로 변했다.


마리우스는 모든 힘을 짜내어 하늘의 괴수들을 처리했다. 곧 주변의 괴수들은 하나 둘 쓰러져갔다. 마리우스는 이번에는 플라즈마 캐논을 가동했다. 그는 생존자들을 향해 달려드는 모든 괴수들까지 전부 잡아 죽인 뒤 땅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개 인간이 수십 마리의 괴수를 간단하게 죽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잠시만......비켜주시겠어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마리우스는 차원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차원문이 그의 신체 정보를 인식하자, 그는 차원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


차원문 밖으로 넘어온 마리우스는 자신이 슈트를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변에는 외곽 기지로 넘어온 사람들이 부상 검사를 받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다시 한 번 슈트를 소환하려 했으나, 더 이상 스킬창이 그의 눈앞에 뜨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자 그제서야 방금 전의 입은 부상을 느꼈다.


“수고했다. 곧 마차가 올 거야.”


포스마린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마리우스는 비틀거리며 천천히 의자를 향해 걸어갔다. 사제 한 명이 그의 몸을 살펴보았다.


“피멍이 심하게 들었군. 아마도 내장이 다쳤을 거야.”


사제의 손에서 빛이 나더니, 곧 마리우스의 배 부분이 뜨거워졌다. 그가 손을 떼자 고통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걸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진단서를 써줄 테니, 테디아에 도착하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으라고.”


마리우스는 마차의 가장 뒷좌석에 탔다. 클라우디아가 그의 옆에 앉았다.


“원정대장님 말로는 오빠 치료가 끝나는 대로 바로 계승 의식을 진행할 거래.”


“잘 됐네.”


“한 가지 더. 나도 계승자가 될 수 있대.”


“대장이 직접 말했어?”


“어. 아무래도 오빠 덕분인 것 같은데......고마워.”


“너한테 고맙단 말을 들을 줄이야.”


사람들이 모두 타자 두 마리의 말이 푸르릉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우스가 탄 마차 뒤로 여러 대의 마차들이 뒤따라왔다.


*****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클라우디아는 매일 병원에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부모의 장례식을 조촐하게나마 치룬 것, 여신이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한 것, 포스마린이 엘리시온 탈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등......


그녀에 따르면 몇몇 사람들이 그 이후로도 엘리시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괴수에게 잡혀 죽었으며, 사망자만 약 20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천마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시기에도 그 정도로 사람이 많이 죽는 전투는 없었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그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마리우스는 더 이상 유저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카드를 썼고, 더 이상 괴수의 정체를 추적하는 것 역시 무리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마리우스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동생이라도 이 세계의 비밀을 알았으면 했지만, 말해봤자 그녀의 머리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는 그냥 주는 밥만 잘 받아먹으며 계승자가 될 날을 기다렸다. 일단 계승자가 된다면, 적어도 괴수를 퇴치하는 것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전쟁이 끝난다면 그건 그거대로 잘된 일이고.


수술도 무사히 끝나고, 어느새 배의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갔다. 계승 의식이 다가오고 있었다.


*****


미네르바는 전투를 잠시 중단하더라도 마리우스의 계승을 우선시했다. 몇몇 장군들은 계승 의식에는 큰 힘이 소모된다며 의식을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녀는 천족의 영웅을 더 이상 인간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의 여동생 역시 본의 아니게 큰 혜택을 입게 되었다. 계승자들은 테디아의 빈 공터에 임시 제단을 만들었다. 계승 의식이 시작되는 날, 마리우스와 클라우디아는 의복을 차려입고 제단 위로 걸어갔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잘 버텨준 너희들이 고맙다.”


여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계승자가 되어 너희의 임무를 이어나가야 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싶은지는 마음 속으로 정해 두었나?”


“네.”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마리우스는 아직 자신의 직업을 명확히 정한 건 아니었지만, 얼떨결에 여동생을 따라 말했다.


“그렇다면 내 뜻에 따라 너희 둘을 계승자로 만들겠다. 이제 3일 간의......”

순간 여신은 휘청거리며 제단 위에 쓰러졌다.


“여신님......?”


둘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그저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신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주위의 계승자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이게......이게 무슨 일이야?”


마리우스는 계승자들이 어떤 독에 취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와 여동생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자, 그들은 테디아 성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그들은 근처 길을 지나는 마차를 우연히 붙잡았다.


“아저씨, 혹시 이거 성으로 가나요?”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그래. 그런데 너희 그 옷은......혹시 계승 대상자야?”


“맞아요. 저희는 여신님이랑 같이 있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혹시 다른 계승자들도 그랬어?”


“네. 주변의 계승자들도 갑자기......”


“일단 여기에 타. 가면서 얘기하자.”


그들을 태운 마차는 빠르게 성을 향해 달려갔다.


“한 5분 전부터 아이넬에 머물던 계승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했어. 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내 마차에 탄 계승자들도 쓰러지더라고. 뒷좌석의 천을 벗겨 봐.”


정말로 계승자 두 명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그야 모르지. 난 그냥 평범한 마부라고. 제길, 오늘 장사는 다 망쳤네......”


“아티팩트......”


마리우스가 되뇌었다.


“응?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원정대장을 만나봐야겠어. 그에게 가야 해!”


*****


“이런, 둘에게는 안 됐지만, 지금 외곽 기지로 가는 건 무리야. 한 번 봐봐.”


테디아 성 안은 계승자들이 쓰러지며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당연히 열차 운행 역시 중단되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계승자들에게만 적용되는 독 같은 걸 뿌린 것 같은데......”


“혹시 아저씨가 데려다 줄 수는 없나요? 돈은 드리겠습니다. 아니, 원정대장에게 말하면 줄 겁니다.”


“이 말로 거기까지 가는 건 무리야. 이건 어디까지나 테디아 내수용이라고.”


“그럼 방법이......”


마리우스는 스킬창을 다시 소환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겨나는 건 없었다.


“말을 빌리자, 클라우디아, 돈 남는 거 있지?”


그들은 말 대여소로 갔으나, 그곳의 말들 역시 전부 쓰러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것들 역시 마나를 통해 강화한 말이구먼.”


그들을 따라온 마부가 말했다.


“강화요?”


“아,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 대여용으로 쓰이는 말 상당수는 마나를 통해 강화한 거야. 아무래도 더 오래 달릴 수 있긴 하지만, 일반 말과는 달리 노화가 오면 오래지 않아 죽어버려.”


“그럼 아저씨의 말들은......”


“저놈들은 예전부터 나랑 함께했으니까. 늙은 말들은 마차로 쓰기에는 부적합하지만, 그래도 죽게 놔두고 싶진 않아.”


마부는 대충 지금 상황이 어떤지 파악했다. 그리고 저 두 명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그는 거창한 숙명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가 희생을 해야 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마부가 말했다.


“내 말을 써. 각각 하나씩 타고 가면 될 거야.”


“정말......그래도 됩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계승자가 될 사람들인데 못할 건 없지. 물론 절대 공짜는 아니야. 일이 끝나면 테디아 성의 정류장으로 찾아오라고. 제 때 값을 내지 않으면 너희 상관에게 신고할 테니까. 그리고......웬만해서는 죽이지 말아줘.”


“알겠습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둘은 말 위에 올라탔다. 마부는 두 말에게 짧게 기도를 했다.


“여신 미네르바시여, 제 오랜 친구들과, 임시로 그들의 주인이 된 이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해 주십시오.”


기도가 끝나자 마리우스는 말의 고삐를 붙잡았다. 그들은 원래 기차를 타고 갔어야 할 길을 말로 달렸다.


*****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클라우디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들이 테디아 성에서 나온 지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있었다. 말들은 지나치게 오래 달렸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모르겠어. 계승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오빠, 저기 좀 봐봐!”


한 남자가 나무를 붙잡고 서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는 틀림없는 포스마린이었다.


“대장님?”


마리우스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으......어지러워......마리우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마리우스가 뭐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의 몸이 사라졌다.


“이데아로 휴식을 취하러 간 건가?”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아마도......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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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7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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