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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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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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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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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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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DUMMY

한참을 간 끝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브리니아 성이었다.


마리우스는 짐을 내린 뒤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임시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곳 역시 피난민 수용소와 마찬가지로 엘리시온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바깥으로 다시 나왔다.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겪은 탓에, 그는 이 모든 일들이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르카다 원정대가 해체된 이상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클라우디아는 어떻게 된 걸까? 포스마린은? 그 누구의 소식도 알 수가 없었다.


마리우스는 그들에게 연락을 시도하기 위해 공중 전화소로 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백 명이 몰려 있었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은 전투 병력으로, 기존의 군용 통신망이 파괴되며 공중전화를 군용으로 사용하는 형국이었다.


낸시는 마리우스에게 같이 온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마석 공장에 가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브리니아 북동쪽에 공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을 하면 먹고 살만한 돈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마리우스와 낸시 일행은 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들을 태운 마차는 마석 공장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전쟁 무기에 에너지를 부여하기 위한 마석을 만들 예정이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어차피 계승자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싸우겠죠.”


낸시는 애써 동료들을 달랬지만,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사실 세계의 남쪽이 모두 천계로 통일된 이후로 천계의 수도인 엘리시온은 단 한 번도 적에게 점령당한 적이 없었다. 약 300여년 전 마족의 기습에 의해 멸망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으나, 시민들과 군대가 협력한 끝에 30일만에 적을 몰아낸 적이 있었다. 엘리시온은 곧 천족의 자부심이나 마찬가지였다.


“음? 저게 뭐지?”


마부가 하늘을 가리켰다. 저 위에서 새와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도 그를 따라 하늘을 봤다.


“독수리 같은데.”


한 남자가 말했다. 그것은 점점 더 마차 쪽으로 접근해왔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괴수였다. 게리온이나 도르칸과는 다른, 새로운 개체가 정말로 있던 것이다.


삽시간에 마차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들 중에서 전투 능력이 있던 계승자는 없었다. 브리니아가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성에서는 호위 부대를 보내지 않았다. 사실 그들 역시 억울한 면이 있는게, 애초에 남아 있는 병력이 얼마 없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이미 엘리시온으로 떠난 참이었다.


그나마 계승자들은 기초적인 마법 칼날을 소환해 괴수와 맞섰으나, 날개 달린 괴수는 맹렬한 기세로 마차 안의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날개가 달린 괴수는 게리온보다도 더 빠르고 강했다. 그것은 마리우스가 덩굴을 소환하기도 전에 자신과 맞서 싸우는 계승자들을 전부 죽였다.


곧이어 마차가 뒤집어졌고, 그 안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낸시와 그녀의 동료들은 어떻게든 괴수를 저지하려다가 전부 죽었다.


마리우스는 길에서 좀 떨어진 풀숲에 몸을 숨겼다. 그 괴수를 상대로 마리우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괴수는 한동안 시체를 뜯어먹으며 상처를 치료하다가, 곧 날개를 펼쳐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마리우스는 남아있는 시체를 살펴보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놀랍게도 살아있던 건 말 뿐이었다. 괴수는 인간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말은 공격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말은 상당히 겁에 질려 있었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말을 쓰다듬었다.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 사냥꾼 일을 할 때부터 남의 말을 다루는 법을 배운 것이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잠시 뒤 말은 마리우스를 따르게 되었다. 그는 말 위에 올라타 공장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그래서......다 죽고 그쪽 혼자만 남았다고요?”


공장의 관리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그쪽 한 명으로는 뭘 시킬 수도 없습니다. 지금으로썬 그냥 돌아가라는 말 외에는......”


결국 마리우스는 말을 돌려 다시 브리니아 성으로 향했다.


마리우스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원정대가 사라졌고,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으며, 마지막으로 그를 도와주려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그는 일부러 천천히 말을 몰았다. 브리니아 성으로 가는 와중에 그는 하늘 높이 뜬 달을 바라보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는 자신이 제대로 이룬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괴수를 퇴치한 것도 아니고, 그것들이 어째서 천계를 침공하는지 밝혀내지도 못했다. 뭔가 이대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우울해졌다.


하늘에 괴수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그것들은 마리우스의 머리 위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괴수에게 맞설 수단은 없었다. 날개가 달린 괴수는 말보다도 속도가 빨랐다. 그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마리우스는 눈을 감고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


“계정 이용 정지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때 마리우스의 눈앞에 하얀 칠판 하나가 생겨났다. 그는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왔는지 살피려 했지만, 주변에는 그와 괴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직관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유저의 권한, 즉 인터페이스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칠판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그는 칠판에 쓰여 있는 글씨를 읽어보았다.


<스킬 목록>


마리우스는 곧바로 스킬 창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슈트 소환을 클릭했다. 잠시 뒤 눈앞에 트랜스 슈트가 나타났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그 슈트를 입었다.


“환영합니다, 아피우스 마리우스님. 제재가 해제되어 이제 트랜스 슈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브의 목소리였다.


순간 괴수가 전속력으로 땅으로 내려오며 마리우스를 할퀴려 들었다. 그는 슈트의 힘을 이용해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


“남는 무기 뭐 없어?”


“에너지 소드를 전개합니다.”


슈트의 오른쪽 팔에서 에너지 소드가 솟아나왔다. 마리우스는 괴수보다도 더 높게 점프한 뒤, 그것의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땅으로 추락했다.


“이브, 이 슈트를 쓸 수 있는 횟수에는 제한이 있는 건가?”


“제한은 없지만 지나치게 자주 사용할 경우 밸런스 위반 문제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슈트의 도움이 필요해. 혹시 유저를 찾아줄 수 있어?”


“이름을 말씀하십시오.”


“포스마린. 직업은 광전사.”


곧 마리우스의 눈앞에 그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포스마린은 현재 엘리시온 외곽 기지에서 전투 중입니다.”


“그쪽으로 가자.”


슈트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마리우스는 하늘을 날며 몇몇 괴수들을 보았다. 그것들은 마리우스를 보자마자 곧바로 그를 향해 돌진했지만, 슈트의 속도를 앞지를 수는 없었다. 마리우스는 슈트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에 따라 교전을 최대한 피하고 목적지로 가는 데에 집중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계승자들과 괴수들이 대규모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계승자의 숫자만 어림잡아 1,000명이 넘어 보였다. 하늘과 땅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수적으로 크게 우월한 괴수들이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계승자들은 부활하지 못한 채로 차갑게 식어갔다.


마리우스는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또다시 같은 일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괴수 하나만 처치한 뒤 계속 갈 길을 갔다.


마리우스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포스마린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원래는 마족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였으나, 전쟁이 끝난 이후 사실상 버려진 곳이었다. 허나 괴수가 엘리시온을 점령한 이상 이곳은 이제 천족의 핵심 기지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적당히 떨어진 곳에 착륙한 뒤, 슈트의 소환을 해제했다.


“멈춰라. 소속이 어디냐?”


경비병이 마리우스에게 창을 겨누었다.


“제 이름은 아피우스 마리우스. 계승 대상자였습니다. 포스마린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잠깐, 계승 대상자라고? 당신, 구출 부대와 만난 적 없습니까?”


“그런 적은......”


“당신 외에 생존자는요?”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바로는 저 외에는 다 죽었습니다.”


“그럴수가......”


경비병들은 꽤나 침울해했지만, 그래도 마리우스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포스마린은 다른 계승자들과 함께 현 상황을 논의하고 있었다.


“마리우스!”


마리우스를 본 포스마린이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중대장님.”


“아. 이제 중대장이 아니야. 임시로 원정대 전체를 맡게 됐다. 뭐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말이지.”


그의 옆에는 아츠펠드 역시 살아 있었다.


“원정대장님은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그가 죽었다가 부활한 직후에 영혼석이 파괴되었으니까요.”


“그래. 지금은 좀 바쁘니, 이따가 마저 얘기하자고.”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의 배려 덕에 비교적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그가 보급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다 먹은 찰나, 마리우스가 그의 텐트의 문을 열었다.


“잠시 나와 봐.”


둘은 성벽 위에서 엘리시온 쪽을 바라보았다. 엘리시온은 계속 곳곳이 불에 타고 있었다.


“저 멀리 날아다니는 작은 점들 보여? 비행이 가능한 괴수들인데, 우린 저걸 아트록스라고 불러.”


“아트록스......저것들을 소환한 게 교주 그라쿠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그럴 거야. 실제로 그녀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많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미네르바님은 부상을 당했는데, 그 분에게 상처를 입힐 만한 위인은 교주뿐이지.”


“그래도 대장님은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만약 죽었다면......”


“내 걱정은 마. 난 유저잖아. 여기서 죽는 건 조금 귀찮은 일에 불과하지. 아츠펠드는 본의 아니게 잘못된 기억을 주입 당했어. 사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이 저장되어 있던 영혼석은 파괴되었거든. 하지만 유저의 경우는 자동으로 다른 영혼석에서 부활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마리우스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었다. 계승 대상자들이 죽은 것과 중간에 친절한 계승자들을 만나 도망친 것, 브리니아에서 괴수가 나타났다는 것까지.


“도망간 원정대원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 그들을 추적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부족해. 다만 이 싸움이 끝나면 책임을 물어야겠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야. 아무튼 너도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군. 하지만 슈트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야.”


“일단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막상 와보니 제가 계승자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넌 유저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른 계승자들보다도 더 중요해. 지금은 여기에 있는 게 도망치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잘 찾아왔어.”


저 멀리서 아트록스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곧 싸움이 시작되겠군. 일단 넌 요새 안쪽에 들어가서 쉬어. 네 계승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하자고.”


마리우스는 한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성벽 밑으로 내려왔다. 위쪽에서는 계승자들이 괴수와 맞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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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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