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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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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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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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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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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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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귀환 - 7

DUMMY

마리우스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약간 포스마린의 제안에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균열을 억제하는 장치가 생귀니움 본진에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어째서냐고 그가 묻자 그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균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균열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장치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함선 한 대를 통째로 빌리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상부는 별 반대 없이 함선을 일주일 간 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탐색을 도와줄 병력 30명도 같이 가게 되었다.


*****


마리우스는 함선 안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리우스의 무전기에 미약한 마력 신호가 잡혔다.


“거기......들리나?”


무전기 너머에서는 살짝 잡음이 섞인 포스마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신 겁니까?”


“그래. 여긴 생각보다 평화롭군. 바깥의 태풍과는 완전 딴판이야. 지금 차원석을 설치했으니, 곧 네 쪽으로 신호가 갈 거야.”


“알겠습니다.”


정말로 잠시 뒤 함선 내의 차원석에 신호가 잡혔다. 아츠펠드는 자신의 마법으로 함선 안에 차원문을 열었다.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건 길어야 일주일이다. 즉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1시 이전에 함선으로 귀환해라.”


“알겠습니다.”


마리우스는 차원문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차원문의 바깥에서는 포스마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폭풍을 뚫으셨군요.”


“슈트의 힘이지. 하지만 자주 쓰면 나도 제재 대상이 될 거야.”


그들은 마을 안을 둘러보았다. 예전에 보았던 마을 주민들 몇몇이 남아 있었다.


“정말 괴수들이 마을을 습격한 건가?”


“그렇습니다. 생귀니우스 놈들이 주민들을 변화시킨 겁니다.”


“모든 괴수가 인간의 변종은 아닐 테고. 그러면 그들은 괴수를 만드는 독자적인 방법을 발명해낸 건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래도 생귀니움의 본진이 붕괴했으니, 그들은 당분간 힘을 모으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말자고. 저번처럼 되면 곤란하니까.”


포스마린은 슈트를 입은 채로 부유섬 가까이에 다가갔다. 부유섬은 추락한 채로 흉한 몰골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근처에서 나룻배 하나를 구해와 강 한가운데로 타고 나아갔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


저 멀리서 포스마린이 외쳤다. 그는 부유섬 근처에 배를 댄 뒤, 포스마린의 도움을 받아 부유섬 위로 올라갔다.


정신없이 그라쿠스와 싸웠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건......계승자의 시체로군.”


포스마린이 부유섬 공격에 나섰던 공격대원의 시체 중 하나를 검사했다.


“상처를 보아하니 전기에 맞았군. 그 교주 여자는 역시 전격이 주무기인 것 같은데.”


“네. 저랑 싸울 때도 전기를 자주 활용했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고 했지?”


“네.”


“그렇다면 다음번의 싸움은 더 힘들어지겠군. 우리가 그녀의 공격을 분석하듯이, 그녀 역시 지금쯤 우리들의 능력을 분석하고 있을 거야.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신도들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부유섬에 뚫린 커다란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구멍 주위에는 파괴된 함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저 멀리에는 우디스의 시체도 보였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마리우스는 조용히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포스마린은 30분 정도 신전 안을 수색하더니, 아무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명도 없다는 건 결국 여길 버렸다는 얘긴가.”


“제가 알기로는 계승자들이 절 찾아낸 이후로 1달 정도 여기서 머물렀다고 합니다. 아마 그 사이에 이곳을 한 번 정도는 수색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그랬으면 차라리 다행이겠군. 괜히 또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까.”


마리우스는 천천히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둘은 신전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우리가 예전에 여기서 도망쳐 나왔나?”


“아마 저기 기둥 옆에서 싸웠을 겁니다.”


한참을 수색한 끝에 그들은 그라쿠스의 집무실 앞에 도달했다.


“자주 보던 문양이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포스마린은 문 앞에서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문을 활짝 열고 창을 뽑아들었다. 마리우스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지켜보았다.


“아무도 없어.”


포스마린이 말했다. 마리우스는 그를 뒤따라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쪼록 뭔가 소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선까지 빌려왔는데 알아낸 게 없으면 곤란할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소득이 있든 없든 그들은 우릴 나무라지 못할 거야.”


“어째서 그런 겁니까?”


“그야 난 유저니까. 기본적으로 NPC들은 웬만해서는 유저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어 있어. 우리가 실패한들......그냥 자원을 좀 날린 정도로 여겨지겠지.”


“그것도 창조주의 뜻인 겁니까.”


“뭐 그렇다고 봐야지.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한다 한들 그들은 우리에게 분노를 느낄 수 없을 거야. NPC들은 그렇게 만들어졌거든.”


“그건 좀 슬프네요......”


둘은 집무실 안을 이리저리 뒤졌다. 이곳은 부유섬 붕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듯 했다.


“중대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뭔데?”


마리우스는 문서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생귀니움의 의식과 관련된 문서였다. 하얀 물소의 뿔과 거대 도마뱀의 눈알, 마력 결정을 섞어 어둠 속성의 정령을 소환하는 마법진을 만든 뒤 소환자의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이거였나. 놈들이 괴수를 불러들인 방법이.”


다른 페이지에는 균열을 없애는 방법 역시 적혀 있었다. 빛 속성의 마법진을 만들어 폭발시킬 경우 일반적인 마법 공격이나 차원 수정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훨씬 빨리 균열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니가 아는 내용이 적혀 있군. 이런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전 아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라......”


“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이게 답니다.”


“좋은 정보이긴 하지만, 이제 생귀니움은 몰락했잖아. 테디아의 균열은 전부 자연발생한 거라고.”


포스마린은 집무실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이건......”


그는 벽을 약간 어루만지더니, 창을 들어 그 벽을 깨부쉈다.


먼지가 사라지고 난 뒤 벽 너머의 공간이 나타났다. 과거 그라쿠스가 마리우스를 데리고 갔던 비밀의 방이었다.


“마리우스, 이쪽으로 와 봐라.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


기이하게 생긴 물건들이 바닥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방 가운데에 있는 칠판이었다.


“여기 와본 적이 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교주가 절 여기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물건들이 뭔지도 알고 있는 거야?”


“전부는 모르지만.......저 가운데에 있는 칠판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게 가장 중요해 보이네. 뭔가 심상치 않아.”


“제가 알기로 저건 창조주의 물건입니다.”


“창조주?”


마리우스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 칠판에 이런저런 글씨가 나타났다.


“아, 이건 태블릿이네.”


“태블릿이요?”


“일종의 휴대용 고급 계산기야. 엘리시온에 거대 계산기가 있었지? 그것의 축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습니까......확실히 창조주들의 기술은 굉장하군요.”


“근데 정확한 기능이 뭔지는 모르겠어. 그냥 월드 관리용 태블릿인가?”


“분명 그 교주는 이 태블릿의 기능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거나 살렸습니다. 아마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마리우스는 태블릿을 이리저리 만졌지만, 어떤 아이콘을 눌러야 할지 알지 못했다.


“잠깐만, 내가 해볼게.”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계십니까?”


“현실에서 맨날 쓰는 건데 뭐. 어디 보자......혹시 이건가?”


<캐릭터 관리>


<찾고자 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입력하십시오.>


“오, 여기에 캐릭터 목록이 다 나오는구나. 마리우스, 네 풀네임이 뭐였지?”


포스마린은 검색창에 아피우스 마리우스라는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자 마리우스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아마 그 교주가 이걸 쓰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이건 운영자들의 도구인 모양이야.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면 운영자는 그 게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캐릭터를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고.”


“창조주들은......죄책감 같은 걸 못 느끼는 겁니까.”


마리우스는 약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애초에 그들은 네가 살아있다는 것도 몰라. 인형이 살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인형......”


“어쩔 수 없어. 애초에 너 같은 경우가 특이한 거니까.”


마리우스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은 결국 인형과 같은 존재.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확인사살을 당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비밀의 방에는 태블릿 외에도 쓸만한 물건들이 많았다. 함선용 급속 마력 증폭기나 마력이 없는 곳에서도 쓸 수 있는 응급수술 도구와 같은 물건들은 여러모로 전쟁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포스마린은 그곳에 있던 물건 몇 가지를 부유섬 바깥에 가져다 놓았다. 그 중에는 캐릭터 관리용 태블릿도 있었다.


“이것들은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지도 몰라. 다만 물건들의 진짜 목적에 대해 말하면 안 돼.”


“사람들의 기억이 삭제되는 것 때문입니까.”


“그래. 당분간 물건들의 진짜 쓰임새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고.”


그들은 다시 부유섬 안으로 돌아가 수색을 계속했다. 식당이나 예배당 곳곳에 추락하는 섬에서 도망치고자 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파괴된 예배당 중심에서 부서진 영혼석을 발견했다. 슈트의 미사일이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정황상 마리우스와 그라쿠스의 전투 도중에 파괴된 듯 했다. 영혼석 근처에서는 아직까지 남아 있던 영혼의 흔적들이 울부짖는 것이 느껴졌다.


“마리우스, 느껴지나?”


“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뭐 어쩔 수 없지. 본인들이 이교도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이 정도 희생은 각오했어야 해.”

그들은 예배당을 지나 장비 보관소로 들어갔다.


“내 예상에 따르면, 여기에 균열 억제 장치가 있을 거야.”


“어째서 확신하고 있는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


“이게 기본적인 게임의 법칙이거든.”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기군요.”


“쉽게 설명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소는 적의 본거지에 있다는 거야. 그게 창조주의 법칙이지. 괴수 자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일단 괴수가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것들 역시 창조주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자 가 보자고.”

마리우스가 창고 문을 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러나 있어.”


포스마린은 늘 그렇듯 전력으로 문을 내려쳤다. 한 번으로는 되지 않자 10번 넘게 연속으로 문을 공격했다. 그러자 문 전체에 금이 가더니, 발길질 한 번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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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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