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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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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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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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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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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 5

DUMMY

괴수들은 언제부터 이 땅에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왜 인간들을 죽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지 눈앞에 적이 있으니 싸울 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에서 이길 가망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분명 대부분의 전투에서 계승자들은 승리했지만, 괴수들은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끝없이 튀어나왔다. 천족의 수도 엘리시온 역시 침울해진 건 마찬가지였다. 생귀니움의 본진이 붕괴된 이후로 인간들이 직접 균열을 열려고 시도하는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괴수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몇몇 학자들에 따르면 천계와 마계 전체를 합쳐 그 숫자는 1억에 달한다고 한다. 천족의 모든 인구가 약 1억이고, 그 중 약 10만명이 계승자라는 걸 감안하면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들은 천 년 동안 이어왔던 계승자와 여신 미네르바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버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독자적으로 생귀니움 교단을 재건하려 들기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가족을 데리고 머나먼 곳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승자들, 그리고 그들은 돕는 인간들은 싸워야 했다. 아직까지는 정부를 믿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기에......


*****


도르칸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계승자들은 보호막으로 산성 덩어리를 한두 번 정도 막아낼 수 있기는 했지만, 보호막이 사라진다는 것은 게리온과의 전투에서 더 취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몇몇 계승자들이 게리온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기병대는 파드넬의 서쪽에서부터 치고 들어왔다. 그들은 괴수 무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는 말에서 내려 날개를 펼쳤다. 산성 덩어리와 불화살, 정화 광선이 뒤섞여 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나고 재정비를 하기도 전에 두 번째 괴수의 공격이 다가왔다. 공중 정찰을 마치고 온 계승자가 포스마린에게 괴수의 규모와 진격 방향을 알렸다.


“전원! 파드넬 안으로 들어가라!”


원정대장은 계승자들을 파괴된 도시 안으로 들여보냈다. 평지에서 적을 맞서기보다는 도시 안에서 시가전을 펼치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도시 안에 들어서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은은한 바람의 도시라 불렸던 파드넬은 이제 피와 잿더미로 이루어진 폐허가 되어버렸다.


중간 중간마다 대원들은 시체의 일부를 밟았다. 간혹 가다가 어린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슬퍼할 시간 없다. 빨리 자리를 잡지 않으면 우리도 같은 꼴이 될 거야.”


포스마린은 요새화하기 좋은 몇 개의 건물을 골랐다. 사제들은 건물을 둘러싸는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었다.


궁수와 원소술사는 옥상 위로 올라갔다.


“옵니다!”


저 멀리서 괴수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대로 도르칸의 산성 공격이 쏟아졌다. 사제들은 보호막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었다. 보호막에 부딪힌 게리온은 강력한 마력에 의해 몸이 불타버렸다.


몇몇 건물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게리온들은 그 건물을 기어올랐다. 기사와 광전사들은 문 앞과 창문 근처에 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게리온을 막아섰다. 창문을 통해 들어가려던 게리온들은 창에 찔려 다시 땅 밑으로 떨어졌다.


마리우스와 보급대원들은 건물 밖에서 나는 소리에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사제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 괜찮은 거겠지......?”


클라우디아는 이미 울상이 되어 있었다. 마리우스는 괜찮을 거라고 여동생을 달랬지만, 건물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자꾸만 움찔거렸다.


사제들은 지나치게 많은 마력을 쓴 탓에 코에서 피가 흘렀다.


“사, 사제님......”


“난 괜찮아. 공급을 멈추지만 마.”


“하지만 이제 반 밖에 안 남았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쏟아 붓다 보니......”


“마리우스, 조심해요!”


루시우스가 외쳤다. 게리온 하나가 포위망을 뚫고 마리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리우스는 덩굴을 이용해 괴수를 막아내려 했으나, 게리온은 마리우스의 몸에 상처를 내는 데 성공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상처였다.


“어, 어떡해......”


클라우디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공급기를 놓지 마!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거 아니니까 정신 차려.”


충분히 막아냈다고 판단이 서자 포스마린은 공중 기동조 몇 명을 뽑아 도르칸의 섬멸을 지시했다. 각 건물의 옥상에서 계승자들이 날개를 펼쳤다.


궁수와 사수들은 하늘에서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괴수들을 집중적으로 저격했다. 다행히도 산성 탄환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중에서 요격당한 계승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황이 불리해진 괴수들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정대장님, 놈들이 도망칩니다.”


아츠펠드가 말했다.


“마치 누군가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 같군.”


원정대장은 게리온의 시체에서 칼을 빼냈다.


*****


“이걸로......당분간 아이넬은 안전할 거라고 추측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원정대장은 어떻게든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불신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테디아 뿐만 아니라 천계의 다른 영토 역시 습격당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넬을 벗어나려드는 사람들은 많아졌다.


남아있는 사람은 사실 정말로 남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엘리시온에 집을 구할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뿐이었다.


이번에도 원정대는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계승자들의 얼굴에는 더 이상 승리의 기쁨 같은 건 없었다. 다들 지치고 힘들어 그냥 누워 있기만 할 뿐이었다.


클라우디아는 집에서 과자들을 가져와 보급대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자, 많지는 않겠지만 드세요.”


“오, 이거 괜찮네. 뭐로 만든 거야?”


루푸스가 과자를 한 입 베어물고 말했다.


“초코렛과 아몬드 기름을 섞은 거예요. 옛날에는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귀한 거라고요.”


“어머니가 만들어 준 거야?”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래. 오빠랑 나눠 먹으라면서 싸 주더라고.”


마리우스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과자를 먹었다. 그 역시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


“중대장님, 공중함선이 옵니다.”


아츠펠드가 포스마린을 불렀다. 밖에 나가보자 정말 공중함선이 아이넬 근처의 모래사장에 정박하는 중이었다.


“드디어 오는구만. 이제 좀 싸울 맛이 나겠는걸.”


원정대를 지원하러 온 공중함선은 천계에서도 가장 최신에 속하는 전함이었다. 공대공 마력포 11문에 공대지 마력포 10문, 급상승 및 급강하가 가능하며, 웬만한 화살이나 마법 공격을 막아내는 보호막 충전기를 장착한 델리사트 급 전함은 중요한 순간에만 투입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곧바로 원정대장은 회의를 소집했다. 마리우스 역시 포스마린을 따라 회의에 참여했다.


“마리우스, 북동쪽에 균열이 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내일 오전 7시에 곧바로 습격을 진행한다. 원정대를 비롯한 계승자들 중에 이번 작전에 적합한 병력 300명을 지금 바로 차출해라.”


*****


각 중대별로 계승자들을 뽑아 함선에 태웠다. 특히나 과거에 공중함선을 몰아봤거나, 함대함 전투를 치뤄 본 경험이 있는 계승자는 최우선으로 공격대에 선정되었다. 함선에 탈 수 있다는 걸 기대한 계승자들은 적극적으로 공격대에 지원했다. 다만 인간은 완전히 배제되었는데, 목숨을 잃을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마력 공급 역시 계승자가 맡게 되었으며, 모든 인간들은 아이넬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받았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잘 다녀와.”


여동생은 마리우스에게 사탕 하나를 건네주었다.


“뭐야 이건.”


“먹으면 심장을 안정시키는 사탕이래. 높이 올라가면 긴장해서 떨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다치지 마라. 또 3명이서 5명이 할 일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 가이우스 씨. 다들 돌아올 때까지 몸조심하십시오.”


마리우스는 균열의 위치를 찾는 임무를 부여받고 함선에 올라탔다.


델리사트 급 전함은 일반적인 수송선과는 달리 온갖 무기와 마력 공급 장치로 가득 차 있었다. 마리우스는 갑판 아래의 지휘실에서 지도를 다시 확인했다.


“출항이다!”


몇몇 마을 주민들이 환영하는 가운데 전함은 하늘 위로 떠올랐다.


전함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은 출항한지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목표로 삼았던 지점 근처에 도달했다.


“대장님! 올라와 보십시오.”


한 병사가 원정대장을 갑판 위로 불렀다.


원정대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순간 기절할 뻔했다. 그곳은 과거 마리우스가 바이젤과 함께 거닐었던 바다 옆의 모래사장이었다.


저 아래에는 균열이 있었다. 과거처럼 한두 개만 있던 것이 아니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균열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어림잡아 봐도 최소한 100개 이상의 균열이 테디아 안에서 생겨났다.


“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조심하십시오!”


한 병사가 외쳤다. 순간 함선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원정대장은 곧바로 지휘실로 내려왔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도르칸입니다. 최소 50마리 이상이 마구잡이로 산성 덩어리를 쏘아대고 있습니다.”


“보호막은?”


“현재 80%입니다.”


순간 여러 발의 산성 덩어리가 다시 한 번 함선을 맞췄다.


“보호막 수치 76%!”


선장은 원정대장에게 옆의 바다 쪽으로 피할 것을 요청했다.


“대장님, 지금 피하지 않으면 다 죽을 겁니다.”


“알겠다. 회피를 허가한다.”


함선은 곧바로 바다 쪽으로 움직였다. 몇몇 도르칸이 바다에 발을 담군 채 산성 덩이를 계속 쏘았다.


“9번, 10번 포 발포 준비!”


대장은 후미의 대포 두 개를 가동하도록 명령했다. 두 마력포는 곧바로 작동을 개시했다.


“준비 완료됐습니다!”


저 멀리서 포수가 외쳤다.


“발사!”


마력포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해안 일대의 괴수들은 불에 타죽었다. 함선은 이제 바다 위 상공에 조용히 떠 있었다.


“적의 침묵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선장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어떡합니까?”


“글쎄......직접 접근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군. 하지만......방금 전의 포격으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그건 대체......”


“우리 측의 마력포가 도르칸의 산성 덩어리보다 사거리가 더 길다는 거다.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어느 정도 피해를 각오해야겠지만, 지금으로썬 이 작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러면 함포 몇 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10번까지. 공대지 함포를 모두 사용한다. 폭파조는 언제든지 땅 밑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대기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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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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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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