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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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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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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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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DUMMY

그는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족을 모두 잃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당연히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어머니와 여동생이 전부 실종될 줄은 몰랐다. 몸은 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신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마리우스는 여동생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그녀의 방은 늘 그랬듯 깨끗했다. 마리우스는 책상 위의 여러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유령 사냥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분명 원정대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유령 사냥을 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방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마리우스는 이번에는 루첼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루첼은 자신의 남편이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는지, 아그리파의 옷을 항상 방 한쪽에 걸어 놓았다.


“이건......”


마리우스는 책상에서 무언가 발견했다.


<괴수 전쟁 개선식>


-마족 이후로 천족 최대의 위협이었던 게리온들의 위협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이제 천족은 이 세계의 유일무이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우리 종족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승전 기념식을 엘리시온 광장에서 열 것입니다. 계승 의식 직후에 개선식이 열릴 예정이니 원정대의 가족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 엘리시온 안에 있었다. 운이 좋다면 살아서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면 괴수의 밥이 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집의 뒤편으로 갔다. 그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구형 활, 안 쓴지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녹슨 농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스킬창 소환.”


그의 눈앞에 스킬창이 나타났다. 마리우스는 슈트를 소환했다.


하지만 이 슈트를 자주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무리하다가는 또다시 ‘계정 정지’를 당할 테니까.


마리우스는 자신의 가족만을 데려가는 계획을 세웠다. 비도덕적인 일이지만, 지금은 가족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는 슈트 안에 들어갔다. 이브가 다시 한 번 그를 반겨 주었다.


“엘리시온으로 가자.”


*****


정말로 하늘에는 괴수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슈트의 은폐 기능을 작동한 뒤, 최대한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하늘을 날았다.


“5분 뒤에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저 아래로 불타는 엘리시온이 보였다. 한때 천족의 수도이자 번영과 진보의 상징이었던 엘리시온은 지금 괴수들에게 공격받아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주 그라쿠스가 있었다.


외곽 쪽에서는 포스마린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퇴했다. 그 외에도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교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그녀는 도시 안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마리우스는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라쿠스는 창조의 원리에 따라 이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없었고, 결국 남은 길은 그녀를 죽이는 것뿐이었다. 그는 엘리시온 광장으로 향했다.


“저건......”


마리우스는 개선식을 위해 임시로 세운 천막들의 흔적을 보았다. 분명 개선식을 진행하는 와중에 괴수들이 습격을 한 것이고, 원정대는 이에 급하게 맞서 싸우다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도시 곳곳에는 균열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는 괴수들이 끝도 없이 튀어나왔다.


마리우스는 땅으로 내려와 사람이 있을 만한 건물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들어간 곳은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여러 옷들과 신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불이 꺼져 있다 보니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다.


마리우스는 후레쉬를 켜 주변을 비춰보았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생존자가 있다면 더 위층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층간 이동용 원반을 찾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비행으로 위층에 올라갔다.


*****


위층으로 올라가자 시체 여러 구가 보였다. 정황상 이들은 괴수가 침입해오자 위로 대피하려 하다가 게리온에게 잡혀 죽은 듯 했다. 그는 역겨움을 참고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마리우스가 모르는 얼굴이었다.


“어......거기......”


사람의 목소리였다. 마리우스는 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이봐요, 정신 차려봐요! 이 근방에 생존자가 더 있습니까?”


마리우스는 응급 처치도구를 꺼냈다. 그러나 그걸로는 온 몸이 난도질당한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다.


“도망......쳐......”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게리온 한 마리가 마리우스를 공격했다.


“크와아아아앙!”


분명 그 게리온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흉측해져 있었지만, 그것이 어설프게나마 걸치고 있는 옷과 장신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엘리시온에 살던 주민 같았다.


“빌어먹을......이브, 지금 전투해도 상관없겠지?”


“과도한 슈트 사용은 제재 되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은 내가 살아야 되잖아. 에너지 소드 발동.”


마리우스는 가뿐하게 그 괴수의 공격을 피한 뒤, 괴수의 심장을 칼로 꿰뚫었다.


저 멀리서 괴수 몇 마리가 더 달려오는 듯 했다. 그는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3층과 4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르카다 원정대 출신으로 보이는 시체는 없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뒤졌지만, 나온 건 시체와 괴수 몇 마리 뿐 이었다. 옆 건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 소득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마리우스는 이런 식으로 추적을 해도 될 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현재 원정대와 함께 싸우는 것도 아니었고,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추가적인 단서 역시 없었다. 이런 식으로 건물을 하나하나 수색한다 해도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마리우스는 결국 슈트의 힘을 좀 더 이용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전투만 한다면, 계정 정지를 당하기 전에 가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하늘 높이 떠오른 다음, 한 거리에서 전투중인 쪽으로 날아갔다. 몇몇 계승자들이 자신들을 찾아낸 괴수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숫자도, 장비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도르칸이 쏘아대는 산성 물질에 맞은 계승자들은 두 번 다시 부활하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한가운데로 내려간 뒤, 2연장 로켓포를 작동해 도르칸을 산산조각냈다. 그 괴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마리우스는 아트록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도르칸을 쓰러트리는데 집중했다. 일단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개체가 전부 죽자, 계승자들이 마리우스 대신 아트록스들을 전부 때려잡았다.


“감사합니다. 혹시 소속을 물어봐도 될까요?”


한 기사가 말했다.


“전 계승자가 아닙니다. 계승 대상자 중 한 명이었지만......이건 그러니까, 모험 중에 우연히 얻은 갑옷입니다.”


“계승 대상자? 그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저 빼고 다 죽었습니다.”


“승천의 제단까지 습격당하다니......그곳이 잃는다면 계승은 불가능할 텐데.”


“계승은 여신님이 시켜주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승천의 제단이 없다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계승자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마력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니까요......그건 그렇고, 일단 자리를 좀 옮깁시다. 여기 있다간 또 공격당할 겁니다.”


*****


“마리우스라면......저도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웬만한 계승자보다 괴수에 대해 더 잘 알고, 남들에게 밝히지 않은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됐군요......”


기사는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와인이나 맥주가 있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입니다.”


“아닙니다. 이거면 충분해요. 혹시 이 근방에 생존자가 얼마나 됩니까?”


“제가 아는 건 절 포함해 여기 9명뿐입니다. 그 이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사실상 통신, 교통체계가 전부 붕괴된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하늘을 날아서 도망치는 건요?”


“저 위의 녀석들이 우리보다 빠릅니다. 애초에 적은 그걸 노리고 있어요.”


“아트록스를 말하는 거군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취약 지점을 돌파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예전이라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계승자들의 힘은 약해진 상태입니다. 어쩌면 여신의 신변에 위험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미네르바라면 지금 외곽 기지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녀는 생귀니움 교주 그라쿠스의 공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었지만, 아직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계승자들이 모두 한숨을 쉬었다.


“여신님은 절대로 다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억제기를 엘리시온에 설치하지 않은 게 큰 실수였습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을 무시하다니요.”


“여기서 나갈 방법은 정말 없는 겁니까?”


“계속 찾아보는 중입니다. 하지만 생존자를 발견하면 오래지 않아 기존의 생존자가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병력을 충분히 모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그 갑옷을 쓴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맞아, 나도 아까 저분이 싸우는 걸 봤는데, 계승자보다 훨씬 잘 싸우던데.”

옆에서 다른 계승자들이 맞장구쳤다.


“정말 죄송하지만......전 이 갑옷의 힘을 온전히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전투는 제 몸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만 해야 합니다.”


“하긴, 인간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 그것도 민폐겠죠. 하지만 그 갑옷이 갖고 있는 비행 능력을 활용한다면,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보죠. 이제 어쩔 셈입니까?”


“저희는 엘리시온 무기 공장을 급습하려 합니다. 그곳에는 각종 고급 장비들이 있고, 그걸 활용하면 여신의 약화로 인한 마력의 부재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기 공장은 일종의 전략 시설이기 때문에, 과거 천마전쟁시절 구축해놓은 방어선이 존재합니다. 마리우스님은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 무기 공장으로 데려와 주십시오. 저희가 그 근처에서 괴수를 격퇴하고 있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


마리우스는 은신 기능을 켠 뒤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은신 기능 덕에 아트록스들은 그를 지나쳐갔다. 운이 좋게도 오래지 않아 교전중인 생존자 집단을 하나 더 발견했다. 그는 재빠르게 그곳으로 날아갔다.


“마리우스? 혹시 자네인가?”


마리우스를 알아본 사람은 원정대 출신 사제였다. 무엇보다도 같은 중대였기 때문에 마리우스는 과거에 그에게 자주 마력 공급을 해주곤 했다.


“케이다스님,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자네야말로. 하늘을 나는 걸 보니 계승자가 된 건가?”


“그건 아닙니다. 이 갑옷 덕에 일시적으로 날 수 있는 거죠. 혹시 지금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이 상태로 어딜 가겠나. 내 뒤에 두 명은 전부 인간이라 싸울 능력도 없어.”


“그러면 저랑 같이 가시죠. 무기 공장에 생존자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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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7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69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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