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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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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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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작성
20.08.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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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DUMMY

마리우스는 얼굴의 피를 닦아낸 뒤, 엘리시온 쪽을 바라보았다.


도시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난 것이다. 주변에서는 공중전함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계승 대상자 중 살아남은 것은 마리우스 한 명 뿐이었다. 시체를 만져 보니 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는 엘리시온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곳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는 자신이 계승자 의식을 거행했던 것을 떠올리며 혹시 날개를 펼칠 수 있는지 시도해봤지만, 역시 그는 인간에 불과했다.


“어쩌라는 거야......”


마리우스는 일단 제단이 위치한 산에서 내려왔다.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다.


저 멀리서 마리우스 쪽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들 어딘가 다친 것 같았다.


“이봐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도망치던 남자는 잠시 마리우스를 보더니 기겁했다.


“설마 당신, 계승 대상자 아니요?”


“네. 맞습니다. 근데 깨어나 보니 주변이 온통 이 모양이 되어 있어서......”


“이럴수가. 결국 당신들도 당했군. 이제 천계는 끝났어. 엘리시온이 저 모양이 됐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어?”


“자세히 좀 말해주십시오.”


“나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 그냥 균열이 엘리시온 상공에 무지하게 많이 생겨났고, 놈들이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만 봤을 뿐이지.”


“얼마나, 그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나도 급하게 도망 나와서 모른다니까. 아무튼 당신도 이제 제 살길을 찾으라고. 여신 같은 건 이제 없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마리우스는 계속 엘리시온 쪽으로 갔다.


잠시 뒤 말을 타고 있는 사람 5명을 발견했다.


“이봐요! 거기!”


마리우스의 외침에 그들은 제자리에 섰다.


“당신, 혹시 계승 대상자 아니에요?”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여자가 물었다.


“같은 질문을 하는군요. 엘리시온이 습격당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네. 우리도 이제 도망치는 중이에요.”


“혹시 여신님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세요?”


“미안해요. 저희도 급하게 나온 상황이라......근데 혹시 엘리시온 안으로 가려는 거예요?”


“일단은 동료들을 찾는 게 우선이겠죠. 아무래도 엘리시온 안에 그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위험해요. 아무리 계승자라 해도 그 많은 괴수들과 싸워 이길 순 없어요.”


마리우스는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르카다 원정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엘리시온 안으로 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피난민 수용소가 있다고 들었어요. 혹시 그쪽도 같이 가시겠어요?”


“그렇게 하죠. 말 뒤에 타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더 늦기 전에 가자고요.”


마리우스는 그녀가 탄 말 뒤에 올라탔다. 일행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나아갔다.


“처음 침공이 시작된 게 언제쯤 입니까? 그리고 오늘이 며칠이죠?”


마리우스가 물었다.


“아마 이틀 전 저녁이었을 거예요. 오늘은 11월 5일이니까, 3일 저녁때부터 균열이 생겨난 거죠.


마리우스는 자신이 이틀 동안 잠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식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뒤에 엘리시온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균열이 갑자기 생겨난 겁니까?”


“제가 들은 바로는 생귀니움 교주로 알려진 여자가 엘리시온 상공에 균열을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라쿠스, 역시 그녀였다. 그녀는 아직 세계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거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면 현지 방어 병력은 뭘 한 겁니까?”


“맞서 싸우긴 했는데, 기존의 괴수와는 다른 하늘을 나는 거대괴수가 주둔군을 죽였다고 해요.”


“아무리 그래도 엘리시온은 천계 전체에서 가장 방어가 튼튼한 곳일 텐데......무엇보다 미네르바 여신님이 계신 곳이 아닙니까?”


“그 교주는 계승자들의 시선이 괴수에 쏠린 사이, 여신님을 기습한 것 같아요. 모든 계승자의 힘은 여신의 축복에서 나오니, 그녀가 피해를 입었다면 다른 계승자들도 약해지겠죠.”


“......그렇군요. 답해줘서 감사합니다.”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죠? 전 낸시라고 해요.”


“마리우스입니다. 옆에 있는 분들은 누구죠?”


“제 마석 실험소 동료들이에요.”


“마석 실험소라면......설마 당신들도 계승자인 겁니까?”


“그래요. 비록 지금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지만 말이죠.”


“어째서......”


“그야 당연히 영혼석이 파괴되었으니까. 우린 이제 죽으면 끝이야.”


옆에서 말을 타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위험한 상황이군요. 다른 군대는 없는 겁니까?”


“글쎄다, 지방에서 곧 군대가 모집되겠죠. 하지만......그 정도의 군세를 어찌 막을지는......”


그들은 계속 남쪽으로 나아갔다. 중간 중간에 그들은 엘리시온에서 도망쳐 나온 다른 피난민들을 보았다. 그들 중 몇몇은 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걷고 있었다.


*****


낸시 일행은 임시 피난민 수용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마리우스와 낸시는 재난 구호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이거......숫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오늘이 지나도 우리 물건은 없을 것 같은데요.”

마리우스가 물었다.


“다른 피난민 수용소가 멀쩡한지도 알 수가 없대요. 소문에 따르면 엘리시온 외에 몇몇 도시들도 공격당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곳이 당했는지는 모르니까요.”


한참을 기다린 끝에 그들은 구호 물품을 받고 천막 안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불안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원정대에 다시 가봐야겠어요.”


마리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난 순간 머리가 핑 하고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머리가 갑자기 왜......”


“아무래도 계승 의식의 후유증인 것 같은데요. 원래 계승 의식을 마친 후에는 하루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돼요. 근데 마리우스 씨는 의식에 중단된 데다가, 곧바로 여기까지 왔으니......”


“원정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거기에 동료들이 있을 거예요.”


“그 몸으로는 무리에요.”


그녀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구호 물품이 담겨 있는 상자에서 전투식량을 꺼냈다.


“일단 뭐라도 먹어요. 인간이 계승자처럼 행동하면 죽어요.”


마리우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낸시가 주는 닭고기를 우걱우걱 씹었다.


*****


식사를 마친 뒤 마리우스는 곧바로 잠에 떨어졌다. 그는 딱히 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피곤을 느꼈다.


낸시와 동료들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해 토론했다. 그들은 수용소 광장에 붙어 있던 포고문을 보았다. 그 포고문에는 모든 계승자들을 징병 대상자로 규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즉 본래 전투원이 아닌 계승자들조차 군 병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일단 군대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다시 영혼석에 영혼을 묶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낸시가 보기에 그 괴수들과의 싸움은 결코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천족 군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엘리시온 주둔군이 궤멸당한 이상, 다른 지역에서 급조된 군대가 괴수와 싸워 이길 리가 없었다.


요컨대, 그녀가 보기에 이미 이 세상은 끝장났다.


결국 토론 끝에 낸시와 다른 두 계승자는 떠나고, 다른 두 계승자는 이곳에 남아 군 징집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곳에 남기로 한 계승자들은 동료의 정을 생각해 떠나는 이들을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


*****


마리우스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낸시가 그를 깨운 것이다. 엘리시온을 초토화시킨 괴수들은 이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정찰병에 따르면 3시간 내로 이곳에 도착할 상황이었다.


그녀는 마리우스에게 동료들과 했던 얘기를 전해준 뒤, 그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처음에 마리우스는 당연히 여기에 남아 아르카다 원정대와 만나려 했다. 그러나 천막 안에서 다른 원정대 출신 계승자가 마리우스를 알아보았다.


“어라, 그쪽은 계승 대상자 아닌가요?”


사제로 추정되는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5중대 소속이었어요. 10중대에 괴수 전문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그렇군요......저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왜 혼자 떨어져 있는 겁니까.”


“소식 못 들었군요. 원정대는 대부분 궤멸됐어요. 하필이면 일이 터졌을 때 엘리시온 중심부에 있었거든요. 당연히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섰지만......처참하게 당했죠.”


“어째서 그런 겁니까? 그들이라면 괴수와의 전쟁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일 텐데......”


“갑자기 사방에서 몰려드니 대응하기 어려웠어요. 특히나 하늘을 나는 개체가 새로 나타난 게 문제였죠.”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새로운 개체는 날개를 달고 있었어요. 공격 방식은 게리온과 비슷했지만, 팔이 좀 더 길었고요. 미안해요. 저도 갑작스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지라......”


“그러면 남은 병력은 어디 있습니까? 전부 죽은 건 아닐테고, 어딘가에서 다시 부대를 재정비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다시 합류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것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어요. 특히나 그것들의 중심에 있는 교주는......절대로 이길 수 없어요. 알케메네스 대장님도 그녀와 싸우던 중 전사했어요.”


“부활은......”


“그 교주는 여신 미네르바를 공격해서 기절시킨 뒤에, 곧바로 엘리시온 내의 영혼석들을 파괴했어요. 다른 영혼석을 찾기도 전에 죄다 죽어버렸죠. 마리우스 씨, 이제 다 끝났어요. 그 괴수들과 싸워 이기는 건 불가능해요.”


“왜 그렇게 패배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잘 싸우지 않았습니까.”


“원정대장도 죽었어요. 그렇게 많은 숫자의 괴수와 싸워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요.”


그 사제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짐을 쌌다.


“어디로 갈 겁니까?”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가야지요. 이제 싸우는 건 질렸어요.”


*****


“미안하지만 인간은 받지 않습니다.”


피난민 수용소에서 병력을 모집하던 담당자가 말했다.


“계승 대상자라 하더라도 아직은 인간이죠.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계승자가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여신 미네르바께서는 지금 큰 부상을 입고 기절해 있거든요.”


마리우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결국 낸시를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녀의 동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마리우스는 기차에 올라탔다. 사람이 워낙 많았던 탓에 그는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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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7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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