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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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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130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07 00:10
조회
68
추천
3
글자
12쪽

귀환 - 2

DUMMY

“그래서, 진짜 집에 안 가볼 거야?”


루푸스가 물었다.


“네. 어차피 도망치듯 나온 거고, 부모님도 절 반기지 않을 겁니다.”


“설마 그렇겠어? 아무리 그래도 자식인데.”


“성공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지금 제 모습은......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마리우스는 다시 한 번 바이젤이 준 팔찌를 찬 뒤, 마력 공급기를 어깨에 맸다. 마을 사람들 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지만, 그들은 마리우스에게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원정대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지켜줄 것이라 말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소문에 따르면 이미 마을 5곳이 괴수들에게 점령당했다고 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마을에 아무도 안 남겠어요.”


루시우스가 말했다.


“전부 떠나기 전에 우리가 지켜야지. 안 그래?”


루푸스는 늘 그렇듯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했다.


“전원 출발!”


10중대가 본격적인 괴수 퇴치에 나섰다. 그들은 마을 밖으로 나와 북쪽으로 향했다.


“이거 숫자가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예전에는 천 명은 됐었는데.”


가이우스는 여전히 불만이 많아 보였다.


“어쩔 수 없잖아. 다른 중대도 다 할 일이 있으니. 그래도 괴수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던데.”


루푸스가 말했다.


한참을 더 걷자 저 멀리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그곳은 과거 암흑 군주 군트프리트의 영역이었다. 마리우스의 조상들은 그가 만들어낸 악령을 사냥하며, 그 악령에서 뽑아낸 정수를 팔아 생계를 꾸려갔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짐을 알았던 마리우스는, 자신만의 삶을 찾아 집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여기가 어디쯤 되지?”


포스마린이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초조함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100명 남짓한 인원이 만약 다수의 괴수들에게 포위당할 경우 전멸할 위험이 있었기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너무 멀리 나가면 안 됐다. 그러나 이제까지 괴수를 발견하지 못했고, 일단은 계속 나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마리우스, 너 여기 출신이잖아. 이 지형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루푸스가 그를 포스마린에게 데리고 갔다.


“정말인가? 네가 여기 출신인 게?”


포스마린은 반색하며 마리우스를 반겼다.


“네. 여긴 제가 사냥 때문에 종종 오가던 곳이라......”


“잘 됐군. 이쪽 지형은 나도 와 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안내해 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다만 괴수가 어디 있는지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거야 내가 해결할 문제지. 이쪽 지역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단 말이야.”


“중대장님......?”


마리우스는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포스마린을 불렀다.


“왜? 무슨 일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도에 표시된 쪽은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마리우스는 그가 현실 세계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마리우스뿐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면, 창조주의 원리에 따라 그들의 머릿속은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대체했다. 루푸스를 비롯한 다른 중대원들은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음? 저건 뭐지?”


포스마린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악령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악령인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가 대답했다. 그 악령은 어딘가 병이 든 것처럼 매우 천천히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어쩌면 저것이 이 영역의 마지막 악령일수도 있었다.


“여기 사는 토착 생물의 일종인가.”


“저건 군트프리트가 만들어 낸 겁니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군트프리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는 마족 출신으로, 전설에 따르면 천족 여자와 사랑에 빠졌으나, 이후 그 여자가 배신자라는 이유로 다른 천족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이곳에 머무르며 천족을 죽였다고 합니다. 뭐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지만, 그는 악령을 만들어 아이넬을 습격했고, 저를 비롯한 몇몇 사냥꾼들은 그 악령을 사냥해 먹고 살았습니다.”


“악령을 사냥한다고? 고기 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나.”


“악령의 기운을 정제하면 마력이 담긴 정수가 나오는데, 이게 마법 무기를 만드는 데 꽤 유용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긴 무기 제련에 쓰인다면 꽤 비싼 값에 팔릴 수 있겠지. 그런데 악령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제가 알기로 군트프리트는 천마전쟁 종결 후 얼마 뒤에 죽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아무튼 이제 악령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겁니다.”


“보고에 따르면 이쪽 방향에 괴수들이 있어.”


“저기 보이는 바위로 둘러싸인 공간이 바로 군트프리트의 영역입니다. 과거에는 저 주위로 폭풍이 몰아쳤죠.”


“그런가......가 보자고.”


군트프리트의 영역 안은 무척이나 고요해 보였다.


“저기 가운데에 있는 집은 뭐지? 저게 군트프리트의 거주지인가?”


땅에 떨어진 부유섬 위에 2층짜리 집 한 채가 있었다.


“네. 원래는 저 집은 하늘 위에 떠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가 죽은 뒤로는 이렇게 됐지만......”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군. 마치 누군가 매복하고 있는 것 같아.”


포스마린은 두 궁수에게 비행으로 주변을 정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5분 뒤 그들은 돌아왔다.


“주변에 괴수는 보이지 않았고, 천막 같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 누가 있었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한데,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균열도 딱히 보이지 않고요.”


“음......”


“더 가실 겁니까?”


그의 부관이 와서 물었다. 아츠펠드라는 이름의 남자는 화염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뤘는데, 마리우스가 실종된 동안 전투에서 여러 번 공을 세워 포스마린의 부관이 될 수 있었다.


“저 가운데에 있는 집을 조사해 볼 수 있나?”


정찰병들이 부유섬 쪽으로 다가갔다. 부유섬의 아래 부분이 뾰족하다보니, 집은 자연스럽게 반쯤 기울어진 채로 있었다.


한 10분 정도 뒤에 궁수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집 안에서도 딱히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헛수고한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갈......”


“후방에 적입니다!”


한 계승자가 외쳤다. 중대원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군트프리트의 영역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었고, 중간 중간마다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출구마다 괴수들이 몇 마리씩 서서 중대원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매복에 걸린 것 같습니다.”


아츠펠드가 손에서 불을 뿜었다. 몇몇 괴수들의 몸이 불타올랐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위망을 좁혀왔다.


“부관, 너는 비행 가능한 대원 10명 정도를 뽑아 공중에서 공격해라. 나머지는 지상에서 적을 맞이한다.”


아츠펠드는 곧바로 몇몇 궁수와 원소술사를 데리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하늘에서 본 적의 숫자는 생각보다 더 많았다.


“중대장님! 어림잡아도 천 마리는 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포스마린은 칼을 빼내들었다.


“원 형태로 진형을 바꿔라! 인간들은 진형 안쪽으로!”


마리우스와 보급대원들도 원형 진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옵니다!”


아츠펠드가 이계에서 메테오를 소환해 날렸다. 꽤 많은 괴수들이 불덩이에 맞아 타올랐다. 하지만 괴수들은 계속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갑자기 땅 이곳저곳에서 빛의 폭발이 일어나더니 괴수들이 산산조각 났다. 전방의 기사들이 폭발에 휘말리지 않게 수호 마법을 썼다. 괴수의 숫자는 순식간에 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중대 측 손실은 없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하늘에 떠 있던 아츠펠드가 물었다.


“몰라. 하지만 이게 기회라는 건 확실하다. 회복할 틈을 주지 마라! 공격!”


중대원들은 방어 대형을 풀고 그들을 공격했다. 살아남은 괴수들 역시 팔이나 다리 한 쪽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계승자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오랜만에 마력 공급기를 들고 사제들에게 마나를 집어넣었다. 계승자들은 난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보급대원 쪽으로 이동하는 괴수들을 베어 넘겼다. 오랜 경험을 통해 괴수와 싸우는 법을 익힌 것이다. 전투는 순식간에 10중대의 승리로 끝났다.


“이긴 건가......”


포스마린은 칼에 묻은 괴수의 살점을 바라보았다.


“중대장님, 전투가 어려울 정도의 부상이 15명, 사망이 4명입니다. 인간 사상자는 없습니다.”


아츠펠드가 말했다.


“다행이군. 죽은 대원들은 언제쯤 부활하지?”


“아이넬의 영혼석 수준을 고려하면 1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균열을 찾아보는 건 무리일 것 같군. 적들이 추가로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난다.”


“그건 안 되지. 남의 땅에 들어와 놓고 그냥 나가다니.”


포스마린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원들은 모두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한 여자가 마리우스를 붙잡은 뒤 단검으로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누구냐.”


포스마린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오, 역시 계승자는 무섭구만.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고. 이 지뢰들, 만드는 데 3달 넘게 걸렸거든? 근데 너희들이 한 방에 날려버렸어. 내 전 재산을 부어서 만든 건데 말이야.”


“우린 아르카다 원정대 소속 10중대다. 금전적 보상은 차후 엘리시온에 요청하지. 하지만 장담하는데, 그 칼을 놓지 않으면 보상은 기대하기 힘들 거다.”


“내 질문에 대답하는 게 우선이야. 왜 여기로 들어왔지?”


여자는 포스마린의 기세에 전혀 눌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우린 괴수들을 찾아왔다. 이곳에 괴수들이 출몰한다는 보고를 받아서 말이야.”


“그런 거라면 완전히 실수한 거야. 여긴 몇 달 동안 괴수가 들어오지 않는 구역이었거든. 아마 괴수들은 당신들을 보고 매복 작전을 실행한 거겠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더 이상 여기서 사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야.”


마리우스는 그녀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클라우디아......?”


여자가 당황하더니 마리우스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마리우스의 얼굴을 보고 기겁했다.


“오, 오빠가 왜 여기에......”


중대원들은 다들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10중대는 결국 클라우디아와 함께 아이넬로 돌아왔다. 방금 부활한 계승자들이 중대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돌아온 거구나.”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꽤 많은 괴수들을 죽였어. 정확히는 계승자들이 한 거지만.”


“이제 네 얘기를 해라. 왜 아이넬도 아닌, 군트프리트의 영역에서 살고 있는 거지?”


포스마린이 물었다.


“난 집을 나왔거든. 몸을 숨기기 위해 그곳에 가서 살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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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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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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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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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6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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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 귀환 - 2 20.08.07 69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3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9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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