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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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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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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8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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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 6

DUMMY

함선은 천천히 괴수들의 근처로 움직였다. 점점 더 가까이 갈수록 산성 덩이를 쏘는 도르칸 역시 많아졌다. 수십 개의 덩어리가 계승자들의 눈앞에서 바다로 떨어졌다.


“상황은?”


“아직까지는 사거리 바깥입니다. 더 접근해야 합니다.”


임시 선장이 말했다.


“좋아. 사거리에 도달하는 순간 최대 출력으로 왼쪽으로 이동한다. 좌우로 번갈아가며 움직이며 사격한다.”


“알겠습니다!”


“유효 사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배를 움직이던 한 조타수가 외쳤다.


“공대지 함포, 사격 개시!”


원정대장의 지시에 마력포는 일제히 불을 뿜었다. 푸른 광선이 하늘에서 떨어져 모래사장을 불태웠다. 그곳에 모여 있던 괴수들은 고통스러워하며 서서히 불길에 녹아갔다.


도르칸들은 있는 힘껏 산성 덩이를 쏘기 시작했다. 함선은 모래사장 근처에서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하며 산성을 피하려 했으나,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또 맞았습니다! 보호막 수치 50%!”


“멈추지 마! 계속 사격해라!”


공중함선의 사격 덕에 괴수의 숫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파고들 공간이 생긴 것 같았다.


“보호막 수치 30%!”


도르칸은 필사적으로 함선을 공격했다. 보호막 수치는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침투조! 작전 준비!”


원정대장을 포함한 200명의 계승자들이 싸울 준비를 마치고 갑판 위로 나왔다. 몇몇 계승자들은 마력 공급기를 들고 보급대원의 역할을 대신했다.


“강하!”


계승자들은 도르칸을 저격하며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방금 전 포격을 대량으로 맞은 터라 적지 않은 괴수들은 팔이나 다리 한 쪽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계승자들은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정리하고 균열을 폭파시켰다.


“계속 움직여! 이 일대의 균열을 모두 없애야 한다!”


함선 역시 쉬지 않고 상공에서 적들을 향해 끝없이 포격을 가했다. 도르칸은 함선과 땅 위의 계승자들 중 누구에게 산성 덩이를 쏴야 할지 알지 못했고, 우왕좌왕하다가 순식간에 목이 베였다.


원정대는 수십 개의 균열을 모두 폭파한 뒤 함선으로 귀환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이 근방의 균열은 전부 소멸되었습니다.”


선장이 원정대장의 귀환을 반겼다.


“사망자를 보고해라.”


“총 25명 사망에, 60명 부상입니다. 부상자들은 현재 치료 중에 있습니다.”


“이걸로 된 건가......”


*****


“그런고로, 이제 당분간 아이넬은 안전할 겁니다.”


포스마린은 주민들을 어떻게든 마을 안에 붙잡아두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마리우스는 주민들을 지나쳐 숙소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오, 성공했나보네.”


루푸스가 그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네. 어찌어찌 잘 풀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테디아는 안전한 겁니까?”


루시우스가 물었다.


“그건......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수십 개의 균열을 없앴다면서요? 그 정도면 전멸 아닙니까?”


“그건 아닐 거야.”


잠자코 듣고 있던 가이우스가 끼어들었다.


“애초에 균열이 허공에서 스스로 생겨난다는 게 입증된 이상, 균열 생성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가이우스 씨는 항상 비관적이네요......”


“저 역시도 가이우스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마리우스가 말했다.


“이번 승리로 인해 당분간은 괴수가 마을을 습격할 염려는 없어졌지만......지금 추세로 보면 언제 다시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균열을 틀어막는단 말입니까?”


“그건......”


“자, 자. 이기고 돌아왔는데 더 우울해지면 안 되잖아.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루푸스가 대충 어두운 분위기를 무마시켰다. 보급대원들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유만 홀짝댔다.


*****


그 이후로도 계승자들은 종종 공중함선을 타고 작전에 나섰다. 마리우스의 이론에 따라 계승자들은 인적이 없는 곳을 위주로 정찰을 수행했다. 테디아의 각 지역에 와 있는 파견대가 균열의 위치를 알려주면, 그곳으로 공중함선이 출동하는 것이다.


작전의 위험성 때문에 인간 대원들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이넬에 머물게 되었다.


“오히려 잘 됐지.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잖아.”


루푸스가 말했다.


“하지만 이러다가 짤리는 거 아닐까요?”


클라우디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약간은 불안한 듯 했다. 그녀는 매일 마력 공급기를 만지작댔다.


“괜찮을 거야. 애초에 우리가 하는 일에 꼭 싸우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루푸스는 대원들을 달래기 위해 애썼지만, 그 역시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괴수의 침공이 심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공업무를 맡는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테디아 성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아이넬로 이사를 오기도 했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이 세상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괴수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것들은 계속 늘어만 갔다. 사람들은 이 싸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하게,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마리우스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었고, 그는 이 세상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리우스는 자신에게는 일종의 사명 같은 것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는 포스마린에게 무인지대로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곳은 과거 생귀니움 신전이 있던 곳으로, 마리우스는 그 안에서 균열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


“지금은 그런 일을 벌이기에는 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저랑 마리우스 둘이 가겠습니다. 나머지는 공중함선으로 그 근처까지 이동만 시켜주시면 됩니다.”


원정대장은 갑작스런 계획에 다소 회의적이었으나, 그 역시 생귀니움 본진에 간다면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지만 귀환은 장담 못 한다.”


*****


“귀환은 장담 못 한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보통 귀환을 할 때에는 차원석을 사용해 차원문을 열지.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습니다.”


“문제는 목표로 하는 지점과 내가 있는 위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한 채 소멸되는 경우가 발생해.”


“그대로 죽는 겁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유저들의 캐릭터는 적당한 곳에서 다시 살아나지만, 너희 같은 NPC들은 죽거나, 아니면 다른 세계로 사라진다고 봐야겠지.”


마리우스는 갑자기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은 너무나 생생했다. 기억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무인지대 마을의 지하에서 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여자였다.


기억 속에서, 그 여자는 정체불명의 공간에 떨어졌다. 그 공간은 다른 세계에서 날아온 파괴된 건물이나 시체 덩어리, 못 쓰게 된 무기들이 모두 모여 있는, 일종의 우주 쓰레기장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다른 세계의 병사들을 만난 뒤 현실에 근접하는 데 성공했으나, 어쩌다 보니 결국 죽고 말았다.


아마 포스마린이 말한 죽음이란 이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


“무인지대로 나가는 건 처음인가?”


포스마린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선장은 지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함선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폭풍에 휘말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겁니다. 애초에 무인지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지, 함선이 지나다니지 못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불러주게.”


포스마린과 마리우스가 탄 함선은 천계를 넘어서 무인지대로 향해 나아갔다. 평상시보다 연료를 많이 실은 탓에 속도가 약간 느렸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포스마린이 휴게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리우스가 반겨주었다. 그는 혼자서 스킬창을 소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중대장님.”


“스킬창을 쓸 수 없는 건가?”


“네......이유는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안 됐으면 몰라도 되던 게 갑자기 안되니까......”


“니가 했던 행동들을 한 번 다시 떠올려봐. 혹시 문제가 될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한 건 슈트......슈트를 입고 싸운 거 밖에 없습니다.”


“트랜스 슈트 말이지?”


“네.”


“그게......그게 문제일 수도 있어. 그걸 준 사람이 생귀니움 교주라고 했었나?”


“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교주를 찾는 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내가 보기에 넌 제재를 당한 거야.”


“누구한테 말입니까?”


“누구긴, 당연히 운영자, 그러니까 창조주들이지.”


“어째서 그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그 슈트는 유저들에게만 허락되는 일종의 특권이야. 너는 원래 NPC지만 유저 대접을 받은 거고.”


“그렇다면 왜 제재를......”


“그러니까 그 슈트는, 위기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야. 이론상으로 슈트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세계에서든 막강한 존재가 될 수 있거든. 근데 그러면 모험을 떠나는 의미가 없겠지? 그래서 규정상 슈트는 심각한 위기에서만 사용해야 해. 지나치게 슈트에 의존할 경우 계정 정지를 당할 수 있어.”


“계정 정지가 뭡니까.”


“말 그대로 일정 시간동안 게임을 못하는 거지. 즉 이 세계에 들어올 수 없는 거야.”


“그렇다는 건 지금의 전 유저가 아닌 NPC로 간주된다는 것이군요.”


“그래. 보아하니 무인지대에서 머무는 동안 꽤 많이 슈트를 사용한 모양인데, 세계를 관리하는 존재 입장에서는 넌 지나치게 비매너 행위를 하는 셈이지.”


“그럴 수가......하지만 그 슈트가 없다면 전 제대로 싸울 수 없을 겁니다.”


“어차피 직접 싸우는 건 내가 할 거야. 넌 물건만 제대로 찾으면 돼.”


함선은 어느새 사막을 지나 옛 마을에 근접했다.


“포스마린님, 이쪽으로 와보십시오.”


선장이 그를 불렀다.


함선의 레이더망에는 북쪽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폭풍으로 뒤덮여 있었다.


“여길 뚫어야 마을에 갈 수 있는 건가?”


“정확히는 마을이 저 폭풍 안쪽에 있습니다. 일종의 태풍의 눈 안에 있는 셈이죠.”


“저 정도의 폭풍이면 함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태풍이 가라앉으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확실치는 않지만 1달에 한 번 꼴로 약해질 겁니다.”


“1달은 너무 길어. 태풍이 약한 곳을 찾아 들어가야만 해.”


“그러면 태풍 안으로 그대로 진입할 겁니까?”


“......그건 안 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포스마린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선장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것은......”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의 슈트를 처음 보았다. 그것은 마리우스가 입었던 것보다도 더 강해 보였다.


“내 트랜스 슈트야. 모든 유저들은 이걸 한 벌씩 가지고 있지. 그리고 이걸 이용해 마을 안으로 들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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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6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7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3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9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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