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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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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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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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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귀환 - 4

DUMMY

“파드넬이 어째서?”


“경비원들과 현지에 주둔 중이던 파견대가 전부 당했습니다. 몇몇은 영구적인 죽음을......”


생존자의 말에 중대원들의 얼굴이 굳었다. 영혼의 죽음, 계승자들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힘들게 영생을 얻은 그들은 육체의 죽음은 가볍게 여겼지만, 영혼이 죽는 것은 극도로 기피했다.


“정확히 언제 습격당했는지 기억이 나나?”


포스마린이 물었다.


“약 3시간 전쯤에 적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추정 숫자는 적어도 5,000마리 이상......그리고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개체들이 새로 나타났습니다.”


생존자는 그 말을 마친 뒤 땅 위에 쓰러졌다.


“빌어먹을. 사제, 사제! 바로 이 사람을 치료해라!”


사제들은 치유의 주문을 외웠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살이 부식되고 있습니다. 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살기 어렵습니다.”


“전원 귀환한다. 이 녀석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중대장님, 이미 죽은 것 같습니다.”


아츠펠드가 생존자의 손목을 잡은 채로 말했다. 그의 몸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시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영원한 죽음을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중대원들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이다.


“돌아가자. 더 늦기 전에.”


*****


“포스마린! 소식 들었나?”


10중대가 아이넬에 도착하자 8, 9중대와 원정대장, 그리고 그의 직속 부하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원정대장은 남은 병력을 모두 지휘하며 아이넬 방어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네. 파드넬이 파괴되었다고......”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놈들의 지능이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을 하는 개체 나타났다. 이걸 봐봐.”


원정대장이 급히 그린 스케치를 보여주었다. 그림의 생물은 네 발로 걸으며, 등 뒤에는 대포 비슷한 게 달려있었다.


“자세한 건 직접 봐야 알겠지만, 여기 달린 대포에서 산성 물질을 뿜어내는 것 같아. 치유 마법을 써도 고통을 줄일 수만 있을 뿐,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한가봐.”


“......얘네들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기존의 근접 공격을 하는 괴수 10마리 당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개체가 1기 정도의 비율로 있는 것 같아. 아무튼 이 녀석들을 조심해야 해. 더 이상은 뭉쳐서 싸우는 것도 안될 것 같다.”


원정대장은 새로 만든 진형을 각 대원들에게 모두 보여주었다. 그는 근거리 공격을 하는 개체를 ‘게리온’, 원거리 공격을 하는 개체를 ‘도르칸’이라 불렀다.


“......쉽게 설명하면, 각 대원 간의 간격을 최소 5m이상 띄워야 한다는 거다. 붙어 있으면 산에 맞아 단체로 녹아내릴 거다.”


“간격을 너무 넓히면 적이 침투할 여건을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한 계승자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 기사, 광전사가 게리온과 맞서는 사이에 궁수나 원소술사가 도르칸을 저격해야 한다.”


대원들은 간단하게 합을 맞춰 보고는 곧바로 출격 준비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대규모 전투로군.”


루푸스가 빛의 수정을 소독한 뒤 마력 공급기 안에 끼웠다.


“파드넬이 당했다는 건 이미 여기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건가......”


클라우디아는 적잖이 겁을 먹은 듯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계승자들은 그리 무능하지 않으니까.”


마리우스는 여동생을 달래려 했지만, 그 역시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그를 항상 지켜주었던 슈트가 사라진 것이 그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어째서 그 슈트가 사라진 건지, 사라졌다면 어디로 갔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지금으로선 그저 덩굴 마법으로 버텨나가야만 했다.


*****


머지않아 파드넬에서 살아남은 피난민들이 아이넬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다들 겁에 질려 있었으며, 몇몇은 팔이나 다리가 잘린 채로 힘겹게 절뚝거리기도 했다.


아이넬의 주민들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다 주기는 했지만, 그들이 하루 빨리 마을에서 나가기를 빌었다.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이 늘어나는 걸 반길 사람은 없었다.


결국 테디아 성에서 절반의 피난민들을 받아들이긴 했으나, 아이넬의 규모 자체가 원래 작던 탓에 나머지 절반을 품는 것조차 버거웠다.


설상가상으로 몇몇 피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지위를 내세워 아이넬 주민들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기도 했다. 파드넬은 규모가 꽤 큰 도시였던지라, 부자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넬 주민들과의 거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도시가 파괴된 이후로 아이넬에서는 피난민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은근히 무시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특히나 피난민들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것 역시 문제였다. 그들이 밤마다 지르는 비명은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점점 피난민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져갔다.


아르카다 원정대 측은 모든 중대를 다시 한데 모은 뒤 괴수 토벌 작전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남아있는 피난민의 절반을 다시 테디아로 보낼 것을 요청했고, 상부에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정이 내려진 후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울프치니크에서 함께 싸웠던 모든 병력이 집결했으며, 여기에 더해 테디아 성에서 파견한 기병대 역시 원정대를 돕기로 했다. 이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유니콘을 타고 다니며 괴수를 도륙했다.


*****


“이걸 봐라.”


원정대장이 기억의 구슬을 작동시켰다. 기억의 구슬은 천계의 주요 도시마다 있는 구슬로, 주변을 영상으로 기록해 범죄자를 추적할 때 쓰는 용도였다. 운이 좋게도 한 계승자가 도시가 습격 받는 와중에 첨탑 위의 구슬을 빼내는 데 성공했고, 몇몇 원소술사들이 그 영상을 막 복구해낸 참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게리온 수백 마리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몇몇 게리온들은 인간을 먹은 뒤 상처를 회복하기도 했다.


저 멀리서는 도르칸 몇 마리가 산성 포탄을 쏘아댔다. 포탄에 맞은 건물들은 서서히 녹아내렸으며, 계승자들조차도 한 번 맞으면 무사하지 못했다.


“저 게리온들이 전부 살아 있는 겁니까?”


포스마린이 물었다.


“그건 아니야. 괴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만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주변에 사냥감이 없으면 자기들끼리 잡아먹지. 다만 살아남은 일부가 아이넬이나 다른 마을을 습격할 가능성은 있어.”


원정대장은 지도를 펼쳤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나온 균열을 찾아 없애는 거야. 이제까지 많이 해봤으니 다들 익숙하겠지만, 여긴 마계가 아닌 우리들의 땅 천계다. 수색에 더욱 주의를 가하도록.”


“저희가 이쪽에서 고정 균열 2개를 발견했습니다. 아마 이 근처에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포스마린이 지도의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군트프리트의 영역이었던 곳이군. 하지만 여기서 괴수가 생겨난다면 파드넬까지 단숨에 몰아치는 건 어려울 거야.”


“어째서입니까?”


“여기 이쪽을 보면, 군트프리트의 영역에서 파드넬로 넘어가려면 좁은 산길을 통과해야 해. 그러면 정찰병이 그들을 미리 발견하고 대처를 할 수 있지. 하지만 파드넬에서의 전투 경과를 보면, 여러 방향에서 괴수들이 한꺼번에 나타난 게 분명해.”


“그러면 균열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겁니까?”


“모르겠어. 어떤 규칙이 있는지는......”


포스마린은 원정대장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중대로 돌아가 마리우스를 데리고 왔다.


“중대장님? 갑자기 왜......”


“왠지 너라면 알고 있을 거 같아서. 균열이 어디 있는지 말이야. 괴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잖아.”


“그......확실하지는 않은데, 대략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말해봐.”


원정대장이 지도를 마리우스의 앞에 들이밀었다.


“제가 알기로 괴수는 변화가 적은 곳에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변화라는 건,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연 현상 등에 의해 끊임없이 지형이나 기후 등이 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는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런 건 어디서 들었지?”


“생귀니우스에게 납치당했을 때 우연히 알아냈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테디아의 균열은 어디 있을 것 같나.”


“제일 의심이 가는 부분은 북동쪽의 유적지입니다. 여기는 생물도 살지 않고, 비도 거의 오지 않아 변화가 없습니다. 과거 생귀니움 신전이 이 근방에 있었습니다.”


마리우스는 과거에 바이젤과 함께 잠입했던 신전이 있던 위치를 가리켰다.


“또 하나는 북서쪽의 숲입니다. 여긴 식물이 많다 보니 폐허에 비해서는 균열의 발생 빈도가 낮지만, 역시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나름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지금으로선 자네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할 수는 없는 것 같군. 너 역시도 왜 변화가 적은 곳에 균열이 생기는 건 모르는 것 같은데.”


“네. 왜 그렇게 되는지는......”


“그러면 일단은 파드넬 주위를 수색하는 걸로 하지. 요청한 공중함선이 도착하면 자네가 말한 지역을 수색해 보자고.”


회의가 끝나고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을 도와 마나폭탄 몇 개를 옮겼다.


“저기, 중대장님. 혹시......”


“창조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만약 중대장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세계는 모두 가상에 불과하고, 창조주들은 손짓 한 번으로 생명을 창조하고 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건 미안하게 됐어. 나도 여러 번 문의를 해봤는데, 버그 수정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아.”


“버그라는 건......”


“게리온 같은 걸 현실에선 버그라고 하지. 원래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거든. 개발자......그러니까 창조주들도 게리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 문제는 그걸 막는 걸 귀찮아한다는 거야.”


“어째서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이 만드는 세계인데.”


“그들이 창조한 세계는 만 개가 넘어.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를 일일이 관리할 능력은 없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창조주들은 인기 있는 세계에만 집중하고 있어.”


“현실 속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계 말입니까?”


“그래. 너한테는 안 된 이야기지만, 이 세계는 별로 인기가 없어. 사실 언제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거든. 그러다 보니......굳이 이곳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쏟고 싶지 않은 거야.”


마리우스는 왠지 슬퍼졌다. 그는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는 마. 창조주들이 손짓 한 번에 괴수를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한 달 내로 괴수들을 몰아낼 수도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마리우스가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갔을 때, 대원들은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친 후였다.


“이제 익숙해졌어?”


마리우스가 여동생을 보며 말했다.


“그럭저럭.”


보급대원들은 공급기를 어깨에 맨 채 계승자들을 따라갔다. 자신들의 땅이었던지라 마계에 비해서는 훨씬 익숙했지만, 한편으로 천계가 괴수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다들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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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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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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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 귀환 - 4 20.08.10 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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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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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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