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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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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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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7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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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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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귀환 - 12

DUMMY

어느새 테디아는 억제기로 가득 뒤덮였다. 더 이상 테디아에서 균열은 생겨나지 않았다. 천계의 다른 지역 역시 서서히 괴수의 발생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브리니아 지역에서도 괴수의 발생 빈도는 지난달과 비교해 절반 이하가 되었고, 대부분의 괴수의 공격 역시 임시 요새에서 격퇴할 수 있었다.


아르카다 원정대는 브리니아에서 마지막 괴수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 지원을 왔다.


“자, 내일 오전 6시에 출발하니까, 미리미리 자 두라고.”


루푸스는 피곤했는지 가장 먼저 잠에 떨어졌다.


“불도 안 껐는데 벌써 자는군.”


가이우스 역시 이불을 덮었다.


“마리우스, 넌 안 자나?”


“아, 전 다녀올 데가 있어서요.”


마리우스는 천막 밖으로 나갔다. 중대장 천막 근처에서는 포스마린이 천막에 묶인 말뚝을 점검하고 있었다.


“중대장님, 잠시 할 얘기가 있습니다.”


“마리우스? 여긴 무슨 일이지?”


“그......운영자라는 사람은, 아직 아무 소식이 없는 겁니까?”


“그 얘기였구만. 나도 잘 모르겠어. 이건......정말 뭐라 할 말이 없네.”


“만약 중대장님이 이 세계에서 죽으면, 현실의 본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무 일도 없겠지. 이건.......나한테는 말 그대로의 게임이니까.”


마리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밤공기가 약간 쌀쌀했다.


“그 운영자에게도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겠군요.”


“아마 그렇겠지. 현실의 인간들이 원망스럽나?”


“......조금은요.”


“그럴 거라 생각했어. 내가 너였어도 현실 속 사람들이 싫었겠지. 사실 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괴수는 그렇다 쳐도, 넌 특별한 존재니까.”


“제가 유저라서 그런 겁니까?”


“그래. 원래 NPC가 자아를 갖는 경우는 없어. 이 페어리 월드와는 달리, 현실에서 자아를 가진 생명체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거든. 그런데 컴퓨터 속 코드가 자아를 갖다니......이건 전대미문의 사건이야. 증기기관이나 핵무기만큼이나 엄청난 발견이라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중요한 사람이란 건 알겠습니다.”


“운영자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아. 내가 그냥 장난을 치는 거라고 믿고 있지. 그래서 페어리 월드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고.”


“그......괴수들이 어디서 나온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겁니까?”“한 가지 의심가는 곳이 있긴 해.”


“어딥니까?”


“괴수와 싸우는 게임이 있거든. 그 게임 안에서는 너희가 게리온, 도르칸이라 부르는 생물들과 싸워야 해. 그 게임의 존재가 이곳으로 넘어온 게 아닐까 의심이 가.”


“그렇다면 그 세계에 갈 수 있으면, 괴수를 막을 수 있는 겁니까?”


“너나 나는 안 돼. 어디까지나 코드에 손을 댈 수 있는 건 운영자, 개발자뿐이니까.”


“중대장님은 진짜 인간인데도 창조주에 맞설 수 없는 겁니까?”


“그래. 넌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한 거야?”


“......이곳에서 중대장을 맡을 정도의 능력자라면, 현실에서도 꽤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아......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현실의 나는, 뭐랄까......그냥 기술자야. 전기 기술자. 건물에 전기 나가면 수리해주는 사람.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이 시국에 그 정도 일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전기......그건 뭡니까.”


“한 번에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머리 아파. 전기는 그러니까, 너희가 쓰는 일종의 마력 같은 거야. 마법만큼 자유롭지는 않지만 더 효율적이지. 이 세계 역시 전기에 의해 유지되고 있어. 만약 전기가 끊긴다면......”


“끊긴다면?”


“너희는 그 즉시 소멸하는 거야. 이 세계와 함께. 근데 왜 대우는 이 모양인지......”

마리우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슈트를 타고 보았던 우주에는 수많은 세계가 있었다. 어쩌면 저 별들 중에 하나는 천계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가짜니 진짜니, 전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실감도 나지 않고요. 다만 더 이상 괴수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미안하다. 잊혀진 게임은 원래 대우가 좋지 않아. 그래도......일주일에 한 번씩 문의를 올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답이 올 거야. 물론 그 전에 죽어버리면 소용없겠지만.”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에게 경례를 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마리우스, 적어도......내일 작전이 끝이길 빌자.”


“알겠습니다.”


*****


“출발!”


원정대장이 외쳤다. 아르카다 원정대와 브리니아 주둔군 중 최정예병이 뭉쳤다. 계승자의 숫자만 약 5,000여명에 달했다. 공중함선 3대가 세 방향으로 갈라져 정찰에 나섰다.


지속적인 소탕 작전의 결과로, 천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더 이상 괴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테디아는 물론이고 세레니스, 오스니아, 니케르디아 지역 모두에서 연일 승전보가 들려왔다. 브리니아 역시 최후의 공격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쪽 평야 지대에 괴수가 약 2만 마리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그들은 대부분 굶주렸으나, 아직 움직일 힘은 남아 있었고 그래서 브리니아 성을 공격하러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원정대는 먼저 그들을 치기로 했다. 엘리시온 정부에서는 특별히 그들을 위해 공중함선을 2대나 더 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주둔군 역시 작전에 협력했다.


한창 행군을 하고 있는데 계승자 한 명이 하늘에서 날아왔다.


“1번함 선원입니다.”


포스마린이 말했다.


“어떤 일이지?”


원정대장이 그 선원을 살펴보았다. 몸 가운데에 베인 상처가 나있었다.


“북서쪽에 적들이 집결해 있습니다. 하필이면 하늘에 떠 있는 균열을 눈치 채지 못하는 바람에 그만......”


사제가 그 선원에게 다가왔다.


“잠시만, 이걸 봐봐.”


원정대장이 상처 부위를 가리켰다.


“이건 맹독이다. 아무래도 게리온에게 공격당한 직후 산성 액체에 맞은 것 같군. 이건......그냥 죽는 게 낫겠어. 선원, 지금 함선의 상태는 어떻지?”


“제가 나왔을 때 추락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죽었을 거다. 넌 그들과 합류해서 와라.”


원정대장이 칼로 그의 목을 후려쳤다. 선원의 잘린 목에서 빛이 나더니 곧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전원 주목! 적은 우리 천족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은 놈들이다.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궁지에 몰려 있는 걸 알고 있는 만큼, 매우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섬멸해라!”


원정대장은 두 함선에 연락해 1번함의 위치로 정찰할 것을 명했다.“


30분 정도 걸었을 때쯤, 이번에는 지상 정찰을 맡은 기병이 귀환했다.


“대장님! 적들이 산개 대형으로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확인이 어렵습니다만, 최소 수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성 공격 때문에 공중 정찰 병력이 전부 죽었습니다.”


“그들과의 거리는?”


“아마 3km쯤 전방에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포위당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전원! 제2대형으로 펼쳐라!”


대장의 지시에 모든 병력은 5m의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대장님, 위쪽에!”


한 계승자가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3번함이 도르칸의 공격을 받아 추락하고 있었다. 함선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적들을 향해 마력포를 갈겨댔다. 저 멀리서부터 함포의 소리와 괴수들의 비명이 어우러져 들려왔다.


“옵니다!”


저 멀리서 게리온들이 전속력으로 원정대를 향해 달려왔다.


“첫 번째 공격은 버텨내야 한다!”


기사들과 사제들이 협동으로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도르칸의 산성 덩어리가 그 보호막을 녹이고, 재수없는 몇몇 계승자들이 덩어리 안에 있던 액체에 맞아 몸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몸이 부식되는 계승자들은 공격당한 팔을 자르고 싸우거나, 아예 자살함으로써 빠르게 전투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택했다.


도르칸의 공격이 약해지자, 알케메네스가 재빨리 궁수들을 올려 보냈다. 궁수들은 정확히 도르칸만을 지정해 화살을 쐈다.


“성공입니다. 산성 공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브리니아 주둔군 사령관이 외쳤다.


“아직 방심해선 안 돼! 사방이 적들이다!”


게리온은 으레 그렇듯 주변을 둘러싼 뒤, 한꺼번에 병사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곳곳에서 계승자의 칼과 괴수의 손톱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원소술사들이 냉기 마법으로 게리온의 움직임을 둔화시킨 사이, 암살자들은 재빠르게 적의 급소를 찔렀다.


“루시우스! 그쪽으로 두 마리 간다!”


루푸스가 외쳤다. 마리우스는 재빨리 덩굴을 생성해 한 괴수의 발을 묶었다. 루시우스가 필사적으로 게리온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이, 포스마린이 날아와 그 괴수의 몸을 반으로 갈라 죽여 버렸다.


“루시우스, 괜찮아?”


루푸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친 데는 없습니다. 우리 중대는 싸움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8중대 쪽 사제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 같으니, 그쪽을 돕는 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자. 마리우스, 가이우스! 너희들은 여길 지키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클라우디아, 너도 이쪽으로......클라우디아?”


그녀는 어째선지 괴수와 대치한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클라우디아, 정신 차려!”


“아, 아빠......?”


마리우스는 그녀와 대치중인 괴수의 모습을 보았다. 얼굴은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 만큼 크게 변해 있었지만, 그것이 걸치고 있는 옷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 아그리파였다.


“뭐, 뭐야 대체......”


그 괴수는 곧 클라우디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황한 둘은 차마 피하지 못했다.


“클라우디아, 피해!”


가이우스가 그를 밀쳤다. 괴수의 손톱이 가이우스의 몸에 기다란 상처를 냈다.


“가이우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클라우디아가 단검을 그 괴수의 어깨에 찔렀다. 하지만 어깨에 상처를 입은 것 정도로 괴수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어이! 이쪽이다!”


마리우스가 덩굴을 만들어 그 괴수의 몸을 묶었다. 괴수는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클라우디아! 사제를 불러와! 빨리!”


그 기묘한 괴수는 곧 다른 계승자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다. 사제 한 명이 가이우스 쪽으로 왔다. 그는 신속하게 치유의 마법을 썼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클라우디아는 울상이 된 채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어이......지금이 울 때는 아니잖아......빨리 가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고.......”


“죄송합니다. 가이우스,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마리우스는 클라우디아의 손목을 붙잡고 사제들을 도우러 갔다.


“하......이 짓도 더 이상 못해먹겠구먼. 이봐 사제님. 난 부활 같은 건 못하는 건가?”


“미안합니다. 지금은......”


마법을 쓰는 사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후우, 이제 괴수랑 안 싸워도 되는 건 좋은데.”


그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마리우스와 클라우디아는 가이우스가 죽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오직 사제만이 그를 위해 기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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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6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7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 귀환 - 12 20.08.20 53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9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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