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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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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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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3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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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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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비트의 세계 - 2

DUMMY

두 병사는 자신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여자에게 설명했다.


그들은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 싸우고 있었으며, 그 외계인은 여자와 비슷하게 촉수를 뻗어 인간들을 공격했다.


도시가 함락되기 직전, 갑자기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그들은 이곳으로 이동해온 것이다.


처음 병사들은 도시가 이미 외계인들에게 함락되었다고 생각해 건물 안에서 숨어 지내며 탈출 기회를 엿봤으나, 시간이 지나며 자신들이 아예 다른 세계로 넘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외계인뿐만 아니라 언데드나 고대 마법사를 보기도 했으며, 외계인들 중 몇몇은 정체불명의 적들과 싸우다가 죽기도 하였다.


어찌되었든 병사들은 이 안에서 버텨야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식량이 떨어지자 불안감이 그들을 덮쳤다. 많은 병사들이 도시를 떠났고, 몇몇은 길거리에서 외계인이나 드래곤에게 잡아먹히기도 했다. 잭슨과 헨델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병사였다. 그들은 도시 내의 상점을 털어 몇 달 동안이나 버티고 있었으나, 이제 모든 식량과 물이 떨어져 탈출을 시도하던 찰나였다.


*****


“그래서, 왜 나랑 같이 가겠다는 거지?”


여자가 물었다.


“당신도 우리랑 마찬가지로 다른 세계에서 여기로 떨어진 것 같은데, 힘을 모아서 나쁠 건 없잖아?”


잭슨이 대답했다.


“어떻게 나가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군.”


“미안하지만 그건 아닙니다요. 하지만 한 가지 알아낸 게 있어. 이곳은 일종의 우주의 쓰레기통이라는 거야.”


“쓰레기통?”


“정확한 경위는 모르지만, 이곳에는 수많은 세계로부터 무언가가 밀려들어와. 그건 시체일 수도 있고, 파괴된 도시일 수도 있지. 어쩌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이런 장소를 만든 걸 수도 있어.”


“그런가......”


여자는 여전히 이들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녀 역시 동료가 필요했다. 그녀는 오래 전 흑마술 협회가 붕괴한 이후로 처음으로 누군가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당신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미안, 난 이름을 까먹었거든.”


“그게 가능한 일인가?”


“너도 100년 넘게 살아봐라.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이제 보니 엄청난 노인이셨군. 그러면......당신을 ‘아카리’라고 불러도 될까?”


“그러시든지.”


“아카리라니. 굉장한 이름이네.”옆에서 얌전히 듣고 있던 헨델이 말했다.


“왜?”


“아카리는 최초로 나타난 촉수괴물의 이름이야. 도쿄에서 처음 나타났는데, 일본인들이 그 괴물을 아카리라고 불렀어.”


“도쿄......?”


“헨델, 이 사람은 다른 세계에서 온 거야.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참 그랬지. 미안합니다.”


아카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천족과 마족의 전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이 흑마법을 익힌 일, 그리고 수십 년 동안 폐허에 숨어 인간들을 사냥한 것까지.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과 한 편이 되다니. 이거 영광이구만.”


잭슨은 뭔가 무서운 듯 아카리 등의 촉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1시간을 넘게 걸은 뒤 그들은 도시에서 나오게 되었다. 도시 밖은 예전에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쓰레기와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혹시 여기서 계단 같은 걸 본 적이 있어?”


아카리가 물었다.


“계단이라니?”


“난 몇 시간 전에 여기서 기다란 계단 하나를 발견했어. 그 계단은 높은 곳에 있는 복도와 이어졌지. 그 복도를 통과하니 여기로 나오게 된 거야.”


“복도라......마치 이 쓰레기장에 몇 개의 구역이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잭슨은 후레쉬를 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정말 네 말대로 누군가가 여기를 만들었다는......잠깐, 모두 멈춰.”


아카리가 촉수를 넓게 펼쳤다.


“근처다. 멀지 않은 곳에 생명이 있어.”


아카리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적을 탐색했다.


“하압!”


한 남자가 하늘을 날아와 아카리에게 검을 휘둘렀다. 촉수로 몸을 막았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녀의 볼에서 상당한 피가 흘렀다.


“호오, 마물 주제에 제법이구나.”


남자는 검 한자루를 가지고 싸우는 듯 했다. 검의 모양은 천계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다.


“누구냐.”


“곧 죽을 먹잇감에게 이름을 알려줄 이유는 없......”


남자는 말을 마치기 전에 온 몸에 총알 세례를 받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레기 더미 뒤로 숨었다.


“우, 우리 잘한 거겠지?”


헨델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위험한 놈은 바로바로 죽여야지. 잘한 거야.”


“아니, 잭슨. 놈은 살아있다. 내 촉수는 여전히 생명을 느끼고 있어.”


“빌어먹을. 그럼 총은 소용이 없던 건가?”


“그 무기를 총이라고 하는 건가. 아무튼 효과가 없지는 않아. 그 검사는 지금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상태거든. 하지만 방심하지 마. 아직 한두 번 정도는 더 공격할 힘이 남아 있으니까.”


“방금 공격을 우리가 맞았다면 피하기 어려울 거야.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게 좋은 것 같네. 아무래도 나 역시 힘을 아껴야 할 테니. 어이!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아카리가 외쳤다. 잠시 뒤 벽돌더미 뒤에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저건......옛날 아시아 역사책에 나오는 복장이로군.”


잭슨이 말했다.


“제, 제법이구나. 이 나에게 기습 공격을 가하다니. 놀라워. 그 무기의 위력도 굉장하군......!”


“됐고, 우린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네 이름은 뭐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됐나?”


“......”


“안 되겠어. 지금 죽이지 않으면 뒤가 찝찝해.”


아카리가 손톱에서 촉수를 뻗은 뒤 그 검사가 있는 곳을 내리쳤다. 검사는 재빨리 몸을 굴러 피했으나, 상처로 인한 고통은 쉽게 없애지 못하는 듯 했다.


“난 백련교의 살수 이학이다. 전투 중에 한 도사 놈에게 당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로 와있더군.”


“어떻게 생각해, 잭슨. 네가 보기에 저 녀석도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나?”


“그런 것 같아.”


“이학이라고 했나? 일단 여기서 나가기 전까지는 동맹을 맺는 게 어떤가?”


“푸......푸흡......동맹이라고? 꿈 깨라. 백련교도는 동지 외에는 그 누구와도......”


“뒤, 뒤에!”


아카리가 외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거대한 드래곤이 그를 물어 몇 번 씹더니, 꿀꺽 하고 목 안으로 넘겨버렸다.


“드, 드래곤이다!”


헨델이 급하게 소총에 붙어있던 유탄 발사기를 가동했다.


“드래곤에 대해 아나보군.”


“우리도 여기에 와서 처음 봤어. 원래는 동화책에만 나오는 것들인데......어째서 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잭슨 역시 표정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침착해! 저 드래곤은 크기로 보아하니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을 거야. 너희가 그 무기로 놈의 시선을 끄는 사이, 내가 숨통을 끊겠다.”


“정말로 죽일 자신이 있는 건가?”


“그래. 왜냐하면 난......촉수괴물이니까.”


잭슨과 헨델은 드래곤을 향해 유탄을 쐈다. 드래곤은 폭발로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는 듯 했지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열 받은 드래곤은 곧장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이쪽이다! 이 망할 놈아!”


아카리는 등 뒤의 촉수를 이드래곤해 높게 점프한 뒤, 팔 전체를 촉수로 변신시켰다. 그런 다음 드래곤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크와아앙!”


드래곤은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쳤다.


“지......진짜 드래곤과 싸워 이겼어!”


“아직 아니야! 놈은 죽지 않았다고.”


헨델과 잭슨은 두 전사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틈틈이 총을 쐈다. 드래곤은 분노했으나, 그때마다 아카리가 촉수로 드래곤을 묶었다. 드래곤은 입에서 불을 뿜어 촉수를 태웠다.


“꺄아아아악!”


아카리는 고통스러워하며 촉수를 물렀다. 드래곤은 입을 벌려 이번에는 아카리의 본체를 노렸다.


“이 개자식아!”


아카리의 촉수 하나를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어 드래곤의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드래곤은 필사적으로 그 촉수를 물어뜯었다. 아카리는 어떻게든 정신을 유지하며 드래곤의 목 안을 휘저었다.


잠시 뒤 드래곤은 제자리에 쓰러졌다. 목에서 뺀 아카리의 촉수는 놈의 피와 아카리 자신의 피가 뒤섞여 있었다.


촉수의 소환을 해제한 아카리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 많은 힘을 쓴 것이다.


“신세를 졌군.”


잭슨이 말했다.


“알아준다니 다행이네. 하지만......이런 식으로 싸움을 반복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맞는 말이다. 우리도 이틀 동안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까. 하지만......그러면 어쩔 거지?”


“모르겠어. 왜 내가 여기로 끌려왔는지도 모르고, 나가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고.”


“잭슨! 저거 봐봐.”


갑자기 헨델이 소리쳤다. 그는 저 너머의 계단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척 희미하게 보였지만, 분명 그것은 계단이었다.


“저건 그냥 이쪽으로 넘어온 건물 중 하나 아니야?”


“아니, 저 계단은 내가 아까 본 것과 똑같이 생겼어. 저런 게 여기에도 있다는 건, 어쩌면 저 계단은 쓰레기가 아닐지도 몰라.”


“그렇다는 건......저길 올라가야 한다는 건가.”


“지금으로선 뭐라도 시도를 해 봐야지.”


전투의 여파로 인해 아카리가 빠르게 걷지 못한 탓에 이동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계단까지 도달했다.


계단을 올라가니 아까 아카리가 봤던 것과 같은 모양의 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느낌의 복도가 나타났다.


“아까 네가 말한 복도가 이건가?”


“그래. 여길 지나가면 다른 구역이 나타나는 것 같아.”


“혹시 여기에 뭔가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세 명의 모험가는 복도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어보였다.


“음......결국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


“잭슨, 저거.”


“또 뭘 발견한거야?”


“저거 엘리베이터 같은데?”


“어디 봐봐. 진짜네?”


그들은 복도 중간에 있는 소형 광장에서 엘리베이터 두 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이건 엘리베이터라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해주는 거야. 이런 건 본 적이 없나?”


“혹시 부유판과 비슷한 건가? 건물 아래층에서 위까지 올라가게 하는 거?”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거야.”


“그런가. 이걸 보고도 그냥 지나치다니, 난 참 바보 같았군.”


아카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천계의 엘리베이터는 잭슨이 살던 세계와는 달리 커다란 원반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부유판은 각 층의 탑승 장소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자동으로 감지해 해당 층에서 멈췄던 것이다. 하지만 아카리는 단지 자신이 멍청해서 일반적인 엘리베이터를 못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는 총 3개의 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가 나가는 길일 거야.”


잭슨이 맨 위의 버튼을 눌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보통은 그렇잖아? 쓰레기통 같은 건 도시의 지하에 있으니까. 그 위로 올라가야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그들은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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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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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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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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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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