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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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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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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5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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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 8

DUMMY

귀환 억제 장치


이 장치를 땅에 고정한 뒤 약간의 마력을 주입해 발동시키면, 반경 3km내에서는 균열의 형성을 막을 수 있다. 단 괴수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


“이, 이건......”


“봐. 내가 뭐랬어?”


포스마린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명서에 쓰여 있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균열을 틀어막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래. 기계는 다 합쳐서 15개가 있군. 하지만 이걸 다 들고 갈 수는 없으니 두 개만 갖고 가자고.”


“제가 보기엔 두 개도 좀 많아 보입니다. 하나 들고 가는 것도 벅차지 않으려나요.”


마리우스는 억제기를 들어보려고 했으나,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들고 가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는 억제기를 들고 나가려 했지만 문이 너무 작아 그럴 수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분리했다가 다시 조립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어떻게 분리하지?”


“설명서에는 그게 안 나와 있습니다. 이것들 설명서를 만들다 만 모양인데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부유섬 밖으로 나와 있어.”


마리우스가 부유섬 밖으로 나온 지 10분 정도 뒤, 갑자기 부유섬 안쪽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포스마린이 억제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밖으로 나왔다.


“어쩔 수 없었다고.”


*****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이야.”


포스마린은 슈트를 벗고 잠시 개울가에 걸터앉았다. 저 멀리 마을의 생존자가 밭을 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생귀니우스 잔당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것들과 다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 놈들이 없으니 여긴 꽤나 평화로워 보이네. 나중에 괴수 문제가 끝나면 여기로 와서 살고 싶은걸.”


“얼마 전까지는 확실히 평화로웠죠.”


“맞는 말이다. 괴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지. 생각보다 빨리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는 쌓아둔 물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 물건들을 한 번에 들고 나갈 겁니까?”


“어디 보자. 인벤토리에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는 지 확인해 봐야지.”


포스마린은 인벤토리를 소환했다. 커다란 철제 가방이 눈앞에 나타났다. 포스마린은 거기에 자신들이 가져 온 여러 물건을 넣어 보았다.


“유저란 건 멋있네요.”


“그런가?”


인벤토리에는 아슬아슬하게 물건들이 다 들어갔다.


“미리 캐쉬 아이템을 사 두길 잘했어. 하마터면 안 들어갈 뻔했잖아.”


“캐쉬 아이템이 뭡니까?”


“캐쉬는......유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돈이야. 현실의 돈으로 캐쉬를 사는 거지. 이 인벤토리도 캐쉬 아이템이고.”


“전 그걸 살 수 없는 겁니까.”


“모르겠어. 만약 네가 유저라면 가능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런 권한은 없는 것 같으니 말이야. 어라, 저건 뭐지?”


포스마린은 하늘을 가리켰다. 어두운 먹구름이 점점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오려나 봅니다.”


“밖으로 나가는 건 문제 없겠지?”


“적어도 그 슈트를 입고 있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때 포스마린의 무전기가 울렸다.


“중대장님......들립니까?”


치지직 거리는 잡음이 심했지만, 연락을 한 사람이 아츠펠드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왜, 무슨 일이야.”


“폭풍이 아까보다 훨씬 심해졌습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때를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무인지대의 마을을 감싸고 있는 폭풍은 가끔씩 약해지거나 더 강해지거나 하는데, 저희는 더 강해질 때 찾아온 겁니다.”


“여기 올 때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아무래도 기상학자들이 예측을 제대로 못한 모양입니다. 애초에 사람이 살지도 않는 곳이니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거죠.”


“그래서, 지금은 못 돌아간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저희도 지금 마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폭풍에 휘말릴 거예요.”


“후우......언제쯤 괜찮아지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한 3일 정도 걸릴 거 같은데......”


“일주일 치 식량은 있다고 했지?”


“네.”


“폭풍이 잦아드는 대로 바로 귀환할 거다. 혹시나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 대한 얘긴데, 만약에......”


폭풍 때문인지 아까보다 말을 더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츠펠드, 아츠펠드? 어이 부관!”


“......할 수도 있으니......최대한......”


“부관!”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었다.


“짜증나게 됐군. 여기서 3일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하아아아......”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은......천막을 치는 게 어떻습니까?”


“천막을? 그냥 하루만 다른 집에서 신세지는 게 낫지 않아?”


“그렇긴 한데, 갑자기 떠난 터라 다시 마주보기 좀 뻘쭘해서요.”


“뭐 그런 걸 가지고. 저쪽 강 건너로 가 보자고.”


*****


“마리우스! 정말 오랜만이에요.”


나이가 약간 든 여자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아는 사이야?”


“어, 저는......”


“제 이름은 노스리아에요. 마리우스 씨는 저희 마을을 괴수로부터 구해줬거든요. 그쪽은......?”


“아, 이 분은 제 상관인 포스마린입니다.”


“어머, 그렇군요. 둘 다 환영해요. 돌아갈 때까지 여기서 머물러도 좋아요.”


마리우스는 예상외의 환대에 당황하면서도, 쉴 곳을 찾았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느꼈다.


“일단 씻자고. 난 계승자니 당분간은 안 씻어도 상관없지만, 넌 아니잖아.”


“그래요, 혹시 남는 옷이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


마리우스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궜다.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그는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했다. 균열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아티팩트와 더불어 생귀니움의 본진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괜히 계승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상상만 해도 뭔가 설레였다. 영원한 젊음,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 그리고 연애까지......


그는 어째서인지 물속이 유독 편안하다고 느꼈다. 평소 목욕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물속에서 나오기가 싫은 느낌이......


“음?”


마리우스는 목욕탕 한 구석에서 풀들을 발견했다.


“왜 풀이 여기에......”


그는 그 풀을 바라보다가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그건 분명 게리온을 탄생시킬 때 쓰는 마약이었다. 마리우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풀에 중독된 인간은 술에 취한 듯 점점 이상해지다가 종국에는 신체가 괴수로 변형된다.


마리우스는 물을 손으로 떠 약간 맛을 보았다. 틀림없었다. 그것은 풀을 약간 달여놓은 물이었다.


그는 급히 물 밖으로 나왔다.


*****


“다 씻었어요? 그럼 좀 있다가 식사하러 나오세요.”


노스리아가 말했다. 마리우스는 왜 그 풀이 목욕탕 안에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왠지 지금 추궁했다간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집 밖으로 나가보니 포스마린이 부유섬에서 가져온 무기들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이건 뭡니까?”


“이건 총이야. 현실세계에서 쓰는 걸 가상 세계 내에 구현한 거지.”


“이것도 캐쉬 아이템 같은 겁니까?”


“그건 아니야. 원래 페어리 월드에서 총은 없는 걸로 아는데......어떻게 그 이교도들이 이런 물건을 가져온 거지?”


“교주는 트랜스 슈트를 저에게 줬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저희가 모르는 방법으로 세계 바깥에서 물건을 조달해 오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군.”


“혹시 지금 쏴볼 수 있습니까?”


“총알이 있으니 가능은 한데, 소리가 좀 커. 주변 사람들이 시끄러워 할 거야.”


“그렇군요......”


“여기 목욕탕은 어때? 천계랑 비슷한가?”


“사실 그 얘기를 하려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도 생귀니움의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포스마린은 총을 내려놓고 마리우스에게 다가왔다.


“자세히 얘기해 봐.”


“이 마을에 머무르는 동안, 전 저 멀리 있는 집들 중 하나에서 지냈습니다. 거기에는 노인과 저랑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 하나가 살고 있었죠.”


“그런데?”


“그 여자는 정체불명의 사교 파티에 나갔습니다. 한 번은 그녀를 따라 파티에 갔는데......”

마리우스는 옛날 생각이 나자 약간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 파티에서는 생귀니우스들이 세라핌을 달인 물을 나눠 주고 있었습니다.”


“세라핌이라면 마약 성분으로 쓰이는 것 아닌가? 예전에 약초 수업에서 들은 적이 있어.”


“축제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을 마시고 약에 취한 사람들은 하나 둘 게리온으로 변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됐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변한 사람들은 마을을 습격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가 보고 있는 파괴된 건물들이고요.”


“그리고 니가 이 사람들을 구한 건가?”


“정확히는 도와준 분이 한 명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여기로 넘어왔다는 천족 계승자인데, 마족을 아내로 삼고 있더군요. 그분은 교주 그라쿠스와의 싸움 도중에 사망했습니다.”


“안타깝군. 살아있었다면 원정대에서 활약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분의 희생으로 마을을 지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약초가 이 집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제가 목욕한 물 역시 그 약초를 달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은 너도 위험하단 얘긴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아무튼 앞으로의 3일이 마냥 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에 하나 괴수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다시 괴수가 된다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죽여야만 합니다.”


“그래야겠지.”


*****


“자, 많이 드세요.”


마리우스는 눈앞의 음식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는 쉽사리 포크를 들지 못했다. 왠지 음식에도 세라핌의 성분이 묻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해? 안 먹고.”


포스마린은 태연하게 고기를 먹었다.


사실 마리우스는 식사 전 포스마린이 준 해독제를 마셨다.


“이건......?”


“마약을 비롯한 모든 상태이상을 해독해 주는 거야. 이건 하급 물약과는 달리, 일단 마신 뒤에 생긴 상태이상도 없애주는 기능이 있지. 하루 동안은 걱정할 필요 없어. 물론 그 마약의 힘도 막아줄 거야.”


“어떻게 그걸 장담합니까?”


“난 계승자니까. 싸우다보면 세라핌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약을 흡입할 때가 있어. 암살자나 궁수들이 종종 무기에 가공 마약을 활용하거든. 계승자라도 그런 걸 버티려면 항상 일정량의 해독제를 들고 다녀야 해.”


마리우스는 작은 병 안에 담긴 액체를 한 번에 들이켰다. 오렌지와 당근을 섞은 듯한 기묘한 맛이 났다.


“당분간은 이 집에 머물면서 상태를 살핀다. 섣불리 그 여자를 공격했다간 우리가 불리해질 수도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아츠펠드 녀석에게 합류하는 거야.”


“물론 알고 있습니다.”


마리우스는 그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수프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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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7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6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7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3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2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 귀환 - 8 20.08.14 58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60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9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3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9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5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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