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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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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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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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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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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 11

DUMMY

괴수들의 침공에 맞서, 천계의 계승자들은 가까스로 자신들의 땅을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그들은 이 정체불명의 적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몰랐다. 죽여도 죽여도 그들은 끝이 없었고, 아무 전조도 없이 땅 위에 나타났다.


엘리시온이 수용하지 못한 마족들 몇몇이 테디아로 왔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울프치니크는 이제 군 병력을 제외한 민간인을 모두 대피시켰다. 즉 마계를 포기한다는 신호였다. 살아남은 마족들은 이제 아무런 권력도 갖지 못한 채 그저 천족의 자비심의 자신들의 미래를 맡겼다.


이제 괴수의 공포 못지않게 내부의 분열 역시 문제였다. 테디아 성에 머무는 어떤 마족은 천족들이 자신들을 괴수에게 제물로 바칠 거라는 소문을 진지하게 믿고 있었다.


엘리시온의 몇몇 귀족들이 사치를 멈추지 않는 것 역시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들은 귀족의 사치야말로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돈을 낭비했지만,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궤변은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정부는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천계의 모든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더 이상 모험 같은 건 허용되지 않았고, 정부의 핵심 자원은 오직 게리온, 도르칸과 싸우는 데에 쓰여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 상층부가 억제기의 효능을 재빨리 알아챘다는 것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억제기는 공기 중의 마력을 빨아들여 땅 밑으로 흘려보내는 식으로 균열의 형성을 막았다. 사령부는 엘리시온에 비치된 각 공장에서 억제기를 대량 생산할 것을 지시했다. 불과 1달 만에 대규모 양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


“그래서, 이걸 여기에 설치하면 이제 괴수가 안 튀어나온다, 이건가?”


가이우스는 억제기의 지지대 부분에 말뚝을 박고 있었다.


“그렇다는군요. 다행히도 여긴 흙이라 말뚝이 잘 들어갑니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나씩 박을 때 혼자 두 개의 말뚝을 박을 정도로 힘이 강했다.


“쉽게 박혀진다는 건, 반대로 쉽게 뽑힌다는 걸 의미하지.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어. 괴수들이 멀리서 이쪽으로 쳐들어 올 수도 있으니까.”


루푸스가 말했다.


“이쪽도 다 끝났습니다!”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그녀는 이제 보급대원이 하는 일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비록 활을 쏘지 못하는 걸 많이 아쉬워하긴 했지만, 당장 먹고 살길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라도 감지덕지였다.


“전원 이동! 여기서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포스마린의 외침에 10중대가 움직였다. 그 무리의 중심에는 말이 이끄는 마차들이 있었고, 그 마차 안에는 커다란 억제기가 하나씩 실려 있었다.


“아츠펠드, 이제 얼마나 남았지?”


“이제 한 절반 정도 마친 것 같습니다. 다행히 괴수의 습격을 받지 않아 저희 중대가 가장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계속 이대로 간다면 좋겠군.”


그때 공중 정찰을 나갔던 계승자 한 명이 포스마린 앞에 내려 앉았다.


“중대장님, 앞쪽에 괴수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되지?”


“대략 100마리 쯤 되는 것 같은데, 얘네들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다들 하나같이 어딘가 아파 보입니다. 제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만, 그것들의 전투력은 아마 현저히 저하되어 있을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처치해야지. 전 병력, 전투 대형으로 이동해라.”


괴수들 앞에 도달한 대원들은 그들의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전에 보아왔던 괴수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것들 중 몇몇은 몸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한 번 확인해 봐.”


포스마린의 지시에 광전사 몇 명이 게리온 중 하나를 창으로 찔러 중대 쪽으로 가져왔다.


“이건......”


정황상 게리온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싸운 듯 했다. 그들의 몸에 나 있는 상처는 게리온의 이빨과 손톱으로 인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어째서 싸운 걸까요? 이들에게도 지능이 있어 분열을 시작한 건지......”


아츠펠드가 말했다.


“그건 아닐 거야. 아마 이들은 굶주렸겠지. 괴수들 역시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싸울 수 없는 거야. 그런데 먹이로 삼을 주민들은 죽거나 도시로 피신했는데, 이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니 결국 먹이가 부족해진 거지.”


“이걸 좋아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 녀석들을 모두 죽이자고. 가만히 놔뒀다간 뒤를 급습할지도 모르니.”


괴수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약해진 괴수들은 마치 인간과 비슷한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


억제기는 다행히도 제대로 작동했다. 억제기가 있는 곳의 반경 3km에서는 균열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각 억제기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어선이 생겼다. 천족이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을을 떠났던 몇몇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엘리시온 정부에서는 괴수 퇴치 실적이 가장 좋은 테디아를 완전히 안정화시키기 위해, 정부 휘하의 정보국 요원들을 파견했다.


마리우스와 포스마린, 알케메네스 원정대장을 비롯한 아르카다 원정대원들은 엘리시온에서 온 정보국 요원들을 맞이했다. 본래는 화려한 만찬을 준비해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성에서 내놓을 수 있는 요리는 고기 수프와 빵 몇 점이 전부였다.


“노스리아, 오랜만이군.”


포스마린이 그녀를 반겨줬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뭔가 소득이 있다는 얘기겠지?”


원정대장이 물었다.


“그게......”


멸망의 위기가 가져온 긍정적 결과들 중 하나는, 정부가 예전보다 더 개방적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노스리아의 증언을 듣고 그녀를 공식적으로 엘리시온 정보국에 채용했다. 그녀를 비롯한 요원들은 천계 곳곳을 함선을 타고 돌아다니며 균열이 생겨나는 지점을 정찰했다.


“교주 그라쿠스로 추정되는 여자는 딱 두 번 발견됐습니다. 한 번은 하늘을 날고 있었고, 다른 한 번은 균열을 만들고 있었죠.”


“그 한 번만 가지고 그라쿠스가 이 모든 균열을 만들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마린이 물었다.


“맞아요. 하나의 균열이 생겨나면, 그 근처에도 균열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균열은 말 그대로 공간을 찢는 거라, 한 곳이 찢겨지면 다른 곳도 찢겨질 가능성이 높아지죠. 일단 천에 구멍을 내면 그 구멍을 확대하는 건 더 쉬운 일인 것처럼요.”


“혹시 균열이 생겨난 위치를 알 수 있습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지금 보여줄게요.”


그녀가 지도를 펼쳤다.


마리우스의 예상이 맞았다. 지도에 표시가 된 곳들은 해변이나 사막, 폐허 같이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역시 균열은 인적이 드문 곳에 생겨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


알케메네스 대장이 물었다.


“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적이 드문 곳, 정확히는 변화가 적은 곳에 균열이 더 쉽게 생기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이유라면 대충 알 것 같은데요.”


아츠펠드가 말했다.


“전 원정대에 들어오기 전에 엘리시온에서 차원문 연구를 했습니다. 차원문이란 쉽게 말해 공간에 균열을 내는 것인데, 주변에 사람이나 동물이 돌아다니고 있을 경우 균열을 내는 것이 무척 어려워집니다. 만약 외부의 존재, 또는 그 교주라는 사람이 균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면, 틀림없이 폐허 같이 인적이 드문 곳을 우선적으로 고를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인원을 전부 도시로 피신시켜야 하는 건가?”


원정대장은 지도의 각 점들을 펜으로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보급선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거다. 만약 기지가 분산되어 있다면 물자 운송 도중에 적에게 기습당할 거야.”


“하지만 인력을 전부 빼낸다면, 그 지역에서 괴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스리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각 거주지를 모두 요새화 하는 건 어떤가?”


그는 지도에 동그라미와 화살표를 이리저리 그리기 시작했다.


“과거 테디아의 마을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마을들을 전부 요새화하는 거다. 물론 싸우는 건 계승자지만, 인간들도 건설 작업을 도와야겠지. 이런 요새 마을들은 아직 억제기가 없는 곳 위주로 설치되어야 해. 억제기 근처에는 결계를 친 뒤 계승자들이 지속적으로 공중 정찰을 시도해야 한다.”


“요새화 다음에는요?”포스마린이 물었다.


“그 요새를 둘러싼 형태로 억제기를 설치하는 거다. 그렇게 주변이 완전히 안정화된 다음에는 다른 요새를 건설하는 거지. 요새의 규모는 너무 크지 않게. 한 100명 정도로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족하다. 이 방법이 통한다면, 아마도 우린 괴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다.”


*****


곧바로 알케메네스의 계획은 천계 전체에 퍼져나갔다. 인간들은 성벽을 쌓아올렸고, 계승자들은 그 위에 마력포를 올렸다. 요새를 건설하는 와중에 종종 괴수의 습격을 받기도 했지만, 일단 건설이 끝나고 나면 괴수를 막는 것은 상당히 쉬운 일이었다.


도르칸의 산성 덩이는 약간 위협이 되긴 했으나 이 역시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몇몇 궁수들이 도르칸을 저격하는 법을 새로 익힌 것이다. 그들은 전투가 벌어질 경우 싸움에 나서지 않고 있다가, 도르칸이 발견될 경우에 재빨리 날아올라 폭발 화살로 그들을 저격한 뒤 다시 후방으로 피했다. 이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을 격퇴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계승자들은 요새를 활용한 전술을 개발했다. 괴수를 최대한 유인한 뒤, 요새 위의 마력포로 적들을 분쇄하는 것이다. 도르칸 외에 확실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 없던 괴수들은 매번 계승자의 함정에 걸려들었고, 괴수들의 시체가 사라진 후에 그 위에는 새로운 억제기가 설치되었다.


곧 테디아를 비롯해 천계 곳곳에는 수십 개의 요새가 생겼다. 요새 주변에 충분한 억제기를 설치한 원정대는 각 요새를 잇는 도로망을 개설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엘리시온의 마법사들은 보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로를 개발했다. 이 도로에는 신비한 기능이 있었는데, 바로 그 위를 지나가는 존재가 이동 중에 마력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이었다. 이를 통해 엘리시온 내에서만 쓸 수 있었던 자동차를 천계 곳곳에서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혁명적인 시스템 덕분에 마석이나 식량, 붕대 등을 옮기는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자동차의 속도는 매우 빨라, 종종 그것을 쫓아오는 괴수를 따돌리기도 했다.


각 요새가 서로 연결되면서, 그들은 괴수 집단에 대한 포위망을 구성할 수 있었다. 예전과 같이 끊임없이 균열이 생겨나는 게 아닌 이상, 전술적 측면에서 계승자들은 괴수를 압도했다.


천계 요새화 계획이 시행된 지 약 2달이 지나고, 괴수의 등장 빈도는 이전의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테디아 뿐만 아니라 천계 곳곳에서 천족이 괴수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천족 내부에서는 자신들이 마침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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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7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6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7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3 3 12쪽
» 귀환 - 11 +2 20.08.19 62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60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9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3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9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5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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