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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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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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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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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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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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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DUMMY

아피엘의 손끝에서 화살이 빠져나갔다. 화살은 맹렬한 속도로 탑을 향해 날아갔다. 탑에 명중한 화살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11시 방향에 게리온 3마리입니다!”


아피엘이 외쳤다.


“일단 몸을 감추자고. 여기서 벗어난다.”


케이다스와 아피엘은 투명 마법을 시전한 뒤, 괴수들 사이를 살금살금 걸어갔다. 아피엘은 중간에 괴수 하나가 자신들을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하면 안 되었기에 그냥 조마조마하며 계속 나아갈 뿐이었다. 잠시 뒤 그들은 괴수로 가득 찬 지역을 빠져나왔다.


“살았네요. 그나저나 괴수가 저런 물건을 다룰 줄은......”


“점점 군대와 비슷해지고 있어. 어쩌면 저들 중에는 높은 지성을 가진 개체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안 좋은 소식이네요. 저희가 이길 가능성이 더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협상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머리가 잘 돌아가면 말이 통할 가능성도 높아지니까.”


그들은 신호가 나오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갔다. 곳곳에는 아직 썩지 않은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한 때 고위 계승자였던 자들도 있었다. 영혼석이 파괴된 이후로 더 이상 부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말 참혹하군요. 마족도 이렇게 잔인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전부 섬멸해야 한다.”


케이다스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뾰족한 탑 하나를 가리켰다.


“저게 보이나? 저곳은 과거에 여신의 업적을 기리는 신전 중 하나였지. 기본적으로 신전에는 이중결계가 쳐져 있고, 지하에는 유사시에 버틸 수 있을 만한 식량과 물이 있어. 신호가 이쪽 방향에서 나온다면, 생존자들은 저 건물 안에 숨어있을지도 몰라.”


*****


그들은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과거의 휘황찬란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신전 안은 곳곳이 파괴되어 있었다.


“더 이상 마력이 없습니다. 이제 괴수가 나타나면 싸워야 해요.”


아피엘이 은신을 풀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부디 여기에 있길 바라자고.”


“근데 여기 지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지하를 대놓고 드러내면 안 되겠지.”


케이다스는 비품 창고에 들어갔다.


“여긴 공격받지 않은 것 같습니다......”


케이다스는 아피엘을 물러서게 한 뒤, 자신의 지팡이로 바닥을 한 번 내리쳤다. 잠시 뒤 바닥이 이리저리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아래로 향하는 문 같은 게 나타났다.


“뭔가 으스스한데요.”


둘은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 끝부분에는 문이 열려 있었다.


“이거 이상한데. 왜 문을 열어놨지?”


“중위님, 여기......”


아피엘이 대피소 안쪽에 혈흔을 발견했다. 그 규모로 보아 괴수가 침입한 듯했다.


“벌써 당한 건가.”


“하지만 여기서 생존자 신호가 계속......”


“간혹 가다가 생존자가 죽은 이후에도 기계가 알아서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있어.”


그들은 대피소 안에 방들을 살폈다. 세 번째 방에 들어서는 순간, 아피엘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활을 꺼냈다.


“정신차려, 아피엘. 생존자다. 우린 엘리시온 특수 무기 공장에 기거하고 있는 생존자 집단에서 왔다. 당신을 데려갈 테니 이제......”


“아니에요. 중위님! 저 얼굴을 보세요!”


생존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이게!”


그 얼굴은 도저히 사람으로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개체는 괴수만큼 크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인간과 괴수의 중간 형태쯤 되는 것 같았다.


“으, 으으......으아아악!”


그것은 케이다스를 보더니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곧바로 케이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케이다스는 지팡이로 그것을 후려쳤다. 지팡이에 맞은 부위가 빨갛게 타올랐다. 그것이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케이다스는 그것의 머리에 정화 광선을 쏘았다. 시체가 타는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이건......괴수인건가요? 하지만 괴수라고 하기엔 너무......”


“예전에 마리우스로부터 괴수화한 인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몇몇 괴수 부대에서는 특수 약물을 이용해 인간을 괴수로 만든다고 하더군. 이 사람 역시 피해자인가.”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지금 살아있는 생존자들 중 상당수 역시 괴수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 일이 더 늦게 일어나길 빌어야지. 나머지 방에 혹시 뭔가 다른 정보가 있는지 살펴봐야......”


그때 아피엘은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곧바로 활을 뽑아 들었다.


“당신들은......”


아피엘 뒤에 서 있던 것은 사람들이었다. 상당히 수척해 보였지만, 아피엘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두 합해 7명이었다.


“혹시 여기서 얼마나 갇혀 있었나?”


케이다스가 물었다.


“이틀 정도......”


그들 중 한 여자가 말했다.


*****


“아피우스 클라우디아? 혹시 너도 원정대의 일원이었나?”


“네. 예전에 한 번 본 적은 있었습니다.”


“살아있다니 다행이군. 처음부터 이게 전부였나?”


“계승자 3명 정도가 같이 있었습니다. 둘은 괴수에게 죽었고, 나머지 하나는......”


“변한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 계승자가 괴수로 변한 이후로 저희는 가장 안쪽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어쩌다가 저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적들 중에 인간을 괴수로 변화시키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


“교주가 그런 걸까요?”


“그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르지. 일단 지금은 무기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 네 오빠도 있으니까.”


아피엘과 케이다스는 생존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부상당한 곳을 치료했다.


“거기 검은 단발 여성분? 계승자라고 했는데, 싸울 수는 없는 건가?”


“죄송해요. 전 원래 기술자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는......”


“그래도 기초 훈련은 배웠을 텐데. 지금은 한 명의 도움도 아쉬운 상황이니, 여기 지팡이를 잡아라.”


“잠깐만요, 중위님. 그러면 중위님은요?”


“어차피 마법 쓰는 건 맨손으로도 할 수 있어. 자, 빨리 움직이자.”


생존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모두 불안한 얼굴을 하고 신전 밖으로 나왔다.


*****


어느새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이걸로 괴수의 습격 후 3일째인가. 이대로 가다간 생존자가 아무도 남지 않겠어.”


케이다스와 생존자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피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피엘은 궁수의 감으로 최대한 길을 열었다.


“너무 어두운데......이러다가 습격당하면 어떡하죠?”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게 어두우면 적에게도 같이 어두운거야. 주변만 잘 살피라고.”


“저기, 케이다스님......혹시 다른 원정대원들은 소식 없나요?”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모른다. 아마 대부분은 죽었겠지. 종종 도시 외곽 쪽에 함선이 나타나는 걸 보면 엘리시온을 탈환하려는 부대가 남아 있는 것 같기는 한데......지금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한다.”


“오빠는 어떻게 여기에 왔대요?”


“글쎄, 내가 알기로는 그는 특수한 갑옷을 갖고 있다. 그 갑옷에는 비행 기능이 붙어 있는 것 같아. 어떻게 그런 갑옷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갑옷......?”


“그 갑옷을 입으면 웬만한 계승자보다도 더 강해지는 것 같아. 하지만 오래 싸울 수는 없는 것 같더군. 확실히 천계에서 만들 만한 물건은 아니야.”


아피엘이 멈추더니 앞쪽에 괴수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돌아가자. 지금 불필요하게 싸움을 일으키면 우리가 불리해져.”


그들은 괴수 무리를 돌아서 공장으로 갔다. 종종 그들 귀에 함포의 사격 소리가 들렸다. 아직까지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 했다.


*****


“클라우디아!”


마리우스가 여동생을 반겨주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됐어?”


그 말을 들은 여동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엄마는......괴수에게 죽었어.”


“그런가......하긴 이 상황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너라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


다음 날 새벽, 아피엘과 케이다스는 다시 한 번 공장 밖을 나서 생존자 10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또한 루카 역시 마력 신호기를 이용해 부상당한 계승자 2명을 불러왔다.


생존자들은 공장 안에서 다음 행보에 대한 논의를 했다.


“생존자가 많아진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 아무래도 괴수 놈들이 여기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아챈 것 같다. 앞으로 몇 시간 내에 놈들이 습격할 거야.”


“생존자를 더 모으긴 했지만......이대로 괴수와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약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오면 방법이 없습니다.”


아피엘은 더 늦기 전에 여기서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자고 말했다. 일단 엘리시온 바깥으로 나선다면, 외부 병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 병력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괴수들을 뚫고 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루카가 말했다.


“지금 상태로 괴수의 습격을 막을 순 없잖아요.”


“공장 근처에 마력 포대가 있긴 한데......이걸 지금 수리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야.”


아피엘이 말했다.


“호, 혹시......그거 쿨라이어 마력포 아닌가요?”


신전 안에 숨어 있었던 기술자 계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예전에 이거 만져본 적이 있어서요. 혹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을까요?”


“정말로 마력포를 조작할 수 있나?”


케이다스가 물었다.


“쿨라이어 마력포는 일단 가동만 하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라, 수리하는 정도라면 가능할 거예요.”


“잠깐, 잠깐만요. 마력포를 가동 한다 쳐도 그걸로 모든 괴수를 무찌를 수는 없습니다. 이 공장의 마력포는 다 합쳐도 30문 정도에 불과하다고요.”


“버티는 게 아니야. 여기서 탈출할 거다.”


케이다스가 말했다.


“여기서 벗어나 북쪽으로 가면 군부대 주둔지가 있어. 거긴 말 그대로 군대가 있던 곳이라 생존자나 물자가 더 있을 거야. 루카, 넌 인간들을 이끌고 군부대로 향해라. 그 사이에 계승자들은 여기서 괴수와 맞서며 시간을 끈다. 적당한 시점이 오면 마력포에게 최후의 저항을 맡기고 도망치는 거지.”


“그 방법이라면......승산이 있습니다. 마력포의 위력이라면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주둔지에는 더 큰 마력 감지기가 있으니, 그곳에서 생존자를 수색할 수도 있을 겁니다.”


루카가 말했다. 다른 계승자들 역시 그 계획에 동의하는 듯 했다.


“좋아, 움직이자고.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살 길이 생겨날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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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7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7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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