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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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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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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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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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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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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 10

DUMMY

노스리아는 쉴 새 없이 칼날을 소환해 포스마린을 밀어붙였다. 그는 주위에 마법 갑옷을 소환해 칼날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저리 꺼져!”


포스마린의 창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변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마리우스! 조심해!”


“잠시만요, 교섭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노스리아! 대화를 합시다!”


마리우스는 이제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저 역시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가짜이고, 저기 있는 광전사님은 현실의 인간이라는 걸 말입니다.”


노스리아는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어떻게 진실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괴수를 이 세상에 풀어놓을 이유도 없고요.”


“유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걸 보니, 넌 확실히 돌연변이가 맞군.”


노스리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때 포스마린이 창을 그녀에게 겨누었다.


“허튼 짓 하면 그대로 죽여버리겠다.”


“그거 치워. 나도 당신과 같은 유저가 될 자격이 있으니까.”


*****


노스리아는 마리우스의 발목에 소독약을 뿌린 뒤, 치유의 주문으로 천천히 상처를 멎게 했다.


“사과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아르카다 원정대는 내 적이니까.”


“왜 우리랑 싸우려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세계를 멸망시킨 뒤 재창조하는 것 외에는 운명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으니까.”


“설마......교주와 만난 겁니까?”


“알고 있구나.”


노스리아는 반쯤 파괴된 오두막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부유섬이 추락한 사건 이후, 자신을 생귀니움의 교주라고 일컫는 사람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라쿠스는 자신의 부하들이 이 마을에 괴수를 풀어놓았다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스리아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그라쿠스 앞에서 분노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노스리아는 그 기묘한 여자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라쿠스는 자신은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창조주가 정해놓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어째서인지 노스리아 자신은 그 운명에서 예외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그라쿠스는 누가 운명에서 벗어났는지 알 수 있는 기계가 자신의 본거지에 있다고 말했다.


그라쿠스는 노스리아를 추락한 부유섬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 다음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갑옷 하나를 선물해줬다.


“그 정체불명의 갑옷이란 건......혹시 트랜스 슈트를 말하는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척 특이했어. 투구는 둥그런 모양이었는데, 그걸 쓰니까 투구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라고. 이름이 이브였나?”


“맞군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라쿠스는 그 슈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슈트는 그냥 불편한 갑옷에 불과했다. 반면 노스리아는 슈트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노스리아는 아예 무인지대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녀는 천계와 마계를 모두 둘러보았다. 그런 다음 그라쿠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괴수가 나왔던 균열 중 하나로 들어갔고, 이후 마리우스와 같은 일을 겪었다.


노스리아는 이 세계가 일종의 유희를 위한 연극이며, 자신은 그 연극을 위한 인형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라쿠스에게 가서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라쿠스는 진실을 들은 뒤 몇 시간 뒤, 갑자기 노스리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슈트를 훔쳤다는 것이다.


“예외 처리로군.”


포스마린이 말했다.


“그 교주라는 작자는 아무래도 유저가 될 수 없는 모양이야. 현실의 언어로 설명하자면, 너희 같은 NPC들은 일종의 ‘메타발언’을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그 발언을 다른 뜻으로 번역해서 이해하지. 코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예방책이야.”


“아무튼 그 여자는 갑자기 미친 것 같았어요. 전 필사적으로 싸웠고, 그녀를 도망치게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아무래도 이전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다 낫지 않았던 것 같았어요.”

노스리아는 이후 마을 사람들에게 세계의 진실을 말했다. 그러나 역시 그들은 노스리아를 미친 여자 취급할 뿐이었다. 괴수의 습격 때 가족을 잃고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천계나 마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 말을 믿게 만들기 위해 슈트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들은 제가 마치 숨겨진 갑옷을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죠.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절대로 믿지 않아요.”


노스리아는 적극적으로 슈트를 활용했다. 그녀는 슈트 내의 마력충전 기능을 이용해 자신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노스리아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계승자와 동등한 수준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단 부작용이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그 슈트가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당신도 마리우스와 같군. 그건 운영자가 제재를 먹인 거야. 슈트는 너무 자주 활용하면 안 되니까.”


포스마린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왜 우릴 공격한 건지가 가장 궁금한데.”


“처음에는 뭘 해야 하는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마을에서 멍하니 있었죠.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부유섬 안에 들어가 봤는데, 거기에는 교주가 말했던 아티팩트가 있었어요. 세계를 멸망시키고 재창조할 수 있는......”


“그래서 네가 교주를 대신하겠다고 결심한 건가?”


“......그래요.”


“참으로 대담한 계획을 세웠군.”


“당신은 제가 어떤 기분인지 모를 거예요. 혼자만 진실을 알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노스리아 씨, 우리가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마리우스가 말했다.


“저나 그쪽이나, 원래대로라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오류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운명에서 벗어났지 않습니까. 인간이 될 자격을 얻은 겁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 NPC들도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교주의 잘못을 반복하려 들지 마십시오.”


노스리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랑 마리우스는 내일 여기서 나갈 거다. 원래대로라면 널 죽였어야 하지만......기회를 주지. 같이 갈 텐가.”


“......좋아요.”


*****


노스리아와 마리우스, 포스마린은 마을을 벗어나 폭풍이 몰아치는 곳에 들어섰다.


포스마린은 자신이 들어왔을 때보다 폭풍이 더 심하다고 말했지만, 아츠펠드는 오늘이 아니면 앞으로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내가 슈트를 입고 나갈 거다. 너희들은 내 지시에 따라 차원석을 설치할 위치를 정해라.”


그는 슈트를 입고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마리우스의 무전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우스, 들리나? 난 함선에 도착했다. 지금 차원문을 여는 중이야. 너는 그 여자와 함께 그 위치에서 북서쪽으로 300m이동해라.”


“하지만 그쪽은 폭풍이 더 심합니다.”


“방법이 없어. 함선이 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마리우스와 노스리아는 천천히 그곳으로 움직였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비바람이 더 거세지는 것 같았다.


“이거......괜찮은 거죠?”


노스리아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뭐 비바람 정도야......으으윽!”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자 마리우스는 눈조차 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는 나침반 하나에 의존해 소환 지점을 향해 다가갔다.


차원석의 불이 깜빡거렸다. 차원문 개방 가능 지점에 온 것이다.


“됐습니다! 여기서 차원문을 소환하겠습니다.”


차원문 너머로 함선 내부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 순간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순간 노스리아의 몸이 뜨더니 뒤로 날아갔다.


“노스리아!”


마리우스는 있는 힘껏 덩굴을 소환했다. 덩굴은 그녀의 발목을 묶었다. 그녀는 바람에 의해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 이런 개같은 일이......”


마리우스의 힘도 더 이상 한계였다. 바람에 의해 그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차원문으로 포스마린이 나타났다. 그는 마리우스를 들쳐 업은 뒤 차원문 안을 향해 달려갔다.


*****


“아슬아슬했군. 하마터면 폭풍에 셋 다 날아갈 뻔했어.”


포스마린은 인벤토리를 열고 가져온 도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일행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제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거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신을 차린 노스리아가 서 있었다.


“일단 테디아로 돌아가야겠지. 괴수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니.”


“괴수가요?”


“그래. 생귀니움은 이제 끝났지만, 균열은 자연적으로 생기고 있어. 이미 테디아에만 100개 넘는 균열이 존재한다.”


“말도 안 돼......자연 균열은 그 정도로 많이 발생하지 않아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생귀니움 출신도 아니잖아.”


“부유섬에 들어갔을 때 그들의 기밀문서를 볼 수 있었어요. 한 번에 10개 정도만 생겨도 많이 생긴 것이고, 그 이상은 생귀니우스들이 직접 연 거예요.”


“네 말이 맞는지 지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천계에 잠입해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인가?”


“아마 그라쿠스가 직접 개입했을 거예요.”


포스마린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확실해?”


“미안해요. 확실하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라쿠스는 복잡한 의식을 거치지 않고 균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요. 제 눈앞에서 균열을 손짓 한 번으로 만든 뒤 다시 닫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걸요.”


어느새 그들의 곁에 아츠펠드와 마리우스를 비롯한 대원들도 모여 있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저지르는 거지? 이제 그녀를 따르는 세력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야.”


“더 이상 부하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걸 거예요. 세계를 재구축하는 아티팩트 역시 그녀 손에 들어갔으니......이제 괴수를 더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런가. 자세한 얘기는 천계에 돌아가서 하자고.”


*****


“그러니까 이 여자의 말을 정말 믿어도 된다는 건가?”


원정대장은 약간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름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 세계를 붕괴시키고 자신이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되고자 합니다. 그녀가 살아있는 한 어떤 식으로든 괴수의 증가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괴수를 잡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그녀를 추적하는 데 시간을 쓸 수는 없다.”


“그걸 알고 제가 이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포스마린은 인벤토리를 열고 그 안에서 억제기를 꺼냈다.


“이건 생귀니우스들이 쓰던 물건으로, 자신들의 영역 내에서 균열이 생겨나는 걸 막기 위한 일종의 억제기입니다. 이걸 대량으로 생산하여 천계 곳곳에 설치한다면, 균열의 형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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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3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8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2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7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 귀환 - 10 20.08.18 58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8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53 귀환 - 4 20.08.10 70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8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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