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106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17 23:30
조회
56
추천
4
글자
12쪽

귀환 - 9

DUMMY

페어리 월드 가이드 : 계승자의 휴식에 관해


페어리 월드에서의 계승자들은 ‘이데아’라고 불리는 곳에서 잠을 잔다. 이데아란 마나로 가득 찬 일종의 이세계로, 계승자들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유저가 게임을 종료할 경우에도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이데아로 향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조종하는 계승자들의 경우 게임 속 인물들에 비해 더 널널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래도 갑작스런 종료는 차후 게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웬만해서는 하나의 임무를 완수한 뒤 게임을 종료하는 것이 좋다.


*****


“그럼 다들 푹 주무세요.”


노스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포스마린은 곧바로 무전기를 작동했지만, 치지직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중대장님, 비가 옵니다.”


처음에는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곧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만한 기세로 비가 쏟아졌다.


“폭풍의 영향이 여기까지 미치는 것 같습니다.”


“괜찮은 건가? 이 정도면 강이 넘칠 수준인데.”


“제가 들은 바로는 마을 전체가 잠긴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러면 이제 슬슬 자자고. 물론 난 여기 없을 테니, 알아서 몸조심 해라.”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글쎄다, 한 12시간 정도? 왜, 무섭냐?”


“솔직히 조금 무섭습니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 저 여자가 당장 널 죽이려 드는 것도 아닐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빛을 내며 사라졌다. 방 안에는 마리우스 혼자만 남았다. 빗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더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웠지만,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서걱, 서걱......”


마리우스는 눈을 떴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정황상 한 3시간 정도 자다가 깬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래층에서 칼로 무언가를 자르는 소리가 났다. 잠시 뒤 누군가가 아궁이에 불을 피웠다. 아무래도 노스리아가 뭔가를 데우는 것 같았는데, 뭔지는 알 수 없었다.


마리우스는 문 밖으로 나가보려 했으나, 곧 포스마린의 말을 떠올리고 그만두었다. 지금은

일단 배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마을의 문제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


“어머, 아직 휴식중이라고요?”


“네. 예상대로라면 한 2시간 뒤에 나타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노스리아는 꿀을 바른 빵을 식사로 대접했다. 마리우스는 부디 해독제가 자신을 지켜주길 바라며 빵을 먹었다. 맛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내내 어딘가 불편했다.


“마리우스님은 그동안 천계에 있던 거예요?”


노스리아가 물었다.


“네. 원래 그곳에서 할 일이 있던 터라......”


“천계는 요즘 어때요? 듣자하니 괴수들이 거기에도 나타났다던데.”


“그렇습니다. 그래도 계승자들이 본격적으로 퇴치에 나섰으니 좀 나아질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은 어떻습니까? 저번 괴수의 습격 당시 사람들이 꽤 많이 죽었는데, 마을이 제대로 유지되는 지 의문입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엘리시온에서 이런저런 물자들을 두고 갔거든요. 적어도 농작물을 수확하기 전 까지는 충분한 양이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빵을 다 먹고 나자 그녀는 차 한 잔을 가져 왔다.


“마셔 봐요. 약초를 달인 물이에요.”


마리우스는 차마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차에서는 부드러운 향기가 났다. 그 향기는 마리우스의 정신을 서서히 녹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해독제가 없었다면 그 역시 향기에 빠져들었으리라.


“어때요?”


“아주......아주 맛있네요.”


마리우스는 애써 웃으며 자리를 떴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껴 있었지만, 비는 그쳤다. 그는 집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집은 파괴된 채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거기에 전날 밤 내린 비의 영향인지 마을은 더 엉망인 것 같았다.


저 멀리에 사람이 한 명 보았다. 정황상 그 역시 생존자인 듯 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그에게 말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마리우스는 괜히 여기에 더 있고 싶지가 않았다. 여기에 한 일주일 정도만 있었다간 그 역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이, 잘 잤나?”


뒤를 돌아보니 포스마린이 있었다.


“중대장님, 아침에 그 약초를 달인 물을 먹었습니다. 괜찮을까요?”


“해독제의 약효가 남아 있으니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래도 노스리아라는 여자는 생귀니우스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물어봤다간 좋지 못한 꼴을 볼 것 같아서......”


“그렇군. 일단 무전기로 다시 연락을 시도해 보지.”


잠시 뒤 아츠펠드가 무전을 받았다.


“어, 연락이 왔다! 신호가 갑니까, 중대장님?”


“그래. 그쪽 상황은?”


“여전히 폭풍이 심해서 접근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 측 기상학자 말로는 내일이면 잦아들 것 같다고 하는데......중대장님은 어떠십니까? 마리우스는요?”


“둘 다 무사히 있어. 다만 문제가 있다.”


“어떤 겁니까?”


“아무래도 이 마을에 생귀니우스 잔당이 있는 것 같아. 마을의 상공에 그들의 본진이 있었으니, 부유섬이 붕괴한 이후에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갔을 수도 있지.”


“그렇군요. 그들의 전투력은?”


“아직 몇 명인지조차 몰라. 다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그냥 별다른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까지만 어떻게든 버텨주십시오. 그러면 다시 건너갈 만한 수준은 될 겁니다.”


“알겠다. 무전 종료.”


포스마린은 무전을 끝낸 뒤 마리우스와 함께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중대장님은 그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외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전 왠지 불안합니다. 오늘 밤에라도 저희를 죽이려 들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녀가 정말 생귀니우스 잔당이라면, 저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사실 해독제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이미 세라핌에 중독되었겠죠.”


“그 여자를 죽이자는 건가?”


“한 번 추궁해봐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았다, 그렇게 해 보자고.”


그때 한 젊은 여자가 마리우스에게 다가왔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마족 출신 같았다.


“저기, 혹시 마리우스 씨인가요? 저번에 말도 없이 떠나셔서 좀 놀랐어요. 천계로 돌아갔었다고는 들었는데, 어쩌다가 다시 오게 된 건지......”


“뭐 조사할 게 있어서요. 그쪽은 계속 여기서 사는 겁니까?”


“아무래도 익숙한 고향을 떠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요. 그래도 천족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다행이에요.”


마리우스와 포스마린은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네가 보기에 저 여자는 어때?”


“저분은 생귀니우스 같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부유섬 추락 때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현실 세계의 괴수들도 이렇게 약에 취해서 변한 겁니까?”


포스마린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약간 그 질문에 대답하는 걸 꺼려하는 듯 했다.


“혹시 제가 실례되는 질문을 한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네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 현실 속의 사람들은 전쟁을 할 때 마약이 담긴 미사일을 쐈어. 미사일이란 일종의 폭발성 유도 화살 같은 건데, 니가 썼던 슈트에도 장착되어 있을 거야. 아무튼 그 미사일이 상공에서 폭발하면 사방으로 약이 분출되는데, 그 약을 흡입하면 극도로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싸우려는 의지가 약해지지. 즉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거야. 다만 세라핌은 어디까지나 이 페어리 월드만의 마약이고, 현실의 약은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


“그렇다면 괴수는......”


“......괴수는 그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탄생한 거야. 현실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괴수들을 퇴치하느라 꽤나 고생했지. 그래서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 괴수는 상당한 트라우마야.”


“정말로 여기가 가상 세계라면, 누군가가 인간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 위해 괴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아무튼, 직접 가서 확인해보자고.”


*****


“저요? 전 어렸을 때 멧돼지로부터 도망치다가 우연히 차원의 균열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마을 근처의 무인지대에서 발견됐는데, 그 뒤로는 여기서 쭉 살고 있어요. 아, 남편은 괴수 습격 전에 이미 죽었어요.”


“노스리아 씨, 저희가 묻고 싶은 건 그쪽의 과거가 아닙니다.”


마리우스가 말했다. 포스마린은 그의 옆에서 창을 붙잡고 있었다.


“세라핌 약초를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은데, 그건 매우 중독성이 강한 약이라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뭐 여기는 천계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문제는 그 약초가 괴수와 연관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번 괴수가 마을을 습격한 것 역시, 괴수를 숭배하는 이교도들이 마을 사람들 몇몇에게 약초를 먹여 괴수로 변하게 만든 겁니다.”


“전 몰랐어요. 정말로요. 그 약초는 우연히 집 근처에 자라고 있는 걸 캐온 것뿐이에요.”


“예전에 우디스 씨가 그 약초를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마, 맞다. 그랬었지? 죄송해요. 제가 건망증이 워낙 심하다 보니까, 그냥 향이 좋은 약초가 있길래 가져왔어요. 지금 갖다가 치울게요.”


노스리아는 윗층으로 급히 올라갔다.


“아무래도 이 집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던데.”


“우디스 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는 괴수화의 원인이 뭔지도 몰랐거든요. 전 더 이상 주민들이 세라핌과 접촉할 일은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먼저 나가 있겠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마법 칼날이 그의 손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재빠르게 손을 뺀 탓에 손목이 잘리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두 번째 공격은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그의 발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계단 위에서 노스리아는 수많은 마법 칼날을 소환했다. 포스마린은 몇 대를 맞아주면서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마법 칼날 덕분에 창으로 그녀의 머리통을 날리는 것은 실패했다. 둘이 대치하는 사이, 마리우스는 겨우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빌어먹을......”


어떻게든 아픈 다리를 이끌고 도망치는 사이, 오두막이 박살나며 누군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리우스는 그게 노스리아이길 바랐지만, 유감스럽게도 중대장이었다.


“크, 크으으윽......”


포스마린이 재빠르게 회복 마법을 쓰는 사이, 노스리아는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마법 칼날을 소환했다.


“제법이구만. 생귀니우스 간부 쯤 되나?”


집 밖으로 나오자 의외로 포스마린은 그녀의 공격에 잘 대처했다. 그는 창을 휘둘러 순식간에 마법을 튕겨냈다.


“부유섬이 파괴된 건 유감이지만, 당신들을 살려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흐......하하하하하! 내가 간부라고? 생귀니움의 간부?”


갑자기 노스리아는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정말로 이 마을의 주민이 맞아. 다만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을 뿐이지. 보아하니 넌 유저 같은데, 널 이 세계에서 내쫓고 자유를 되찾을 거다.”


포스마린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리우스 역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세계의 진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6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59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69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3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