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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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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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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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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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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귀환 - 3

DUMMY

“어떻게 된 거야, 클라우디아. 왜 거기서 살고 있는 건데.”


마리우스는 그녀를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집을 떠난 건 오빠도 마찬가지잖아. 나도 똑같이 했을 뿐이야.”


“......”


마리우스가 떠난 이후로, 그의 부모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미네르바가 직접 결성한 원정대이다 보니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차선책으로 자신들의 딸에게 사냥을 가르쳤다. 아피우스 가문이 처음 아이넬에 정착한 이후로 사냥은 항상 남자의 몫이었지만, 이제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클라우디아는 빠르게 사냥을 익혔다. 문제는 악령의 수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리우스가 남겨 놓은 마력은 그의 가족이 생계를 꾸리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가 원정대에 입단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부유섬은 땅으로 추락했다.


아그리파는 매일을 술로 지새웠다. 그의 성격은 점점 험악해졌고, 종종 자신의 아내를 때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루첼은 방구석에서 혼자 흐느낄 뿐이었다.


루첼은 더 늦기 전에 딸에게 테디아 성의 관료가 되라고 말했다. 그것만이 가족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세금 계산을 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악령 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을 잡기 시작했다. 사나운 늑대나 곰은 물론이고, 종종 멀리까지 나가 골렘을 잡기도 했다. 그녀는 테디아 성에서 세금 계산 대신 고기의 뼈와 살을 분리하고 골렘의 시체를 빻아 약재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나름대로 사냥꾼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괴수가 아이넬 근처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클라우디아는 괴수와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화살로 몸통을 꿰뚫는 데는 성공했지만, 괴수는 곰이나 검치호랑이가 아니었다. 그녀가 괴수에게 따라잡히는 순간, 마을 근처를 정찰하던 경비원 한 명이 그녀를 구출해줬다. 자신의 목숨을 대신 희생해서.


마을 사람들은 단지 그 경비원이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클라우디아는 괴수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맞았다.


이제 마을 밖을 오가는 상인들마저 종종 괴수의 습격을 받았다. 테디아 성에서는 각 마을을 오갈 때마다 반드시 한 번에 여러 명이 뭉쳐 갈 것을 지시했다. 물론 모든 일행은 계승자들에 의해 보호받았다.


클라우디아의 집은 가면 갈수록 더 가난해졌다. 마을의 활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아그리파는 그래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남아있었는지, 도시를 오가는 상단 일을 하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루첼은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니 앉아 보냈다. 그녀는 스트레스로 날이 갈수록 말라갔다.

클라우디아는 사냥을 계속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책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군트프리트의 영역 안에 임시 거주지를 짓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살게 되면 사냥터까지 가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건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했다.


더 이상 루첼도 딸을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클라우디아를 내보냈다.


클라우디아는 군트프리트 영역 내의 바위 언덕 중 가장 높고 평평한 곳에 있는 바위 하나를 발견했다. 천막을 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녀는 천막을 친 뒤 언덕 아래의 개울 근처에 구멍을 파 임시로 화장실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디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군트프리트의 영역 곳곳에 빛의 함정을 설치해뒀다. 아버지에게 배웠던 함정 설치를 응용해, 괴수라 하더라도 무사할 수 없는 강력한 함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는 낮에 자고 밤에 사냥을 했다. 밤에는 괴수들도 휴식을 취하는지 그리 적극적으로 돌아다니지는 않는 것 같았다. 클라우디아는 적어도 1년 정도는 여기서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안식처는 한 달 만에 적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것도 왠 계승자들 때문에.


“이제 어쩔 거예요?”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우선 저희 전투를 도와주셨으니 금전적 보상은 해드리겠습니다. 테디아 성에 전갈을 보냈으니 곧 답변이 올 겁니다.”


포스마린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녀는 보상 금액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했으나, 지금 계승자와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


*****


“아무리 그래도 찾아뵙지 않는 건 너무했잖아.”


클라우디아는 오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다시 볼 생각은 없었어. 애초에 날 내보내준 건 너잖아.”


“그렇긴 하지만, 엄마가 너 많이 그리워했어.”


“......”


마리우스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를 따라 집으로 갔다.


“엄마, 저 왔어요. 오빠도 같이 왔어요.”


마리우스는 여동생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이 처음 떠나왔을 때와 똑같았다.


거실에 가니 루첼이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리우스를 보더니 살며시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마치 며칠 굶은 사람 처럼 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녀는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네......어머니께서도 잘 지내셨죠?”


“그럼, 난 아주 쌩쌩하다고.”


루첼과 클라우디아는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리우스는 도저히 그 자리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아들, 어디 가?”


“마을에는 잠시 들르는 거라서요. 다른 대원들이 찾을 겁니다.”


“그래도 모처럼만에 집에 왔는데......”


“죄송합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마리우스는 도망치듯 집 밖으로 나왔다.


루푸스는 마리우스에게 아이넬에 머무는 동안에는 집에서 자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지만, 마리우스는 다들 천막에서 머무르는데 자신만 빠지면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거절했다.


“그냥 여기가 더 편해요.”


“그런가. 너도 완전히 군인처럼 됐네.”


*****


마리우스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몇몇 대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다투고 있었다.


“아니 제가 알아서 나가겠다는데 왜 말리는 거예요?”


“메리 씨는 지금 아이넬에 꼭 필요하단 말입니다. 최소한 뒤를 이을 사람이라도 남겨야죠.”


“무슨 일이야?”


포스마린이 다투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중재했다.


“중대장님. 아이넬과 테디아 성을 잇던 상인 대표가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위험하답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한 명 죽지 않았냐면서......”


“이미 위험수당을 주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래도 목숨을 걸면서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고 싶지는 않아요. 차라리 감옥에 갔지, 이 일은 못한다구요.”


상인은 전혀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였다. 포스마린은 차마 그녀를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최대한 고운 말로 설득하려 했다.


“메리 씨, 지금 천계는 전시상황입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요. 모든 상인들은 계승자에 의해 보호받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제 하나 둘 아이넬을 떠나고 있어요. 자기들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서 말이에요.”


“부탁드립니다. 제 월급 일부를 떼어서라도 추가 수당을 드릴테니, 일을 계속해 주십시오.”


높은 지위의 계승자가 비는 모습을 보자 메리 역시 마음이 약해졌다. 더군다나 포스마린의 얼굴이 상당히 잘생긴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하며 그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만 설득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아이넬이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괴수들은 인간이든 짐승이든 개의치 않고 전부 죽여 버렸다.


이미 아이넬의 인구는 마리우스가 마을을 떠났을 때와 비교해 30% 가량 줄어든 상황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떠나고 싶은 건 매한가지였지만, 엘리시온으로 피난을 간 사람들이 이래저래 차별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이 안에 머무를 뿐이었다.


마리우스는 괴수 퇴치에 나서려는 찰나, 클라우디아가 집 밖에 나온 것을 보았다.


“어디 가?”


“사냥 해야지. 요 며칠 간 성과가 없었거든.”


“이 상황에?”


“그래. 오빠가 대신 돈 줄 거 아니잖아.”


“너무 위험해. 여기 금화 하나 줄 테니 당분간은 집에 머물러 있어.”


“고작 하나로?”


“나도 부유하지 않다고. 나갔다가 만약 죽으면 어떡할 건데......잠깐만.”


마리우스는 곧바로 중대장에게 찾아갔다. 그는 포스마린에게 여동생을 보급대원으로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한동안은 줄리아가 빠진 채로 작전을 수행했지만, 한 명이 더 있어서 나쁠 건 없다는 것이다.


“음......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갑작스럽게 인원을 충당해도 될련지 모르겠군. 아츠펠드, 남는 공급기는 있나?”


“여기 예비로 가져온 두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 여자를 들여오실 생각입니까?”


“인원 한 명이 늘어서 나쁠 건 없어. 계승자가 아니긴 하지만 원래 보급대원은 인간이 맡았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인원을 추가했다고 기록하겠습니다.”


*****


“그런고로 여기 들어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디아는 보급대원들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오, 이분이 마리우스 여동생입니까? 반가워요.”


루시우스가 말했다.


“한 명 다시 늘어난 건가......잘 됐네.”


가이우스 역시 인력의 충원을 반겼다. 루푸스는 그녀에게 공급기 하나를 갖다 준 뒤, 기초적인 사용법을 가르쳤다.


“어때, 대략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것 같아?”


마리우스가 물었다.


“뭐......화살보다는 다루기 쉽네.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그게 전부 아니야?”


“사용법 자체는 그렇지만, 막상 전투에 돌입하면 꽤나 힘들어질걸.”


*****


10중대는 군트프리트의 영역 바깥쪽을 샅샅이 수색했다. 예상대로 고정 균열 2개가 있었다. 전날의 괴수들은 여기서 나와 중대를 포위한 것이었다. 전날 많은 괴수들을 뽑아내서 그런지 균열 근처에 괴수들은 별로 없었다.


원소술사들은 늘 그렇듯 균열 주위에 마법진을 설치한 뒤 폭파시켰다.


“조금만 더 멀리 가보자. 균열이 더 있을지도 몰라.”


포스마린의 지시에 따라 중대는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 원래대로라면 구울 한두 마리가 이쯤에서 나타나야 했지만, 구울은 물론이고 동물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보니 오히려 더 으스스한 분위기가 들었다.


“설마 다 잡아먹힌 건가?”


포스마린은 살짝 무서워졌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괴수들은 에너지를 충당하지 못하면 빠르게 굶어 죽으니......”

정찰조가 날개를 펴고 구울 영역 근방을 정찰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균열이나 괴수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이 다시 아이넬로 귀환하려는 찰나, 한 계승자가 피를 흘리며 중대 쪽으로 다가왔다.


“멈춰라!”


중화기병 한 명이 그에게 창을 겨눴다.


“살......살려주십시오.”


“뭐야, 무슨 일이야?”


포스마린이 물었다.


“파드넬이......습격당했습니다. 주민의 대다수가 사망했고, 영혼석이 파괴됐습니다.”


“!!!”


대원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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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60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70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6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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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 - 3 +1 20.08.07 65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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