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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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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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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5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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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귀환 - 1

DUMMY

“오......오랜만입니다, 마리우스.”


루시우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검은 피부에 근육질 몸매를 갖춘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모두들. 줄리아는 없나요?”


“그녀는 얼마 전 원정대를 떠났습니다. 원정대에서 한 번 인력 조정을 거칠 때 탈퇴 신청을 했거든요.”


“그렇습니까......”


마리우스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말할까 싶었지만, 줄리아 역시 마리우스를 한 번 구해준 적이 있는 만큼 빚을 갚는다는 의미에서 당분간은 함구하기로 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여자들은 많으니까.”


가이우스는 책상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루푸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우스! 돌아왔구만. 궁금한 게 많아. 정말 생귀니우스들에게 납치되었단 게 사실이야?”


“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야. 그 마을은 어떻게 됐지? 무인지대에 있다던 마을 말이야.”


“일단 천계 주민으로 편입하는 것 같습니다. 100명 남짓한 인원으로는 마을을 복구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엘리시온에서 자기들이 책임지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마 적당한 시골 마을에 정착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다행이군. 지금은 쉬고 싶겠지만, 원정대로 돌아온 이상 할 일이 많아. 생귀니움 본거지는 확실히 파괴되었어. 아직 곳곳에서 괴수를 소환하려는 잔당 세력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아무튼 그 이교도들이 대놓고 우리와 싸울 수는 없을 거야. 문제는 그거랑 상관없이 괴수의 습격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거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얘기는 들었습니다. 천계가 공격당하고 있다고요.”


“그래.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이미 농경지의 20% 가량이 파괴되었다고 해. 이제 머지않아 이곳 울프치니크에서도 대규모 철수가 이루어질 거야. 천계를 지키는 게 우선이니까.”


“그러면 저희는 방어군에 소속되어 싸우는 겁니까?”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이번 주 내로 여기서 떠난다고 하니까,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니가 없는 동안 다들 꽤나 고생했어. 3명이서 5명분을 하는 건 꽤나 힘들었다고.”


성 안의 마족들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그들 역시 계승자들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계승자들은 전투에서는 매번 승리를 거두었다. 비슷한 수의 괴수와 계승자들이 맞붙으면, 교환비는 1:10이 넘어갔다. 문제는 보급이었다. 천계에서 오는 식재료와 마석, 일회용 폭탄 같은, 전투에 필수적인 물건들은 가면 갈수록 줄어들었다.


식량의 경우 어느 정도 현지 징발을 통해 해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안 그래도 부족한 밀을 뺏어가다 보니 마족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천족 정부는 어떻게든 불만을 상쇄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행했지만, 결국 몰려드는 괴수 앞에서 마을을 하나 둘 포기해야만 했다.


원정대는 빠르게 마계를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 그들은 이곳에 더 볼 일이 없었다. 새로운 정보에 따르면, 이제 천계에 생기는 균열의 수는 마계 못지않게 많다고 한다. 즉 굳이 괴수를 조사하기 위해 마계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마리우스는 상태창과 스킬창 소환을 시도했으나, 어째서인지 전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생귀니움 신전이 폭발하며 벌어진 일 때문에 그가 가진 유저로서의 특권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자, 전원 선착장으로 이동!”


천 명이 넘는 인간과 계승자들이 움직였다.


몇몇 마족들은 떠나는 원정대를 배웅했다. 그래도 마족을 잠깐이나마 지켜준 만큼 마지막 예를 다하려 한 것이다.


“앗, 천족 형아!”


한 마족 소년이 마리우스를 보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너는......”


그는 예전에 마리우스에게 산속 균열의 존재를 알려준 아이였다. 마리우스는 슈트를 입고 그 균열 안으로 들어갔고, 그로부터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형, 이거 받아요!”


소년이 건네준 것은 사탕들이었다.


“정말로 괴수가 공격하지 않는 거 맞죠? 저희 괜찮은 거죠?”


“그래. 이곳의 괴수들은 계승자들이 다 죽였으니까 괜찮을 거야.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된다.”


“알았어요. 모두들 잘 가요!”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었다. 마리우스와 보급대원, 10중대는 공중 함선에 몸을 실었다.


“사실을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더 늦기 전에 대피라도 가야 할 텐데.”


마리우스가 말했다.


“혼란이 벌어지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거야.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행복하게 해 줘야지. 어차피......이제 도망갈 곳은 없어.”


루푸스는 창밖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울프치니크를 바라봤다.


“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겁니까? 제가 납치......됐을 때만 해도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우리가 적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 그럭저럭 싸워 이기고 있으니 조만간 사라질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거지.”


전함은 안개를 뚫고 나아갔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었다.


“도착! 전 병력 하차!”


마리우스는 마력 공급기를 어깨에 매고 전함 밖으로 나왔다.


“도시에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괴수들에게 공격당한 마을의 피난민들이 여기로 모였거든. 일단 물자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곳에 사람들을 모아놓는 것까지는 좋았는데......결국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어.”


“다들 오랜만이야.”


포스마린이었다. 그는 중대장을 상징하는 표식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광전사님......?”


“오랜만이네. 신전에서 헤어진 이후로 몇 달이 지났지?”


“아, 미처 얘기를 안 했네. 이분은 이제 10중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면 예전에 있던 분은......”


“네가 사라진 이후로 며칠 동안 더 고통받다가 그대로 돌아가셨어. 균열 너머에서 대체 뭘 본건지......”


루푸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테오노스가 죽는 순간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승자들은 죽은 뒤에......”


“그게 문제야. 정신 공격을 당한 계승자들은 부활할 수 없어. 말 그대로 영혼이 죽어버린 셈이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더 잘 해야 하는 거다. 그래야 죽은 테오노스에게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포스마린이 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들에게 어디로 향하는지 말을 안 해줬군.”


“어디로 갑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이제 우리는 테디아로 간다. 그곳에 꽤 괴수가 많이 출몰하는 모양이야.”


마리우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다. 자신의 고향이 공격받고 있었다.


“심각한 상황입니까?”


“모르겠어. 하지만 마을 몇 곳이 이미 파괴되었나봐.”


“처음 우리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건가......”


루푸스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보급대원들은 이곳저곳에서 말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식량 꾸러미를 열어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성질을 냈다.


“아니, 먹을 게 이게 전부란 말이요?”


“저희도 더 드리고 싶지만 이게 한계에요.”


“이걸 먹고 어떻게 살라는 건지. 높으신 분들은 맨날 비싼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을 텐데......”


“이봐요, 지금 계승자들을 비하한 겁니까?”


식량을 배급하는 기사가 상당히 화가 난 듯 칼을 빼들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나약한 인간들은 차마 대들지는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 댈 뿐이었다.


“신경 쓰지 마, 마리우스. 저런 일에 일일이 관심 가지면 더 피곤해져.”


루푸스가 말했다.


“하지만 저걸로 하루를 보내는 건 너무합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끼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쳐갔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와는 정반대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10중대는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8, 9중대와 함께 기차를 타고 테디아로 향했다. 기차는 산 위의 도시를 내려와 들판을 달렸다.


“저, 저것 좀 보십시오!”


루시우스가 외쳤다. 그의 말에 대원들은 모두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는 괴수들이 기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는 건가?”


가이우스가 말했다.


“이, 이거 누가 나가서 맞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다행히도 늦지 않게 계승자들이 날아와 괴수들을 전부 죽였다. 원정대원들은 그들을 보고 환호했다.


“이게 환호할 일인가......?”


가이우스는 여전히 불안해보였다.


“잘 죽였잖아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요.”


“루시우스, 괴수가 여기까지 나타났다는 건, 이미 중요 방어선 중 몇 군데가 뚫렸다는 의미야. 이제 엘리시온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뭐 그때가 되면 여신님이 나서겠죠.”


마리우스가 말했다. 기차는 계속해서 테디아를 향해 달려갔다.


“도착! 전원 하차!”


포스마린이 외쳤다. 마리우스는 기차역에 발을 내딛었다.


“돌아온 건가......”


테디아 성 안에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계승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열을 맞춰 움직였다.


포스마린은 원정대장과 뭐라고 얘기를 나누더니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이제부터 우리 10중대는 아이넬로 간다.”


마리우스는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아이넬 근방에 괴수가 꽤나 많이 나타나는 모양이야. 지금 바로 아이넬로 이동한다. 물자들은 이미 그곳에 다 옮겨 놓았으니, 우리는 가서 괴수들만 잡으면 돼.”


10중대원 100여명은 마차 여러 대를 나누어 타 아이넬로 이동했다.


“저기, 마리우스......괜찮나?”


루푸스가 말했다.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계승자들이 가고 있으니 큰 일은 없겠죠.”


“아, 그러고 보니 너 고향이 아이넬이었지. 어떡하냐.”


가이우스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들 걱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계승자들이 싸우는 걸 전 지원할 뿐이고, 너무 신경 써 봤자 저만 힘들 뿐이니까요.”


마리우스는 루푸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긴 그렇군. 그래도 천계에서 싸우는 거니 좀 더 익숙하지 않겠어?”


“전방! 괴수 5마리 출몰!”


마차를 몰던 마부가 외쳤다. 곧바로 계승자 10명이 날개를 펼쳐 날았다.


괴수들은 전속력을 마차를 향해 달려왔다. 계승자들은 침착하게 단검을 던져 괴수의 머리를 쪼갰다. 괴수들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에서 피를 뿜었다. 한 괴수는 계승자의 날개를 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날개를 손상시키는 것은 계승자들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못했다. 날개가 잘린 기사는 땅으로 내려와 방패로 그 괴수의 머리를 후려쳤다.


“전원 처치 완료했습니다.”


“계속 움직인다. 전원 이동!”


포스마린이 외쳤다.


“벌써부터 괴수들이......”


마리우스는 어딘가 위축된 듯 했다.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 이후로 괴수들이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10중대는 계속해서 나아가 아이넬 마을 입구에 이르렀다.


“여기가 아이넬인가, 평화로운 마을이군요.”


루시우스가 말했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아이넬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이 마을을 떠나온 후 6개월이 넘게 흘렀다.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어보였다.


포스마린은 모든 중대원들을 불러모았다.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야 할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목숨을 걸고 여기를 지키자!”

계승자들은 아이넬 마을 안의 영혼석에 자신들의 영혼을 묶었다. 그들은 싸울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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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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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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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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