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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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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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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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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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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8.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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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DUMMY

전날 성벽에서의 전투를 가까스로 끝낸 포스마린은 다음 날 마리우스에게 요새 안을 구경시켜주었다.


“저 건물은 뭡니까? 상당히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데......”


마리우스가 신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 여신님이 계신다. 지금은 부상을 회복하는 중이야.”


“그라쿠스가 그 정도로 강할 줄이야......”


“내가 슈트를 사용했더라면 더 쉽게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웬만해서 그걸 쓰고 싶지는 않아.”


“창조주의 제재 때문입니까.”


“그래. 지금은 최대한 이 모습으로 싸워야 한다.”


요새 안으로 수많은 지원군이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천계 각지에서 차출된 계승자들이었다. 계승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기 위한 인간들 역시 상당히 많았다. 마리우스는 혹시 그 중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신은 내일쯤이면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아마 그때 네 계승도 이뤄지겠지.”


“다행입니다. 저도 하루 빨리 보탬이 되고 싶군요.”


“계승자가 되었다고 해도 예전만한 강함을 보여줄 수는 없을 거야. 계승자들의 힘의 원천은 여신에게서 나오는데, 지금 저렇게 되어있으니......”


“그나저나 다른 대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여동생의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좋을 텐데......”


“확실하진 않지만, 생존한 원정대원 중 일부가 엘리시온 안에 갇혀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 말을 들은 마리우스는 안도와 동시에 걱정을 느꼈다.


“그게 가능합니까?”


“엘리시온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야. 괴수라 하더라도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을 잡아 죽일 수는 없지. 다만 정상적인 삶은 무리겠지만 말이야.”


마리우스는 하루빨리 엘리시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일개 인간의 몸으로 원정대장이 된 그에게 재촉할 수는 없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과거 천마전쟁 시기에 지어진 벽돌 건물이었는데, 천막에 비하면 매우 편한 축에 속했다.


그가 침대 위에 누워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비상! 적의 습격이다!”


마리우스는 경비병의 안내에 따라 지하로 피신하려 했으나, 직후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숙소 밖으로 빠져나왔다. 꽤 단단해보였던 숙소는 순식간에 붕괴했다. 괴수는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없었다. 이런 짓을 할 만한 작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라쿠스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저항하는 계승자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다.


다행히도 경비병이 마리우스를 들쳐 업고 하늘을 난 덕분에 마리우스는 붕괴의 여파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교주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했다.


“거기까지다.”


그라쿠스는 마리우스를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합류하려던 경비병의 심장을 꿰뚫었다.


“침략자, 오랜만이군. 내 신도들을 죽여 놓고 그간 평안하셨나?”


“일개 인간이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 같이 하찮은 건 그냥 놔둬도 상관없습니다.”


마리우스는 슈트를 소환하려 했다. 비록 제재가 무섭긴 해도 여기서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안 돼, 마리우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라쿠스의 뒤에서 포스마린이 나타났다. 교주는 신속하게 몸을 돌려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렇게 둘 다 모일 줄이야. 죽일 맛이 나겠군.”


그라쿠스는 손에서 전기를 뿜어댔다. 그러나 포스마린이 입은 갑옷은 전기 속성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두 배로 올려주는 물건이었다. 그는 약간의 따끔거림만 느꼈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뭐야, 대체 어떻게......”


“새 갑옷을 입었다고만 해두지. 교주 아줌마.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기까지 온 건 잘못된 선택이었어. 너 혼자서 이 많은 계승자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리가. 난 단지 한 명만 죽이면 만족해.”


그라쿠스는 곧바로 신전 쪽으로 날아갔다. 강력한 결계가 그녀를 튕겨내려 했지만, 그라쿠스는 모든 힘을 짜내어 결계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끝이다, 미네르바. 이 거짓된 세계와 함께 죽여......”


순간 강한 빛줄기가 신전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신전의 문을 부수고 더 나아가 그라쿠스를 날려버렸다.


“저, 저건 설마......”


마리우스는 신전 밖으로 걸어 나오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틀림없는 미네르바, 천족의 신이었다. 원정대 출정식때 봤던 것과는 달리 여러모로 수척한 상태였으나, 그녀의 눈빛만큼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뭐 하고 있는 거냐. 교주를 죽이지 않고.”


당황하고 있던 계승자들은 그녀의 명령에 곧바로 그라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교주 역시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그라쿠스는 계승자들을 전부 전기로 지져버린 뒤, 다시 한 번 여신을 향해 돌격했다.


마리우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덩굴을 소환해 그라쿠스의 양 다리를 묶었다. 그라쿠스는 곧바로 마법 칼날을 소환해 덩굴을 베었으나, 그 뒤에 날아온 여신의 섬광은 미처 막지 못했다.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그라쿠스는 천족의 날개를 펼친 뒤 높이 날아갔다.


“제법이구나. 다음에 싸울 때는 너희들의 전술을 무력화할 방법을 찾아내야겠어.”


그라쿠스가 물러나자 여신은 곧바로 제자리에 쓰러졌다. 계승자들이 그녀를 부축해 신전 안으로 데려갔다.


“난 괜찮으니까......부상자들을 먼저 챙겨.”


미네르바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


저녁을 먹고 난 뒤, 미네르바를 모시는 사제가 마리우스를 은밀히 불렀다. 그는 자신의 집무실로 마리우스를 불렀다.


“저번 싸움에서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어. 일개 인간이 그 정도의 판단력과 마법능력을 갖고 있었을 줄이야.”


“과찬이십니다. 어디까지나 결정타를 날린 건 여신님이었으니까요.”


“그게 문제야. 안 그래도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힘을 쥐어짜냈으니......자네의 계승은 당분간 무리일 것 같네.”


마리우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음 같아선 자네도 싸웠으면 하지만, 역시 인간을 전선에 내세우는 건 못할 짓이야. 오늘 죽었던 계승자만 500명이 넘지만, 그들은 모두 부활했어. 하지만 자네는 그렇지 못하겠지. 그러니......당분간은 조용한 곳에서 머물러 있게.”


“그러면 엘리시온 안에 갇힌 사람들은요? 그들은 언제 구하러 가는 겁니까?”


“아마도 이번 주 내로는 탈환 계획이 잡힐 것 같은데.”


“어쩌면 그 안에......”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내 아내가 엘리시온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지금 내 할 일은 어디까지나 여신님을 보좌하는 거야. 그러니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되는 것이고.”


“계승자의 힘은 여신님에게서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 앞으로 힘든 여정이 되겠지. 그래서 더욱 자네를 말려들게 할 수 없는 거야.”


“알겠습니다.”


마리우스는 그에게 더 할 말이 없었다.


*****


“미안하게 됐어. 어떻게든 붙잡아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포스마린은 마리우스의 짐을 챙겨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여동생만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해라. 넌 유저나 마찬가지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마리우스는 마차에 올라탔다. 그를 태운 마차는 테디아 성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성까지 가는 도중에 그를 방해하는 괴수들은 없었다. 종종 공중함선이 마차 위로 날아갔다. 마리우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그를 내린 마차는 다시 요새로 돌아갔다. 성 안은 혼돈 그 자체였다. 엘리시온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쉴 곳을 얻기 위해 아우성댔다. 몇몇 테디아 성의 주민들은 으스대던 엘리시온의 시민들이 이제 도시를 잃고 자신들에게 빌빌댄다며 그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성 내에 생귀니움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괴수에 의해 통제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이교도를 잡는 데 충분한 계승자를 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영혼석의 용량이 다 찬 것 역시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계승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영혼만큼은 소멸하지 않도록 영혼석에 묶어두려 했고, 거기에서 배제된 계승자들은 절망에 빠져 술로 하루를 보냈다.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이 넘겨준 돈으로 유니콘 하나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괴수의 습격을 예상했던 그는 시종일관 슈트를 소환할 준비를 해두었지만, 억제기의 영향력 탓인지 괴수는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넬로 향하는 길은 무척 고요했다. 종종 새 몇 마리가 짹짹거렸을 뿐, 멸망을 앞두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반나절을 내달려 아이넬에 도착했다.


“오랜만이구나, 마리우스.”


그곳의 인간 경비원이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는 아직도 경비를 서는군요. 이제 은퇴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하는데 이곳에는 더 이상 계승자가 없어서 말이야. 엘리시온이 공격당했다는 게 정말인가?”


“네. 그 탓인지 저도 아직까지 인간인 상태고요.”


“그것 참 안됐군. 그래도 우리 마을에 온 걸 환영하네. 여긴 계승자들에게는 지루할지 몰라도, 인간들이 쉬는 데는 안성맞춤이니 말이야.”


*****


마리우스는 아이넬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곳은 정말로 바뀌는 게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엘리시온 시민 몇 명이 새로 눌러앉았다는 것 정도. 우려와는 달리 이들은 마을에 잘 적응했다. 몇몇 시민들은 이미 바다거북을 잡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다고 했다.


마리우스는 상점에 들어가 오렌지 주스를 한 병 샀다. 주스를 마시니 며칠 동안의 갈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


“오, 마리우스! 계승자가 됐다는 게 정말이야?”


상점 주인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게......엘리시온이 공격당할 때 저희 제단도 비슷한 꼴을 당한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인간으로 지내야 할 것 같아요. 뭐 살아있다면 말이지만.”


“의외로 인간의 삶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 계승자가 되었다면 지금쯤 최전선에서 게리온과 싸우고 있을 테니까. 여동생은 뭐하고 지내나?”


“클라우디아는 아마 엘리시온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도 운이 좋아야 갇혀 있는 거지, 이미 죽었다고 봐도 이상하지가 않죠.”


“어......그렇구만......내가 괜한 얘기를 했어. 신경 쓰지 말게.”


“괜찮습니다. 계승자들이 곧 엘리시온을 탈환한다고 하니, 곧 구할 수 있겠죠.”


마리우스는 상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저 왔어요.”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 루첼?”


마리우스는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살면서 이토록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던가.


잠시 누워 있던 그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 밖으로 나와 루첼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 어디에도 없었다. 마을 주민들도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듯 했다.


마리우스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심코 슈트를 꺼냈다.


“어서 오십시오. 마리우스님.”


“NPC 한 명 찾아줄 수 있어?”


“이름을 말씀하십시오.”


“아피우스 루첼.”


이브는 잠시 대상을 검색하더니, 화면에 알림창을 띄웠다.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죽은 거야?”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마리우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슈트 소환을 해제한 뒤, 부엌의 서랍에서 빵 바구니를 꺼냈다. 그는 빵을 한 입 물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지,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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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1 20.09.07 56 2 11쪽
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59 3 12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69 3 11쪽
62 귀환 - 13 20.08.21 63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6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69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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