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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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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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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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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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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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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 - 13

DUMMY

끝이 없는 것 같던 괴수들의 물량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 추락하지 않았던 함선 한 대는 모든 에너지가 바닥날 때까지 적을 향해 포격을 가했고, 괴수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밀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두려운 것이 없어 보이던 괴수들은 주변의 동지들이 죄다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자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전 병력! 돌격 대형으로!”


원정대장이 외쳤다. 그의 지시에 전방의 계승자들은 날개를 펼친 채 적을 향해 돌진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게리온 몇몇은 광전사들의 창에 머리가 찍혀 죽었다.


보급대원들은 빠르게 진격하는 계승자들을 따라가기 위해 애를 썼다. 사제들은 마나를 받는 즉시 강화 주문에 모든 힘을 썼고, 공급기의 마력은 머지않아 바닥나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보급대원들이 할 일은 없었다. 어느새 원정대는 고정 균열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그때 궁수 하나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원정대장에게 날아왔다.


“대장님! 생귀니움 교주입니다!”


“지금 어디 있지?”


“균열 부근에서 이쪽을 노리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근위병은 모두 날 따라와라!”


“직접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몇몇 부관들이 그를 말렸다.


“상처를 보아하니 화염이나 전기 속성 마법을 다루는 자다. 땅에서 싸우면 우리가 불리해. 내가 직접 그녀를 처단하겠다.”


정말로 하늘 높이 올라가니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손에서 전기를 내뿜고 있었다. 알케메네스는 함선에 올라간 뒤 그들에게 교주를 집중 공격할 것을 명했다.


전방의 대포가 빛을 내뿜었다. 교주는 약간 고통을 느끼는 듯 했으나,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손에서 다시 한 번 전기를 내뿜었다. 순식간에 함선의 보호막이 깨지고 곳곳이 불타기 시작했다.


“보호막 수치 5%! 한 번 더 직격당하면 추락입니다!”


선원이 외쳤다.


“대장님을 보호해야 한다! 계속 공격해!”


선장은 직접 키를 잡고 그녀를 향해 함선을 움직였다.


교주는 다시 한 번 전기를 뿜었다. 이제 선장실마저 전기에 의해 불이 났다.


“발사!”


함선은 다시 한 번 포를 쐈다. 이번에는 교주가 모든 포격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녀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로 숨을 씩씩 내쉬었다.


“추락한다! 전부 꽉 잡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함선은 결국 전투 지역에서 꽤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제법이군.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고......”


그라쿠스는 출혈을 멎게 한 뒤 곧바로 땅 위의 원정대를 공격하려 했다.


“거기까지다, 마녀!”


알케메네스가 그의 수호병과 함께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그라쿠스는 모든 힘을 짜내어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방금 전의 포격으로 힘을 온전히 쓸 수 없던 상태였다. 알케메네스는 모든 전격을 방패로 막아낸 뒤, 그녀의 다리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교주는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추락했다.


“지금이다! 여기서 끝을 낸다!”


그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연막탄이 터졌다. 삽시간에 주변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젠장!”


원소술사들이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연기를 걷어냈으나, 이미 교주는 사라지고 없었다.


“두뇌 회전이 빠르군. 그 상황에서 벗어나다니......”


“어떡합니까, 대장님? 멀리 가지는 못했을 듯한데, 지금 추적할까요?”


“아니, 일단 균열을 없애는 데 주력해라.”


원소술사들은 재빨리 균열을 둘러싼 빛의 마법진을 설치했다. 그들이 마법진을 폭파시키자 거대한 균열은 서서히 소멸해갔다. 몇몇 괴수들은 균열 밖으로 나오는 도중에 계승자들에게 목이 잘렸다.


수십 개에 달했던 균열들은 계승자들의 맹공에 하나 둘 사라져갔다. 모든 균열이 사라지자, 알케메네스 대장은 함선의 선원들에게 억제기를 가지고 내려올 것을 지시했다.


선원들이 가져온 억제기는 균열이 생겼던 지역에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그들은 총 3군데에 억제기를 설치했다.


“끝난 건가......”


루푸스가 땅에 주저앉았다. 그의 마력공급기는 이미 과부하로 인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상태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들은 다른 동료들을 찾았다.


마리우스와 클라우디아는 가이우스의 시체 앞에 서 있었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클라우디아는 충격이 컸는지 눈물을 흘렸다. 루푸스와 루시우스도 뒤늦게 그들을 발견했다.


“보급대원, 1명 전사인가.”


루푸스가 나직이 말했다.


*****


브리니아에서의 격돌을 끝으로, 더 이상 괴수의 습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승전 선언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괴수의 정체에 대해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그런 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 결국 ‘거의 다 이긴’상태라는 애매모호한 발표를 했다.


곳곳에 설치된 억제기는 상당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수가 더 이상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안심이었다. 떠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아이넬 역시 서서히 활기를 되찾아갔다.


가이우스의 부모는 꽤나 덤덤하게 그의 사망 소식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꽤나 많은 사망 보험금을 받았다.


마리우스와 클라우디아는 자신들의 아버지가 괴수로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그리파는 공식적으로 밀가루를 옮기던 중 실종되었으며, 그렇다면 그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아피우스 루첼은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이후 깨어난 그녀는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마리우스, 너 아무래도 대박난 것 같은데?”


짐을 옮기던 도중 루푸스가 말했다.


“저 말입니까? 갑자기 왜......”


“뭐긴 뭐야, 계승 문제지.”


“계승이라면......여신님이 다음 계승자들을 이미 결정한 겁니까?”


“이제 원정대도 곧 해산할 테니, 슬슬 보상을 해야겠지. 정확히 누가 선정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대상자 중에 넌 확실히 들어가 있었어. 승리에 상당한 공헌을 했으니까 말이야.”


“뭐야, 오빠 진짜 계승자가 되는 거야?”


옆에 있던 클라우디아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이미 정부 요인들도 널 알고 있어. 일개 인간이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고 하더군. 여신님 귀에도 네 소식이 들어갔을 걸?”


“그렇게 되면......저 혼자 계승자가 되는 겁니까.”


“아마 그렇겠지. 뭐 나도 계승자를 시켜 준다면 감사하겠지만, 애초에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까. 높은 자리에 가서도 우릴 잊지 말라고.”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계승자가 되어도 예전과 같이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동료 중에 계승자가 나온다는 건 잘된 일이야.”


마리우스는 일을 마친 뒤 홀로 호텔 방 안에서 침대 위에 누웠다.


“계승자라......”


마리우스는 자신이 처음 바이젤과 모험을 시작했던 때를 떠올렸다. 분명 그때는 어떻게든 괴수의 정체를 알아내, 놈들을 모조리 몰아내고자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모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괴수를 테디아에서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괴수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분명 숨을 쉬고, 고통을 느끼며, 소리를 귀로 들었다. 그런데 그게 다 가짜라면 대체 자신이 느끼는 건 무어란 말인가?


분명 괴수는 그 현실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리우스는 현실 세계가 어떤 곳인지 밝혀내지 못한다면, 그것들은 언젠가 다시 천계를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했다. 마리우스는 더 이상 무언가를 할 힘이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으로썬 단지 계승자가 된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영원한 생명, 그는 그 영광에 한 발짝 다가갔다. 물론 계승자가 된 이후로는 더 힘들다고 하지만,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는 계승자가 되어 화려한 로브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


마리우스가 계승자로 확정되었다는 사실이 퍼지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달라붙었다. 심지어 얼굴도 잘 모르는 아이넬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친한 척을 했다. 마리우스는 애써 웃으며 그들을 반겨주었다.


계승자로 선정된 사람은 총 15명이었으며, 아르카다 원정대의 다른 중대 사람들 역시 몇 명 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계승자들은 제단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의식을 지켜보았다.

계승의 신전은 엘리시온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계승 의식을 거행할 때를 제외하면 그곳은 쓰이지 않는 신전이었다. 마리우스를 비롯한 15명의 사람들이 제단 위에 섰다. 잠시 뒤 그들 앞으로 미네르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부터 의식을 거행 하겠습니다.”


의식의 진행을 맡은 사제가 말했다. 대상자들은 모두 무릎을 꿇은 채 여신의 축복을 기다렸다. 사제는 15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뒤, 그들의 업적을 간단하게 열거했다.


“15명의 전사들이여, 너희들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힘의 일부를 나누어주어, 너희 안에 들어있는 잠재력을 온전하게 개방하길 원한다. 나의 축복을 받아들이겠나?”


“네!”


15명의 인간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좋다. 너희는 이제 3일 동안 마나 구체 안에서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3일 후, 여기의 15명은 영원한 삶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무한한 마나의 힘이여! 이곳의 전사들에게 힘을!”


*****


마리우스는 제단 위에서 눈을 떴다. 그는 주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이게......”


시간은 대략 저녁 정도였고, 의식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 떠나간 것 같았다.


주위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계승 대상자들은 모두 죽은 채로 제단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도 그가 입은 상처는 없었다.


“컥, 커헉......”


제단의 끝 쪽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급히 그곳으로 가보니, 대상자 중 한 명이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알기로 그는 기사 집안의 자식이며, 형을 따라 계승자가 되기 위해 원정대에 들어왔었다. 그의 손에는 은빛 단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헉, 허어억, 놈이다. 놈.”


“누구, 누구 말입니까, 설마 괴수가 습격하기라도 한 겁니까?”


마리우스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미네르바가 말했던 내면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자, 여자다. 그녀는......”


마리우스는 그의 말에 귀를 한껏 기울였다.


“생귀니우스.......”


그 대상자는 숨을 거뒀다. 그라쿠스,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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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0 20.09.06 56 2 11쪽
71 엘리시온 탈환 작전 - 9 20.09.04 52 2 11쪽
70 엘리시온 탈환 작전 - 8 20.09.03 57 2 11쪽
69 엘리시온 탈환 작전 - 7 20.09.01 55 2 11쪽
68 엘리시온 탈환 작전 - 6 20.09.01 56 2 11쪽
67 엘리시온 탈환 작전 - 5 20.08.28 61 2 11쪽
66 엘리시온 탈환 작전 - 4 +1 20.08.27 59 3 12쪽
65 엘리시온 탈환 작전 - 3 +1 20.08.26 62 3 12쪽
6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2 20.08.25 56 3 12쪽
63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 +1 20.08.24 69 3 11쪽
» 귀환 - 13 20.08.21 64 3 11쪽
61 귀환 - 12 20.08.20 52 3 12쪽
60 귀환 - 11 +2 20.08.19 61 3 11쪽
59 귀환 - 10 20.08.18 57 3 11쪽
58 귀환 - 9 20.08.17 57 4 12쪽
57 귀환 - 8 20.08.14 57 3 11쪽
56 귀환 - 7 20.08.14 57 3 12쪽
55 귀환 - 6 20.08.12 59 3 11쪽
54 귀환 - 5 20.08.11 59 3 11쪽
53 귀환 - 4 20.08.10 69 3 12쪽
52 귀환 - 3 +1 20.08.07 64 3 12쪽
51 귀환 - 2 20.08.07 68 3 12쪽
50 귀환 - 1 20.08.05 70 3 12쪽
49 비상 - 2 20.08.04 72 3 12쪽
48 비상 - 1 20.08.02 78 4 12쪽
47 비트의 세계 - 3 20.08.02 74 3 11쪽
46 비트의 세계 - 2 20.07.30 83 3 11쪽
45 비트의 세계 - 1 +1 20.07.29 86 3 12쪽
44 지평선 너머 - 6 20.07.28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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